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기의 정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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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9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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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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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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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6. 정령(2)

DUMMY

호수에서 라피엘의 몸을 꺼낸 운디네는 뭍에다가 안전하게 눕혔다.


이것은 라피엘이 운디네와의 계약에 성공한 것을 뜻하기도 했다. 정령은 계약 없이는 인간계에서 모습을 들어낼 수 없으며 능력을 쓸 수조차 없다.


운디네는 라피엘이 물에 빠져 죽기 직전에 계약에 응하며 그를 살려준 것이다.


라피엘의 머릿속으로 운디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로···무모하신 분이군요···.


죽다 살아난 라피엘은 언제 그랬냐는 듯 천진난만하게 말했다.


"헤헤 고마워 운디네. 덕분에 살았다. 그리고 반가워."


-뭐 하는거야 라피엘! 왜 그렇게까지 무리했어! 물에 빠져 죽으면 어쩌려고!


실프는 울먹거리며 날아와 라피엘의 양손으로 머리를 두들겼다.


타격감은 전혀 없었지만 실프의 앙증맞은 두손에 심장에 무리가 가긴 했다.


"아하하 괜찮아. 나 수영 할 줄 알아."


-뭐야! 수영 할줄 알았던 거야?


"응. 나 수영 잘해. 해병대 출신이거든. 군대에서 전투수영할때는 물개 처럼 바다를 누볐···아차차 또 쓸데없는 말이 나왔네."


전생의 기억. 군대에 갔다온 것은 벌써 한참 전의 기억이지만, 고생했던 만큼 머릿속에 많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따금 습관처럼 실언이 튀어나왔다.


-해병대? 그건 또 뭐야. 아무튼 속였단거네? 우씨! 난 그것도 모르고 걱정했잖아.


실프는 라피엘이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자주 하기에 크게 게의치 않고 넘겼다.


그것보다 수영을 할줄 안다는 말을 듣자, 자신이 속았다는 생각에 눈물이 쏙 들어갔다.


-거짓말이었다니···너무 하시네요 라피엘님.


-쿠웅. 난 알고 있었다.


라피엘의 허접한 연기에도 속아넘어갈 만큼 정령들은 순수한 존재들이었다.


전생에는 자본주의에 찌들어 서로 속고 속이는 사람들에 질린 적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 이곳에서 정령들을 보고 있자니 그런 마음들이 어느 정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스펙타클 했던 운디네와의 계약을 마치고.


라피엘은 불의 하급정령인 샐러와도 계약에 성공했다.


운디네와 비교하면 샐러와의 계약은 식은죽먹기였다.


라피엘이 샐러의 기운을 느끼고 계약을 하려 하자, 성미가 급한 샐러는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라피엘의 눈앞에 뜨거운 불꽃과 함께 화려하게 나타났다.


샐러는 머리부터 팔과 다리가 불꽃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외형적인 모습은 도롱뇽과 비슷하게 생긴 모습이었는데 훨씬 귀여웠고, 앙증맞은 두발로 서서 팔짱을 낀 채 라피엘을 바라보고 있었다.


-하하하 불의 정령 샐러님이 나타나셨다. 너냐? 나를 불러낸 놈이.


"맞아 나는 라피엘. 반갑다 샐러."


샐러는 등장과 함께 과한 불꽃 쇼를 선보였는데 그 불꽃들이 숲의 사방으로 튀어 하마터면 불이날뻔도 했었다.


-나타나자 마자 뭐하는거야 이 무식한 도롱뇽아! 숲을 다 태워 먹을 뻔했잖아. 운디네랑 내가 불을 꺼서 망정이지.


실프는 등장부터 과한 액션을 선보인 샐러의 머리통을 작은 주먹으로 쥐어박았다.


옆에 있던 운디네도 샐러에게 소심하게 말했다.


-앞으로는 조심좀 해주세요. 샐러님.


머리통을 얻어 맞은 샐러는 손으로 뒤통수를 잡고 실프를 노려보았다.


-크억! 누구냐! 누가 내 머리를 때렸어! 너냐 이 못생긴 나방아!


샐러는 열이 받았는지 활활 타오르는 불꽃들을 마구 뿜어내고 있었다.


실프도 이에 질세라 주변에 세찬 바람을 일으켰다.


-뭐? 나방? 정령계의 요정인 나에게 나방이라니 이 생기다만 도롱뇽 자식이!


샐러와 실프는 각각의 능력을 선보이며 서로 대치하고 있었다.


"워워 왜그래 그만해 둘다."


라피엘의 만류에도 그칠 생각은 없어 보였다.


두정령의 싸움은 점점커져 힘겨루기를 하기 시작했다.


정령들의 작은 몸집에서 만들어 냈다고 하기에는 엄청난 위력의 불과 바람이 맞붙었고, 이내 커다란 화염의 소용돌이가 만들어졌다.


휘우우웅-


두 원소의 정령들이 한번에 강한 위력의 스킬들을 사용하자 라피엘의 마나는 빠른속도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으윽···점점 기운이 빠지고 있어. 얘네는 왜 처음 보자마자 싸우는 거야'


라피엘이 실프와 샐러를 말리려고 했지만 이미 화염의 소용돌이는 겉잡을 수 없이 커져가고 있었다. 이대로 둔다면 소용돌이가 숲을 통째로 삼킬것만 같았다.


화염의 소용돌이의 크기만큼 라피엘의 안색도 빠른 속도로 나빠져갔다.


'잠깐만 이건 좀 위험한거 같은데···'


이제서야 상황이 그리 가볍지 않다는 것을 알고 손을 써보려 했지만 이미 라피엘은 마나를 너무 많이 사용해 소리칠 힘도 없이 풀썩 주저앉고 있었다.


그 순간.


촤아아악!


거대한 양의 물결이 화염의 소용돌이를 덮쳤다. 라피엘의 안색을 살피던 운디네가 나선 것이다.


소용돌이는 사라지지 않기위해 발버둥 쳤지만 운디네의 스킬로 꺼지지 않을 것만 같던 강한 불꽃들도 점차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상황이 어느덧 정리되고.


운디네는 얼굴을 붉히며 철없는 두 정령에게 소리쳤다.


-두분다 뭐하시는거에요! 그렇게 마구 스킬을 써대면 라피엘님의 마나가 다 바닥나 버린다구요!


운디네는 라피엘이 물에 빠져 죽어갈 때도 구해준걸 보면 알 수 있듯이 소심한 성격임에도 나서야 할 때는 하는 정령이었다.


라피엘은 그나마 운디네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크윽···마나는 마지막에 네가 제일많이썼는데 운디네···그래도 고마워 잘했다. 또 덕분에 살았어."


운디네가 나서지 않았으면 라피엘은 마나를 다 써버리고 기절했을지도 모른다.


그럼 정령들의 소환은 해제되고 남은 라피엘이 홀로 숲과 함께 불타버릴 수 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 암울한 미래를 생각해보니 라피엘은 순간 아찔함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이 와중에 실프와 샐러는 팔짱을 끼고 서로 곁눈질을 하고 있었다.


두 정령은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모르고 아직도 정신을 못차린 듯했다.


죽을뻔한 상황에 조금은 화가난 라피엘이 두 정령을 노려보고 말했다.


"안되겠다. 너네 일단 모두 다 돌아가. 정령계에서 반성좀 해. 반성할 때까지 부르지 않을 거야."


-치. 그런게 어딨어 이게 다 무식한 도롱뇽 때문인데!


-무슨소리. 내가 아니라 저 건방진 나방 때문···


라피엘이 소환을 해제하자 샐러의 심언은 중간에 끊겨 버렸다. 모든 정령은 강제로 정령계로 돌아갔다.


정령들은 앙증맞게 귀여운 형태를 이루고 있었지만 자연을 다스리는 존재들이었다.


그만큼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정령들을 컨트롤하려면 라피엘의 역량은 아직 많이 부족했다.


앞으로 그 힘을 컨트롤을 하기 위해 정령들과 교감하고 유대감을 만드는 것이 라피엘에게 남겨진 숙제였다.


"후우~ 진짜로 죽다 살아났네. 앞으로는 조심 해야겠어."


걸을 힘조차 없이 마나가 바닥나 버린 라피엘은 한참 동안 커다란 나무의 기대어 휴식을 취했다가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간 라피엘은 당분간 정령들을 소환하지 않았다.


집과 훈련장을 오가며 잠시 미뤄두었던 체력단련과 격투술에 전념했다.


그렇게 며칠이 흐르고 어느 정도 체력이 돌아오고 나서야 라피엘은 다시 마을 밖의 숲속으로 향했다.


숲에 도착한 라피엘은 주변에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정령들을 소환했다.


"운디네. 샐러. 실프. 언노움"


라피엘 앞으로 모든 원소의 정령들이 차례로 소환되었다. 라피엘은 그중 실프 와 샐러를 바라보며 말했다.


"실프. 샐러. 너네 저번 일은 반성 좀 했어?"


실프는 고개를 숙이고 몸을 비비 꼬며 말했다.


-응. 라피엘.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 그러니까 안 부른다고는 하지 말아 줘. 정령계는 너무 답답하단 말이야.


샐러도 부끄러운지 쭈뼛쭈뼛 제대로 서있지 못했다.


-크흠. 미안하다.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 라피엘.


"그래 알겠어. 이번에는 처음이니까 봐주는데 다음부터 조금이라도 싸우면 바로 둘 다 정령계로 보내버릴 거야. 그리고 다신 안부를 테니까 그런 줄 알아. 알겠지?"


-응. 알겠어.


-알겠다.


"그럼 이제 둘이 마주 보고 화해의 악수해. 빨리 자~ 악수 ~"


라피엘은 실프의 손과 샐러의 손을 맞잡게 하고 흔들었다. 순간 자신이 마치 유치원 선생님이라도 된것같은 느낌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정령들은 대체로 나이가 2천살은 족히 넘는다고 했다.


그렇게 수천년을 살아왔음에도 4살짜리 아이같이 유치한 건 아마도 긴시간 동안 순수함을 지켜온 것에 대한 증거일지도 모른다.


불과 바람 두 정령의 화합을 마치고.


라피엘은 본격적으로 정령들의 능력들을 하나씩 파악하기 시작했다.


처음 계약한 실프의 능력들은 저번에도 확인했듯이 바람을 날카로운 칼날같이 만들어 날려 보내 물체를 절단할 수 있었고 샐러와 싸울 때 처럼 소용돌이를 만들어 사방을 휩쓸어 버릴 수도 있었다.


그리고 추가적으로 바람의 축복을 내려 몸을 가볍게 할수도 있고 심지어 하늘도 날게 해줄 수도 있었다.


"우와! 내가 하늘을 날고 있어! 아이 캔 플라이~~~"


실프의 모든 능력들을 감상하고.


다음은 샐러의 차례였다.


"이 몸이 나설 차례군. 모두 잘 보아라. 이것이 불의 정령 샐러님의 힘이다."


샐러는 신이나서 자신의 능력들을 마음껏 펄쳐 화려한 불꽃 쇼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물론 저번처럼 숲이 타버릴 만한 불상사는 만들지 않도록 샐러의 쇼는 호수앞에서 시연됐다.


샐러는 하늘을 향해 화려한 불꽃들을 뿌리고, 불로 이루어진 구체를 만들어 폭발시키기도 했다. 


"푸하하하 보았는가! 이몸의 강력한 불꽃을!"


불의 정령인 샐러의 능력들은 무언가를 파괴하고 불태우는 전부 공격에 특화된 능력이었다.


다음으로 운디네는 샐러와는 반대로 방어 능력과 치유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운디네에 손길에서 나온 물길이 치솟아 물의 장벽을 만들 수 있었고, 라피엘을 구할 때처럼 커다란 물방울을 만들어 그 안에서 몸을 회복시킬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노움은 올라운더로 공격, 방어, 보조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샐러처럼 강력한 공격은 아니었지만 커다란 바위를 만들어내 던질 수 있었다.


땅에서 벽을 만들어 방어하거나 나무줄기들이 자라나 무언가를 묶어 둘 수도 있었다.


라피엘은 한동안 매일 같이 집과 마을밖 숲을 오가며 정령들과 교감하며 열심히 그 능력들을 강화시켰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라피엘의 마나량도 증가해 쉽게 지치지 않았고 정령들의 능력들도 점점 더 강화되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갈고 닦아 훈련해서 강해지는 것.


그것은 전생에서부터 라피엘이 가지고 있던 근본적인 욕구였다.


정령의 힘은 물리적인 인간의 힘을 초월했고 자신이 신체를 훈련하여 강해지는 것 과는 차원이 달랐다.


라피엘은 그 강력한 힘에 점점 매료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정신없이 정령들과 지내다 보니 어느덧 아버지를 따라 무역을 떠나기로 한 날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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