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형 RPG 게임 속 영주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게임

불가살이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8.20 20:49
최근연재일 :
2024.08.22 21:21
연재수 :
4 회
조회수 :
229
추천수 :
15
글자수 :
23,017

작성
24.08.21 21:20
조회
53
추천
4
글자
13쪽

유토 영지

DUMMY

그로부터 며칠 뒤.

일행은 드디어 목적지인 유토 영지에 도착했다.


“저곳인가?”


나는 앞에 보이는 영지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영지의 외곽은 목책 비스무리한 것들이 둘러쳐져 있었는데, 한눈에 봐도 상태가 좋지 않았다.


“... 설마 저걸 목책이라고 세워둔 거야?”


일단 목책의 높이는 고사하고 틈새가 너무 컸다.

틈이 어찌나 큰지 성인 남성이 옆으로 잘만하면 쏙 하고 들어갈 정도.

저 정도면 이미 방어적인 기능은 없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당장 침략을 받지 않은 게 더 용한 수준이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영지에 다가갔다.

그래도 경비를 서는 인원은 있었는지 중간쯤 다가가자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땡땡땡!


느닷없는 경종 소리에 혼란에 빠진 영지.

나는 괜한 다툼을 피하고자 병사 하나를 사신으로 보냈다.


“가서 전해. 유토 영지를 다스릴 로웬 백작이 왔다고.”

“알겠습니다.”


나는 마차에 있던 왕국의 공식 문서를 병사에게 건네줬다.

한편, 입구를 지키던 경비들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병사 하나가 다가오자 창을 들었다.


“머... 멈춰라!”

“정체를 밝혀라!”


그래도 다가오는 존재가 자신들과 같은 인간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던 걸까?

불안해하는 와중에도 경비들은 최대한 대화를 시도하려 했다.

병사는 그런 그들에게 자신이 이곳에 온 이유를 차분히 설명했다.

잠시 후, 대화를 마친 병사는 다시 돌아왔다.


터억.


“다녀왔습니다. 주군.”

“뭐래?”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합니다. 회의를 통해 알려주겠다고.”

“뭐, 역시 그렇겠지.”


예상된 반응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제아무리 버려진 영지라도 그곳을 관리하는 이는 존재하는 법.

아마도 관리인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들을 들일지 말지를 결정하겠지.


‘그럼 지금쯤이면 공식 문서가 진짜인지 아닌지를 살펴보고 있겠군.’


나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영지의 선택을 기다렸다.


“좋아. 그럼 다들 이곳에서 잠시 대기한다.”

“네, 주군.”


나의 말에 일사불란하게 자리를 펴는 영웅들.

나는 영웅들이 마련해 준 자리에 앉으며 구석에 있는 도적들을 불렀다.


“야, 도적.”

“네? 저희 말씀이십니까?”

“그럼 여기에 도적이 너희들 말고 또 누가 있어? 일로 와 봐.”

“네...”


나의 말에 도적 대장 한슨이 우물쭈물하며 천천히 다가왔다.

얼마 전 마차를 습격했을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

이미 도적들의 뇌리엔 복종이란 단어가 크게 드리워져 있었다.

나는 그런 한슨을 보며 수풀 쪽을 가리켰다.


“저기 사슴 보이지?”

“사슴이요?”


한슨은 내 손가락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수풀 밖으로 튀어나온 작은 사슴뿔이 눈에 들어왔다.

한슨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네, 보입니다.”

“그럼 지금 당장 애들 데리고 주변 숲을 탈탈 털어서 사슴이나 토끼 등 인간이 먹을 수 있는 건 다 잡아 와.”

“사냥을 해오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최대한 빠르게.”

“... 알겠습니다.”


단호한 명령에 한슨은 곧장 부하들을 이끌고 수풀 쪽으로 사라졌다.

그래도 북부에서 활동하는 도적답게 사냥 실력은 꽤 좋았는지 얼마 안 가 십수 마리의 동물들을 주렁주렁 매달고 왔다.

나는 앞에 펼쳐진 동물들의 사체를 보며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호오. 꽤 하네?”

“가... 감사합니다.”


그 짧은 시간에 이 정도 수확이라니.

역시나 살려두길 잘한 듯싶었다.


“그럼 이제 잘 해체해서 고기별로 분류해. 내장은 몬스터들이 꼬일 수 있으니 한꺼번에 모아서 멀리 버리고 오고.”

“알겠습니다!”


나의 명령에 한슨은 힘차게 답하며 동물을 해체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이 꼭 자신의 쓰임새를 증명해 보인 것 같아 뿌듯해하는 어린아이 같았다.

곧이어 사체들이 깔끔히 분류되고, 그렇게 일련(?)의 준비를 마친 나는 굳게 닫혀 있는 유토 영지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자, 그럼 언제 문이 열리려나?”


* * * * *


이후 얼마나 흘렀을까?

중천에 떠 있던 해가 서서히 산등성이로 넘어가고, 사람들의 입가에 하품이 몰려올 때쯤.

드디어 목책이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구그긍!


도적들은 목책을 바라보며 한껏 투덜댔다.


“흐암. 이제야 열리네.”

“뭐 하느라 이렇게 늦게 열어?”


몇 시간 동안이나 밖에 서 있던 게 불편했는지 표정엔 불만이 한가득이었다.

나는 그런 도적들을 향해 눈을 부라렸다.


“쓰읍.”

“죄... 죄송합니다.”


눈빛 한 방에 바로 깨갱거리는 도적들.

나는 도적들을 향해 경고성 어조를 내뱉었다.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영지에 들어가서도 그따위 태도를 보이면 바로 죽을 줄 알아. 영지민들을 볼 땐 무조건 친절히 대해. 알겠어?”

“명심하겠습니다!”


경고라기 보단 협박에 가까운 말투였지만 뭐.

그래도 효과는 좋았는지 도적들은 잔뜩 기합이 들어간 채 몸을 꼿꼿이 했다.

나는 이어서 병사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들어가자. 너희들은 대열을 만들어.”

“네, 주군.”


나의 명령에 순식간에 대열을 만드는 병사들.

비록 전문적인 진형도 아니었고, 인원도 십수 명에 불과했지만, 맨 앞에 있는 레온 덕분인지 뉘앙스만큼은 충분히 위세가 넘쳤다.

만약 적들이 이 모습을 본다면 불안감에 휩싸일 터.

그렇다면 과연 영지민들은 어떨까?

입구에 도착하자, 목책 너머로 영지민들의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덜덜.


“역시...”


영지민들의 반응은 역시나였다.

몇몇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도 있었지만, 역시 대다수의 얼굴에 서린 감정은 불안과 공포였다.

나는 일단 영지민들이 놀라지 않게 천천히 안으로 들어갔다.


저벅저벅.


영지민들은 불안에 떨면서도 천천히 길을 비켜줬다.

나는 그런 영지민들에게 차분한 미소를 보여준 뒤 영지 내부를 둘러봤다.


‘밖에서 보던 것과 달리 내부는 넓네. 아무것도 없어서 그렇지.’


유토 영지는 생각 외로 규모가 상당했다.

영지 넓이만 따지만 최소 수천 명까지도 수용할 수 있을 정도.

이 정도면 웬만한 중도시 못지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그런 규모에 비해 시설이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다는 점이었는데, 영지 내에 있는 거라곤 수백 명의 영지민들이 머물고 있는 초라한 판잣집과 작물이라곤 하나도 없는 논밭, 그리고 거의 다 무너진 영주성이 끝이었다.


“쯧쯧. 보수하는데만 한 세월이겠네.”


나는 혀를 차며 영지 복구 계획에 대해 생각했다.

바로 그때, 무리 중 한쪽이 젖혀지며 후줄근한 노인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스윽.


“로웬 백작님을 뵙습니다.”


갑작스레 나타나 자신에게 예를 갖추며 인사를 건네는 노인.

비록 몸은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이 왜소했지만, 풍기는 분위기만큼은 꽤나 정돈됐다.

나는 노인을 바라보며 나직이 말했다.


“이곳의 관리인인가?”

“네, 임시로나마 영지를 관리하고 있는 월터라고 합니다.”


자신을 윌터라 밝힌 노인의 손에는 왕국의 문건이 들려있었다.

그런데 왕국의 문건보다 월터의 팔이 더 눈에 들어왔다.


‘많이 말랐네.’


영지의 관리인치곤 이상하리만치 메말라있는 월터의 팔.

팔이 어찌나 앙상한지 마치 뼈만 있는 거라고 착각할 정도였다.

아무리 척박한 영지라 해도 그렇지 무슨 사람 팔이 저렇게 앙상해?

누가 보면 굶어 죽기 직전인 줄 알겠네.


‘상상 이상으로 척박하군.’


관리인이 이 정도면 다른 영지민들은 안 봐도 뻔할 터였다.

나는 곧장 식량을 비롯한 영지 내 각종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털썩.


월터가 돌연 무릎을 꿇으며 사정하기 시작했다.


“백작님. 죄송하지만 이대로 걸음을 돌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응?”


* * * * *


월터의 절박한 목소리에 나는 한순간 어리둥절했다.

아니, 이제 영지에 들어온 지 10분도 안 되었는데?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무엇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거지?”


나의 물음에 월터는 굵은 땀방울을 닦아내며 읍소했다.


“... 사실 저는 이곳의 관리인이 아니라 대행입니다. 기존에 마을의 관리인이었던 사람은 얼마 전 영지를 버리고 떠났습니다.”

“뭐?”


월터의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잠깐, 관리인이 영지를 버리고 떠났다고?

웬만한 상황이 아니고선 왕국 소속의 관리인이 영지를 떠나는 일은 없을 텐데.

혹시 자신이 모르는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걸까?


“아, 설마?”


그 순간, 뇌리로 스쳐 지나가는 무언가.

나의 표정을 본 월터는 고개를 주억이며 말했다.


“네, 백작님께서 이곳에 오시기 전에 왕국에서 전갈이 왔습니다. 이곳은 더 이상 알비온 왕국의 소속이 아니라고...”

“하아. 그랬군.”


월터의 말에 나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쩐지 그래서 관리인이 떠나갔구나.


이게 무슨 말이냐면, 버려진 영지라 할지라도 왕국으로부터 최소한의 지원은 받는다.

식량이라던지 생활 물품이라던지 아니면 경비들이 들고 있던 창이라던지 등등 말이다.

그런데 왕국 소속이 아니게 되면 그러한 지원이 전부 끊기게 된다.

그것은 곧, 외부로부터 언제 침략당할지 모르는 불안감을 견뎌내며 남은 주민들끼리 자급자족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뜻.


“... 관리인이 떠나갈만하네.”

“맞습니다. 이곳은 현재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습니다. 또 하필이면 관리인이 가진 식량을 전부 챙겨 도망치는 바람에 남아 있는 식량도 없습니다.”

“식량도?”

“네, 때문에 저희들은 현재로선 외부인을 받을 만큼의 여유가 없습니다. 부디 저희의 사정을 헤아려 주십시오.”


월터의 목소리는 한없이 가라앉아 있었다.

귀족을 상대로 이러한 말은 즉결처분감이었지만, 이는 그만큼 이들의 상황이 뒤가 없음을 나타내주기도 했다.


“...”


나는 고개를 들어 영지민들을 둘러봤다.

처음엔 단순히 외부인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조성된 눈빛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들의 눈동자엔 이미 죽음의 공포와 굶주림의 고통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어쩐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초췌하더라니.”


나는 나직이 혀를 찼다.

이 정도면 관리 정도가 아니라, 영지의 멸망을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었다.

나는 곧장 레온을 향해 명했다.


“레온. 준비한 고기들을 영지민들에게 나눠 줘. 그리고 부족한 부분은 도적들을 시켜서 더 사냥해 와.”

“알겠습니다.”


나의 말에 고개를 숙이곤 곧장 행동하는 레온.

월터는 우리의 행동에 당황한 듯 말을 더듬거렸다.


“저... 영주님?”

“걱정 마. 단순히 식량을 나눠주는 것뿐이니까.”

“하지만 그럼 영주님께서 드실 게 없을 텐데...”

“또 구하면 그만이야.”


나는 월터의 말을 자르며 덤덤히 말했다.


“나는 이 영지를 책임지러 왔다. 비록 왕국은 이곳을 버렸어도 내가 너희를 버리는 일은 없을 거야.”

“...!”


곧이어 레온과 병사들이 준비한 고기들을 영지민들에게 나눠주기 시작했다.

굶주린 영지민들은 처음엔 믿지 못하는 듯 주저했지만, 곧 병사들의 친절한 행동에 차츰 음식을 받아들였다.

나는 월터에게도 고기를 건네며 말했다.


“자, 너도 받아. 씹을 수는 있지?”

“아, 네...”


나의 행동에 월터는 잠시 말문이 막혔지만, 이내 조심히 고기를 한입 베어 물었다.

단순히 고기를 구운 것에 불과했지만, 오랜만에 맛봐서 그런지 그 어떤 음식보다 풍미가 넘쳤다.

월터는 육즙 가득한 고기를 씹으며 나직이 말했다.


“... 감사합니다 영주님.”

“정말로 감사하면 열심히 먹고 일해. 그럼 내가 이곳의 영주로 오는 건 불만은 없는 거지?”


당연히 없고 말고.

자신들이 처음 로웬 일행에게 돌아가달라 부탁한 것도 그나마 남아 있는 영지의 식량을 저들이 축낼까 봐서였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

멸망할 위기에 처한 영지에 빛이 내려왔는데 그걸 거절할 멍청이가 또 어디 있을까.

월터와 영지민들은 저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나의 영주 취임을 찬성했다.


“영주님만 괜찮으시다면 저는 좋습니다.”

“저희도 찬성입니다.”


자신들의 운명을 맡기겠다는 말.

영지민들의 굳건한 결심에 나는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타나는 시스템창.


띠링.


[성공적으로 유토 영지의 영주가 되었습니다.]

[영지민들의 호감도가 대폭 상승합니다.]

[더 이상 왕국의 가호를 받지 못합니다. 주변에 서식하는 몬스터들의 침략률이 대폭 상승합니다.]


나는 눈앞을 수놓는 시스템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씩 올렸다.


“좋아. 어디 한번 제대로 키워주마.”


그렇게 본격적으로 영주로서의 첫걸음이 시작됐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수집형 RPG 게임 속 영주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죄송합니다. 재정비 후 '무협버전'으로 돌아오겠습니다. 24.08.23 23 0 -
공지 매일 오후 9시 20분에 연재됩니다. 감사합니다. 24.08.20 18 0 -
4 성녀 아이리스 24.08.22 35 2 12쪽
» 유토 영지 24.08.21 54 4 13쪽
2 로웬 백작 24.08.20 64 5 13쪽
1 변방의 영주 24.08.20 77 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