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한 망나니가 검거를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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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니훗
작품등록일 :
2024.08.20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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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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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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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7. 난봉꾼 (2)

DUMMY

“차 순경! 어쩌자고 그런 내기를 해요! 지면 뭐라고 했더라? 옷 벗고 나체쇼?”

“아하하, 뭐 그렇게 됐습니다. 그래도 선배님한테는 피해 안 가게 할게요.”

“지금 그걸 말하는 게 아니잖아요! 이재민이 저래 봬도 형사 출신이라 우리가 불리하단 말예요!”


자리를 옮겨 병원 매점에서 커피를 마시는데, 정민지가 내게 설교하듯 이야기했다.

그런데 여유 만만한 내 태도가 답답했는지, 탁자를 내리치고 방방 뛰기까지 했다.


“실은 선배 기 좀 살려 주려고 그랬습니다.”

“마음은 알겠는데, 누가 그러라고 했어요?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 건데요!”

“음, 쓰레기는 쓰레기처럼 대하면 되지 않을까요?”

“말장난 그만하고!”


정민지가 정색하며 나를 째려보았다.

어, 이거 경험상 등짝 스매싱 날아오기 직전인데···.

그녀의 손맛이 얼마나 매웠는지 기억해 낸 나는 일단 불쌍한 척이라도 해 보기로 했다.


“장난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선배님! 꼭 이겨 주세요. 저 아무 데서나 옷 벗는 놈 아니란 말입니다.”


정민지는 두 손을 머리에 갖다 댔다.

이재민 하나도 감당하기 힘든데, 후배까지 저러니 두통이 올만도 했다.

잠시 고민하는 듯하다가 후 하고 한숨까지 내쉬었다.


“좀 진정하고, 커피부터 마저 드세요.”

“커피는 무슨···. 지금 여유 부릴 때가 아니라고욧!”

“선배, 자꾸 그러시면 후배 기죽습니다. 그보다 이것 좀 보시겠어요?”


나는 민지에게 메모지 한 장을 건넸다.


“용의자 인적 사항입니다. 이름은 한용석.”

“어? 놀고만 있는 줄 알았는데··· 이건 어디서 알아 왔어요?”

“조금 전 원무과에서 알아냈죠. 선배님께서 저기 의자에 앉아 머리 쥐어뜯고 있을 때 다녀왔어요. 어때요? 이제 좀 예쁜 후배 같나요?”

“이익!”


정민지는 내게 뭔가 한 소리 하려다 억누르고, 곧이어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결국 이재민과 자신의 관계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으니까.

실제로는 내가 이재민을 자극한 거였지만, 보아하니 자기 탓이라고 생각한 모양이다.


“그럼 선배님 때문에라도, 슬슬 움직여볼까요?”

“뭘 나 때문이에요! 나체쇼 하기 싫으면 빨리 움직이라고요!”


하긴 정민지를 놀리는 건 이쯤 하고, 나 역시 나체가 되는 건 사양이니 본격적으로 수사를 시작해야겠다.

한용석이 훔친 건 50만 원짜리 구찌 지갑과 안에 있는 현금 몇 장.

잡범에 불과했지만, 사는 곳이 일정하지 않아 찾기가 어려운 놈이다.

과거 권시후도 꼬박 하루 동안 돌아다녀서 잡았다고 들었다.


내가 순찰차로 가려고 하자, 정민지가 소리쳤다.


“어디 가요? 일단 주변 탐문부터 해야죠!”


이 뙤약볕에 돌아다니자는 말이었다.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그런 아날로그 수사를 생각하다니, 그래선 만수지구대 듀오를 이길 수 없다고.


“선배, 저만 믿으세요. 제게 다 방법이 있습니다. 이재민처럼 해서 언제 잡아요. 이 날씨에 개고생만 하지. 아오, 더워라. 안 타시면 저 혼자 갑니다?”

“하, 이 개망나니가 진짜.”


조금만 기다리면 큰 선물이 주어진다는 것도 모르고 화만 내다니, 정민지도 아직 멀었다.


순찰차에 타자, 정민지는 잔뜩 무게를 잡았다.


“차 순경. 솔직히 말할게요.”

“왜 무섭게 갑자기 분위기를 잡으세요···?”

“능력 없는 선배라 미안해요.”

“무슨 말인지 전 잘 모르겠는데요?”

“나 사실은 수사 부서에서 일해 본 경험이 없어서 절도범 잡는 데 하나도 도움이 안 될 거예요. 괜히 후배를 곤경에 빠뜨린 것 같아 마음이 좀 그러네요.”


이건 나도 경험에 본 적 없는 상황이었기에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다른 선배라면 이런 말 안 했을 텐데···.

정민지의 솔직한 고백에 마음이 짠해졌다.


“선배님. 반드시 우리가 먼저 잡을 겁니다. 그리고 저는 이런 극적인 상황을 좋아합니다. 악운에 강하다고 할까요? 그러니 선배님께서 전혀 미안해하실 필요 없어요.”


이런 상황을 좋아한다니, 이번에 들어온 후배가 미친놈이 틀림없다는 눈으로 정민지는 나를 보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꺄하하, 하고 웃기 시작했다.


이거 괜찮은 건가?

딱 봐도 조울증 증세 같은데···.


어쩌면 미친 건 내가 아니라 정민지였을지도 모른다.


“어디 가려는지 모르겠는데 일단 가 봐요. 그런데 내가 후배를 데리고 다니는지 선배를 모시고 다니는지 모르겠네. 차 순경 실력이야 전에 본 게 있으니 믿어 보죠.”

“넵, 감사합니다! 여차하면 발가벗고 저기 서 있으면 되죠. 아, 양말은 신으랬죠.”


그러자 정민지가 혐오스럽다는 얼굴을 했다.

나체인 나를 상상한 게 틀림없었다.


‘그나저나 현재 놈이 있을 만한 곳이···.’


한용석의 은신처는 강력팀에 있을 때, 보았던 적이 있어 모두 꿰고 있었다.

그는 주로 고시원, 고시텔, 모텔을 전전긍긍해 왔다.


지금은 2012년.

그가 사는 곳이 어딘지 기억이 났다.


***


잠시 후 도착한 곳은 모 상가 건물.


“여긴··· 상가? 여긴 왜요?”

“아마 그 절도범 여기 살고 있을 거예요.”

“뜬금없이 상가에 오더니, 절도범이 여기 산다고요? 확실해요?”

“뭐, 100%는 아니지만··· 밑져야 본전이잖아요. 속는 셈 치고 한번 확인해 보자는 말이죠. 이를테면 저기 위쪽을···.”


정민지는 내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고시텔?”


그녀가 보았듯 여기 상가는 8층과 9층이 고시텔이었다.


“실례합니다. 혹시 여기 한용석이라는 사람 살고 있습니까?”

“경찰 분들이 여긴 어쩐 일로···?”

“아, 여기에 절도사건 용의자가 있다는 제보가 있어서요.”

“자,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한번 확인해 보고 말씀드릴게요.”


곧이어 고시텔 관리자로부터 한용석이 810호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자, 정민지는 내게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차 순경 신임 아니죠, 그죠? 분명 한두 번 해 본 솜씨가 아닌데···.”

“그게···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보통 이렇게 하더라고요, 하하하. 것보다 빨리 범인 잡으러 가시죠!”


정민지가 나에 대한 의심을 시작하자, 그녀를 재촉하여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810호 앞에 서 보니, 안에서 TV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정민지를 향해 씩 미소 지으며 노크했다.


똑똑.


“누구세요?”

“한용석 씨 사는 곳 맞나요?”

“그런데요.”


정민지가 놀라서 두 손을 입에 갖다 댔다.

진짜 범인이 있을 줄 몰랐나 보다.

그리고 그녀가 소리 지를 뻔한 걸 가까스로 내가 말렸다.


“경찰입니다. 잠깐 얼굴 좀 볼까요?”


삐걱.


문이 열리고 흰색 나시를 입은 50대 중반에 마른 남자가 나왔다.

좁아터진 방에서 얼마나 담배를 피웠는지, 잠깐 열었다 닫았는데도 악취가 밀려 나왔다.

정민지는 강렬한 냄새를 참기 힘들었는지 손으로 코를 잡았다.


“경찰이 무슨 일로?”


나는 우선 한용석을 떠보기로 했다.


“무슨 일로 왔는지 한용석 씨가 잘 알지 않나요?”

“전혀요. 저 오늘 퇴원했거든요. 별일 아니라면, 이만 들어가 보겠습니다. 제가 아직 몸이 덜 나아서요.”


두근, 두근.


묘한 희열과 함께, 한용석의 반응이 느껴졌다.


《설마 경찰이 눈치채고 온 건가?》


한용석은 경찰의 갑작스런 방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자신의 앞에 선 초짜 경찰들을 보자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젊은 지구대 경찰을 다루는 것은 그에게 그리 어렵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이 눈앞의 젊은 경찰들에게 강하게 나가기로 했다.


“대낮부터 지구대 경찰이 남의 집을 찾아오고 그래도 됩니까?”


하고 까칠하게 말하고는 마지막 몇 마디는 들릴락 말락 흘렸다.


“순경 새끼가 재수 없게···.”


‘한용석··· 아주 경찰을 우습게 보는군. 당신은 기를 한번 꺾어 줄 필요가 있겠어.’


내가 죽기 전까지도 한용석은 나쁜 손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자주 경찰서로 잡혀 오곤 했다.

그런데 그때의 그는 한눈에 봐도 건강이 좋아 보이지 않았다.

복수가 심하게 차서 배가 기형적으로 나와 있었다.


만약 내가 죽지 않았다면 어디선가 한용석이 죽었다는 소식을 풍문으로 들었겠지.

그나마 지금의 한용석은 건강해 보였다.


‘아직 건강해서 다행이네. 그래야 안심하고 당신을 추궁할 수 있으니까.’


“오늘 서구병원 706호에서 퇴원했죠?”

“그런데요?”

“옆자리 환자 기억해요?”

“옆자리 환자라···. 아~ 김 씨! 김 씨라면 저와 친했죠.”

“네, 그 김 씨 아저씨 지갑을 누가 훔쳐 갔다고 신고가 들어와서요. 혹시 누가 그랬는지 알고 있나요?”

“그 친구도 칠칠치 못하긴. 어디 다른 데서 잃어버린 거 아니요?”


이제는 몇 번 들었다고 익숙해진 상대방의 본심이 들려왔다.


《누구긴 누구야, 퇴원하기 전에 내가 먼저 슬쩍 했지.》


“제보자 분은 누가 훔쳐 간 것이 분명하다고 해서요. 정말 누군지 모르세요?”

“나야 모르죠. 그걸 나한테 왜 물어봐요!”


《내 방 안에 잘 모셔 놨지.》


까칠하게 뱉은 말과 내 머릿속에서 메아리치는 한용석의 말은 전혀 달랐다.


“왜 화를 내세요~ 아니면 아닌 거지. 뭐 찔리는 거라도 있으신가? 구찌 지갑이라던데, 정말 본 적 없어요?”

“아, 글쎄 모른다니까! 진짜로 본 적 없어요!”


《서랍 두 번째 칸에 있는데, 빨리 버려야겠어.》


치부를 들켜서 그랬을까, 한용석은 언짢다는 투로 계속 언성을 높였다.


나는 잠시 한용석에 대한 기억을 떠올려 봤다.


보통 그를 검거했을 때, 신고받은 건 외에 여죄까지 2, 3건 넘게 찾곤 했다.

그러니 분명 이번에도 드러나지 않은 혐의가 더 많을 것이다.


“지금부터 제 말, 잘 들으세요. 기회는 단 한 번만 드리겠습니다.”


그러자 내 분위기가 바뀐 걸, 인지한 건지 한용석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한용석 씨를 용의자로 지목한 절도사건 제보가 있습니다. 다른 데서 물건 훔친 거 있죠?”


흠칫.


놀란 그가 애써 표정을 감추려 했다.

그러나 눈알을 굴리다, 두 눈이 정민지와 딱 마주쳤다.


“힉!”


정민지가 째려보자 화들짝 놀라 다시 나에게로 눈을 돌렸다.


“아뇨. 없어요. 내, 내가 어디서 훔쳤다는 증거 있어요?”


‘증거라면 지금부터 네가 메아리치는 말에 달려 있겠지.’


그 순간, 다시 한용석의 본심이 들려왔다.


《내가 뭘 훔쳤는지 나도 잘 몰라. 너무 많단 말이야!》


“그렇게 발뺌하셔도 소용없습니다. 제보받은 것만 해도 한두 개가 아니에요!”


내 거짓말이 효과가 있었는지, 한용석 입술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지 모르겠어요.”


《대체 어떤 사건이지? 내 기억으로는 최근 한 달 사이 10건인데, 혹시 OO 고시원 핸드폰이랑 OO 술집에서 지갑 가져온 거 말하는 건가?》


잠시 후, 내 입에서 나온 말에 한용석이 기겁하기 시작했다.


“OO 고시원 핸드폰!”

“히익!”

“OO 술집에서 가져간 지갑!”

“히이익!”

“최근 한 달 사이 들어온 제보만 해도 10건이 넘어요. 하나씩 조목조목 털어드리고 긴급 체포라도 할까요?”


수갑을 꺼내 오른손 검지에 걸어 보였다.

중력에 의해 수갑 한쪽이 아래로 내려가며 찰랑, 경쾌한 소리가 났다.


“긴급 체포라니요!”

“그러니까 어서 지갑 가져오세요. 협조만 잘해 주시면 다른 건 눈 감아 드릴 수도 있습니다.”


솔직하게 나는 매사에 정의를 부르짖는 경찰은 아니다.

그렇기에 굳이 신고되지 않은 사건까지 수사할 생각은 없었다.

지금은 이재민을 꺾어 버리는 게 나에겐 더 중요했다.


한용석이 다시 눈알을 굴렸다.

딱 봐도 상당한 고민을 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고민을 끝낼 마지막 말을 해야겠지.


“서랍 두 번째 칸에 지갑 있죠?”


내가 언급한 서랍이란 말에 크게 당황한 한용석.

정민지 역시 놀랐는지 나를 묘하게 쳐다보았다.


“당신들, 내 방에 들어온 거야?”

“그게 중요한 게 아닐 텐데요. 그러니까 시간 그만 끌고 가서 지갑 가져오세요. 수갑 채우기 전에.”


이를 갈며 말하자, 잔뜩 쫄았는지 한용철은 마른침을 삼키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조용히 방으로 들어가서, 머리를 긁적거리며 나왔다.


손에는 금색 구찌 로고가 박힌 지갑이 들려 있었다.


“그··· 안에 있던 현금만 좀 썼습니다. 헤헷. 아까 말한 약속은 지켜 주실 거죠?”

“약속이라니··· 아, 다른 물건 훔친 거요?”

“쉿! 조용히 해 주세요! 다 듣겠어요.”


한용석이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어느새 공손해진 말투로 내게 사정했다.


“뭐, 약속은 약속이니 지켜 드리죠. 일단 지구대로 갑시다. 간단한 조사만 하고 보내 드릴 테니.”


나는 먼저 입구로 걸어가다, 문득 무언가 생각나 뒤를 돌았다.


“아, 한용석 씨.”

“예?”

“앞으로 건강 관리 꼭 하셔야 합니다. 아셨죠?”

“네? 건강이요?”


훗날 건강이 좋지 않아 힘들어했던 한용석이 생각나서였다.

그가 범법자이긴 했지만, 도의적인 차원에서 경고하듯 이야기해 주었다.

사실 그냥 말하지 않고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왜인지 마음 한구석이 편치 않았기 때문이다.

내 말을 듣고 앞으로 그가 건강을 챙길지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


한편, 백홍철은 절도범을 검거했다는 소식에 잔뜩 들떠 있었다.


“이번에도 차현성이랑 정민지가 잡은 거야? 이놈들 물건이네, 물건!”

“별거 아닙니다. 팀장님.”

“나는 말이야. 솔직히 네가 이상한 놈인 줄 알았거든. 근데 내가 오해한 것 같구나!”


죽었다 깨어나 보면 내 맘을 이해할 수 있을 텐데···.

그러나 말해 봤자 믿어 주지도 않을 것 같고, 설명하기도 힘들었기에 그저 아쉬울 뿐이다.


“차 순경. 정말 대단했다니까요? 뜬금없이 고시텔에 가자더니, 범인한테 ‘어서 지갑 가져와요!’ 막 이렇게 하니까 들고 오는 거예요.”


정민지는 내 말투까지 흉내 내며 사람들에게 내 활약상을 칭찬했다.


“근데 차 순경, 나 궁금한 게 있어요. 저 사람 여죄 많은 건 어떻게 알았어요? 마음을 읽기라도 하셨나?”

“윽! 마음을 읽다니! 제가 무슨 초능력자도 아니고···.”


정곡을 찌르는 말에 뜨끔했지만 설명해도 믿지 못할 게 분명할 터, 구태여 구구절절 말할 필요는 없었다.


그때 정민지가 안도하는 표정으로 가슴을 쓸어내리며 말했다.


“휴~ 나체쇼는 하게 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선배,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저는 지는 싸움은 하지 않습니다.”

“아 진짜 재수 없어! 사람이 겸손할 줄 모르네.”


정민지가 툴툴거리며 의자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며 말했다.


“현장에선 차 순경이 고생했으니, 절도사건 서류는 내가 만들게요.”

“그럼 부탁하겠습니다, 선배님.”


담배를 피우러 자리에서 일어나자, 정민지가 팔을 잡아당긴다.


“어딜 가려고요? 옆에 앉아서 지켜보란 말예요. 선배한테 서류 작성하는 거 배워야죠.”


수사 서류 작성은 내가 전문가인데.

굼벵이 앞에서 주름잡는 것도 아니고, 누구 앞에서 업무를 알려 준다는 거야.


하지만 지금 나는 신임 순경이었다.

그것도 한 달이 안 된 초짜 중 초짜.

욕먹기 싫으면 배우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그렇게 나를 붙잡은 정민지가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때마침 기다리던 손님이 찾아왔다.

권시후 경위, 이 애송이 자식.

얼굴이 벌건 게, 한용석을 탐문하느라 고생 좀 한 모양이다.


“범인 어떻게 잡은 겁니까?”

“운이 좋았습니다.”

“운이라··· 나도 여기저기 뒤지고 다녔는데.”

“그건 그렇고 이재민 경장은 어디 있어요? 할 얘기가 아주 많은데.”


권시후가 지구대 밖에 주차된 순찰차를 가리켰다.


“아하, 제보 감사합니다.”


드디어 이재민의 기를 죽일 수 있는 순간이 왔다.

나는 씩 하고 웃으며 밖에 주차된 만수지구대 51호 순찰차를 향해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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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 킹스맨 (1) 24.08.20 247 14 15쪽
» 7. 난봉꾼 (2) 24.08.20 253 14 16쪽
6 6. 난봉꾼 (1) 24.08.20 270 15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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