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작가 막내아들은 전쟁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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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빈翰彬
그림/삽화
AI
작품등록일 :
2024.08.20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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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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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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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성인식 (4)

DUMMY


진검 대련으로 에드윈을 지목하겠다는 유진의 선언에 저택은 얼어붙었다.

성인식 대련에서 후견인이자 보호자를 지목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하지만 그 동안 유진의 사정을 알음알음 알던 사람들의 눈에는 다르게 보였다.


'그 동안 에드윈이 좀 많이 해먹긴 했지.'

'이안이 남긴 재산의 80%는 다 빌레르흐 가문으로 들어갔을걸?'


이안 보르죠이가 전사한 것이 유진의 나이 세 살 때고, 유진의 어머니 카린이 저택을 떠나 세븐킹덤으로 합류한 게 유진의 나이 여덟 살 때다. 여덟 살 이후로 유진에게는 그를 돌봐줄 부모가 없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처음 에드윈 빌레르흐가 유진의 후견인이 되겠다고 나섰을 때는 오히려 가문의 많은 사람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했다.


빌레르흐 가문은 오랜 세월 동안 보르죠이 가문에 충성했을 뿐만 아니라 에드윈은 생전 이안의 절친한 친우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고결한 기사로 알려졌던 에드윈이기에 심약한 유진을 잘 키워낼 거라는 기대도 있었다.

안타깝게도 에드윈의 도덕관념이나 친구에 대한 의리는 돈 앞에서 종잇조각이나 다름없다는 것이 알려지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에드윈은 이안과 카린이 남겨 놓은 재산을 무자비하게 처분하기 시작했고, 그들 중 대부분은 빌레르흐 가문에 헐값으로 팔려나갔다.

보르죠이 가문이 왜 그걸 눈 뜨고 보고만 있었냐고?


에드윈은 기꺼이 이안의 재산을 빌헬름과 카를, 마리에게 베풀었다.

보르죠이 가문은 침묵했다.

그렇게 무언의 결탁 아래 이안의 재산은 갈가리 찢겨나갔다.


어린 유진은 집안의 가세가 무너지는 것을 알았지만 어떤 수단도 쓸 수 없었다.

이미 법적인 보호와 권리는 에드윈에게 위임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를 구원해 줄 유일한 존재인 할아버지 또한 유진에게 무심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성인이 될 때까지 참고 기다린 게 지금이다.


"나는··· 너의 보호자인데······."

"후견인이라면 응당 피후견인이 잘 컸는지 확인해야 하죠. 아들처럼 아껴주셨으니 장성한 모습으로 보답하려 합니다."


에드윈이 말을 더듬거렸지만 유진의 눈빛은 차가웠다.


"설마, 명예로운 북부의 전통을 저버리실 겁니까?"


에드윈이 한때 이안 곁에서 싸울 정도로 뛰어난 기사였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가 이안의 재산을 빼내는 데 지난 세월을 사용하는 동안 그의 손아귀에 뭉쳐 있던 굳은살은 점차 사라졌고, 탄탄했던 근육은 이제 비계만이 남았다.

특히 방금 오토를 꺾으면서 보여준 유진의 무예는 결코 유진이 만만하지 않다는 걸 보여줬다.


"대, 대공 전하······."


에드윈이 레온을 바라보았지만 레온의 표정은 묵묵부답이었다.

한참을 응시하다 보르죠이 대공이 입을 열었다.


"성인식의 전통은 존중되어야 한다. 에드윈은 준비하라."


에드윈의 얼굴에서 핏기가 사라졌다.


"공작님!"


"대신."


공작이 손을 들어 말을 제지했다.


"이미 유진이 전사로서 충분한 자격을 입증했다는 에드윈의 말 역시 틀린 게 아니다. 따라서 이번 진검 대련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공작이 유진을 돌아보았다.


너가 진정으로 이안의 아들이라면,

이것도 증명할 수 있겠느냐?


"북부의 전사들은 또한 숙련된 기수이기도 하다. 만일 유진이 마상(馬上) 대련으로 진행한다는 걸 수락한다면 진행하도록 하라."


"마상 전투?"

"말 위에서 진검 대련이라고?"


다시 에드윈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유진은 다섯 살 때 레온이 선물해 준 말을 억지로 타다가 낙마한 이후 말에 가까이 다가가기는커녕 말 울음소리만 들려도 무서워했다.

그 사건은 유진에게서 이안의 모습을 기대했던 많은 북부 사람들이 아직도 이야기하는 가십거리다.

또한 십 년 넘게 지켜본 에드윈이 똑똑히 확인한 사실이기도 했다.


반대로 에드윈은 기사 출신.

비록 칼을 놓은 지는 꽤 됐지만 마상 시합에 있어서만큼은 수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다.

공마증(恐馬症)을 보이는 유진이 감당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빌레르흐 가문의 에드윈, 대련을 수락하겠나?"

"하겠습니다. 공작 전하. 하하하, 피후견인이 성인이 되었는데, 응당 보호자인 제가 봐줘야죠."


진검이 꺼림칙하긴 하지만 마상 전투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서로 상대의 말을 발로 차는 건 예사에 무기술과 승마술이 합쳐진 고도의 기예.

감히 자신에게 도전한 유진에게 본때를 보여줄 기회다.


보르죠이가 유진을 응시했다.


"유진. 너는 어떠냐."


"물론입니다."


"후회하지 않겠지."


"네."


"무리라면 여기서 멈춰도 좋다."


"아니요. 모두가 있는 곳 앞에서 정정당당하게 대련하고 싶습니다."


보르죠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진행하도록."


*


유진의 성인식에 온 귀빈들이 전부 후원으로 나갔다.

귀부인들은 모든 꽃나무들이 뽑혀 버린 후원의 풍경에 수군거렸지만 북부의 귀족들은 별 감흥이 없는 모습이었다.

남자들은 꽃과 풀과 나무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남자들의 관심을 끄는 건 역시 정 중앙의 광경.

두 마리의 말과 그 위에 올라탄 두 명의 기사.


성년식 대련.

어제까지 후견인과 피후견인으로 얽혀 있었던 것 치고는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살벌하다.

말이 대련이지 사실상 결투 신청이나 다름없다.


"누가 이길 것 같은가?"


레이먼드가 옆에 있던 이본 소령에게 물었다.


"아무리 에드윈이 칼을 놓았다지만 군대에서 십 년을 넘게 굴렀습니다. 혼자서는 마상 전투를 배울 수 없다는 걸 잘 아시잖습니까?"


"흠······."


레이먼드가 수염을 쓰다듬었다. 왠지 모르게 레이먼드의 직감은 유진 쪽을 가리켰기 때문이다.


"내기하시겠습니까?"


갑자기 옆에서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돌아본 자리에는 타이슈센이 의수를 반짝이며 웃고 있었다.


"타이슈센 씨."


"저는 유진 공자에게 금화 다섯 닢을 걸지요. 응하시겠습니까?"


"허허, 군인 월급을 알면서 왜 그러십니까."


이본 소령이 슬쩍 뒤로 물러났다. 이번엔 타이슈센의 눈빛이 레이먼드를 향했다.

레이먼드가 웃었다.


"나는 돈은 있지만 같은 쪽이라네."


레이먼드와 타이슈센이 슬쩍 눈빛을 교환했다. 유진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들이 갖는 공감의 눈빛이 둘 사이에 빠르게 스쳐갔다.


"허허, 다들 왜 이렇게 확신을 가지시는지 원······."


레이먼드, 이본, 타이슈센이 이야기하는 사이 결투를 앞둔 에드윈과 유진 사이에는 불꽃이 튀고 있었다.


*


"오늘 날 죽이려고 며칠 동안 골머리를 썩혔겠구나. 그래, 나름 인상적이었다. 잠시나마 등골이 서늘했어."


유진은 그저 에드윈을 노려보았다. 하지만 에드윈의 입은 멈출 줄 몰랐다.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게 언제나 그렇게 생각대로만 되는 게 아니다. 그걸 배우는 게 성년이 되는 과정이란다. 그걸 모르면 영원히 애새끼인 거고."


"야, 에드윈."


"뭐? 이게 감히 보호자에게······."


"그동안 내 재산 먹느라 배가 얼마나 불렀으면, 갑옷 단추가 채워지질 않냐?"


유진이 검집으로 에드윈의 배를 가리켰다.


에드윈은 급하게 결투를 준비하느라 예전에 입던 갑옷을 착용할 수밖에 없었고, 갑옷 사이에선 흉한 뱃살이 튀어나와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귀부인들이 킥킥거렸다.


에드윈의 귀가 새빨개졌다.


"교육을 못 받아서 그런가 새끼가 말이 짧네. 팔 한 쪽 날아가 봐야 좀 고분고분해지려나?"


"넌 지금이라도 팔 하나를 자르지 않으면 말이 무거워서 쓰러져."


"이런 씨발 허여멀건 죽 같은 새끼가!"


에드윈이 참지 못하고 욕설을 내뱉었다.


"넌 내가 팔 한 쪽은 반드시 날린다. 턱도 아작내서 남은 인생 동안 죽만 먹게 해 주마."


"죽?"


"그래. 어른이 이 정도는 가르침을 내려 줘야지."


"넌 비유도 먹는 것밖에 못 하나?"


유진이 허공에 칼을 몇 번 휘둘렀다. 아까는 하체의 힘으로 땅을 박차며 검의 파괴력을 만들었지만 지금은 말의 속도와 팔의 궤적만으로 긋고 지나가야 한다.


붕-붕-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유진이 말했다.


"넌 지금부터 말을 신중하게 하는 게 좋을 거다."


"뭐?"


"어떤 게 네 유언이 될 지 모르니까."


"이런 개 좆 같은 새끼!"


"그만. 이제 시작해라!"


공작의 말에 서로를 맹렬하게 응시하던 둘이 자리로 돌아갔다.


-척!

-척!


두 기사가 바이저를 내렸다.


*


보르죠이 대공은 말에 올라탄 유진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분명히 말에 올라타기는커녕 말 소리만 들려도 비명을 지르던 손자였다.

하지만 지금은 말에 올라타 결투를 준비하고 있다.

그렇게 되기까지 얼마나 노력했을까?


'마음을 주어선 안된다.'


레온은 다시 한 번 스스로를 가다듬었다.

손자의 얼굴에 아들의 잔상을 겹쳐본 것도, 오랜만에 만난 손자의 장성한 모습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을 뿐이다.

그는 어디까지나 철혈의 통치자.

모든 것을 냉정하게 평가하는 군주여야 한다.


하지만 보르죠이는 모르고 있었다.


그가 가장 아끼던 아들의 자식이,

장성하여 모두가 원하던 공격성을 드러내고,

마침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났을 때,

어떻게 그것에 감동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


시작은 에드윈이었다.


"이럇!"


에드윈이 발로 말의 옆구리를 박차며 돌진했다.


다가닥, 다가닥, 두둥, 두둥!


에드윈이 탄 흑마가 천천히 움직이다가 순식간에 그 속도를 높였다. 흑마의 근육이 강렬하게 수축하고 팽창하며 그의 주인을 맹렬하게 전진시켰다.

에드윈은 말 위에서 한 손으로 고삐를 쥐고 검으로 유진의 어께를 겨냥해 휘둘렀다.


쉭! 공기가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하지만 유진은 에드윈이 돌진하는 것을 보고도 움직이지 않았다. 고속의 충돌 직전, 유진은 말을 살짝 돌리며 약간 옆으로 피했다.

에드윈의 검이 공기를 찢으며 뱀처럼 날아들었지만 유진은 날카롭게 몸을 비틀어 검격을 막아냈다.


카캉!


그 모습을 본 군터와 하인들이 속삭였다.


"유진 공자님이 제법인데요?"

"당연하지. 연무장에서 마상술도 같이 연마하셨으니."


사실 유진의 공마증은 치료된 게 아니었다. 그냥 없는 것이다.

이전의 유진이라면 마상 전투는커녕 말에도 올라가기 벅찼을 터.

하지만 그 안에 있는 것은 콜테인.

말 위에서 수도 없는 전투를 치룬 전사다.


고속의 충돌이 계속되고 양측은 두 다리로 말을 고정한 채 팔로만 치열하게 검격을 교환했다.


캉! 캉! 캉!


충격이 양쪽 기사 모두의 팔에 전달되며 격렬한 긴장감이 주변에 전달된다.


하지만 당황한 건 에드윈 쪽이다.


어째서, 이렇게 능숙하게 마상 공격을 막는 거지? 분명히 말을 못 타는 놈 아니었나?


에드윈이 이를 악물고 공격을 퍼부었다. 기세에서 밀리면 끝장이다. 유진이 능숙하게 받아낼 때마다 조금씩 숨이 턱턱 막혀오는 것 같았지만 이 공격의 고삐가 늦춰지는 순간 뭐라 말하기 끔찍한 일이 벌어질 것 같다는 예감이 점차 에드윈을 감쌌다.


무엇보다 에드윈은 점점 숨을 헐떡거리는 반면 유진은 재차 칼이 번쩍거리는데도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것이 에드윈을 조급하게 만들었다.


"이잇!"


에드윈이 유진의 말을 걷어차려 발을 치켜들었다. 상대의 말을 놀라게 해 검격을 흐트러트리려는 마상 전투의 오래된 기술.

하지만 유진은 에드윈이 발을 드는 걸 보자마자 바로 능숙하게 왼발로 말의 배를 걷어찼다.


-히히힝!


유진의 백마가 원호를 그리며 능숙하게 옆걸음으로 빠져나갔다.

그 바람에 에드윈의 못이 박힌 발이 허공을 갈랐다.

기가 막힌 거리 조절 솜씨에 관중들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신기에 가까운 마상술이야!"

"말과 거의 한 몸이나 마찬가진데!"


무리한 공격은 곧 방어의 허점을 부른다.

이번에는 유진의 검이 흐트러진 에드윈의 무게중심을 정확히 찔러왔다.

에드윈이 막을 수 없는 궤적이다.


부-웅!


허리를 일도양단할 것 같은 횡베기!

에드윈은 칼날에 저도 모르게 몸을 데구르르 굴렀다.

말이 비명을 질렀고, 등자에 발이 걸린 에드윈이 말 옆으로 대롱대롱 걸렸다.


-히히히힝!

"으아아악!"


그걸 가만히 두고 볼 유진이 아니다.

이번엔 고삐를 짧게 잡고 리어링(Rearing, 말의 앞발을 들고 일어서는 동작)을 능숙하게 선보였다.

유진의 백마가 크게 몸을 일으켰다가 다시 떨어지며 앞발로 에드윈의 가슴을 걷어찼다.


"으헉!"


말의 앞발은 살아있는 둔기나 마찬가지다.

가슴팍을 채인 에드윈이 숨을 컥 토하며 땅에 쓰러졌다.


유진은 능숙하게 말을 한 바퀴 달리고는 에드윈 앞에 착, 하고 내려앉았다.


"사, 살려······."


에드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진의 발차기가 에드윈의 턱을 날려버렸다. 쇠징이 박힌 철화다. 에드윈의 투구가 쨍그렁 하고 땅바닥을 굴렀다.

입술이 온통 터진 에드윈의 얼굴이 드러났다.


단칼에 끝내기는 아깝지.


유진이 칼을 집어던졌다.


-쨍그랑!


그러고는 에드윈에게 달려들었다.

쓰러진 에드윈의 배 윗부분을 깔고 풀 마운트 포지션을 잡았다.

유진의 주먹에서 철로 된 건틀릿이 육중한 빛을 발했다.


"이 도둑놈의 새끼야."


-콰득!


그대로 유진의 주먹이 에드윈의 콧잔등을 찍어버렸다.

그 잔혹한 광경에 귀부인들이 눈을 질끈 감았다.


"훔칠 게 없어서 친구 아들놈의 걸 훔쳐?"


이번엔 두 손을 한 번에 들어 올린 뒤 한 번에 눈을 향해 내리찍었다.

무언가 과즙이 터지는 소리가 났다.


"이미 승부는 났소! 너무 잔인한 것 아닌가!"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는 빌레르흐 가문 쪽에서 화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들 가문의 사람이 성년식 대련에 불려와 죽지도 못한 꼴을 당했으니 말이다.


"뭐라고?"


유진이 핏발이 선 채 그들을 돌아보았다.

몸에서 치솟는 살기.

빌레르흐 가문 사람이 유진의 눈을 피했다.


"장물아비 새끼들이 말이 많네."


-퍽! 퍽! 퍽!


유진이 오른손으로 에드윈의 얼굴을 계속해서 내리찍기 시작했다.

처음엔 코, 광대가 함몰되다가 점차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피가 튀겼다.

얼굴이 원래 튀어나와 있던 만큼 들어간 뒤에야 유진의 난타가 끝났다.


"헉, 헉, 헉."


유진이 피웅덩이 속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너무나도 끔찍한 광경에 후원에 있던 모두가 말을 잃었다.


"너희들도 기다려라. 내가 대가를 받으러 갈 테니."


유진이 말하는 '대가'.

과거 이안의 재산이 누구에게 흘러갔는지 아는 사람들이 눈을 빛내기 시작했다.

빌레르흐 가문 사람들은 그 기색을 깨닫고 무서움에 몸서리쳤다.


또한 예전 유진의 모습을 기억하던 자들은 전부 그를 다시 보았다.

오늘 유진은 자신이 한 사람의 전사일 뿐 아니라 이안 집안의 가장이 될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유진을 비범한 부모 아래에 태어난 못난이 아들로만 기억하고 있던 사람들은 그 동안 자신들이 얼마나 큰 착각을 하고 있는지 깨달았다.


"유진 보르죠이의 성인식은 이것으로 끝났다. 축하 연회는······ 필요 없겠군."


보르죠이 대공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정리하듯 선포했다.

귀족들이 수군거리며 옷 매무새를 매만졌다.


원래는 행사가 끝나고 화려한 연회가 진행되야 했지만 오늘이 그럴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동의하는 바였다.

하지만 유혈이 낭자했던 오늘의 성인식은 앞으로 북부 귀족들 사이에서 계속해서 회자될 것이다.


무엇보다 핏기가 사라진 건 빌헬름과 카를, 마리다.

에드윈의 공범자들일 뿐더러 방금 유진의 선전포고에 자신들도 포함되어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유진은 나를 따라오너라."


보르죠이의 말을 들으며 유진은 입꼬리를 올렸다.

자, 이제 뭐라고 말하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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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유진 중대 NEW 22시간 전 46 4 15쪽
10 칼라드린 여울목의 전투 (3) 24.09.17 62 4 14쪽
9 칼라드린 여울목의 전투 (2) 24.09.16 72 5 13쪽
8 칼라드린 여울목의 전투 (1) 24.09.15 75 4 13쪽
7 이스크라 연대 24.09.14 76 4 15쪽
6 성인식 (5) 24.09.13 93 4 15쪽
» 성인식 (4) 24.09.12 100 4 16쪽
4 성인식 (3) 24.09.11 97 4 15쪽
3 성인식 (2) 24.09.10 107 5 15쪽
2 성인식 (1) 24.09.09 117 5 15쪽
1 제국이 멸망했다. 24.09.09 157 8 1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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