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에서 귀환한 마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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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샌
작품등록일 :
2024.08.29 2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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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1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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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31 0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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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그타르트는 맛있다

DUMMY

다음날, 서태찬은 아침 일찍 일어나 식재료를 사고 요리를 했다.


자신의 아이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것을 만들어주고 싶었으니까.


기왕이면 배달 음식보다는 집밥이 더 좋지 않은가?


"뭘 만들어볼까..."


요리를 해본 게 몇 년만인지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자신이 요리를 못한다는 걸 깜빡하고 말았다.


갈색으로 변해버린 흰밥, 까맣게 타버린 무언가, 지옥에서 올라온 것 같은 나물무침, 그리고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보라색의 찌개.


유령은 처참한 결과물을 보고 경악했다.


<윽, 이건 너무하네...! 음식물 쓰레기 아니냐고~!>


서태찬은 그 말을 듣고 욱했지만 연우의 반응을 보고 시무룩해졌다.


"이거 인간계의 음식이야?"


연우는 이게 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젓가락으로 음식을 톡톡 건드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미안...열심히 만들어본다고 한건데...역시 이런 건 먹기 싫지? 다른 거라도 시켜줄 테니까...!"


연우는 제 아빠를 바라보더니 별 개의치 않은 듯 음식을 떠서 먹었다.


"맛있어."


연우는 태찬을 올려다보면서 맑게 웃었다.


"맛있어, 아빠."


자신을 위해서 일부로 맛있다고 해주는 걸까? 서태찬은 울컥해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옆에서 유령이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얘는 먹을 수 있으면 흙도 먹는다니까...>


연우는 음식 중 어느 하나도 거르지 않고 모두 먹어치웠다. 어떻게 저 작은 몸에 그 많은 양이 들어가는지 놀라울 정도였다.


식사를 다 마친 서연우는 뜬금없이 이렇게 말했다.


"에그타르트가 먹고싶어."


***


에그타르트.


그것은 커스타드 필링으로 채워진 조그만 타르트를 말했다.


에그타르트에는 홍콩식과 포르투갈,마카오식 두 종류가 있다.


홍콩식은 일반 타르트지에 커스타드 필링을 채워넣은 형태로 정석적이고 귀여운 외형을 가지고 있다.


포르투갈식은 필링 위에 캐러멜 소스를 부워 겉부분을 검게 그을렸고 바삭한 페스츄리 파이지가 매력적이다.


연우 일행이 온 것은 포르투갈식 에그타르트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카페였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카페 안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다행이네...이러면 정체를 들킬 위험도 없겠어.'


혹여나 서태찬은 주변이 시끄러워질까봐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상태였다.


S급 헌터들은 항상 사람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리고 서태찬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거나, 남의 SNS에 올라가기 위해 사진을 찍히는 것만큼 최악인 일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지금은 연우까지 곁에 있었다.


만약 연우가 자신의 아이라는 것이 밝혀지면 얼마나 소란스러워질 지 상상이 되지 않았다.


태찬은 곧장 알바에게 가서 주문을 하려고 했다.


그때 연우는 태찬의 소매를 잡아당기면서 말했다.


"마시는 걸론 우유가 좋아. 아빠는 아아로."

"우유랑 아아...? 알았어."


얘가 어떻게 아아를 알고 있는 걸까?


태찬이 주문을 시키고 얼마 지나지 않아 우유와 아이스 아메리카노, 에그타르트 8개가 나왔다.


유령은 짧은 팔로 팔짱을 끼곤 씨익 웃었다.


<에그타르트 좋지~ 옛날에는 많이 먹었는데. 추억인 걸.>


"예쁘게 생겼어."


서연우는 노란 커스터드 부분을 손가락으로 꾸욱 눌렀다.


<먹을 걸로 장난치면 안돼지!>


유령이 조그만 손으로 연우의 머리를 꽁! 때렸다. 반투명한 주먹으로 머리를 간단히 통과해버렸다.


"아야."


연우는 아픈 시늉을 하면서 맞은 부위를 쓰다듬었다.


서태찬은 그런 척하는 아이를 보는 것조차 고통스러운지 슬픈 얼굴로 연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무 그러지마요. 아직 어린앤데."


<어, 어린...>


유령은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 입을 빠금거리기만 했다. 이윽고 그는 몸을 부들부들 떨다가 소리쳤다.


<아니 진짜로 때린 것도 아니라고! 왜 그런 반응인 건데~?!>


"아무튼요."


<억울해 죽겠네. 누가보면 내가 애를 잡은 줄 알겠어. 애초에 내가 잡으려고 해도 잡을 수 있는 애가 아니거든?>


두 사람이 투닥거리고 있을 때, 서연우는 에그타르트를 한입 베어물었다.


그러자 달콤한 커스터드가 입안에 퍼지고 패스츄리가 바삭바삭거렸다.


"와...!"


연우는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사랑스럽다는 듯이 에그타르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에그타르트를 마구 집어먹기 시작했다.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서태찬은 그런 연우를 바라보다가 물어보았다.


"그런데 갑자기 왜 에그타르트를 먹고 싶었던 거니?"

"지연 누나가 에그타르트가 먹고 싶대서."

"지연이라면..."


유령은 담담하게 말했다.


<실종자야.>


"누나는 에그타르트를 제일 좋아했대. 나중에 같이 먹기로 했었는데..."


바삭, 에그타르트가 연우의 입안에서 부숴졌다.


"이젠 의미없는 소리지만."


***


마계의 생존이 불가능한 이유는 인간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마수의 고기는 질기고 기생충이 숨어있다.


나무 열매에는 독이 있다.


맑은 샘물에는 이상한 생물의 알이 섞여있다.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강한 산성을 띄고 있다.


겨우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인간의 혀로 감당하기 힘든 고통스러운 쓴맛과 신맛이 느껴졌다.


이 세계의 모든 것은 인간을 죽이고 싶다는 악의로 가득차있는 듯했다.


피처럼 붉은 하늘, 부족한 식량, 칙칙한 동굴에서 하는 단체생활, 매일같이 악마와 마수들에게 위협당하는 나날들.


그런 곳에서 사람의 정신은 붕괴되기 쉽상이었다.


하지만 절망 속에도 희망은 있다.


서연우, 절망 속에서 태어난 아이는 모두에게 희망을 가져다주었다.


사람들은 사랑스러운 아이를 보면서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었다.


언젠가 원래 세계로 돌아가서 저 아이에게 많은 것을 경험하게 해주자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아가기 시작했다.


오늘도 이지연은 서연우를 품에 꼭 껴안고 누워있었다. 그녀는 연우를 귀여워해주는 사람 중 하나였다.


지연은 연우의 볼을 콕 찌르면서 물었다.


"연우는 누굴 닮아서 그렇게 귀여워? 응?"

"엄마."

"하하...! 그래, 우리 연우는 하나 언니를 닮아서 귀여워."


지연은 야광석이 별처럼 무수히 많이 박혀있는 동굴 천장을 보면서 중얼거렸다.


"아~ 에그타르트 먹고 싶다."

"그게 뭔데?"


연우는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내가 최고로 좋아하는 음식! 엄청나게 맛있는 음식이야. 연우 너도 먹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이지연은 씁쓸하게 웃었다.


"아니...언젠가 먹을 수 있을 거야. 꼭..."


연우는 지연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아이는 원래 세계의 하늘처럼 푸르른 눈동자로 여자를 쳐다보았다.


"그럼 지구로 돌아가게 되면 같이 먹자."

"...그럴까? 좋아. 결정했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내가 제일 좋아하는 카페에 가서 에그타르트를 잔뜩 시키는 거야. 음료로는 아아 시켜야지. 우리 연우는 애기니까 우유를 시키고 같이 먹는 거야. 아니, 우리 둘만 먹는 건 너무 치사한가? 여기 있는 모두랑 같이 먹자."


지연은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웃다가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러면 엄청 즐거울 거 같아..."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흘러내렸다.


"누나 울어?"

"아니...이건...아무것도 아니야."


지연은 재빨리 눈물을 닦아냈다.


그때 갑자기 어디선가 쿠당탕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지연은 깜짝 놀라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뭐야?! 무슨 일이야!"


그러자 돌벽으로 뒤덮인 야광구역 밖에서 누군가 분노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너 지연이냐? 홍경민, 그 자식이 식량에 함부로 손을 댔대!"

"뭐?! 그 미친 새끼가 또...!!"


지연은 허둥지둥 구역 밖으로 달려나갔다.


서연우는 바깥의 소란에 그다지 신경쓰지 않고 에그타르트에 대해 생각했다.


"우유랑 에그타르트."


***


서태찬은 연우의 말을 듣고 속이 울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이 아이는 그 지옥같은 곳에서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을까? 소중한 사람들을 얼마나 많이 잃었을까?


그리고 지금 이순간 얼마나 슬플까?


연우의 얼굴은 담담했지만 저 속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태찬은 마음이 미어지는 것 같았다.


'할 수만 있다면 내가 연우 대신 아파해주고 싶어...'


태찬은 어떻게든 아들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싶었다. 슬프게도 그는 위로에는 별 재능이 없었다.


그래서 그저 조용히 연우의 손을 붙잡기만 했다.


"...??"


연우는 잠시 왜 태찬이 이러는지 알 수 없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를 가만히 놔뒀다.


그때 유령이 말했다.


<그런데 서연우, 너 감사 인사는 안해?>


에그타르트 8개는 순식간에 먹어치운 서연우는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넌 이 세계의 돈이 없잖아. 원래였다면 넌 에그타르트를 먹지도 못하고 돌아가야했어. 그런데 네 아빠가 대신 돈을 내줘서 사먹을 수 있던거야. 고맙지?>


서태찬은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는 겨우 돈 좀 쓴 것 가지고 아들에게 감사인사를 듣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니, 전..."


<씁...>


유령이 조용히 하라는 듯이 눈치를 주었다.


연우는 태찬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고마워. 나한테 에그타르트를 사줘서."


<넌 아직 이 세계에 관해서 몰라. 난 10년 사이에 이곳이 얼마나 변했을 지 알 수 없고 아무것도 없는 빈털털이 상태지.>


유령은 눈살을 찌푸리면서 말했다.


<이 세계에서 뭔가를 하려면 돈이 얼마나 많이 드는지 알아? 그 무법지대와는 다르단 말이야. 유언을 전부 이루기 위해선 돈많은 네 아빠와 같이 있는 게 좋지 않겠어? S급이라서 돈은 썩어나도록 있을 걸.>


그제야 서태찬은 유령의 의도를 이해했다.


'이런 식으로 돕는다는 거였나.'


서연우는 그 말을 듣자마자 태찬에게 물었다.


"나 아빠랑 같이 살아도 돼?"

"물론이지...! 평생, 연우 네가 질릴 때까지 있어도 돼."

"내가 모든 유언을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어?"

"필요한 건 뭐든지 지원해줄게. 너는 말만 하면 돼."


그러자 연우는 눈을 반달로 만들면서 웃었다.


"고마워."

"고맙다고 하지 않아도 돼. 가족끼리는 돕는 건 당연하잖아..."


짧은 대화가 끝난 뒤, 서태찬은 화장실에 갔다.


그는 붉어진 눈가를 어떻게든 진정시키기 위해 세수를 하고 머리와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그리고 돌아와보니 아이가 사라져있었다.


***


덜컹! 덜컹!


서연우는 지금 납치당한 상태였다.


태찬이 떠났을 무렵 어떤 남자가 연우에게 접근했다. 그는 무거운 물건을 드는 걸 도와달라며 연우를 밖으로 유인했다.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왔을 때, 연우의 뒷목을 쳐서 기절시켰다.


사실 그때 연우는 기절하지는 않았지만 남자가 무슨 짓을 하나 궁금해서 얌전히 있기로 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 트럭 안이었다.


유령은 얼굴을 구기면서 툴툴거렸다.


<왜 일부로 납치당한 거야. 귀찮게시리. 그래도...이번만큼은 옳은 선택이었을 지도 모르겠네.>


유령은 그렇게 말하면서 트럭의 짐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여러 명의 아이들이 기절해있었다.


서연우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운전석 쪽을 응시했다. 그의 눈동자는 붉게 빛나고 있었다.


"마인 2명."


그는 유령을 돌아보았다.


"형, 죽일까? 인간은 아니니까 죽여도 되지?"


<아니, 아직 죽이지마.>


유령은 고개를 저었다.


<이 자식들, 널 납치하는 모습이 아주 익숙해보였어. 분명 아주 많은 아이들을 납치해왔을 거야! 이런 놈들을 가만히 놔둘 수는 없지! 본거지로 가서 모조리 박살내는 거야!>


유령은 하하핫~! 웃음을 터뜨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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