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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류당
그림/삽화
mongde
작품등록일 :
2024.08.26 09:03
최근연재일 :
2024.09.19 14:53
연재수 :
14 회
조회수 :
155
추천수 :
17
글자수 :
66,388

작성
24.08.26 09:08
조회
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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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글자
9쪽

아홉 수보다 무섭다는 일곱 수

DUMMY

생각해보면 그는 그동안 신의 사랑을 받아온 존재였을지도 모른다. 어릴 적에는 수많은 사고들을 간발의 차로 운좋게 늘 피해갔으며, 입시생이 되어 수능을 볼 땐 모르는 문제를 맞닥뜨릴때마다 알 수 없는 목소리가 답을 불러주었다. 합격하길 고대하던 대기업 입사 면접 땐 면접관님의 이유 없는 관심과 주목을 받아 합격할 수 있었다. 입사 후 다시 만난 면접관님께선 여러명의 지원자중에 나에게서만 유독 후광이 비춰보이는 느낌이었다고 한다. 회식 후 타려던 택시에 발을 들이려는 순간, 알수 없는 구토 증상에 그 택시를 그냥 보냈는데, 100미터도 못가서 사거리에서 추돌사고로 완전히 찌그러지는 걸 보기도 했다.


이정도면 그는 신의 사랑을 받는 사람 아닌가?


27세 정이헌.

정씨 집안 3대독자로 태어나 온 가족의 사랑과 애정을 한 몸에 받으며 남부럽지 않게 컸다. 그의 부모님은 태몽으로 금강산 신령님이 아기를 내리는 꿈을 꾸었다 해서 큰 인물이 될거라고 작명소에서 무려 10만원이나 주고 이름까지 지어주셨다.


그렇게 승승장구하던 그의 인생이 갑자기 왜 이렇게 되었을까?


27살 생일을 앞 둔 6월, 그래. 6월부터 갑자기 무슨 액이 낀 것처럼 모든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아니..보통 아홉수가 안 좋은거 아닌가? 그는 아직 29살이 아닌 27살인데..그는 인생이 갑자기 왜이렇게 예약한 것처럼 꼬이기 시작하는지 정말 정신을 차릴수가 없다.


어렵게 들어가 잘 다니던 회사에선 하필 정이헌을 제일 싫어하던 차장이 부장으로 승진 후, 그에게 형편없는 인사고과를 주고 실적도 낼 수 없는 허드렛일만 시키는 통에 드럽고 치사하다고 사직서를 낸 것이 6월 초였다.


여름 휴가라도 보내고 사표를 낼 껄 하는 후회는 왜 사직서를 던지고 나서 들까? 젠장.


회사 동료가 소개 해준 미모의 아가씨도 일주일간 카톡으로 대화할 때는 너무 잘 맞고, 보내준 사진들만 봐도 가슴이 설레서 잠도 못 잘 정도 였는데··· 막상 만나기로 한 날 회사에서 해외 파견근무가 잡혔다고 다음에 보자며 파토가 나 버렸다.


뭐, 회사를 그만둔거나, 소개팅이 파토가 난 거 정도라면 초강력 긍정마인드의 사나이라면 얼마든지 이겨낼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보이지 말아야 할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그의 집에 함부로 드나드는 귀신들이다. 이헌이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거나 일을 볼때마다 화장실을 훔쳐보는 등, 짜증나게 만든다. 볼 일을 보려고 변기에 비몽사몽 앉아 있을때 열린 화장실 문에 휙 나타났다 사라지는 머리는 정말 잠을 확 깨게 해준다.


아침에 일어나서 먹으려고 주방 식탁위에 빵을 좀 사다 놓으면, 이것들이 밤 새 먹었는지 아침에 보면 빵이 골아서 도저히 먹을수가 없다. 정말 민폐덩어리들이다!


일을 보러 밖을 나가면 더 심각하다.

길가엔 왜이리 귀신들이 많은지··· 모른척 지나가려하면 뒤에서 머리 끄댕이를 잡는 통에 몇번이나 고꾸라질뻔 했다.


지하철에선 같은 칸에 있던 딱 이상형의 아가씨를 보고 슬쩍 옆으로 가서 서 있었는데, 그 아가씨에게 어찌나 심각한 음식물쓰레기 냄새가 나는지···처음엔 안 씻은 냄새인줄 알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이 빙의된 사람들에게 나는 냄새라는 것을 깨달았다. 예쁜 사람들은 귀신들 눈에도 탐이 나는가보다. 한 달정도 이런 사람들을 길에서 마주치다 보니 냄새로 분류도 가능해졌다.


음식물쓰레기 냄새, 하수구 냄새, 비린내, 뭔가 썩는 악취 등등


귀신에 따라 냄새도 다르게 나는 듯 했다.

처음엔 이렇게 냄새로 존재를 인식하게 되었는데 날이 가면 갈수록 점점 형상이 뚜렷하게 보이기 시작하니 더 환장할 노릇이다. 처음엔 냄새로, 그 다음엔 거무스름한 것으로, 이제는 사람과 별 반 다를거 없이 형상이 그대로 보인다.


좀 다른 귀신도 있다. 그를 놀래키려고 장난치는 것들이 아닌 뭔가 점잖은 존재들이다.


정갈한 흰 한복을 입고 깔끔하게 쪽 진 머리의 할머니와 좀비처럼 눈이 퀭한 창백한 갓 쓴 선비인데 이 선비가 쓴 갓이 신기하게 생겼다. 마치 우산처럼 챙이 그렇게 큰 갓은 처음 봤다. 그리고 가끔 보이는 할아버지 한분도 계신데 이분은 곰방대를 물고 계신다. 옛날 어르신처럼 흰 한복같은걸 위아래로 입으시고 상투도 틀고 계시는데 들고 있는 곰방대도 서 있는데도 땅에 닿을정도로 엄청나게 길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 귀신들은 다른 귀신과 다르게 점잖게 집안을 오갈 뿐이었다.


특히 할머니는 그의 조상인지 다른 귀신들로부터 그를 지켜주는 것처럼 보였다.


친구들을 만날때마다 이런 고민을 털어놓고 싶은데 그들은 분명 이헌을 미친 놈 취급할거다. 말해봤자 소용없을테니 그저 혼자 끙끙 대는 수밖에.


이런 저런 상념에 잠긴 사이 어느새 지하철이 홍대입구역에 도착했다.

오늘은 회사 때려쳤다고 하니 친구들이 이헌의 생일 축하 겸 술을 사준다고 나오라해서 오랜만에 홍대로 나왔다. 홍대입구역에서 내려 친구들과 늘 가는 포차로 걸어가고 있는데, 오렌지색으로 염색한 귀여운 스타일의 여자가 말을 걸었다.


“저기요. 잠시만요”


이헌은 혹시 도믿걸인가 싶어 그냥 가려는데 아무래도 오렌지색 머리카락이 자꾸 그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헌은 이어폰을 빼고 애써 무심한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오렌지색 머리에 잘 어울리는 갈색 눈동자가 유달리 반짝거렸다. 앳되보이는 이목구비에 매끈한 피부가 그녀를 더 청초해보이게 만들었다.


“어깨 아프지 않아요? 뭘 그렇게 주렁주렁 달고 다녀요?”


“네? 제가 뭘....”


아- 이 여자가 뭘 말하는 건지 순간 알아차렸다. 이 여자 혹시 보이는 건가.


“혹시···보이시나요?”


“풋..그렇게 한가득 달고 다니는데 어떻게 못봐요?”


장난스럽게 키득대며 웃는 그녀. 웃지마요.. 외로운 그의 가슴에 불을 지르지 마요.

벌써 순식간에 이헌의 머리속에선 그녀와 결혼을 하면 신혼여행을 유럽으로 가는 상상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니야- 이런 생각을 할때가 아니야! 정신차리자 정이헌!


“저도 아는데···어떻게 이것들을 떼어내는지 몰라서요.. 혹시 무당이세요?”


이헌의 질문에 그녀가 박장대소했다.


“아하하- 제가 무당은 맞구요. 저보단 저희 대표님이라면 당신의 걱정을 다 해결 가능할거에요. 우리 회사 명함 드릴테니 연락 해보시던가요.”


톡톡 쏘는 듯한 말투의 그녀가 시크하게 건네 준 감귤색 명함을 받아들고 감사하다고 인사하는 이헌에게 그녀가 생글거리며 말했다.


“저희 대표님이 다 인연법이랬어요. 만약 연락이 되면 정말 인연인거구요. 안되어도 인연이 아닌 것 뿐이니 실망하지 마세요. 그럼 잘 가세요.”


우물쭈물 감사인사를 하고 돌아서는데 문득 그 여자분의 연락처도 받을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온다.


“에이 씨- 나는 왜 맨날 한박자 늦게 이런 생각들이 나는거야? 이구 이 멍청아.”


그나저나 와우 신기하다. 역시 홍대는 홍대. 별의별 사람이 다 모이는 곳이 맞구만.


약속장소로 천천히 걷는 와중에도 계속 강렬했던 그녀가 이헌의 머리속을 맴돌았다.


뭔가 기존쎄 스타일이긴 했지만, 여리 여리한 그녀가 무당이라니.. 상상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머리가 오렌지색이잖아?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왠지 단정한 검은머리에 한복같은걸 입을거라고 상상했는데 그녀는 너무나···뭐랄까···인스타에서 많이 본 거 같은···


“앗! 그렇네. 난 그녀를 인스타에서 본 적이 있는데?!”


그는 허겁지겁 인스타를 열고 이헌 계정의 저장됨 폴더를 열어보았다.


그렇다..그는 사실 자기 스타일의 여성 인플루언서들을 저장해두고 종종 들여다본다.


보기만 하는 건데..죄는 아니잖아?! 그럼..그렇지.


찾았다! 그녀의 인스타 계정! 무려 팔로워 20만의 디지털 노마드 인플루언서! 차이레.


이헌은 이마를 손으로 탁- 짚으며 탄식했다. 내가 왜 오렌지색 머리를 보고 기억 못했을까···


그녀의 인스타 프로필에는 다채로운 그녀의 직업들이 나열되어있었다.


오컬트 블로그 운영자, 타로마스터, MZ 무당 등등


‘그 회사에 가보면 나도 예전처럼 귀신을 보기전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돈이 많이 드는거 아냐? 내 통장은 현재 텅장인데..백수인 나한테 돈을 뜯을 려는 수작일까?

나 정말 개털인데..’


이헌은 머리속이 복잡해졌다. 하지만 뭔가 현재 그의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은 느낌에 날아갈듯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게다가 메가 인플루언서 차이레와 말을 나눈 사건도 기분이 좋아진 이유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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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MZ무당 등장이오! 24.08.31 13 1 8쪽
4 삿된 것이 오는 날 24.08.30 15 2 7쪽
3 도사님이 뿔나셨다 24.08.28 16 2 11쪽
2 금지된 꽃차라 하여 금화수라 +1 24.08.26 18 2 7쪽
» 아홉 수보다 무섭다는 일곱 수 +3 24.08.26 45 4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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