공작가 막내아들은 전쟁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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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빈翰彬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20 13:46
최근연재일 :
2024.09.19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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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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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칼라드린 여울목의 전투 (1)

DUMMY

태양은 정오의 하늘을 지배하고 있었다. 뜨거운 열기가 대지를 누르며 병사들의 이마에 땀방울을 맺히게 했다.

유진은 헬멧 아래로 느껴지는 열기를 견디며 숨을 골랐다. 강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열기를 식히기엔 턱없이 부족했고, 짙은 먼지와 땀 냄새가 뒤섞여 있었다.


적군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들의 말발굽이 땅을 강하게 두드릴 때마다 모래 먼지가 일었고, 아지랑이 너머로 적들의 모습이 일렁거렸다.


미크맥의 깃발은 붉은 매가 그려져 있었으며, 상반신을 벗고, 푸른 물감으로 덧칠한 전사들이 고함을 지르며 강가를 쩌렁쩌렁 울렸다. 그들 사이사이에, 높은 지위를 차지한 것으로 보이는 전사들은 깃털로 화려하게 치장된 투구를 덮어썼다.

전투를 앞두고 그들은 말 위에서 태양을 마주한 채 전투 함성을 질렀다.


"온다!"


마침내 미크맥 부족의 첫 기수가 여울목으로 뛰어들었다. 강물은 강렬하게 흐르고 있었지만 성난 전사들과 말은 거침없이 밀고 들어왔다. 첨벙거리는 소리와 함께 물보라가 우렁차게 피어올랐다.


도하가 시작되었다.


*


7왕국 기병대 3천 대 제국군 1개 연대 2천 명.


7왕국 기병대의 무장은 조악한 수준이지만 그들은 말을 타고 있다. 존재 자체가 살아 있는 중전차라는 뜻이다.

보병 2천이 감당할 수 있는 전력이 아니다.


그럼에도 보르죠이 대공이 후퇴가 아닌 대결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바로 이곳이 강가이기 때문이다.


하이보른 강은 가장 좁은 곳의 강폭도 100m 정도 된다.

수심이 깊어 말이 지나갈 교량을 부설하는 것도 불가능한 이야기.


압도적인 지형지물의 이점은 모든 전력차를 상쇄한다.

그것이 제국군이 7왕국과의 전투에 응한 배경이다.


"놈들이 옵니다! 강을 건너고 있습니다!"

"위치는?"

"여울목입니다!"

"좋아."


미크맥 기병들이 강으로 돌진했다. 그들의 말발굽이 물살을 가르며 여울목을 질주하기 시작했다.

수백 기가 만들어낸 물보라에 제국군 병사들은 긴장 속에서 활을 메기고 창을 단단히 쥐었다.


하지만 예상대로다.


"장전!"


제국군은 처음부터 7왕국 기병대의 도하 지점을 여울목으로 상정했다.

여울목은 물이 얕아 도하에 적합하다. 물살이 빠르지만 말이라면 충분히 주파할 수 있다.

그리고 제국군은 무려 절반 이상의 전력을 투자해 칼라드린 여울목을 킬 존(Kill Zone)으로 만들어 놨다.


"발사!"


미크맥 기병대가 강의 절반쯤 건넜을 때, 제국군의 병사들이 일제히 석궁을 발사했다.

물 위로 쏟아지는 화살은 마치 비처럼 적을 덮쳤고, 미크맥 부족의 첫 번째 전열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첨벙!

퍼버버벙!


소리 없이 쓰러지는 기마병들의 모습은 기괴하기 그지없다.


분명 화살비가 쏟아지는 저곳은 끔찍한 비명소리로 가득 찼을 것이다. 하지만 소용돌이치는 물은 모든 메아리를 흡수한다.

비명은 거대한 강물 소리에 묻혀 아주 조금씩 새어 나올 뿐이었다.


혼란과 죽음이 7왕국 부대의 선두를 강타했다.


몸에 푸른 칠을 한 미크맥 기수가 고슴도치가 되어 허물어졌고, 말들이 미끄러운 자갈 아래서 미끄러지고 뒤엉키며 넘어졌다.

쓰러진 기수 뒤로 다음 기수가, 다시 또 그 다음 기수가 다시 선두로 나섰지만 계속해서 재차 물 아래로 스러졌다.


"쉬지 않고 계속 쏴!"


철컥! 쿵! 철컥! 쿵!

퉁! 퉁! 퉁!

쐐애애애애액···


권양기를 감는 소리. 석궁의 활줄이 퉁기는 소리. 500파운드의 힘을 가진 볼트가 내는 공기를 찢는 파공음.

물보라 속으로 들어간 화살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지만 시체는 무서운 속도로 강물 밑에서 쌓여갔다.


미크맥 군단은 화살의 비를 뚫고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선두에서 소모되는 기마병들의 숫자가 훨씬 많았다. 처음 기세 좋게 여울목을 내달린 인원의 30%도 채 남지 않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만약 강둑까지 도착한다 해도 그 소수의 기병대로 교두보를 만드는 건 불가능해 보였다.


"놈들이 저지되고 있습니다. 전하."

"미크맥 말고 나머지 두 부족은?"

"구란과 아바르는 아직까지 뒤에서 관망중입니다."

"예상대로군."


그 광경을 강둑 위의 언덕에서 내려다보던 보르죠이 대공이 중얼거렸다.

이대로라면 그의 손자에게 첫 실전은 싱겁게 끝날 것 같았다.

물론 원래 대부분의 전투가 이런 것이었지만.


*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는데.'


강가에서 병사들과 함께 서 있던 유진은 미간을 찡그렸다.


'강 건너편의 적의 움직임이 말이 되지 않는다.'


유진이 속한 7중대는 여울목에 배치되어 있는 부대는 아니었다.

그들은 강가에 넓게 흩어져서 혹시 모를 다른 우회 병력에 대비하고 있었다.


유진의 신경을 거슬린 건 단순히 여울목 때문이 아니다.


이곳은 원래 7왕국 부족들의 땅이었다. 하이보른 강에 대해서도, 이곳의 물길에 대해서도 결코 모를 리가 없다.

그런데 정말로 7왕국 군단들이 이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이곳을 뚫을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자들이다.

그럼에도 칼라드린 여울목으로 미크맥 군단이 진격해 왔다.

그리고 나머지 부대는 미크맥을 돕기 위해 움직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미크맥은 미끼(decoy).


강 건너편에서 일어나는 모래 먼지는 무질서해 보이지만 분명히 방향성이 있다.

미크맥 기병들을 여울목에 남겨둔 채 구란과 아바르 군단이 움직이는 곳은 강 북쪽.

즉, 1대대의 책임 구역, 유진이 있는 곳 건너편이다.

2개 군단의 창끝이 겨누는 살기가 유진을 불편하게 했다.


'미크맥은 조공, 이쪽이 주공이라면 이 움직임이 설명이 된다. 하지만 어떻게?'


현재 1대대가 넓게 흩어져 지키는 이 강변은 강폭이 넓고 수심이 깊어서 기마병이 건널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적들의 움직임과 맞지 않는 지형 사이에서 유진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콜테인의 상상력이 전장을 관조하며 빛처럼 빠르게 내달렸다.


구란, 아바르는 7왕국. 세븐킹덤은 토착민. 토착민은 강을 건널 수 있나? 아니면 미리 강에 장치를 해 두었나? 강, 강이라, 강은 자연, 자연에는 정령······!


거기까지 생각이 도달한 유진은 모골이 송연해졌다.


"설마 이곳에 온 이유가?"


갑자기 대오의 맨 뒤에 서 있던 신병이 고함을 치자 모든 중대원이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유진은 그마저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이전에 들은 바 있다. 옛 북부의 토착민들 가운데서는 대지와 공기의 정령들과 교통(交通)하던 자가 있다고. 그들은 정령의 힘을 빌려 모습을 감추고, 바람을 불러온다고. 그리고 그런 자들의 이름은 바로······!


"워록(Warlock)이군!"


갑자기 혼자 헛소리를 내뱉는 유진에게 다른 병사들이 욕설을 퍼부으려던 찰나,

강 저편에서 거대한 마력이 용솟음쳤다.


쿠르르릉······!!

솨아아아아······


"뭐, 뭐얏!"


7중대의 모든 병사들은 땅이 그들의 부츠 아래서 떨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수많은 말발굽의 연타가 아닌, 더 강렬하고 근육질의 떨림이었다. 마치 거대한 뱀이 그들 앞에서 잠에서 깬 것 같았다.


물이 깨어났고, 힘을 보여주기를 열망했다.


수우우우우우


"강물을 봐!"


강물이 이상하게 소용돌이치며 거칠게 좌우로 흔들거렸다.


꾸르르르르!!


마침내 강의 흐름이 멈췄다.

제국군 병사들의 입이 떡 벌어졌다.


"물이 갈라진다!"


강물은 그들의 앞에서 마치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힌 듯 양쪽으로 갈라졌다.


"물! 물이···!"


강물 바닥에 잠겨 있었던 자갈들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7왕국 기병대와 제국군 사이에 활짝 열린 통로.

즉, 다른 말로는 물의 길이다.


"하-히-호!"

"우우우우우!"


강물의 우렁찬 울음소리도 멈춘 그 자리에,

비로소 들리는 고함 소리가 정적을 채웠다.

목구멍에서 우러나오는 전투의 찬가였다.


두두두두두두두!

"전부 쓸어버려! 하-호!"


7왕국 전사들은 끔찍한 환희를 외치며 바닥을 드러낸 강으로 뛰어들었다. 그들의 말이 물을 튀겼지만, 속도는 거의 줄지 않았다.

요란한 뿔나팔과 호각 소리와 함께 구란과 아바르 기병대가 유진 앞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


갑자기 눈앞에 펼쳐진 7왕국 2천 기 기병대의 돌격.

그 광경을 본 부대 전체가 마비 상태에 빠졌다.

정신을 잡고 있는 건 한 사람뿐이었다.


그때 제국의 라스트 커맨더가 불현듯 눈을 떴다.


"놈들이 온다! 전투 준비!"


유진이 악을 쓰며 칼을 빼들었다. 하지만 눈앞에서 강물이 갈라진 초현실적인 광경은 병사들의 사고를 정지시킨 것 같았다.

병사들이 멍하니 있자 유진이 가서 뺨을 갈겼다.


"말 안 들려? 전투 준비해! 놈들이 온다!"

"뭐얏! 신병 새끼가···."


뺨을 얻어맞은 병사가 유진의 얼굴을 알아보고 욕설을 내뱉었지만 유진의 얼굴은 이미 중대장의 그것으로 변해 있었다.

한때 제국의 모든 군단을 지휘했던 남자의 목소리가 7중대 병사들의 머리를 강제로 끄집어 올렸다.


"내가 7중대 중대장이다! 전부 입 닥치고 나를 봐! 장비 챙기고 대오 맞춰! 집중하지 않으면 죽는다!"


유진의 손에 들린 건 데커드가 준 대위 계급장.

병사들은 홀린 듯이 유진을 따라 앞으로 전진했다.


단순히 계급장 때문이 아니다.

이 사태를 유일하게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자가 누구인지 본능적으로 깨달은 것이다.


다른 말로는 콜테인의 카리스마가 발휘된 것.


"아직 강둑을 넘은 게 아니다. 지금 이 자리에 방진을 구축해!"


유진이 거칠게 으르렁거렸다.


"거북 대형! 거북 대형!"


병사들이 홀린 듯이 유진 뒤에 집결해 방패의 벽을 만들었다.

마치 거북이와도 같은 스크럼(scrum)이다.


갑자기 나타난 중대장의 출현에 7중대 하사관들이 헐레벌떡 달려왔다.


"자네의 직책은?"

"전투소대장 존스입니다!"


-쾅!


유진이 거대한 방패를 모래톱에 내리꽂고 5m는 될 듯한 긴 선을 그렸다.


"이곳. 우리가 서 있는 여기가 1열이다."


유진이 그은 선은 전열의 시작점.


"5분 안에 만들 수 있겠나?"


뒤에 생략된 말은, 늦게 만들면 죽는다.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존스 하사가 긴장감이 서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히히히히힝!


어디선가 끌고 온 군마에 유진이 올라탔다.


"나는 나머지 부대를 수습하러 가겠다. 존스 하사. 잊지 마라. 이곳이 첫 방어선이다. 뒤로 물러나지 마라."


그 눈빛은 이미 열 여덟 소년의 그것이 아니었다.

그 안에 남긴 카리스마에 존스 하사가 저도 모르게 가슴을 주먹으로 쳤다.


"옛! 믿고 맡겨 주십시오!"


*


"말도 안 돼!"


7왕국 기수들이 갑작스럽게 드러난 강바닥을 이용해 예상치 못한 지점에서 도하를 시작하는 걸 본 데커드 중령이 비명을 질렀다.


“저건··· 정령의 힘인가?”


데커드마저도 눈앞에 펼쳐진 초자연적인 광경에 사고가 정지될 정도였으니 말 다 했다.


"대대장님!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옆의 참모의 말에 데커드는 자기의 뺨을 한 대 쳤다.

그 말대로 지금 이럴 때가 아니다.


구란과 아바르 기수들 앞에 제국군은 지리멸렬하게 흩어져 있었고, 병사들은 혼란에 빠져 있었다.


"제기랄··· 너무 늦었어!"


그의 말대로였다.

1대대는 여울목에 비해 지나치게 넓은 영역을 커버하고 있었고, 얇디 얇은 선이 되어 개미떼처럼 흩어져 있었다.

일직선으로 돌진해오는 기마대의 관통력에 비하면 이제 곧 갈가리 찢겨질 종잇장 같은 방어선이었다.

세븐 킹덤 기마병의 돌격 속도를 감안하면 제때 밀집된 방어선을 구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병사들은 도살당할 것이다.

순간적으로 대대 전체의 전멸이라는 암담한 문구가 데커드의 머릿속을 스쳤다.


"대대장님! 저길 보십시오!"


그 때 갑자기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혼란에 빠진 병사들이 갑자기 조직적으로 한 점으로 집결하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명령이 전달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리는지 잘 알고 있는 데커드에게 그 광경은 불가해한 것이었다.


"유진?"


그리고 그 움직임의 중심에, 말을 타고 모래톱을 달리는 기수 하나가 있었다.

병사용 갑옷을 입고 질주하는 그 사내는 데커드가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제국군! 제국군! 모두 흩어지지 말고 나를 따르라!"


유진의 말이 전속력으로 달릴 때마다 강변에 흩어져있던 제국군 병사들이 그를 향해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기병대가 돌격해옴에도 공포를 이기고 모이는 거북 대형의 방진.


데커드의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기적이 벌어지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옆의 참모가 묻자 데커드가 소리를 질렀다.


"어쩌긴 뭘 어째! 당장 전 병력을 저쪽으로 보내!"


세븐킹덤 기마대는 이미 강을 거의 다 건넜다.

충돌까지는 채 1분도 남지 않은 상태.


1초가 흐를 때마다 데커드의 입술이 바싹 말라갔다.


'제발,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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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가 막내아들은 전쟁천재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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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공격이냐 방어냐 NEW 13시간 전 42 1 14쪽
11 유진 중대 24.09.18 72 4 15쪽
10 칼라드린 여울목의 전투 (3) 24.09.17 84 4 14쪽
9 칼라드린 여울목의 전투 (2) 24.09.16 92 5 13쪽
» 칼라드린 여울목의 전투 (1) 24.09.15 95 4 13쪽
7 이스크라 연대 24.09.14 95 4 15쪽
6 성인식 (5) 24.09.13 110 4 15쪽
5 성인식 (4) 24.09.12 119 4 16쪽
4 성인식 (3) 24.09.11 115 4 15쪽
3 성인식 (2) 24.09.10 124 5 15쪽
2 성인식 (1) 24.09.09 136 5 15쪽
1 제국이 멸망했다. 24.09.09 185 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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