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조의 배우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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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30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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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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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촬영은 계속되어야 한다.

DUMMY

조폭들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였다.

매우 특별한 사람들만 타는 차가 줄지어 들어왔기 때문이다.


행동대장이 용기를 내어 물었다.


“당신들 뭐야?”


이연희가 바로 대꾸했다.


“그러는 당신들은 누구지요? 우리는 촬영 때문에 왔는데.”

“오늘 촬영 취소되었으니까, 그냥 돌아가.”


이연희는 행동대장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이상하네요? 촬영이 최소 되었으면, 조연출님이 저한테 연락했을 것인데······.”


-와장창!


호텔 안에서는 부서지는 소리가 계속 들렸다.


조성일이 한 발짝 나서며 말했다.


“척 보니, 깡패들이네.”

“이 새끼가 죽으려고······.”

“자네들, 혈액형이 어떻게 돼지?”

“남의 혈액형은 왜 물어보는데? 혈액형으로 성격 테스트라고 하려는 건가?”

“응급상황에선 혈액형이 매우 중요해. 신속한 조치가 생명을 구하게 되지.”

“무,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조성일은 이연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여기 있는 이 대표는 매우 무서운 사람이야. 여자라고 깔보면 저승사자를 만나게 될 거야. 목숨을 부지하고 싶으면 비켜. 오늘 나는 꼭 촬영해야겠거든.”


곧바로 이연희가 나섰다.


“혈액형, 맨 앞에 있는 깡패 새끼부터 차례로 불러.”


조성일이 팔짱을 끼며 주의 주었다.


“치명적인 급소는 찌르지 마. 바로 목숨이 끊어지면 나도 손 쓸 수가 없어. 여기는 살인사건 현장이 되어 촬영이 중단될 거잖아. 웬만하면 큰 피를 보지 않고 물러나게 해.”

“조건이 너무 까다로우신데요······ 저는 소속 배우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그러기 위해선 여기 있는 놈들 다 죽여도 상관없어요.”


수상함을 직감한 조직원이 행동대장에게 말했다.


“형님, 저 사람들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두목님의 명령을 거역하자는 거야?”

“저놈들이 타고 온 차를 보십시오. 저런 차 타고 다시는 사람들은 함부로 건드리면 안 됩니다.”


직감이 좋은 조직원은 좋은 말 듣지 못했다.


“이 미친 새끼야, 비싼 차 타고 다니면. 건드리지 말라는 거야? 내가 아는 형님도 저런 차 타고 다녀?”

“차보다 더 문제는 운전기사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혀 동요가 없지 않습니까?”


차에서 내린 운전기사들이 특별반원들을 보호하고 있었다. 험악한 분위기 속에서도 침착함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다.


“형님, 진짜로 예감이 좋지 않습니다.”

“······.”


잠시 고심하던 행동대장이 결정을 내렸다.


“연장 꺼내.”

“혀, 형님!”

“두목님의 명령은 절대적인 거야. 저놈들이 대통령 빽이라도 상관없어. 모두 연장 꺼내라고!”


행동대장이 소리치자, 조직원들은 몸에 숨긴 무기를 꺼냈다.

회칼과 손도끼부터 육중한 파이프렌치와 스패너 등의 진짜 연장까지 다양한 흉기들이었다.


“모든 건 내가 책임진다. 저 새끼들과 저 새끼들이 타오곤 차까지······전부 조져버러!”


조폭들이 달려드는 순간,

이연희를 포함한 특별반 운전기사들이 총을 뽑아 겨눴다.


-처처처처척!


순간, 조폭들은 크게 당황하여 멈춰 섰다.


“뭐, 뭐, 뭐야! 저것들······ 진짜 총이야?”


예감이 좋은 조직원이 대꾸했다.


“진짜 총도 있고, 아닌 총도 있습니다.”


김정구 회장이 자수하여 말했다.


“황 기사······ 어째 우리만 가스총이지.”

“제가 구할 수 있는 호신 장비는 가스총이 최대입니다. 진짜 총을 꺼내는 게 이상한 거지요.”


나머지 진짜 총이란 소리다.

행동대장은 몸을 움츠리며 물었다.


“다, 당신들 진짜로 뭐야?”


이연희는 총을 겨누며 다가갔다.


“내가 누군지는 중요하지 않고······ 혈액형이 뭐야?”

“!”

“이 총은 장식 아니야. 내가 지금부터 호텔 안으로 들어갈 건데, 따라오는 놈은 바로 쏴버릴 거야.”

“······.”

“대답.”

“아, 알겠습니다.”

“들어가시지요? 조 박사님.”


이연희는 조성일과 함께 호텔 로비로 들어섰다.


특별반 원생들은 그들을 따랐고,

행동대장과 조직원들은 감히 움직일 엄두를 내지 못했다.


***


조폭들의 행패로 엉망이 된 호텔 로비.


프로덕션 제작진이 조폭 두목에게 사정했다.


“제발 좀 봐주십시오. 갑자기 왜 이러시는 겁니까? 오늘 여기서 촬영하지 못하면 큰일 납니다.”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진짜로 피 보고 싶지 않으면 빨리 여기서 철수해.”

“우리는 정당한 사용료를 주고 들어온 겁니다.”

“나는 돈 받은 적 없는데?”

“여기 임대사용 계약서도 있지 않습니까? 여기서 촬영하지 않으면, 이전에 찍었던 영상도 쓰지 못합니다.”


-확.


조폭 두목이 계약서를 낚아챘다.

그러고는 찌익, 찌익······ 계약서를 찢어 버렸다.


“이런 건 아무 소용 없는 거야. 여긴 내 호텔이고, 내 말을 따라야 하지. 그리고 내 참을성이 점점 한계에 이르고 있어. 진짜로 험한 꼴 보기 전에 얼른 철수해.”

“절대 못 나갑니다!”


뿔테 안경을 쓴 사내가 로비 바닥에 누웠다.

조폭 두목은 그를 내려다보며 물었다.


“당신 이름이 뭐야?”

“‘푸른 돌고래 미디어’ 피디입니다.”

“나는 이름을 물었는데······.”

“최한준입니다.”

“그래, 최한준 피디. 여기서 죽고 싶다는 건가?”

“오늘 촬영 못 하면, 내 인생 끝장나는 겁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똑같은 것이죠.”

“똑같지 않을 텐데······.”

“!”

“역시나 방송국 놈들이 배짱이 좋아. 끝까지 그 마음 변치 않길 바라지.”


조폭 두목이 물러서며 눈짓했다.

그러자 거구의 조폭이 쇠 파이프를 들고 접근했다.


최한준 피디는 심장이 철렁,

괜한 객기를 부렸다는 막심한 후회가 몰려올 때다.


“어머나, 최 피디님? 왜 거리 누워계신 거예요?”


이연희가 특별반 원생들과 함께 다가왔다.


-파다닥!


최한준 피디가 반색하여 몸을 일으켰다.


“이 대표님 오셨군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죠? 바깥에도 조팍 같은 사람들이 진을 치고 있던데요.”

“저도 미치겠습니다. 왜 이런 일이 터졌는지······.”

“오늘 촬영은 가능한 건가요?”

“저도 모르겠습니다. 경찰에 신고해도 소용없고요. 촬영 장비가 망가지고, 배우들은 겁먹고 도망친 상태입니다. 조폭들이 물러가도 촬영이 가능할지······.”

“무슨 소립니까!”


조성일이 준엄하게 꾸짖으며 다가왔다.


“방송은 대국민 약속입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촬영을 해야 합니다.”

“누구······신지?”


이연희가 재빨리 소개했다.


“저희 기획사 조민식 배우님이에요. 배신남 역할을 맡았지요.”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신데요.”


조성일은 더욱 내리깔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피디님은 장비와 인력은 점검해서 촬영에 지장 없게 하십시오. 저놈들은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저, 정말입니까?”


조성일은 뚜벅뚜벅 조폭 두목에게 다가갔다.


“당신이 깡패 두목이야?”

“대담하네······ 누구도 나한테 깡패하고 하지 못하는데.”

“깡패를 깡패라고 부르지, 뭐라고 불러야 하는데.”

“배짱이 보통 아니시네. 피 냄새가 몸에 밴 걸 보니······ 뻥카는 건 아닌 것 같고.”

“내가 칼을 좀 썼지. 그동안 몇 명의 배를 갈랐는지 알게 되면 놀라 자빠질걸.”


조폭 두목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졌다.


“내가 그 솜씨 구경 좀 할 수 있을까요?”

“감당할 수 있으면 얼마든지. 사나이답게 일대일로 붙어 볼까? 무기를 쓸지, 맨손으로 싸울지는 그쪽이 정해.”


조성일은 싸움 못 한다.

괜히 멋있는 척 폼 잡던 최명신 사장의 영향 때문이다.


이연희가 즉각 나섰다.


“저랑 해결하죠. 촬영을 앞둔 배우가 다치면 안 되니까요.”

“나는 여자랑 싸우는 짓은 안 해.”

“그렇죠. 싸우지 않고, 일방적으로 폭력을 쓰니까. 내 말이 틀렸나요? 불곰파 보스 백상엽 씨.”

“나를 알고 있네?”

“연예계에 있으면 싫든 좋든, 조직 세계에 대해 알게 되더라고요.”


불곰파 보스 백상엽은 의아하다는 반응이다.


“내가 누군지 알고도 덤비겠다고?”

“난 애인이나 패는 남자는 별로 무섭지 않아요. 그것도 얼굴이 재산인 여배우를 말이지요.”

“바람을 피웠으니, 당연히 대가를 치러야지. 유명 배우라 그런지 얼굴값 하더라고.”

“지금이라도 조용히 물러날 마음은 없으신지?”

“요즘 내가 너무 착하게 살았던 것 같아. 촬영만 못 하게 하려고 했는데, 마음이 바뀌었어. 불곰파 백상엽이 어떤 놈인지 제대로 보여줄게.”


호텔 안의 분위기가 더욱 험악해질 때다.


-동동동동, 동동동동.


갑자기 울리는 벨 소리.

백상엽의 양복 안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여보세요? 아~ 장 회장님······ 이렇게 전화를 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그런데 제가 영등포의 프린스 호텔이 있는 건 어떻게 아시고······.”


조성일이 이연희에게 물었다.


“누구 전화인데, 저리 공손히 받지?”

“아마도 전설적인 전국구 조폭 두목 장태호일 거예요. 조직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세지요.”

“이 대표가 부탁한 거야? 불곰파 보스를 물러가게 해달라고?”

“아니요, 저는 장태호와 친분이 전혀 없어요.”


백상엽은 양손으로 휴대전화를 잡고 통화를 이어갔다.


“장 회장님, 저의 체면도 생각해 주십시오. 이 호텔은 제 것이나 다름없는데······ 장 회장님께 반항하는 게 아니고요.”


난감함을 금치 못하는 백상엽에게 다른 조직원이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왔다.


“보스, 이 전화를 받아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장태호 회장님과 통화 중인 거 안 보여?”

“이 전화부터 받으셔야 합니다.”

“대체 누구 전화인데?”

“서울중앙지검장입니다. 제가 확인했는데, 진짜 중앙지검장님이 맞습니다.”

“!”


조성일이 이연희에게 또 물었다.


“이 대표가 압력 좀 넣으라고 연락한 거야?”

“아니요. 제가 중앙지검장을 어떻게 알겠어요.”

“뭐야? 이번에도 아니라고?”


배상엽은 어찌할 바를 모르는 반응이다.

중앙지검장의 직통 전화는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장태호 회장에 중앙지검장까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또 다른 조직원이 황급히 뛰어와 그에게 말했다.


“진짜로 급한 일이 터졌습니다.”

“젠장, 너는 또 무슨 일이 터졌다는 거야?”

“보스의 부모님께서 납치되셨습니다.”

“뭐, 뭐라고!”

“한 시간 내로 정해진 장소로 오지 않으면, 부모님의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고 합니다.”

“정해진 장소가 어딘데?”

“인천에 있는······.”

“그걸 왜 지금 말하는 거야! 여기서 인천까지 한 시간이 넘게 걸리잖아. 모두 철수!”


백상엽은 수하들을 데리고 황급히 호텔을 빠져나갔고, 제작진은 촬영 준비를 서둘렀다.


이연희가 특별반 원생들에게 제안했다.


“지금 배우들이 부족한 상황이에요. 여러분도 출연하는 게 어때요?”


조성일이 손을 휘휘 저으며 말했다.


“특별반의 자존심은 하늘을 찌르지. 재연배우 같은 건 관심도 없을걸······.”


아니다. 그들은 어떤 역이든 맡아 촬영하고 싶었다.


“허허허,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도와야지.”

“저도요.”


김정구 회장과 윤지나는 프로필까지 준비해 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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