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도 홍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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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챙이
작품등록일 :
2024.08.29 03:13
최근연재일 :
2024.09.21 13:00
연재수 :
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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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글자수 :
57,934

작성
24.08.29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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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5쪽

1. 박복(薄福)한 운명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지명, 인명, 사건등은 모두 작가의 상상입니다.




DUMMY

"푸우..."


길게 숨을 내뱉으니, 하얀 숨이 퍼져나간다. 추운날씨다. 영하... 몇도랬더라?


여하간 추운 날씨에도 정훈은 일을 하고 있었다. 본디 단기알바로 구했던 일자리였지만 하다보니 일도 손에 익고, 사람들도 나쁘지 않아 꾸준히 하고 있었다.


"어이. 정훈씨. 쉬엄쉬엄해."

"아. 예. 정씨 아즈씨.

"허허. 너무 바짝하지마. 내일 할껀 내일해야지."

"네. 하하."


다가와 맘에도 없는 말을 하는 팀장의 말에도 정훈은 그저 웃으며 손을 가만 두지 않았다. 배선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리모델링이라는 이 작업은 전기와의 싸움이다. 분명 메인(Main) 전기를 죽이고 작업하는거지만 언제 어떻게 전기가 살아있을지 모른다. 합선은 그나마 다행이고 감전이라도 일어나면...


"후우."


추운날씨라서 목장갑을 낀 손가락이 차갑다. 등엔 땀이 조르륵 흐르는 상황이지만, 손까지 그 열기가 제대로 전해지진 않으니까. 게다가 항상 팔을 들고 하는터라, 저리는건 부지기수다. 그렇게 떨리는 팔을 내리고 쉬고 싶지만 그건 안된다. 아직 단선된 선을 테이핑하지 못했기에 절단된 다른쪽 선을 잡고 있어야했다. 땀이 삐질대는 눈가가 따갑지만 고개를 흔들어 겨우 땀을 떨궈냈다.


"퓨..."


다행히 손목에 감긴 테이프를 잡아 테이핑을 마치고 선을 놓는다. 언제나 마음 졸여지는 순간이다. 만약 전기가 살아있는데 제대로 절연조치를 하지 않으면 스파크로 인해서...


'아냐. 아냐.'


황급히 고개를 흔들고서 정훈은 사다리를 내려갔다. 천장타일도 다 붙여진 거의 마무리되어가는 인테리어 공간. 꽤 낮익은 분위기를 보니... 카페로 만들 생각같았다.


'...'


사다리를 내려와 손을 털고 다들 우르르 나가는곳을 따라간다. 이제 점심시간이다. 밥을 먹고 오침을 좀 해야했다. 어제밤에 술을 좀 들이켰더니 몸상태가 그리좋지 못했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자마자, 정훈은 숙소로 향했다. 이 알바의 좋은 점이자, 최고의 베네핏. 점심 저녁제공과 숙소제공.


무엇보다 전세사기를 당해, 오도가도 못하는 정훈에겐 정말 꼭 필요한 거였다. 분명 한달전까지만해도 모아둔 돈으로 그래도 꽤 괜찮은 전세집에 이사갈거라고 꿈에 부풀어있었는데...


'...'


정훈은 고개를 흔들었다. 어느새 밤 10시. 조용히 밤을 즐기는 소리만이 가득하다. 3인 1실의 작은 여관방이라 소음은 감수해야했다. 나만 자는곳이 아니니까. 벌써 곯아떨어져 코를 고는 두 아저씨들을 쓰게 웃으며 보다가, 정훈도 자리에 누웠다. 이부자리는 눅눅했다. 몇일전에 비가 왔는데도 그대로 깔아뒀던 모양이다.


"... 후후."


이런 생활도 나쁘진 않다만, 그래도... 너무 속이 쓰린다. 그 돈을 어찌모았던가. 대학을 겨우 졸업하고 거의 십년을 아끼고 또 아꼈다. 여자친구도 마다하고 오직 돈만! 오직 돈! 이란 생각으로 그렇게 악착같이 모은 돈이었다. 그런 돈이 단 한번의 사기로 주머니에서 사라졌다.


"시발... 개엿같네."


낮게 이를 갈며 최대한 욕을 내뱉어본다.





"정훈씨! 정훈씨!"

"예?"


다음날. 평소와 같이 일하고 있는 그를 반장인 정씨 아저씨가 불렀다. 다급히 사다리를 내려온 그를 향해, 정씨 아저씨는 동그란 눈을 보였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네?"

"... 할... 할아버지요?"

"어. 경찰서에서 경찰관이 왔더라고. 여기 홍정훈이란 사람이 있냐면서. 그래서 있다고 했더니만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으니까 가보라고 하더만."

"아..."


작게 고개를 끄덕이다 정씨를 향해 고개를 푹 숙인 정훈은 멍해진 머리로 숙소를 향해 뛰었다. 할아버지?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셔서, 정훈은 거의 고아처럼 자랐다. 친척이라고 해봐야 큰아버지 한분이 계셨지만 어린 정훈을 돌보기를 거부했기에 어쩔수없이 할아버지와 함께 살아야했다.


그런 할아버지가... 참 오래도 사셨구나 싶었다.


'...'


촌구석에 있기싫어서 뛰쳐나온지 벌써 십여년이 흘렀다. 과외와 온갖 단기알바로 간신히 대학을 마친 뒤론 거의 연락조차 없던 할아버지였다.


그런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단다.


'...어디였지?'


오래된 기억을 헤집어야했다.






"고맙습니다."

"그려. 조심히 가쇼잉."

"네."


정겨운 사투리를 오랜만에 듣긴했지만, 맘은 불편함이 가득했다. 정훈은 불과 삼일전에 할아버지의 유해를 정리했다. 그리고... 아쉽게도 오랫동안 알바했던곳과는 작별을 고했다.


'그려. 고생했어. 홍씨.'

'감사했어요. 아저씨.'

'그려 그려. 홍씨는 부지런허니께, 뭐든 잘 될껴. 힘내고.'

'...네.'


전화로 작별을 했음에도, 다행히 정씨 아저씨는 화를 내지 않았다. 다행한 일이었다. 할아버지가 남겨둔 작지만 꽤 복잡한 유산들을 정리하는덴, 꽤 오랜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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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5. 거물 24.09.16 20 1 7쪽
18 5. 거물 24.09.14 25 1 5쪽
17 4. 검지보육원 24.09.13 24 1 5쪽
16 4. 검지보육원 24.09.11 25 1 6쪽
15 4. 검지보육원 24.09.11 23 1 5쪽
14 4. 검지보육원 24.09.10 29 1 5쪽
13 4. 검지보육원 24.09.10 25 1 6쪽
12 4. 검지보육원 24.09.10 26 1 5쪽
11 4. 검지보육원 24.09.08 23 1 6쪽
10 3. 도술수련(道術修鍊) 24.09.07 28 2 6쪽
9 3. 도술수련(道術修鍊) 24.09.06 25 1 5쪽
8 3. 도술수련(道術修鍊) 24.09.06 26 1 6쪽
7 3. 도술수련(道術修鍊) 24.09.03 31 1 6쪽
6 2. 재물신(財物神) 24.09.02 30 1 5쪽
5 2. 재물신(財物神) 24.09.02 26 1 6쪽
4 2. 재물신(財物神) 24.08.31 29 1 5쪽
3 1. 박복(薄福)한 운명 24.08.30 26 1 5쪽
» 1. 박복(薄福)한 운명 24.08.29 38 1 5쪽
1 0. 청화동 찌질남 24.08.29 42 0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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