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조의 배우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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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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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DUMMY

조성일은 고장호 감독의 촬영장에 끌려왔다.

힘으로는 풀려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말도 통하지 않았다.


“당신 실수하는 거야?”

“내가 이미 실수했지. 당신들처럼 근성 없는 연기자를 캐스팅했으니까.”

“나는 여태껏 근성 없다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인물 조감독은 피식 웃으며 조성일을 등 떠밀었다.


“서둘러 분장부터 다시 합시다. 옷 갈아입고, 얼굴에 최대한 먹칠해서 나와요. 알았지요?”

“어이가 없네······.”


그러면서 조성일은 순순히 분장실 쪽으로 향했다.

근성이 없다는 소리에 묘한 경쟁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분장실 안은 보조출연자들의 피난소 같았다.

그들은 밖으로 나가는 게 두려운 표정으로 불만을 토로했다.


“내가 미쳤지, 고장호 감독 작품에 왜 스스로 출연하겠다고 했는지 몰라.”

“욕심 때문이잖아. 천재 감독에게 인정받으면 배우로서의 재능이 증명되는 거니까.”

“내가 내 무덤을 팠어. 사람들이 아무도 안 하면 그 이유가 있는 거였다고. 우와~ 탈출 마렵다! 어떡하면 좋지?”


조성일이 자기 얼굴을 먹칠하기 시작했다.


“그렇단 말이지······.”


조성일의 머릿속에는 긍정적인 앞날이 그려졌다.

그의 연기를 본 고장호 감독이 극찬하고, 꽃중년 배우로서 발돋움하게 되는 것이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이지.”


조성일은 거울을 보면서 꼼꼼하게 위장이 다 되었는지 확인했는데······ 완벽했다!


그런데 강한 불만을 토로했던 보조출연자가 결심을 굳힌 듯했다.


“나와 같이 탈출하자. 고 감독 성격이면 진짜 총을 쏠 수도 있다니까?”

“포기해. 인물 조감독이 밖에서 지키고 있을 거야. 유도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이야.”

“젠장~ 이건 납치 아니냐고?”

“영화 촬영을 위해 신체적 불이익을 감수겠다는 계약서에 따로 사인했잖아.”

“사인한 내 손을 부러트리고 싶다. 그런데 그런 말도 안 되는 계약서가 효력이 있는 거야?”


그런 사인도 하지 않고 얼떨결에 끌려온 조성일이 분장실 밖으로 나갔다.


역시나 인물 조감독이 지키고 있었다.


“보조출연 아니라고 생까시더니, 분장은 제대로 하셨네?”

“내가 뭐든 열심히 하는 스타일이라서. 이거나 똑바로 가지고 있어. 어제 새로 개통한 핸드폰야.”

“아, 예······.”


인물 조감독은 깍듯하게 휴대전화기를 받았다.

조성일의 카리스마에 눌린 반사적인 행동이었다.


“어디서 촬영하지 거지?”

“저쪽입니다. 시가지 전투 신이지요.”

“진짜로 총을 쏘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요. 아무리 감독님이 괴짜라도 그런 짓은 못합니다. 조심해서 따라오십시오.”


인물 조감독 자신도 모르게 존댓말 하며 앞장섰다.


@


폭격을 맞은 듯 무너진 건물들.

유도 상비군 출신 인물 조감독이 소리쳤다.


“국군은 이쪽으로 와!”


조성일을 포함한 국군 보조출연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번 신은 한 방에 가야 한다. 북한군에 맞서 처절하게 싸우는 장면이야. 수만 명의 인민군이 탱크를 앞세우고 쳐들어온다고 상상하란 말이야. 너하고 너!”


인물 조감독은 탈출을 모의했던 보조출연자들을 지목했다.


“너희들은 친구가 총에 맞아 쓰러지자 가장 먼저 달려가는 역할이야. 네가 총 맞고 쓰러지고, 네가 달려가.”

“알겠습니다. 열심히 뛰겠습니다.”


인물 조감독은 모든 보조출연자의 동선을 알려주었다.


조성일에게도 해야 할 역할이 부여되었다.


“우리 선생님은 쓰러진 전우를 구하러 가다가 총 맞아 죽는 겁니다. 한 방 맞고 죽기 그러니까······ 다리를 한 대 맞고 절뚝이다가, 가슴을 맞고 쓰러지는 걸고요.”

“알았어, 확실히 죽어주지.”


리허설을 몇 번 하고, 실전 촬영이 시작되기 직전이다.

조성일이 모니터를 살피는 고장호 감독을 슬쩍 바라보았다.


“어벙하게 생겼구만······.”


두꺼운 뿔테 안경에 통통한 체격, 까무잡잡게 글린 얼굴에 야구 모자를 쓴 모습이었다.


보조출연자들은 그의 성격과 외모에 대해 비방했지만, 천재적인 감독이란 것에는 이견이 없었다.


-탁.


연출부 막내가 슬레이트 치고 빠지고,


“레디······ 액션!”


감독의 사인과 함께 촬영이 시작되었다.


@


이연희가 있는 파란색 캐노피 텐트.

그녀는 김승현 조감독과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고장호 감독은 영화 찍을 때마다 해외에서 상을 받잖아요?”

“맞습니다. 이번 작품으로 베를린 영화제의 최우수 작품상을 노린다는 소리도 있지요.”

“고장호 감독이 그렇게 대단해요. 저는 성격만 괴팍한 줄 알았는데······.”

“괴팍한 소문만큼이나 실력도 대단하지요. 배우를 보는 안목도 탁월하다고 알려졌고요. 물론, 고 감독이 주는 압박감을 이겨내야 하지만이요.”

“얼마나 압박감이 심하길래······ 아차!”


이연희는 잡담하다가 깜빡 잊었다는 반응이다.


“조 박사님이 왜 여태 안 오시는 거지요?”

“촬영장 구경하느라 정신없는 거겠지요. 저도 처음 촬영장 왔을 때는 여기저기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아니요, 조 박사님은 그럴 분이 아니에요.”


이연희는 곧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단축 버튼을 눌렀다.

그러나 조성일이 전화를 받지 않았다.


“뭐야······?”


이연희가 불안감을 느끼는 때다.


-펑, 펑, 펑!


야외 촬영장에서는 폭발음까지 울렸다.


“안 되겠네요. 저는 조 박사님을 찾아보고 올게요.”


이연희가 황급히 텐트에서 나갔다.


@


조성일은 총을 쏘면서 결심했다.


“제대로 죽어주마······.”


꿈속에서와 같은 일이 발생해서는 안 된다.

죽을 때가 되면 미련 없이 죽어줄 생각이었다.


-펑, 펑!


특수 효과 폭탄이 터졌다.

국군 보조출연자들은 완전히 겁먹은 기색이다. 예상보다 폭발음이 큰 이유도 있고,


“미친 감독이 진짜 폭탄 쓰는 거 아니야?”

“아니라고 확신을 못하겠네······.”


인물 조감독이 열심히 사인을 주었다.

그와 동시에 탈출을 모의했던 보조출연자들이 행동 개시.


“으악!”


친구가 총에 맞은 연기를 하자,

탈출 마렵다는 보조출연자가 괴성을 지르며 돌진했다.


“이야야~.”


다른 보조출연자들도 인물 조감독에게 설명 들은 대로 정확히 연기했다.


그리고 조성일 차례가 가까이 왔다.

겁먹고 도망치는 역할을 맡은 보조출연자가 총에 맞은 척 쓰러졌다.


-벌떡!


조성일이 그를 구하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엄폐하던 돌 더미를 뛰어넘어 달려가는데,


-펑!


가까운 곳에서 특수 효과 폭탄이 터졌다.

조성일은 화들짝 놀라지 않고 몸을 낮췄다. 곧바로 부상당한 전우를 향해 달려가다가,


-탕!


다리에 총을 맞는 것처럼 비틀비틀······ 몇 발짝 힘겹게 걷다가 가슴에 총을 맞은 듯,


“크억!”


숨넘어가는 비명을 지르면서 미련 없이 쓰러졌다.


‘됐어······.’


조성일은 훌륭한 죽음이었다고 생각했다.

이제 시체가 되었으니, 편히 쉬자고 마음먹는 그때.


“NG.”


고장호 감독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짧게 말했다.


국군 보조출연자들이 몸을 일으키며 웅성거렸다.


“왜 NG인 건데?”

“모르지······.”

“젠장, 이번에는 정말 쉽게 끝나나 싶었는데 말이야.”


절대 그런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다.


@


“NG, 다시······.”


거듭된 촬영 중단에 보조출연자들이 죽을 맛이다.


“이번에는 뭐가 또 마음에 안 드는 건데?”

“난들 아냐고······.”


그들이 더욱 답답한 것은, 무슨 이유로 NG가 났는지 설명해주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조연출님, 이번에는 왜 NG가 났는데요?”

“잔소리 말고, 자기 자리로 뛰어.”


스태프들도 정확한 이유를 모르는 게 분명했다.

지칠 대로 지친 보조출연자들이 진심으로 짜증을 냈다.


“뭐가 문제인지를 알려줘야 고치지요? 이건 똥개 훈련 시키는 것도 아니고······.”


인물 조감독이 난감해하자, 조성일이 나섰다.


“진짜 몰라서 그러는 거냐?”

“형님은 아세요?”


곧바로 조성일의 지적질이 시작했다.


“너, 탈출 마려운 놈.”

“저요?”

“그래, 너. 친구가 죽어서 열받아 뛰어나가는 거잖아. 너 죽고 나 죽자는 심정일 것인데, 전혀 악착같은 마음이 안 느껴져.”

“제가 그랬나요?”

“응, 그랬어. 그리고 탈출 마려운 놈의 친구.”

“네······.”


조성일은 그의 눈을 살피며 말했다.


“소변 색이 갈색 아니야?”

“조금 그런 게 있기는 하지요.”

“황달이 의심스러우니까 병원에 가봐. 죽은 놈이 왜 자꾸 얼굴을 긁는 건데? 피부가려움증이 황달의 영향일 수 있어.”


조성일은 자신이 파악한 국군 보조출연자들의 문제점을 일사천리로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너, 가장 용감하게 돌진하는 소대장 역할이잖아? 특수 효과 폭탄이 터질 때마다 움찔거리면 어쩌자는 거야? 똑바로 정신 차려서 한 방에 가야지!”


이어 조성일이 인물 조감독에게 물었다.


“이 정도가 문제인 거 맞지?”

“아, 네······ 제대로 지적하신 거 같습니다.”

“혹시 전화 온 거 없어?”

“이 대표라는 분한테 전화가 계속 왔는데, 안 받았습니다.”

“자네가 전화해서 촬영 중이라고 말해줘. 안 그러면, 나를 찾으러 경찰 특공대가 출동할 수도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국군 보조출연자들이 시작 장소로 되돌아왔다.

몇 번이나 다시 찍는지도 몰랐다.


“레디······ 액션!”


또다시 시작된 촬영.

보조출연자들은 조성일의 지적을 떠올리며 연기했다.


“으악!”


황달 걸린 보조출연자는 절대로 얼굴을 긁지 않았다. 아무리 가려워도 꾹 참았다. 탈출 마렵다는 보조출연자는 악에 받친 소리를 내며 돌진했다.


“우아아악!”


조성일도 깔끔하게 쓰러졌다.


소대장 역할도 겁먹지 않고 용감하게 돌진. 아직도 NG가 나지 않았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두가 궁금했는데······.


“컷! 좋았어.”


놀랍게도 오케이 사인이 났다.

순간, 국군 보조출연자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조성일에게 몰려들었다.


“우와! 이제 집에 갈 수 있게 됐어요.”

“고마워요, 아저씨! 눈물이 날 것 같아요.”


그들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조성일을 헹가래 칠 분위기였는데······.


-뚜벅뚜벅.


고장호 감독이 직접 조성일에게 다가왔다.


“이름이 뭐지요?”

“조성······ 아니, 조민수라고 합니다. 그런데 감독님, 영화 찍느라 고생이 많지요? 눈 밑에 다크 서클이 장난 아니군요. 피곤함 때문이 아니라 그레이브스병일 수도 있습니다.”

“꼭 의사 선생님처럼 말씀하시는군요.”

“티가 납니까? 얼마 전까지 신경외과 서전이었습니다. 아무튼, 잘 지내봅시다.”


조성일은 아랫사람 대하듯 악수를 청했다.


“그러지요······.”


고장호 감독은 조성일이 내민 손을 잡으며 말을 이었다.


“꽤 독특한 캐릭터 같네요. 다음번 내 영화에 출연할 마음은 없습니까? 그때는 조연으로도 캐스팅할 수도 있는데요.””


순간, 주변에 있던 보조출연들은 난리가 났다.

양손으로 엑스를 그리며 고개까지 열심히 흔들어서, 절대로 하지 말라는 신호를 보냈다.


무슨 뜻인지 충분히 전해졌을 것인데,


“뭐······ 그러지요.”


조성일이 승낙하자, 안타까움의 탄성이 튀어나왔다.

지옥을 경험하게 될 것이란 반응이었다.


@


촬영 끝내고 올라오는 길.


이연희가 운전하면서 조성일에게 물었다.


“고장호 감독이 왜 그런 제안을 한 걸까요? 저는 아직도 미스터리네요.”

“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이니까.”

“자신감이 너무 지나친 거 아닐까요. 그 감독 때문에 신경쇠약증에 걸린 배우가 몇 명인지 알아요?”


조성일은 사돈 남 말한다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나보다는 이 대표의 무모함이나 걱정하지? 나는 이 대표가 3층 높이에서 뛰어내릴 때 깜짝 놀랐어. 그러라고 수술해 준 게 아닌데 말이야.”

“재능을 낭비할 순 없잖아요. 예전에는 그보다······!”


이연희가 황급히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익~!


요란한 타이어 마찰음과 함께 SUV 차량이 멈춰 섰고, 조수석의 조성일은 대시보드에 머리를 부딪힐 뻔했다.


“미친 거야?”

“죄송해요. 갑자기 앞 차가 급정거를 해서요.”


뒤따르던 차들도 연이어 멈춰서고, 차량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제가 무슨 일이지 보고 올게요.”


마음 급한 이연희가 차에서 내려서 뛰어갔다.


두 대의 차가 추돌하면서 교통사고 났다.

시민들이 서둘러 차량에서 다친 사람들을 끌어냈다.


다친 사람의 상태를 살피던 남자가 소리쳤다.


“서둘러 구급차를 불러 주세요!”

“이미 119에 신고했어요.”

“혹시 의사나 간호사분 없습니까? 응급처치가 가능한 분이 있으면 나와주십시오. 매우 위급한 상황입니다.”

“잠시만 기다리세요!”


이연희가 황급히 뒤돌아 조성일이 있는 차를 향해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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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촬영은 계속되어야 한다. 24.09.12 128 6 11쪽
18 18화-미끄러지다 24.09.11 136 6 11쪽
17 17화-그놈의 향기 24.09.10 141 7 13쪽
16 16화-하늘이 내려주신 캐스팅 24.09.09 147 5 12쪽
15 15화-특별반 24.09.08 163 5 11쪽
14 14화-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24.09.07 162 6 11쪽
» 13화-천재는 천재를 알아보는 법 24.09.07 172 6 13쪽
12 12화-갑시다. 24.09.06 186 5 10쪽
11 11화-1호 배우 24.09.06 243 6 12쪽
10 10화-새로운 시작 24.09.05 250 8 11쪽
9 9화-종교의 탄생 24.09.04 251 9 12쪽
8 8화-금단의 수술 24.09.03 271 9 13쪽
7 7화-로또 24.09.02 297 10 11쪽
6 6화-정신 개조 24.09.01 296 9 12쪽
5 5화-척살 +1 24.09.01 303 8 12쪽
4 4화-천재만 걸리는 병 +1 24.08.31 330 7 12쪽
3 3화-소원 풀이 24.08.31 389 9 12쪽
2 2화-상담 +1 24.08.30 443 10 13쪽
1 1화-닥터 조 24.08.30 533 1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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