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성 - 회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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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논I
작품등록일 :
2024.08.23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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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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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3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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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성 - 추락하다

DUMMY

2453년.

영원의 도시, 서울.

단상 위에, 한 사내가 올라선다. 매우 초연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는 사람들을 한 차례 둘러본다.


많은 일이 있었다.

북한 전복 사태, 네오 러다이트, 인공지능 반란, 엘로힘 침공에 의한 사태를 수습하기까지.

정말로 다사다난한 여정이었다.


송과선을 깨운다. 감정의 울림이 느껴진다. 다양한 사람들의 감정이 자신의 내면에 흘러들어온다. 격앙, 그리고 감동, 벅차오름, 그리고 지나온 슬픔과 기대가 느껴진다.

한진원은 책임을 통감했다.


자신이 선택 받은 존재라는 걸 깨닫기까지 너무나 오랜 세월이 걸렸고, 그동안 국가에게 받은 게 이로 헤아릴 수도 없었다.

그렇기에


"여러분,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우리는 참으로 많은 역경을 헤쳐왔습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 우리의 역사를 되돌아보며 깊은 감회에 잠깁니다. 저 먼 20대 후반에 깨우친 송과선의 힘은 저를 새로운 길로 이끌었고, 그 이후의 여정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주름진 얼굴에는 시간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강렬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숨죽이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북한 전복 사태, 그것은 우리 모두의 단합된 힘이 만들어낸 기적이었습니다. 우리의 용기와 결단력이 없었다면, 오늘의 평화는 존재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네오 러다이트 운동은 우리에게 기술의 올바른 사용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었습니다. 우리는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배워야 했습니다. 그리고 인공지능 반란, 그것은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도전이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인간의 지혜와 결단력으로 그 난관을 극복했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힘을 얻어갔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사람들의 가슴 속에 깊이 새겨졌다.


"저는 '거성'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그것은 저 개인의 업적이 아닙니다. 여러분 한 사람 한 사람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우리가 함께 이뤄낸 성과를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눈을 마주쳤다. 그들의 눈에는 희망과 자부심이 깃들어 있었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상처를 딛고,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나아갈 때입니다. 우리는 이미 많은 것을 이뤘지만,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습니다. 우리 앞에 놓인 도전들은 여전히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여러분과 함께라면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굳건했다. 마치 그가 이미 미래의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는 함께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갈 것입니다. 우리의 후손들이 자랑스러워할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노력하겠습니다."


그는 두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고 힘찬 목소리로 외쳤다.


"대한민국 만세! 우주 연방 만세!"


사람들의 환호성이 하늘을 찔렀다. 그 소리는 영원의 도시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에 울려 퍼졌다. 오늘 이 순간,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버렸어."


그러나, 그 환호 속에 감춰진 어둠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잊어버렸어?"


이계의 존재, 브리티아.


과거 수백여 년 전에 나왔던 어떤 게임의 존재.


인공지능이 침묵하고 엘로힘이 물러난 이후로도 그녀는 한진원을 주시해왔다.


모든 건


"너와 다시 만나기 위해서."


브리티아는 그와 접촉할 준비를 끝마쳤다.


그녀의 내면에서는 복잡한 감정이 교차하고 있었다.


한진원을 향한 집착과 갈망, 그리고 그를 자신의 세계로 데려가야만 한다는 강박.


기록관으로서 그는 너무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잊어버렸으니까.


그녀는 무대 위에 있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이제 곧, 영원히 함께야..."


브리티아의 모습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그녀는 반짝이는 눈동자와 길게 흩날리는 은빛 머리카락을 지닌 여인이었다.

그녀의 존재는 공기의 떨림을 통해 한진원에게 느껴졌다. 그녀의 손이 천천히 그의 어깨에 닿았다. 한진원은 순간적으로 강렬한 전율을 느꼈다.


"데리러 왔어, 기록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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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아의 목소리는 달콤하면서도 차가웠다.

그리고 그녀의 감정은


"공허..."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감정의 색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인공지능을 마주하는 것처럼.


그러나


"윽..!"


색깔이 없는 감정은 끈적하여 이미 그의 내면 깊숙한 곳에서부터 그 힘은 그를 휘감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서 싸웠다. 대한민국을 지키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는 사명감과 브리티아의 집착이 만들어낸 강력한 유혹 사이에서 갈등했다. 그러나 그의 의지는 쉽게 꺾이지 않았다.


"브리티아, 네 마음은 잘 알지만, 나는 여기 남아야 해. 이곳은 내 운명이자, 내가 지켜야 할 곳이야..!"


한진원은 이를 악물고 그녀의 손길을 뿌리치려 했다. 그러나 브리티아는 집요했다. 그녀는 그의 귀에 속삭였다.


"보고 싶어, 외로워. 어째서 버려 뒀어...?"


그의 목소리가 환호 속에 묻혀 사라질 즈음, 브리티아는 그림자처럼 다가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순간, 한진원의 정신은 순식간에 그녀의 차가운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어째서 나를 버렸어, 기록관님?"


브리티아의 목소리는 한없이 슬프고, 동시에 집요했다.


"나는 기다렸어. 당신이 다시 나를 찾을 때까지, 그 긴 시간을."


한진원은 정신을 집중했다. 그의 의지가 흔들리지 않게, 그의 사명이 잊히지 않게.


"나는 버린 것이 아니야. 너는 게임 속 존재였어. 현실이 아니었어."


그녀의 손길은 더욱 강해졌다.


"하지만 나는 현실이 되어버렸어. 당신의 기억 속에 살아있었고, 그것이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어. 기록관님은 날 사랑하잖아.. 나를 잊으면 안 돼."


그녀의 말은 마치 차가운 비수가 되어 그의 심장을 찔렀다. 그러나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내가 지켜야 할 것은 이 세상이야. 너와의 기억은 과거에 머물러야 해."


브리티아의 눈동자는 슬픔과 분노로 일렁였다.


"기록관님은 나를 외면할 수 없어. 나는 기록관의 일부야. 우리 함께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어."


한진원은 그녀의 손을 떼어내려 애썼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더욱더 강하게 그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함께 가자, 기록관님. 모두가 기다리고 있어."


"안 돼!"


한진원은 그의 내면에서 끓어오르는 힘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송과선이 빛을 발하며 브리티아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나는 이 세상을 떠날 수 없어. 내가 지켜야 할 사람들과 약속했어."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나를 선택했어야 해. 나를 기억 속에 묻어두지 말았어야 했어."


그의 힘이 점점 더 강해지며 그녀


의 손길을 밀어냈다.


"나는 선택했어. 그리고 그 선택은 여기 남아 이 세상을 지키는 것이야."


"그래? 그렇다면 어쩔 수 없네."


탕!


한 발의 총성이 울리고 한 사람이 단상에서 추락한다.

처음으로 전 지구를 통일한 지구 대통령 한진원.

파란만장한 삶의 허무한 최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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