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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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노동생
작품등록일 :
2024.08.29 18:37
최근연재일 :
2024.09.22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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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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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2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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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그랬지? (2)

DUMMY

정적을 깬 건 경유의 목소리였다.


"네..?!! 저는 힘도 약하고 싸우는 법도 모르는데.. 그보다 왜..?!!"


옥황상제가 경유의 물음에 하나하나 대답해주기 시작했다.


"우선 힘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단다. 저승에서는 몸싸움이 아닌 마력으로 싸우니."


그러나 경유의 귀엔 잘 들어오지 못했다. 저승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얼떨떨한데, 갑자기 초면의 남자와 싸우라고 하고, 마력을 쓰라니.. 경유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였다.


그러나 옥황상제는 아랑곳 않고 설명을 이어나갔다.


"저승에서는 생전에 받아왔던 고통과 쌓아온 공덕을 계산해 각자에게 마력을 하사한다. 물론 그에 맞는 무기도 주고. 그러니 여자고 남자고, 노인이고 어린이고 모두가 평등하지. 선하게 살아왔다면 말이야."


경유가 머릿속에 들어온 사실을 간신히 이해하던 도중, 옥황상제가 경유를 향해 손가락을 까닥였다.


파앗-


작은 빛이 경유의 심장 부근에서 반짝였다.


"네 마력을 개방했다. 무기는 재판이 끝난 뒤에 받을 수 있는데... 원이 네 걸 빌려주지 않겠니?"


그러자 저승사자가 한숨을 푹 쉬고는 답했다.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라 했지 않습니까..."


"뭐 어떠니. 너랑 잘 어울리는 이름같은데."


"누가 지어준지도 모르는 이름 따위 필요없습니다. 저랑 잘 어울리지도 않고요."


"누가 지어준 지 알면 그런 말은 하지 못할텐데.. 아무튼 그래서 무기가 주기 싫다?"


"하아.."


원은 한숨을 쉬면서도 품 안을 뒤적거리며 무언가를 꺼내들었다. 원은 부채를 꺼내들어 경유에게 건넸다.


'이걸로 싸우라고..? 부러지는 거 아냐..? 아니, 마력으로 싸우는거면 괜찮을까?'


경유가 뒤를 돌아 은발의 남자를 바라봤다. 눈이 마주치자 싱긋 웃음을 지은 남자는 뭐라 드리지 않게 중얼거렸다.


"네가 그랬지?"


"내 인생 살라고."


뒤이어 경위가 검을 꺼내들었다.


"참고로 제 이름은 경위입니다. 앞으로 부르게 될 일이 있을 것 같으니. 아무튼 긴말 않고 시작하겠습니다."


경위가 빠른 속도로 경유를 향해 뛰어왔다. 경유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꺄아악!! 아니, 부채로 검을 어떻게 상대하라고요..!!"


경유가 계속해 뒷걸음질을 쳤다. 기어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자 경유는 부채를 펼쳐내 경위에게 휘둘러보였다.


사악-


"내가 말했잖니. 무기나 성별이 아니라 마력으로 싸운다고."


바람을 가로지르는 소리가 나자 부채의 끝에서 한 폭의 빛과 함께 어마어마한 바람이 불어나왔다. 본래 부채가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용도라고는 하나, 너무나 거센 바람에 검을 쥐고 뛰어오던 경위가 휘청여 검을 놓쳤다.


'이게 뭔..아니지, 지금이야.'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직도 이해를 하지 못했으나 한 가지 사실만은 명확했다. 자신에겐 힘이 있고, 기회는 지금이라는 것을.


경유는 부채를 다시 한번 휘둘렀다. 거센 바람에 경위는 뒤로 한발 더 물러났고, 검에게서 점점 멀어졌다.


'그나저나 이제 어쩌지..? 매번 이렇게 바람만 일으킬 수도 없는 셈인데..'


경유가 머뭇거리는 틈을 놓치지 않은 경위는 빠르게 검을 쥐었고, 경유에게로 다가와 휘둘렀다. 검의 차갑고 단단한 날이 경유의 어깨에 긴 자상을 만들었다.


아악-!!


경유의 비명을 들은 옥황상제가 말했다.


"어차피 저승에서 싸우는 거니 죽지는 않는단다. 막 휘두르렴. 아니지, 경유 너는 혼수상태니 살아있구나? 이거 원, 죽으면 길이고 뭐고 다 물거품 되겠네.."


그 말을 들은 경유와 경유가 움찔했다. 찰나의 이상함을 놓치지 않은 경유는 부채로 경위를 밀어내며 생각했다.


'저 사람 왜 나를 죽이려 하지 않지? 내게 다른 목적이라도 있나..? 아까도 그냥 급소를 찌르면 됐는데 그냥 어깨만 베고.. 도박 한 번 해봐?'


경유가 휘두르던 부채를 접고 경위에게로 돌진했다. 경유가 자신에게 다가올 것을 예상치 못한 경위가 살짝 놀라 방심하던 찰나, 경유가 접은 부채를 세게 내려쳤다.


빠악-


경위에 어깨에 큰 소리가 나며 주저앉자, 옥황이 재밌다는 듯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하하-!! 그래, 이 정도면 경유의 승으로 봐도 되겠지? 그렇지 않니, 경위야?"


경위가 일어나 먼지를 털며 담담하게 말했다.


"제가 방심했습니다. 제가 졌습니다."


"그래, 조금 봐준 느낌도 드는데, 어차피 네가 내건 조건도 있고, 경유도 나름 초급자 치곤 잘 싸웠으니. "


옥황상제가 경유에게 다가가 자신의 의자 옆 붉은 문을 가리켰다.


"저 문으로 나가면 된단다. 원아, 네가 안내해 주렴."


"...알겠습니다."


그렇게 경유는 원에게 이끌려 문 밖으로 나갔다. 닫힌 문을 하염없이 바라보던 경위에게 옥황이 말을 걸었다.


"그냥 저 아이가 죽는 걸 원하는 줄 알았는데."


"....어찌 아셨습니까?"


"너희 과거 쯤이야 눈 감고도 볼 수 있지."


경위가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들어올려 천장을 바라봤다. 빛나는 조명과 그에 상반되게 어두운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야 죽는 걸 원했지만, 지금은 욕심이 납니다. 곱게 죽여주고 싶진 않다고요. 제 목표를 이루기 전까진 죽이지도, 죽지도 못합니다."


"그래. 아무렴. 목표가 있는 자들은 죽음을 원하지 않으니."


경위가 고개를 돌려 옥황을 바라봤다.


"어째 말리진 않으십니다."


옥황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네가 어떤 고통을 겪었는지 아니까. 그리고 알잖니. 나는 치우쳐선 안 되는 존재란 걸. 내가 할 일은 그저 흐르는 걸 지켜보고 순리에 맞게 벌을 내리는 것이니."


"고통을 받아야 하는 이는 따로 있거늘 왜 저희는.."


말을 끝맺지 못하고 고개를 떨어뜨린 경위의 등을 옥황상제는 가만히 다독여주었다.


"부디 일이 순리대로 흘러가길 비마."


***


"저기, 원씨..?"


문을 열자 아까 보았던 것과 같이 검은 길이 펼쳐져있었다. 적막 속에서 묵묵히 원의 등 뒤를 따라가던 것도 잠시, 경유는 근질거리는 입을 가만히 두지 못하고 결국 원에게 먼저 말을 걸었다. 원은 곧바로 뒤를 돌아 답했다.


"이름으로 부르지 말아주세요."


"네..? 그럼 뭐라고.."


"그냥 사자님이라 불러 주세요."


"네에..그보다 갑자기 존댓말을.."


"일전에는 제가 무례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제 길을 걷는 자가 되었으니 존대를 쓰려는 겁니다."


"네.. 그나저나 어디로 가는 건가요..?"


"길은 재판에 통과한 자만이 걸을 수 있으므로 재판을 받으러 가는 겁니다."


"재판이요..? 뭐가 더 남았어요..?"


"길을 걷는 자 중에 악인을 걸러내기 위함인데.. 기본적으로 생명,고통,죄,미의 신에게 4번의 심판을 받게 됩니다."


그 말을 끝으로 둘은 하나의 문 앞에 도착했다. 붉은 색의 문이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문을 열자 틈새로 하얀 빛이 새나왔다. 경유는 마른침을 삼켰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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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네가 그랬지? (1) 24.09.01 11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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