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가 잠자는 SSS급 협객을 깨웠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무협

KuKu09
작품등록일 :
2024.08.21 11:51
최근연재일 :
2024.08.21 14:33
연재수 :
2 회
조회수 :
19
추천수 :
0
글자수 :
11,499

작성
24.08.21 12:34
조회
12
추천
0
글자
13쪽

1화. 호환

DUMMY

팍! 팍! 팍!


쩌억!


쿵!


한 사내의 도끼질에 커다란 나무 한 그루가 땅에 떨어졌다.


“오라버니~ 오라버니~”


쓰러진 나무를 동강 내어 지게에 싣는데, 건의 동생 솔이 나무를 하는 건을 부르며 다가왔다.


“이제 그만하고 밥 먹으러 오래”


“그래 안 그래도 내려가려던 참이야.”


건은 지게를 짊어 메고 동생 솔과 함께 집으로 내려갔다.


인적이 전혀 없는 산기슭.


수풀에 둘러싸인 집 하나가 덩그러니 있었다.


한적한 분위기와는 다르게 집에 다다르자, 깔깔거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뜯어온 산나물을 다듬으며 동생들이 뛰어다니는 모습을 보며 웃고 있는 어머니.


마치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듯이 마루에 앉아 웃고 있는 장님인 아버지.


소박하기 그지없는 평소와 다를 것 없는 날이었지만, 그 모습을 보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왔다.


“건이 왔니? 조금만 하지, 힘들게 왜 그렇게 많이 했어.”


어머니는 소매를 걷어 흐르는 건의 땀을 닦아주며 말했다.


“가죽이 어느 정도 모여서 저잣거리에 다녀올까 해요. 이틀은 걸릴 텐데, 넉넉히 해둬야죠.”


워낙 깊은 산속이라 제일 가까운 고을까지 가는 것도 이틀은 걸리는 거리였다.


“저잣거리?! 나도! 나도 같이 갈래!”


“나도! 나도!”


저잣거리라는 건의 말에 마당에서 뛰어놀던 동생들은 처마 밑 장작을 쌓고 있는 건에게 달려왔다.


초롱초롱 빛나는 동생들의 눈은 위험해서 안 된다는 건의 말에 실망에 가득 찬 눈으로 바뀌었고,


입이 댓 발 나왔다.


“조금만 더 크면 그땐 꼭 데리고 갈게. 일단 밥부터 먹을까?”


건은 동생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밥그릇에는 삶은 감자에 보리쌀을 넣은 듯, 쌀밥이라 보기엔 상반된 밥과 어머니가 채취하여 다듬은 산나물들이 있었다.


“으악! 또 감자야?!”


그나마 동생들의 밥그릇엔 보리쌀이 아주 조금이나마 보였지만, 아버지와 어미니 밥그릇엔 그 작은 보리쌀도 보이지 않았다.


“감자가 얼마나 맛있는데, 오늘은 누가 일등으로 먹는지 볼까?”


어머니의 말에 맛없다고 투덜대는 동생들은 보리가 박힌 감자를 입에 들이 넣기 시작했다.


건 또한 나무를 한 허기짐에 허겁지겁 입에 털어 넣었다.


식사가 끝나고 건은 서둘러 산밑으로 내려가기 위해 바로 짐을 챙겨 집을 나서려 했다.


“건아.”


어머니가 동생들이 보지 않는 틈에 보자기 하나를 나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 안에는 흰쌀밥이 들어있었다.


“아버지랑 애들 줘요. 전 괜찮아요.”


괜찮다는 건의 말에도 어머니는 귀한 흰쌀밥을 짐에 밀어 넣었다.


“오라버니, 조심히 다녀와.”


“형! 나는 엿! 엿 먹고 싶어 꼭 사와야 해.”


“그래. 금방 다녀올게. 아버지 어머니 말씀 잘 듣고 있어.”


마루에 앉아있던 아버지는 집을 나서는 건을 향해 인사하듯 들고 있던 지팡이를 흔들었다.


내가 저잣거리에 내려가는 이유는


어릴 때부터 놀이처럼 하던 사냥을 통해 얻은 산짐승의 가죽이 지금 우리 가족의 생계수단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가죽마다 값이 달랐지만, 특히 보들보들한 담비 가죽은 값이 꽤나 높았다.


모은 가죽들을 저잣거리에 팔면 순전 백미는 아니지만 보리 섞인 쌀과 고기, 그리고 동생들이 좋아하는 엿은 충분히 살 수 있었다.


날이 어두워지기 전까지 산 아래로 내려가기 위해 건은 험난한 산길을 빠르게 내려갔다.


그리고 얼마나 걸었을까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점 저잣거리로 가는 길에 위치한 작은 고을에 들어섰다.


건은 익숙한 듯 하룻밤 머물기 위해 평소 안면 트고 지내던 갑수 할배의 집으로 향했다.


물론 꽁으로 지내는 건 아니었다.


저잣거리에서 가죽을 팔고 집으로 가는 길 엿 한가락이 값이었다.


해가 산모퉁이를 넘어가자 어둠이 드리웠다.


“어르신! 갑수 어르신!”


어두컴컴한 방안에서 작은 촛불이 켜진 듯 희미한 빛이 흘러나왔다.


그리고 갑수 할배가 조심스레 문을 열고 나왔다.


“어이 건이. 어서! 어서 들어오게.”


평소 환하게 웃으며 맞이해주던 갑수 할배였지만, 유독 그날은 뭔가 이상하게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자마자 갑수 할배는 바로 초를 입으로 불어 껐다.


“무슨 일 있어요? 마을이 왜 이렇게 조용해요?”


“흐음. 그래 자넨 듣지 못했겟구먼, 요즘 이 고을뿐만 아니라 저기 큰 고을 저잣거리까지 난리가 났네.”


“난리요? 무슨 난이라도 났어요?”


말을 이어나가는 갑수 할배의 표정은 긴장감이 감돌았다.


“악귀가 나타났다네. 사람을 먹는 악귀.”


한껏 두려운 표정으로 악귀가 나타났다는 갑수 할배의 말에 건은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파핫! 뭐요? 악귀요? 악귀가 어디 있어요!”


“에잇 이 사람아 지금 저짝 저잣거리에서 없어진 사람이 한 둘이 아니여, 자네 오춘이 알제?”


“약방 오춘이 아저씨요?”


“그려 그 오춘이가 얼마 전 옆 야산에서 죽어있는 걸 나무꾼이 발견했어. 그것도 사지가 물어뜯긴 흉측한 몰골로 말이여.”


어머니가 캔 약초를 팔곤 했던 약방을 하던 오춘이 아저씨가 죽었다는 말에 건의 웃음기가 사라졌다.


“버. 범한테 당한 것 아닐까요?”


“그건 아니여, 나무꾼 말로는 물어뜯긴 잇자국이 사람의 잇자국이랬어. 사람이 사람을 물어뜯어? 그건 아니제. 그렇탐 악귀의 짓이 분명한 것이제.”


“사람들 말로는 해가 떠 있는 밝은 낮에는 숨어있다 밤이 되면 사람의 모습으로 먹잇감을 찾아다닌다는구먼, 그니께 건이 자네도 저잣거리엔 가지 말고 집으로 돌아가게.”


다음날.


만류하는 갑수 할배의 말을 가뿐히 무시하고 저잣거리로 향했다.


“어이 건이 조심! 조심하게!”


갑수 할배는 건이 떠나는 순간까지도 뒷모습에 외쳤다.


“악귀는 무슨...”


건은 늘어나는 호환 탓에 사람들에 의해 와전된 이야기가 분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한참을 걸어 건은 저잣거리에 도착했다.


그런데,


왁자지껄한 소리가 가득했던 저잣거리는 휑하니, 적막감이 감돌았다.


“정말 무슨 사단이라도 난 거야?”


적막감이 감도는 저잣거리 상황에 갑수 할배의 말이 완전한 농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건은 가죽 거래를 하던 정씨 아저씨의 만물상으로 향했다.


하지만, 정씨 아저씨의 만물상 또한 굳게 문이 닫혀있었다.


“아저씨! 정씨 아저씨!”


문을 두드리며 그를 부르자,


정씨 아저씨는 문을 살짝 열고 빼꼼히 얼굴을 내밀었다.


“아저씨 계셨네요. 저잣거리에 무슨 일이 있!”


정씨 아저씨는 건을 보자, 바로 손을 잡아 안으로 끌었고 곧바로 문을 쾅 닫았다.


그런데, 정씨 아저씨의 표정 또한 갑수 할배와 비슷했다.


“건이 이것아. 지금 이렇게 돌아다니면 안 돼!”


“왜 그러셔요? 정말 악귀라도 나타난 거예요?!”


“그래. 어젯밤 저짝 김대감 집 노비가 다섯이나 사라졌데.”


“저. 정말이요? 도망친 게 아닐까요?”


“김대감 그 썩을 놈의 노비들이 도망칠 생각을 해? 온 재산을 털어 온 추노꾼들을 써서 저승까지도 쫒아갈 놈인디, 그럴 생각조차 못 하지.”


“그럼 호환이 아닐까요? 사실 악귀 짓이라는 건 너무 허무맹랑한 소리 같아요.”


“에끼 이 사람아. 호랭이 사냥꾼이었던 내가 호환도 못 알아볼까. 얼마 전 죽은 오춘이의 상흔들, 그건 절대 호랭이나 산짐승에게 당한 상흔이 아니었어.”


“그럼 그게 정말 악귀의 짓이라는 거예요?”


“본 사람이 없으니 그건 모르지만, 사람이 할 짓도 산짐승에게 당한 것도 아니야.”

“한 달 남짓 동안 이곳 저잣거리에서 사라진 사람만 수십은 넘어, 관아에서도 이 사단이 왜 일어나는지 모르니, 다들 숨죽여 숨어있을 수밖에...”


웃어 넘겨들었던 갑수 할배의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휑한 저잣거리의 모습과 예전 착호갑사였다던 정씨 아저씨의 말에 더이상 넘겨 들을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가. 가죽을 들고 왔는데, 이건 어쩌죠?”


“음... 담비 가죽이구먼, 이리 주게.”


정씨 아저씨는 건이 들고 온 가죽을 가져가더니, 포에 쌓인 보리쌀과 고기 뭉치를 들고 왔다.


“이 정도 양이라면 가죽값보단 더 나갈 거야. 가지고 어서 해 가지기 전에 집으로 돌아가게.”


한눈에 보기에도 평소 가죽값보다는 더 많은 양의 보리쌀과 고기였다.


하지만, 동생들이 눈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 엿이 생각났다.


“엿장수 아저씨 장사는 안 해도 댁에는 계시겠죠? 동생들이 저보단 엿을 기다리고 있을 거라서요.”


“에휴... 사라진 수십 중 하나가 엿장수 김씨야. 잠시 기다려보게.”


엿장수 아저씨까지 사라졌다고?!


오싹한 기분이 들며 얼굴에 웃음기가 완전히 사라졌다.


만물상 정씨 아저씨는 강정 한 움큼을 건에게 건네었다.


“엿가락은 아니지만, 동생들 씹을거리정돈 될 거야. 그니깐 어서 조심히 돌아가게.”


“감사합니다.”


건은 건네어 받은 음식을 들고 곧장 왔던 길을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사람 소리가 끊이지 않던 저잣거리와 큰 고을에는 주위를 둘러보지도 않으며 빠른 걸음으로 자신들의 안식처로 향하는 듯한 사람들 몇몇을 빼고는 한적하기 그지없었다.


“뛰어가면 해가 질 때까지 갈 수 있을까?”


검은 발걸음을 더욱 재촉하였다.



************



해가 저물기 전 산 밑 작은 고을에 도착했다.


“엿가락이라도 조금 드려야 하는데...”


건은 정씨 아저씨에게 받은 강정 한 움큼에서 반절을 덜어 갑수 할배의 집 문을 두드렸다.


“어르신! 어르신.”


해가 지기 전이었지만, 작은 고을 거리에는 개미 세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다.


문을 두드리고 계속 불러 보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계속 숨어있어야 한다고 해놓고선 어딜 가신 거지?”


그렇다고 주인 없는 집 문을 여수는 없었기에, 강정 반 움큼을 문 앞에 두고 발길을 돌렸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점.


건은 해가 완전히 넘어가기 전에 집에 도착하기 위해 험난한 산길을 네발로 기어가듯이 뛰어 올라갔다.


아무리 인적없는 깊은 산속이지만, 흉흉한 바깥상황에 가족들을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아무리 빨리 뛰어간들, 산속의 어둠은 더 일찍이 찾아왔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을 순전히 감에 의존한 채 집으로 향했고,


가까스로 집에 도착한 순간,


마당 마루에 앉아있는 아버지의 모습에 건은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아버지. 왜 안 주무시고 나와 계세요?”


“건이냐? 어찌 이리 빨리 온 게냐. 그것도 위험한 이 밤중에.”


건은 안도감이 섞인 가쁜 숨을 내뱉으며 아버지 옆에 털썩 앉았다.


“흉흉한 소문이 돌아 걱정되어 이리 빨리 왔어요. 저잣거리부터 온 마을이 난리더라구요.”


“흉흉한 소문이라니?”


“악귀가 나타나 사람들을 소리소문없이 죽인다고 다들 방구석에 숨어만 있는 거 아니에요. 참나 악귀라니, 노한 산군의 호환이 아닐까요?”


그런데, 악귀라는 말에 아버지의 낯빛이 급격히 일그러졌다.


“아버지 왜 그러세요?”


언제나 평온하고 미소를 띠고 있던 아버지의 얼굴이었는데,


달빛에 비친 아버지의 얼굴은 난생처음 보는 상기된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런 아버지가 하는 말은 건을 놀라게 했다.


“악귀는 실제로 존재한다.”


장님인 아버지의 입에서 나올 것이라곤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갑수 할배, 정씨 아저씨는 그렇다고 치지만, 이 깊은 산속에만 계시는 아버지가 어떻게 악귀가 실제로 있다고 하시는 거지?


건은 말문이 막혔다.


“인간의 모습을 한 그 악귀들은 사람을 먹이로 탐한다. 명백히 말하자면 사람의 피를 탐하지.”


“아버지가 어떻게... 악귀를 보신 적이. 아니, 마딱드린 적이 있으신 건가요?”


건의 물음에 아버지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했다.


“건이 네가 갓난쟁이였을!”


퍼억!


서걱!


아버지가 무언가 생각에 잠기고 말을 이어가는 순간.


갑자기 얼굴을 찡그리더니 갑자기 건을 밀쳤다.


마루에 앉아있던 건은 그 힘에 의해 바닥에 쓰러졌다.


“아. 아버지?! 으윽... 무슨 힘이...”


갑자기 강한 힘에 의해 밀쳐진 건은 영문도 모른 채 바닥에 쓰러져있는데,


자신이 쓰러진 바닥 앞에 떨어져 있는 마치 가시덩굴 같은 날카로운 무언가가 잘린 채 떨어져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이게 뭐지?”


그리고 엎어져 있는 자신의 앞에서 무언가를 가로막는 듯이 아버지가 서 있었다.


“아. 아버지 갑자기 왜...”


그런데, 그의 손에는 지금까지 장님용 지팡이로만 알고 있었던 그 지팡이 속에 있던 검을 쥐고 서 있었다.


“크하하하학! 닮았다 닮았다 했더니, 역시 강일검 네 놈의 세끼였구나. 크하하하학!”


어두운 수풀 사이로 달빛에 비친 다섯 사람가량으로 보이는 행색이 흐릿하게 보였다.


이 야밤에 그것도 이 깊은 산속에 저 사람들은 대체 누군 거지?


거기에 아무 말 없이 내 앞을 가로 막고 있는 검을 든 장님인 아버지.


너무나 당황스러웠다.


곧 수풀 속에서 흐릿하게 보이던 행색이 달빛에 비춰 시야에 들어왔다.


너무나도 평범해 보이는 건장한 사내 둘과 당황스러운 와중에도 눈이 절로 가는 빼어난 외모의 여자 셋이었다.


그런데, 그들의 동공 색깔이 눈에 들어오자, 사람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어찌 보면 아름다워 보이는 파란색을 띠는 동공,


특히 그들의 가운데서 앞장서 나오는 사내의 동공은 붉은 빛을 띠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악귀가 잠자는 SSS급 협객을 깨웠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2 월식 24.08.21 7 0 12쪽
» 1화. 호환 24.08.21 13 0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