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형 RPG 게임 속 영주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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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살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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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2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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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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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의 영주

DUMMY

한 시대를 풍미한 게임이 있었다.


그 게임의 이름은 바로 ‘변방의 영주’.


말 그대로 판타지 속 영주가 되어 자신의 영지를 키우는 게임이었다.


오늘날에 와선 흔하다고 하는 것도 민망할 정도의 스토리.


하지만 이 게임에서 중요한 건 이런 조잡한 스토리 따위가 아니었으니.


변방의 영주가 극악의 게임이라 불린 이유는 바로 난이도 때문이었다.


[뽑기 현질 없음]

[영웅 부활 없음]


게임사가 내 건 조항은 단 두 개에 불과했지만, 이 두 가지 때문에 게임의 허들은 무척이나 올라갔다.


- 실례합니다. A급 영웅이 죽었는데 살리는 방법 없나요?

- 못 살립니다. 한번 죽으면 끝이에요.

- 정말요? 이런 시발! 한 달간 모은 포인트로 겨우 얻은 영웅인데!

- 급발진 뭔데...


가뜩이나 현질을 막아놔서 영웅 뽑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열심히 포인트를 모아 소환한 영웅이 죽는다면?

그 순간의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죽은 영웅이 영지의 핵심 인물이거나 초반부터 애지중지 키워왔던 영웅이라면 더더욱.

그동안 열심히 키워온 영웅과 영지가 박살난 것을 본 유저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딱 하나.

바로 게임 삭제뿐이었다.


- 더러워서 더 이상은 못 해 먹겠다.

- 이렇게 어려울 거면 뽑기 확률이라도 좀 높여주던가!

- 탈출은 지능순. 먼저 갑니다.


암담함을 맛본 유저들은 누가 먼저랄 새도 없이 게임을 떠나갔고, 그것은 랭커라 불리는 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랭커까지 떠나간 게임은 한동안 긴 휴식기를 맞이하게 되었고, 그렇게 변방의 영주는 서서히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갔다.


하지만 언제 어디서나 돌연변이는 존재하는 법.


게임이 나오고 10년이 지난 어느 날.

서울의 한 자취방에서 그 돌연변이에 의한 업적이 달성되려 하고 있었다.


타다닥!


[마왕 카오스가 마지막 공격을 준비합니다.]


시스템의 알림에 현 랭킹 1위인 나는 재빨리 키보드를 두드렸다.

흡사 장기판에 말을 두는 것과 같은 수려한 움직임.


콰아앙!


하지만 대비를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 방에 절반이 넘는 영웅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그동안 애지중지 키워왔던 나만의 수족들이었지만 아까워할 새도 없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움직일 수 있는 영웅들을 추려 돌격 명령을 내렸다.


“전부 돌격.”


그동안 수많은 희생을 발판 삼아 거머쥔 마지막 기회.

나의 명령에 영웅들은 비틀거리면서도 각자 자신의 병장기를 꼬나쥔 채, 힘이 빠진 마왕을 향해 달려갔다.


푸욱! 푹!


곧이어 영웅들의 검과 창이 마왕의 몸에 박히기 시작하고, 마왕의 한쪽 무릎이 꺾여진 바로 그 순간.


“지금이야. 목을 날려!”


한 영웅이 검을 높게 치켜세우곤 그대로 마왕의 목을 내리쳤다.


촤아악!


피육이 갈라지는 소리와 함께 마왕의 목이 높이 떠오르고.

그에 맞춰 축하를 알리는 메시지가 나타났다.


띠링!


[마왕 카오스가 쓰러졌습니다.]

[영주와 영웅들의 레벨이 대폭 상승합니다.]

[축하합니다. ‘영웅은도구일뿐’님이 유저 최초로 게임을 클리어하셨습니다. 유일 업적으로 인한 특전이 수여됩니다.]


“드디어 깼다!”


시스템 창을 확인한 나는 양팔을 높이 들었다.

어찌나 감격스러웠는지 눈물까지 고일 정도였다.


주륵.


그도 그럴 것이 무려 10년이었다. 10년.

업데이트도 없는 게임을 붙잡고 있던 세월이 말이다.

그동안 게임을 삭제하고픈 순간이 얼마나 많았던가.


억지스러운 전개와 밸런스.

쓸데없이 현실적인 시스템.

극악이라 할 수 있는 뽑기 확률까지.

그야말로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내딛고 얻은 끈기와 노력의 결실이었다.


“하아. 눈물이 다 나네.”


누구는 고작 게임 하나 클리어한 것 가지고 뭘 저렇게까지 기뻐하냐고 할 수 있겠지만 상관없었다.

그만큼 이 게임이 자신에게 주는 의미는 상당했으니까.


나는 후련한 마음으로 모니터를 바라봤다.

마지막이니만큼 지금의 모습을 확실히 기억해 둬야겠지.

나는 클리어 화면을 캡처한 뒤 변방의 영주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했다.


타다닥.


---------------------------

제목 : 10년 만에 게임 클리어!


ID : 영웅은도구일뿐


내용 : 드디어 게임 클리어했습니다! 그래도 10년이란 세월이 무의미하진 않았네요. 과연 얼마나 제 글을 봐주실진 모르겠지만, 다른 분들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아래는 클리어 화면입니다... (중략)

---------------------------


단순하지만 충격적인 제목.

그래서일까? 얼마 안 가 바로 댓글이 달렸다.

홈페이지 내 최근 게시물이 한 달 동안 전무했던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반응이었다.


“그래도 아직 게임을 하는 유저가 있었구나.”


나는 웃으며 댓글창을 열었다.

댓글은 역시나 공략법에 대한 질문이었다.


- 운영자집주소삼 : 공략 팁 좀 알려주세요!


열렬한 유저의 반응에 나는 웃으며 답글을 달았다.


- 딱히 팁이랄 건 없습니다. 저도 행운이 겹쳐서 얻은 결과거든요.

- 그러지 마시고 제발 조금이라도 알려주십쇼. 육성 방향 같은 거라도 좋습니다.


“육성 방향이라...”


유저의 절박한 물음에 나는 잠시 고민했다.

변방의 영주를 플레이하면서 가장 중요했던 육성 방향이 뭐가 있을까?

세계관에 대한 설정이나 특정 상황에 맞는 공략법은 시작 지점, 영주의 선택 등으로 그때그때 바뀌었기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을 터였다.

자신의 공략법은 말 그대로 자신의 영지에만 국한된 것.

그 이외의 것들에게는 통할지 미지수였다.

나는 고민 끝에 공략에 필요한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를 뽑아냈다.


타닥.


- 뭐든지 도구처럼 쓰세요. 영웅은 물론이고 영지민을 포함한 그 모든 것을 도구처럼 써야 합니다. 괜한 애정을 쏟으면 나중에 가서 힘들어져요.


자신의 10년 치 공략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만능도구론!

시시각각 변하는 스토리와 상관없이 모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유일한 공략법이었다.

다행히 댓글을 단 유저 또한 어느 정도 플레이를 한 고인물이었는지 단번에 말뜻을 파악했다.


- 도구론!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네, 꼭 클리어하시길 바라겠습니다.


그 뒤로 유저는 곧장 사라졌다.

아마 게임을 플레이하러 떠난 것이겠지.


“자, 그럼 인증도 남겼으니 이제 마무리해 볼까?”


홈페이지에 인증도 했겠다 이제 남은 건 게임 종료뿐.

10년이란 여정에 종지부를 찍자니 시원섭섭했지만 그래도 결국 클리어했기에 시원함이 더 컸다.

그런데 바로 그때.


띠링.


[최초 클리어 보상이 우편함으로 들어왔습니다.]


“어라?”


뜬금없이 울리는 알림창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러고 보니 마왕을 물리칠 때 그런 내용이 있었지.

어차피 게임을 클리어한 마당에 보상이 뭔 의미가 있겠느냐만 그래도 뭔지 궁금하긴 했다.

나는 우편함을 열어 보상을 확인했다.


【고급 영웅 뽑기권 x 100】

【전설 칭호 ‘절대 영주’】

【혼돈의 부름】


“휘유. 보상 한번 화려하네.”


내용을 보자마자 휘파람이 나왔다.

특별한 업적이 아니고선 얻기 힘든 고급 영웅 뽑기권부터 서버에 한 명도 가지고 있지 않은 전설 칭호까지.

웬만해선 구할 수 없는 것들이 잔뜩 들어 있던 것이다.

나는 먼저 칭호를 클릭했다.


【절대 영주】

등급 : S

효과

- 소환한 영웅들의 충성도가 100으로 고정

- 영웅 뽑기 시 10+1 혜택 발동

- 스킬 [권위] 획득

- 통솔 100 상승

- 위엄 100 상승


“... 개사기네.”


아니, 뭔 놈의 효과가 이렇게 좋아?

이걸 진작에 가지고 있었더라면 클리어 시간을 최소 3년은 앞당겼겠네.

나는 이어서 다음 보상도 확인했다.


【혼돈의 부름】

등급 : EX

효과

- ???


“EX급?”


순간, 나는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효과가 물음표인 건 차치하더라도 등급 자체가 일단 처음 보는 거였다.


일반적으로 변방의 영주에선 S급이 최고 등급.

소환할 수 있는 영웅 또한 최대 S급이 끝이었고, 방금까지 싸운 마왕 카오스 정도만이 유일한 SS급 몬스터였다.

그마저도 최종 보스니까 이벤트성으로 SS급이 부여된 건데, 고작 보상 아이템 하나가 그보다 높은 등급이라니...


“무슨 이벤트 축전 같은 건가?”


그나마 예상할 수 있는 건 클리어를 축하하는 축전 정도였다.

아니면 트레일러 같은 걸 수도 있으려나?

여하튼 궁금한 건 마찬가지인 셈.

나는 마우스를 움직여 우편함에 있는 보상을 전부 수령했다.


띠링.


[보상을 전부 수령하셨습니다.]

[혼돈의 부름이 ‘영웅은도구일뿐’님을 변방의 영주로 초대합니다. 초대에 응하시겠습니까?]


“아아, 그럼 그렇지.”


시스템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변방의 영주로 초대한다는 멘트.

이건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가장 먼저 나오는 머리말이었기 때문이다.

뭔가 했더니 역시나 축전이었군.

나는 게임사의 의도를 다 파악했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초대장을 수락했다.


“그래. 얼마나 멋진 축전을 준비했는지 보자!”


딸깍.


그리고 그것이 현실에서의 마지막 기억이었다.


* * * * *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이는 건 마차의 내부였다.

나는 약간의 두통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오. 머리 아파.”


주변을 둘러보니 난생처음 보는 광경이 펼쳐졌다.

고급스러운 내부 문양과 푹신한 방석 그리고 밖에 보이는 초목들까지.

방금 전 자신이 있던 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뭐야 이건?”


순간 자각몽인가 싶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피부로 느껴지는 감각이 너무도 실제 같았다.

그러던 중, 마차의 앞부분에서 날 선 외침이 들려왔다.


“야, 로웬! 조용히 안 해?”

“...!”


딱 봐도 친근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어투.

나는 흠칫하며 조심히 커튼을 젖혔다.


스윽.


‘누구지?’


커튼 너머로는 병졸로 보이는 두 남성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내가 조용히 있으라고 했어 안 했어? 하여간 귀족 놈들 자존심 하고는...”

“낄낄. 그냥 내비둬. 자신의 가문이 그렇게 몰락했는데 제정신을 차리는 게 더 힘들겠지.”


뜬금없이 들리는 대화에 나는 귀를 쫑긋했다.

뭔진 모르겠지만 일단 저들의 대화를 듣는 것이 중요해 보였다.

나는 숨을 죽인 채 조용히 병졸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쯧. 그나저나 저 로웬 가문이 이렇게까지 몰락할 줄이야. 세상일이란 건 참 알 수가 없다니까.”

“내 말이. 설마 2왕자가 왕위 경쟁에서 이길 줄 누가 알았겠어? 그래도 로웬 가문 하나로 끝난 걸 다행으로 여겨야지. 안 그랬으면 국력이 반토막 났을걸?”


병졸들은 낄낄거리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래도 꼴에 자식이라고 아비가 마지막으로 아들 하나는 남겼으니까 다행인 건가?”

“그럼 뭐 해. 덕분에 홀로 변방의 영지로 쫓겨나는데. 내가 봤을 땐 저건 죽느니만 못한 처사야.”

“쯧쯧. 불쌍하구만.”

“뭐, 그게 지 인생인걸 어쩌겠어. 신경 끄고 우린 저 녀석이나 얼른 영지에 내던지고 오자고. 슬슬 추워진다.”

“알겠어.”


대화를 마친 병졸들은 다시금 마차 운전에 집중했다.


한편, 저들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나는 조심스레 커튼을 내린 뒤, 자신이 처한 상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로웬이라는 이름, 몰락한 귀족, 그리고 척박한 영지.

이 모든 단서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


혼란스러운 와중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나은 점이 있다면 바로 앞서 등장한 단서들이 모두 아는 거라는 점이었다.

병졸들이 말한 내용은 전부 변방의 영주에 나오는 것들.

즉, 자신이 플레이했던 게임 속 내용이었다.

그것을 깨달은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설마 게임 속으로 들어온 건가?”


분명 의식을 잃기 전에 혼돈의 부름 어쩌고를 클릭한 기억이 명확하다.

그 이후 변방의 영주로 초대한다는 멘트까지.

그 당시만 해도 그저 축전을 보여주려는 것인 줄만 알았는데, 그게 설마 진짜였던 건가?

나는 혹시나 싶은 마음으로 상태창을 외쳤다.


“상태창.”


【로웬】

레벨 : 1

칭호 : 절대 영주

등급 : EX

능력치

- 체력 : 10

- 근력 : 10

- 민첩 : 10

- 지능 : 10

- 통솔 : 100

- 위엄 : 100


스탯 포인트 : 0

뽑기 포인트 : 0


“... 진짜네.”


너무도 선명히 보이는 상태창에 나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진짜 게임 속으로 들어와 버린 것 같았다.


작가의말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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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매일 오후 9시 20분에 연재됩니다. 감사합니다. 24.08.20 18 0 -
4 성녀 아이리스 24.08.22 35 2 12쪽
3 유토 영지 24.08.21 54 4 13쪽
2 로웬 백작 24.08.20 64 5 13쪽
» 변방의 영주 24.08.20 78 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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