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귀환한 마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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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샌
작품등록일 :
2024.08.29 20:42
최근연재일 :
2024.08.31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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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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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의미, 돌아온 목적

DUMMY

꼬르륵~


그때 어디선가 뱃고동 소리가 울렸다. 바로 서연우의 배에서 나는 소리였다. 그는 자신의 배를 토닥거리면서 말했다.


"나 배고파."


<어우, 소리봐라. 장난 아니네. 여기로 올 때 너무 힘을 많이 썼나봐.>


서태찬은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나서 부엌으로 향했다.


'음식...뭐 먹을 게 없나?'


그는 술로 가득 차있는 냉장고를 뒤져, 장모님이 주신 반찬을 찾아냈다.


락앤락 뚜껑을 열자 불쾌한 냄새가 훅 올라왔다. 반찬은 이미 상해있었다.


서태찬은 입술을 씹었다.


'라면도 없고 통조림 같은 것도 없는데...어떡하지?'


생각해보면 제대로 되지 않은 음식을 먹지 못한지 꽤 지났다. S급 정도 되는 각성자들은 먹지 못해도 몇 달정도는 살 수 있었으니까.


그때 유령이 슬쩍 냉장고 안을 들여다보곤 혀를 찼다.


<거 너무 못해먹고 사는 거 아니요? 서리왕 형씨 그냥 배달음식이나 시켜줘~>


"아..."


그래, 배달음식 그게 있었다.


서태찬은 재빨리 배달어플을 다운 받고 켰다. 그러자 유령이 그에게 찰싹 달라붙어서 화면을 바라보았다.


<우리 연우는 가리는 거 없이 잘 먹으니까 아무거나 시켜줘도 돼. 얘는 먹을 수 있으면 흙이라도 먹을 걸? 그래도 기왕이면 맛있는 걸 먹여주고 싶은데...>


유령은 중국집을 가리키면서 외쳤다.


<앗! 짜장면같은 거라도 시켜주면 어때? 탕수육도 같이.>


서태찬은 유령의 지시에 따라 음식을 시키고 연우가 있는 거실을 돌아보았다.


연우는 소파에 앉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서태찬은 이 집에 아이가 있다는 것이 너무 어색하게 느껴졌다.


'수아랑 내 아들...인거구나...'


그는 문득 집안이 엉망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빨랫감이나 술병같은 것이 아무렇게나 놓여있었고 가구에는 먼지가 쌓여있었다.


서태찬의 얼굴이 훅 빨개졌다.


처음 만난 아빠가 이렇게 엉망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보고 연우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너무 부끄러웠다.


그는 배달음식이 오는 동안, 빠르게 집안을 정리했다.


***


얼마 지나지 않아 배달음식이 집으로 도착했다.


청구서와 잡다한 물건들이 놓여있던 식탁은 깨끗하게 치워져 오랜만에 자기 본분을 다하기 시작했다.


서연우는 능숙하게 나무젓가락을 움직이면서 짜장면을 먹었다.


그는 짜장면을 한입을 먹자마자 눈을 번쩍 떴다.


"우와~! 엄청 맛있어! 이런 건 처음 먹어봐!"


유령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었다.


<이제 알겠지? 이게 음식이고 요리라는 거야. 그동안 네가 먹어왔던 건 요리인 척하는 쓰레기였다고.>


"응, 이제 형이 말한 요리가 뭔지 알 것 같아. 형은 옛날에 이런 걸 먹고산 거구나. 부럽다아~"


<앞으로는 너도 많이 먹을 수 있을 거야. 자, 이제 탕수육도 먹어봐.>


탕수육을 먹은 서연우는 거의 튀어오르려고 했다.


그는 세상에 이런 음식이 존재할 줄 몰랐다면서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서 깡총깡총 뛰었다.


바삭한 튀김과 달짝지근한 소스가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밑도 끝도 없이 음식이 들어갔다.


<하하~! 그치~? 맛있지~?>


서연우는 믿을 수 없는 속도로 짜장면과 탕수육을 흡입했다. 눈 한번 깜빡했을 뿐인제 짜장면 하나와 탕수육 반이 통째로 사라졌다.


'이런 음식을 먹어본 적이 없는 걸까?'


서태찬은 자기 몫의 짜장면과 물컵을 가져다주곤 말했다.


"천천히 먹어...그러다 체해."

"응!"


서태찬은 서연우가 식사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엄마는 어딨니...?"


아이가 살아있다면 수아 역시 살아있을 지도 몰랐다. 그동안은 모든 희망을 버리고 살았지만 어쩌면...


'어쩌면...!!'


서태찬은 미친듯이 쿵쾅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


<흠...>


유령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고, 서연우는 서태찬을 힐끔 바라보다가 다시 짜장면에 시선을 고정했다.


"엄마는 죽었어."


쿠웅...!


기대감으로 부풀었던 심장이 땅으로 곤두박질쳤다.


서태찬의 얼굴을 딱딱하게 굳었다. 정말 어쩔 수없이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는 재빨리 눈물을 닦아내곤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그래...그렇구나..."


바보같이 너무 희망찬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제 인생이 잘풀린 적은 한번도 없었는데도.


서태찬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연우...라고 불러도 되겠니?"

"마음대로."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어떻게 나를 찾아왔는지 얘기해주지 않을래...?"


짜장면 그릇을 싹 비운 서연우는 잠시 유령과 눈을 마주쳤다. 그는 손가락을 하나하나 꼽으면서 말했다.


"나랑 엄마랑 인간...아니 사람들은 마계에서 지냈어."

"마계...? 악마들이 사는 그 마계를 말하는 거니?"

"응 맞아."


게이트는 주로 던전과 연결됐지만 아주 드물게 다른 차원과 연결되기도 했다.


그렇게 게이트를 통해 다른 세계로 전송된 사람을 차원 조난자라고 불렀다.


차원 조난자가 원래 세계로 되돌아올 수 있을 확률은 극히 낮았고 그 중 마계에서의 생환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볼 수 있었다.


마계는 사악한 악마들이 사는 차원이었으니까.


악마, 인간과 계약하여 큰 힘을 주는 대신 정신을 타락시키는 존재들.


악마와 계약해 마인이 된 사람들은 여러가지 범죄를 저질렀고, 몇 십년 전에는 악마가 직접 지구에 강림하여 세계를 멸망시킬 뻔하기도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악마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했다.


"악마들은 우리를 죽이거나 납치하려고 했지만, 엄마는 매번 나랑 사람들을 지켜줬어."


서연우는 서태찬 몰래 유령을 힐끔거렸다. 마치 그의 눈치를 보고 해야할 말, 안 해야할 말을 골라내는 것처럼.


유령은 아무 말없이 두 사람을 지켜보기만 했다.


"어느 날 갑자기 '공작'이 나타났어. 엄마가 목숨을 걸고 지켜줘서 나는 살아남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전부 죽어버렸어."


서태찬은 그 말을 듣고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악마들은 강함에 따라 신분을 나눴다. 공작이라면...단신으로 지구를 멸망시킬 수 있을 정도의 괴물일 것이다.


"그 후엔 악마들에게 들키지 않도록 숨어지내다가, 우연히 차원을 이동하는 방법을 찾아서 여기에 온 거야."


서태찬은 아이의 말을 듣고 다시끔 여러가지 의문이 생겼다.


어떻게 이 조그만 아이가 혼자서 마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대체 어떤 방법으로 이 세계로 돌아온 걸까? 어쩌면 힘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아이에게 느껴지는 마나는 너무나 미약해서 도저히 힘을 숨기고 있다곤 생각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그런 것들이 뭐가 중요할까? 중요한 것은 아이가 자신에게 돌아와줬다는 것인데.


서태찬은 연우의 작은 손을 제 손으로 감싸쥐었다. 그의 눈동자가 금방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처럼 흔들렸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이제부터 여기서 나랑 같이 살자. 아빠가 연우가 하고 싶은 건 뭐든지 할 수 있게 해줄게."


서태찬은 오하나가 떠난 이후 계속 죽고싶었다. 하지만 하나와 자신의 아이를 만난 순간, 그런 마음은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이젠 연우의 곁에서 연우가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하나가 하지 못한 일을 대신 해주고 싶었다.


그때 서연우가 슬그머니 손을 뺐다.


"미안, 그건 잘 모르겠어."

"어...?"


서연우는 티없이 맑은 눈으로 서태찬을 바라보았다.


"나는 아빠랑 같이 살려고 여기 온 게 아니라 할일이 있어서 온거거든."

"하, 할일이라니...? 그게 대체 뭐니?"

"그 날 공작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었어. 다들 이 세계로 돌아오면 하고 싶은 일들이 엄청 많았다고 했는데."


서연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등 뒤 베란다에서 환한 노을빛이 쏟아졌다.


붉은 세상 속에서 아이는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죽은 사람들의 유언을 들어주기 위해 이 세계에 온 거야."


***


아빠의 얼굴도 보고,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확인했으니까 이제 됐다.


서연우는 그렇게 말하면서 집을 떠나려고 했다.


"자, 잠깐...! 기다려!"


서태찬은 급할 건 없지 않느냐 하룻밤이라도 자고 가달라, 다시 탕수육이랑 짜장면을 사주겠다는 말로 겨우겨우 아이를 붙잡았다.


<그래~ 피곤하잖아. 그냥 자고 가. 나도 오랜만에 제대로 된 가정집에서 좀 지내보자!>


유령까지 옆에서 거들어둔 덕분에 겨우 연우는 집에 남았다.


'나보다 저 유령의 말을 우선시하는구나...'


태찬은 차갑게 구는 아이가 서운하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다.


연우와 자신이 보낸 시간은 하루 조차 되지 못했다. 아무리 아빠라고 해도 같이 보낸 시간이 그정도이니 정이 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느 새 밤, 연우는 태찬의 침대 위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침대에 앉은 서태찬은 그런 연우를 내려다보면서 분홍빛이 감도는 뺨을 조심스레 쓰다듬어주었다.


유령의 제의 덕분에 두 사람은 같이 자기로 한 상태였다.


오늘 하루 정말 많은 일이 있었기 때문일까? 서태찬은 쉽게 잠이 들지 못하고 거실로 나왔다. 그가 베란다에 가만히 서있자 유령이 그에게 다가왔다.


<형씨, 안 자고 있었어?>

"아...유령님이시네요."


계속 연우의 곁을 지켜주던 유령이었다. 아마 마계에서도 줄곧 그랬겠지. 그런 생각을 하니 저절로 공손하게 대하게 됐다.


원래 서태찬 성격이라면 상상조차 하지 못할 일이었다.


"그냥 여러모로 마음이 복잡해서요. 유령님은 안 주무세요?"

<나야, 뭐...영혼 상태라서 잘 필요가 없거든.>


서태찬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당신도 던전 테이크 사건 실종자 중 한명인가요?"

<여기에선 그 사건을 던전 테이크라고 부르고 있구나? 맞아. 실종자 중에 한 명이고 연우의 스킬로 살아남았지. 이모양 이꼴이 됐지만 나쁘지 않단 말이야.먹지 않아도 자지 않아도 괜찮고...>

"유령님의 성함은 어떻게 되나요?"


그러자 유령은 어깨를 으쓱였다.


<뒈진 놈 이름이 뭐가 중요하겠어? 그냥 유령이라고 불러.>

"네...알겠습니다. 그럼 앞으로도 유령님이라고 부를게요."


유령은 서태찬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연우가 이 집에서 지낼 수 있도록 도와줄까?>


서태찬의 눈이 커졌다.


"네? 정말요?"

<나는 연우가 이 집에서 지내야한다고 생각하고 있거든.>


유령이 베란다 너머, 환하게 빛나는 도시를 바라보았다.


<연우한테는 제대로 된 보호자가 필요해.>


그는 무언가를 회상하듯 저 하늘 먼 곳을 바라보았다.


<걔가 마계에서 오랫동안 혼자 지내느라 기본적인 상식이나 개념을 몰라. 특히나 사람과의 관계에 서투르지. 내가 열심히 가르쳐놓긴 했지만 여전히 모르는 게 많아. 고집도 쎄서 한번 결정한 건 그대로 밀고 나가려고 하고...그렇게 결정된 건 나도 못 말리지.>


유령은 눈을 내리깔면서 말을 이었다.


<나는 당신이 그 아이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줄 수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당신이 연우에게 이 세계에 관한 미련이나 애정을 가르쳐줄 수도 있으니까...


유령은 마지막 말을 삼키곤 서태찬을 바라보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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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에그타르트는 맛있다 24.08.31 13 0 12쪽
» 살아갈 의미, 돌아온 목적 24.08.30 31 0 11쪽
2 귀환 24.08.30 46 0 13쪽
1 던전 테이크 24.08.29 57 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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