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귀환한 마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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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샌
작품등록일 :
2024.08.29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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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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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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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DUMMY

한국 헌터 협회, 서울지부의 던전 모니터링 룸.


정면의 벽에는 커다란 모니터가, 수십개의 사무용 데스크에는 컴퓨터가 설치되어있다.


협회 직원들은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대한민국의 마나농도를 측정하고 있었고 이를 이용하여 갑자기 나타나는 던전을 확인 및 관리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대한민국 지도를 띄우고 있던 모니터 한 곳에서 갑자기 빨간점이 떠올랐다.


10년전, 던전 테이크 현상이 발생하여 커다란 싱크홀이 생겼던 홍대였다.


"또 게이트가 발생했나보네."


직원은 하품을 하면서 무심한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마나 농도 : 1,000,000...]


아주 오래전 몬스터와 헌터가 나타난 이후, 게이트가 등장하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었다.


하지만 그녀가 평정을 유지한 것도 잠깐뿐이었다.


"티, 팀장님...!!"


직원은 급하게 팀장을 불렀다.


책상에 다리를 올린 채 신문을 읽고 있던 팀장은 짜증난다는 얼굴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뭔가 이상합니다. 마나 농도가 1000만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 올라가고 있어요...!"

"아씨 뭐 이런 걸로 호들갑을 떨어? 평범한 C급 게이트 아니야?"

"하지만 올라가는 속도가 심상치 않단 말이에요...! 갑자기 0에서 1000만으로 훅 오르고 지금도...!!"


삐이이!!


눈깜짝 할 사이에 수치가 5000만에 다다랐다.


[A급 게이트가 등장했습니다.]


"어?"


삐이이이이이!!!!


이제는 1억.


[S급 게이트가 등장했습니다.]


"어어??"


그리고 그 이상으로 넘어간다.


어느 새 1억에 다다랐는데도 불구하고 수치가 오르는 속도는 절대 느려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까보다 몇 배나 더 빨라졌을 뿐이다.


"이게 왜 이래?!"


모니터링 룸의 팀장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눈을 잠깐 감았다 뜰 때마다 마나 농도가 1억 이상 튀었다.


[마나 농도 : 100,000,000]


[마나 농도 : 2,852,030,620]


[마나 농도 : 19,345,187,132]


[마나 농도 : 75,912,734,649]


[마나 농도 : 99,999,999,999]


[마나 농도 : 100,000,000,000]


100억을 넘어가는 순간...


[마나 농도 : ERROR]


[마나 농도를 측정할 수 없습니다!]


[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ERROR!!]


모니터에서 흘러나오는 경고등이 방 안을 빨갛게 물들였다. 눈 앞이 불길한 붉은 빛으로 번쩍거린다.


어느 새 모니터링 룸은 에러를 알리는 경고음과 직원들의 비명소리로 가득 차게 되었다.


"씨발..."


팀장은 이 참사 속에서 멍하니 서있다가 급하게 협회장을 통해 연락을 넣었다.


"협회장님 큰일입니다! X급 게이트가 발생했습니다...!"


***


협회와 정부 측에서는 시민들을 대피시키고 무장된 군인과 헌터들을 게이트 주변에 세웠다. 또한 외국에도 지원을 부탁했다.


2m를 훌쩍 넘는 근육질의 노인, 협회장은 자신이 끼고 있는 건틀렛의 상태를 확인하다가 뒷쪽에 있는 게이트를 돌아보았다.


게이트는 무서울 정도로 커다랬다.


마나 농도가 얼마나 높은지 탐지기로도 측정이 되지 않았고 금방이라도 몬스터가 튀어나올 것처럼 불길하게 일렁거렸다.


과연 저곳에서는 어떤 괴물이 나타날까?


그건 이곳에 있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다만 대한민국을 비롯한 전세계를 멸망시킬 지도 모를 정도로 끔찍한 놈이 나타날 것은 틀림없었다.


"던전 브레이크 추정 시간은 어떻게 되는가?"


협회장이 그렇게 묻자 옆에 있던 마법사가 끙끙대면서 말했다.


"그게...추정 시간을 알 수가 없습니다. 일반적인 게이트처럼 제한 시간이 적혀있지도 않고 마나농도가 너무 높아서 측정기로도 확인이 불가해요. 마도구를 사용하면 무조건 에러가 나옵니다."


그가 에러가 뜬 측정기를 보여주면서 울먹였다.


"쯧...그럼 지금 바로 브레이크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소리가 아닌가? 연락 넣었던 헌터들한테 좀 더 빨리 오라고 전하게. 외국 헌터들은 언제 도착하지?"


그때 푸른빛을 띄고 있던 게이트가 붉게 물들었다.


'던전 브레이크'의 시작이었다.


'아직 헌터들이 다 모이지도 않았는데...!'


그래도 이 자리에는 대한민국 S급 헌터가 전부 모여있었다. 어떤 놈이 나오더라도 피해를 최소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협회장이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두 주먹을 맞댔다.


파직!


그러자 그의 손에서 노란색의 전기가 일었다.


"다들 준비하도록! 던전 브레이크다!"


그곳에 있는 모두가 숨을 죽인 채 일렁거리는 게이트를 응시했다.


어쩌면 오늘은 대한민국의 마지막 날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게이트에서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


게이트는 약 1분정도 열려있다가 허무하게 닫혀버렸다.


***


높은 빌딩의 옥상, 작은 인형이 서있다.


그 인형의 정체는 대략 10살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었다.


푸른빛이 도는 흑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소년은 누가봐도 사랑스러운 외형을 하고 있었다.


그가 난간 손잡이 위에 아슬아슬하게 선 채로 말했다.


"형, 나 잘했지? 형 말대로 게이트가 열리자마자 이쪽으로 도망쳤어."


유령은 칭찬하듯 소년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그래 잘했어! 괜히 헌터들 눈에 띄었으면 귀찮아졌을 거야.>


유령은 엄한 얼굴을 하곤 경고했다.


<여기선 절대 변신을 풀면 안된다?>


"응, 알아. 사람들이 내 진짜 모습을 보면 놀랄 거라고 했잖아. 변신도 안 풀고 힘도 숨기고 있을게. 지금은 인간들이랑 잘 지내고 싶으니까."


소년이 고개를 끄덕이자 유령은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쨔식~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줄 알았는데 잘 듣고 있었구나!>


그때 소년이 하늘을 가리키면서 말했다.


"그런데 저거 봐. 하늘이 빨간색이 아니고 파란색이야. 완전 이상하지 않아?"


<이상하기는. 완전 평범하구만. 하~ 진짜 이 하늘이 그리웠어. 마계의 하늘은 칙칙하고 기분 나빴다고!>


"난 잘 모르겠어~ 나한테는 오히려 이쪽 세계의 하늘이 더 기분나쁘게 느껴지는 걸."


소년은 가만히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엄마는 왜 나한테 파란 하늘을 보여주려고 했던걸까? 색이 다른 거 빼고는 특별한 게 없잖아."


<너같은 꼬맹이가 엄마의 마음을 어떻게 알겠냐...>


유령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정말 마계에서 말했던 대로 할 생각이야?>


"응."


<웬만하면 너한테 따르겠지만 그건 너무...>


"형, 그만."


소년이 경고하듯이 말하자 유령은 시무룩해졌다.


<알았어...알았다구.>


소년은 옷 아래 숨겨져있던 포켓 목걸이를 꺼냈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푸른 빛이 도는 은발과 새파란 눈동자를 가진, 잘생겼지만 예민해보이는 얼굴을 한 남자의 사진이었다.


"일단은 아빠를 찾으러 가자. 아주 옛날부터 직접 얼굴을 보고 싶었던 말이야. 인간들은 빨리 늙으니까 벌써 할아버지가 됐겠지?"


<인마...그정돈 아냐! 겨우 10년밖에 안 흘렀는데 무슨 할아버지야?>


"흠~ 그나저나..."


소년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넓은 곳에서 어떻게 아빠를 찾지?"


유령이 의기양양하게 대답했다.


<그건 쉽지. 최대한 너랑 유사한 마나를 찾아. 부모자식은 마나 형질이 비슷하거든. 너희 엄마가 말했잖냐. 너는 고유 스킬이랑 마나 형질이 네 아빠랑 완전 똑같다고.>


"맞아. 엄마가 분명히 그랬어."


소년은 포켓을 닫고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가 잠시 눈을 감았다 뜨자 푸르른 눈동자가 붉게 빛났다.


소년의 시야에는 사람들이 푸른 점처럼 보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유난히 눈에 띄는 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소년의 얼굴에 말간 미소가 띄어졌다.


"찾았다."


눈깜짝할 사이, 소년의 인형이 사라졌다.


***


X급 게이트가 닫히고 소집령은 해제되었다.


일이 끝나자마자 S급 헌터 서태찬은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갔다. 그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쓰러지듯 현관에 누워버렸다.


'피곤해...술 마시고 싶어...'


서태찬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부엌 냉장고를 열었다.


냉장고 안은 소주와 맥주로 가득 차있었다. 그는 소주를 꺼내 병째로 들이키기 시작했다.


"끄윽..."


하나로는 만족이 되지 않는다는 듯, 서태찬은 냉장고에서 술을 전부 꺼내 얼굴이 빨개질 때까지 마셔댔다.


서태찬은 아내인 오수아를 잃은 후 오랜 무기력증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하루종일 집에 틀어박혀 술만 마셨다. 술에 취해서 잠들었고 잠에서 깨어나면 다시 술을 마시는 일을 반복했다.


이렇게 취해있지 않으면 자꾸만 아내가 떠올라서 참을 수 없었으니까...


오늘 X급 게이트가 나온 게 아니었으면 아예 집밖으로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서태찬은 벽에 기대어 앉아 포켓 목걸이를 열었다. 그 안에는 오수아의 사진이 있었다.


푸른빛이 도는 흑발에 까만 눈동자를 가진 오수아는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서태찬은 입술을 깨물다가 원망하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너는...거짓말쟁이야. 평생 내 곁에 있어주겠다고 말했으면서...나를 버렸어..."


오수아는 정의로웠다. 그녀는 언제나 자기자신보다는 타인을 우선시했다.


서태찬은 그런 선하고 이타적인 모습에 반했지만, 오수아와 가까워진 이후로는 그런 모습들이 싫어졌다.


왜 그렇게 사람을 구하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야? 너는 나보다 다른 사람들이 더 중요한 거야?


나한테 소중한 건 너밖에 없는데...!!


결국 오수아는 사람을 구하다가 최후를 맞이했다. 자신도, 아이도 버리고 타인을 위해 살다가 죽어버린 것이다.


서태찬은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다가 중얼거렸다.


"...죽어버릴까, 그냥."


그동안은 오수아 대신 그녀의 부모님이나 이 좆같은 세상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버텨왔다. 하지만 이젠 전부 질려버렸다.


더이상 오수아가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고 싶지 않았다. 왜 계속 살아가야하는지 알 수가 없어졌다.


그때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장모님이랑 장인어른이신가...?'


오수아의 부모님은 사위를 걱정해 자주 그의 집을 들리고 반찬을 챙겨주곤 했다.


서태찬은 오늘도 두 사람이 찾아온 것이라 확신하곤 현관문을 열었다. 그리고 눈앞이 하애질 정도로 놀라고 말았다.


"하나...?"


아내를 똑닮은 소년이 문 앞에 서있었기 때문이다.


푸른빛이 도는 흑발과 동그란 눈매, 귀엽게 생긴 얼굴은 누가봐도 오수아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저 파란 눈동자는 자신을 닮은 것 같았다.


소년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안녕, 아빠."

"...뭐?"


소년은 자연스럽게 신발을 신고 안으로 들어가자 옆에 있던 유령이 비명을 질렀다.


<야~! 신발!! 신발 벗어야지! 드럽게 진짜!>


"앗, 깜빡했다."


소년은 곧바로 신발을 벗어던지곤 거실 소파에 앉아버렸다. 그는 서태찬을 바라보곤 고개를 갸웃거렸다.


"안 앉아? 내 옆으로 와."


서태찬은 비틀거리면서 소년에게 다가갔다.


'지금 이게 무슨 일이지?'


갑자기 수아를 닮은 아이가 나타나지를 않나, 그 아이가 아무런 허락도 받지 않고 집안으로 들어오지를 않나...


이 모든 상황이 거짓말같아서, 현실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꼬마야...넌 누구니...?"

"난 서연우! 아빠의 아들이야. 아빠가 많이 보고 싶었어."


서연우, 그것은 언젠가 수아와 함께 정했던 아들의 이름이었다.


그리운 이름을 듣자 갑자기 다리에 힘이 풀렸다.


'설마...'


서태찬은 소년의 앞에 털썩 주저앉아 조그만 손을 붙잡았다.


이 소년에게서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이 자신의 것과 소름끼칠 정도로 똑같았다.


모두가 말했다. 오수아가 살아돌아올 확률이 1%도 되지 않는다고. 그녀도, 그녀의 아이도 이미 죽어버렸을 거라고.


오수아가 던전 테이크 사고로 실종된 지 딱 10년째.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이 아이는...


"네 엄마의 이름이 혹시, 오수아니...?"


그러자 소년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


"응, 맞아. 엄마 이름은 오수아고 아빠 이름은 서태찬이야."


그는 손을 꼼지락거리더니 목에 걸고 있던 포켓 목걸이를 꺼냈다.


이를 본 서태찬의 눈에서 미친듯이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건...나랑 수아가 나눠가졌던 목걸이잖아..."


서태찬은 한참을 소리없이 울다가 서연우를 세게 끌어안았다.


지금 이순간, 어떻게 아이가 게이트에서 돌아왔느냐는거나 어떻게 자신을 찾아왔느냐는 의문같은 건 들지 않았다.


그저 이 자그만 온기를 놓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서연우는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겠다는 듯이 커다란 두 눈만 깜빡거리다가, 유령의 소리없는 지시에 따라 서태찬의 등을 토닥여주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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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살아갈 의미, 돌아온 목적 24.08.30 30 0 11쪽
» 귀환 24.08.30 46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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