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말제일교의 회귀 헌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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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author
작품등록일 :
2024.08.3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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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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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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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말제일교회 (4)

DUMMY

[종말제일교회]는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사랑제일교회’라는 평범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일반적인 목사.

평범한 설교.

적당한 지역봉사와 적당한 선교활동.


물론 중간중간 목사부부가 헌금을 사적용도로 사용했다던가, 건축헌금을 대가로 직분을 파는 횡령 비스무리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지만.


그 정도 해처먹는 거야 대한민국에 십자가 달고 있는 곳이라면 해당 안되는 곳이 없겠거니와.


알뜰하게 뜯어낸 헌금과 십일조로 비싼 변호사를 고용해 3심 대법까지가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니.


다른 K-교회들과 별 다를 것 없다는 점에서 그때까지는 그럭저럭 평범하다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런 사랑제일교회가 소위 ‘사이비’로 바뀌기 시작한 것은 한 교인이 교회에 들어오면 서였다.


[40대. 남자. 올백머리. 천씨.]


헤어스타일이 좀 특이하다는 것을 빼고는 여타 교인들과 다를 것 없이 조용하게 교회를 다니던 [천집사]는, 어느 날 강단에 올라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간증했다.


그리고 그 간증은 나름 규모를 가지고 있던 사랑제일교회에 강력한 파문波紋을 몰고 왔다.


물론 간증이야 교회생활에서 특별할 것도 없는 일이겠지만, 문제가 된 것은 간증의 내용이었다.


[직접 계시를 받았다.]

[종말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 날이 오면 천지가 개벽한다.]

[괴물들이 등장할 것이다.]


등등.


하나같이 평범하다고 볼 수 없는 파격적인 내용들.


물론 [천집사]가 말한 것들은 2000년 전 십자가에 달려 죽었다가 3일 만에 부활한 어떤 성인의 예언과 크게 다를 것도 없었지만.


평화로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평화주의 종교인들에게 그 말은 다소 과격하게 다가왔고.


[천집사]는 여러 사람들에 의해 거의 끌려 내려오다시피 강단에서 나오게 되었다.


하지만.


모두가 교회에서 쫓겨날 것으로 예상하던 [천집사]는 제명이 되기는커녕 삼일 만에 [천권사]가 되어 다시 강단에 서게 되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사람들 앞에서 자신이 계시를 받았다는 증거라며 [기적]을 펼쳐 보였으니까.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아 휠체어를 타고 다니던 한 교인의 아들을 그 자리에서 일으켜 보인 것이다.


뭇 사람들의 탄성을 자아내며 일약 사랑제일교회의 슈퍼스타가 된 [천권사]는 프리패스로 천장로]가 되었고.


목사의 30년 내공이 담긴 수면유도설교보다, [천장로]의 경이로운 기적차력쇼에 혹한 교인들에 의해 목사부부를 몰아내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렇게 실세가 된 [천목사]가 강단에 서자마자 가장 먼저한 것이 바로 교회명을 [종말제일교회]로 바꾸는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딱히 교회법을 지키지는 않았기에 소속교단에서 제명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었지만.


아무튼 천집사에서 천목사에 이르는 [종말제일교회]의 창립신화는 아직까지도 교인들 사이에 전설처럼 전해져 내려오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아이가 주님의 은사를 받았다는 말씀이시죠?”


그리고 지금, 우진의 눈앞에 있는 이 올백머리 선글라스 낀 장신구 투성이 인간이.


“네! 목사님.”


바로 그 창립신화의 주인공이었다.



***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하는 은주에 천목사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문을 응시했다.


“알겠습니다...제가 잠시 대화를 좀 나눠 봐도 되겠습니까?”“아, 네! 그럼요.”

완곡한 표현에서 축객령을 알아들은 은주는 양손을 들어보이며 긍정을 표했고.


“저는 목양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편하게 말씀 나누세요.”

“허허...항상 감사드립니다. 원장님.”“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뭐.”


그렇게, 우진에게 짤막한 인사를 남긴 하원장은 그대로 목양실 바깥을 향했고.


“이따가 봐 우진아. 좋은 분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말고.”

“...”


끼이익.


탁.


문이 닫힌 뒤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다.


“...”

“...”


깊게 패인 주름을 보아 실제 나이는 50대 중후반 즈음으로 보였지만, 종말제일교 목사의 첫인상은 상당히 영하면서도 MZ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올백으로 넘긴 백발에, 복사뼈까지 내려오는 검은색 목사가운.


오른손에는 천주교를 상징하는 묵주가, 목에는 기독교식 십자가 목걸이를 하고 있었다.


순간 천주교와 개신교는 같은 뿌리를 가지고 있다는 종교통합운동의 일종인가 했지만, 따지고 보면 [종말제일교]는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 신흥 사이비 종교가 아니던가?


하물며 당연하다는 듯 손가락에 끼고 있는 형형색색의 반지들과 반투명 선글라스는 종말제일교 만의 것이겠으니.


무려 3가지 종교정체성을 한 몸에 품고 있는 혼돈의 캐릭터는 닳고 닳은 우진에게도 약간의 당황스러움을 유발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차림에서 우진은 확신할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 사람이 시험을 위해 세워놓은 꼭두각시나 허수아비가 아니라.


[본인]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천요한.’


신도들에게는 ‘담임목사’라고 불리지만, 종말제일교회의 실질적인 교주.


직접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만, 대격변 이전시점의 활동은 확실히 드문 것이었기에 이름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대단한 활동은 아니었다.


짜잘 짜잘하게 짐꾼같은 F급 헌터의뢰를 수행하거나, 의뢰중계를 하기도 했지만.


주된 활동은 [아포칼립스 코리아]라는 지하세계 소식지의 발행으로 지하세계의 소문이나 소식을 실어나르는 역할이었으니까.


애초에 종말제일교 자체가 대격변 이후에 설립되는 정보길드 [비바 아포칼립스]의 전신前身이기도 했고 말이다.


“큼.”


먼저 입을 연 것은 [천목사] 쪽이었다.


헛기침으로 목을 가다듬은 그는 엄지손가락으로 손목의 묵주를 한 알씩 당기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우진이라고 했지?”

“네.”

“그래. 듣기로는 우리 교회에서 운영하는 보육원에 들어오고 싶어 했다던데...맞니?”


끄덕.


우진은 먼저 어떤 어필을 하기보다는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는 전략을 취했다.


신원이 불분명한 특성상 너무 눈에 띄는 것은 도리어 의심을 살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적당히 어른스러우면서도, 그맘때쯤 아이들에 이질적이지는 않게.


“안되면 어쩔 수 없지만...”

“허허.”


도리도리.


“안 된다니.”

“...”

“우리 종말제일보육원의 문은 누구에게나 열려있단다. 특히 우진이 같이 탐나는 아이라면 더더욱 환영이지.”


올백머리 (실내에서)선글라스낀 사이비교주가 뱉는다는 점에서 다소 공포를 유발하는 멘트였지만.


여기서 말하는 ‘탐나는’이 실상 ‘마력’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크게 다른 의도가 있는 말은 아닌 것 같았다.


우진의 짐작이 맞다면.


그 ‘종말제일 보육원’이라는 것도 이런 ‘인재발굴’ 차원에서 운영하는 것일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다만, 몇 가지 확인해 두어야 할 게 있단다. 그래서 우진이 너를 따로 부른 거고.”

“확인이라면...”


끄덕.


“이 목사님이 알아서 할 테니까. 너는 가만히 있기만 하면 된단다.”


그렇게 이야기한 천목사는 이내 손목에 감고 있던 묵주를 풀어, 십자가 부분을 우진의 가슴팍에 조심스럽게 가져다 대었다.


그러자.


우웅.


미세한 진동과 함께 은은한 푸른빛이 돌았다.


‘...아티팩트.’


확인이라는 말에서 짐작하기는 했지만 다시 한 번 마력반응을 본 모양이었다.


미약한 마력으로 보아 대단한 아티팩트는 아닌 것 같았지만.


아티팩트와 직접 접촉하는 것만큼, 각성자와 비각성자를 명료하게 구분하는 방법도 없었으니까.


“...확실히. 이 정도면 되겠구나.”


은은한 미소와 함께 천목사가 슬며시 손을 떼려는 순간.


문득 뇌리에 스치는 생각에 우진은 묵주를 부여잡았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지잉─.


예의 진동과 함께 눈앞에 반투명한 창이 나타났다.


[마력의 나무묵주(E)]

: 마력이 깃든 나무묵주. 숙련된 장인이 정성을 들여 만들었다.

-마력 +0.5


‘허.’


혹시나가 역시나로 바뀌는 순간에, 우진이 속으로 탄사를 뱉었다.


‘...이런 것도 가능한 모양이네.’


[마력 수치가 F+로 보정됩니다.]


연이어 떠오른 표기에 우진은 웃긴다는 듯 입꼬리를 끌어올렸고.


그 모습을 본 천목사는 눈동자에 이채를 띠며 잠자코 묵주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모른 체를 하며 슬며시 물었다.


“왜 그러니?”


여기서는 약간의 연기가 필요했다.


의심을 사지 않는 것도 중요한 일이었지만, 우진이 진짜로 보육원에 들어가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었으니까.


빠른 속도로 지하세계에 진입해 헌터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이 타이밍에 어느 정도의 재능을 보이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처음 경험하는 느낌이라서.”

“...그렇구나. 혹시 어떤 느낌인지 물어도 되겠니?”

“그냥 뭔가...”


구체적인 대답을 피하는 대신, 우진은 미약하게 마력을 조절하여 마력의 구球를 만들어 냈다.


파아앗.


“...!”


오른손 위로 나타난 선명한 푸른빛 구체.


‘마력의 단순한 응집’으로 마력활용의 가장 기초라고 할 수 있는 단계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장면을 목격한 천목사의 두눈은 희열을 담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력을 ‘타고난’ 것과 마력을 ‘활용한다’는 건 엄연히 차이가 있었으니까.


이내. 푸른 빛은 한줄기 불꽃으로 화化하며 사라졌고.


지켜보던 천목사는 우진의 이름을 되뇌며 목소리를 깔았다.


“...우진아.”

“네.”

“지금부터 목사님이 하는 말에 솔직하게 대답해야 한다?”


끄덕.


“방금 보여준 그거. 누구한테 배운 거니?”


도리도리.


“따로 배운 적은 없습니다.”

“그럼...이 묵주를 잡고 이상한 느낌이 들어서 너도 모르게 했다는 말이니?”

“네. 그냥...”

“...”


우진의 대답에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천목사는, 이내 고개를 주억거리며 우진의 몸을 여기저기 더듬었다.


“...그래. 알겠구나.”


공항 출국심사하듯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손으로 훑으며 꼼꼼하게 무언가를 확인한 두목사는,

우진의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축객령을 내렸다.


“끝났구나. 괜찮다면 나가면서 원장님께 잠시 들어오시라고 전해주겠니?”


애써 인자한 목사님의 이미지를 유지하는 그였지만, 우진의 눈에는 빤히 느껴졌다.


그 상기된 목소리와 흥분감이 말이다.


‘...그럴만 하지.’


[종말제일교회]의 현재 전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아마 나이만 좀 어릴 뿐 이 정도면, 즉시 전력감일 테니까.


정보수집이나 짐꾼 정도의 단순의뢰라면 하급 수준의 아티팩트를 사용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OK였다.


애초에 그걸 노리고 우진이 보여준 것이기도 했고.


천목사의 입장에서는 어디서 복덩이 하나가 굴러들어온 기분일 것이었다.


때문에 이 타이밍에는 다시 한번 연기를 해줄 필요가 있었다.


갸웃.


“원장님이라면 누구를 말씀하시는 거죠?”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기울이자, 두목사가 의아해하며 단서조항을 붙였다.


“아까 너를 여기 데려다주신 분 말이다. 아직 통성명도 하지 않은거니?”

“아, 혹시 누님 말씀하시는 건가요?”

“...누님?”


그리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누님이라고...?”


떨떠름한 표정으로 우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 그 분이 네가 앞으로 다닐 보육원의 원장님이란다. 나가면서 원장님께 말씀 좀 전해주렴.”

“네. 그렇게 말씀 드릴게요.”


태연하게 연기를 마친 우진은 그대로 몸을 돌려 문을 열었고.


끼이익.


문을 연 곳에는 이미 애써 웃음을 짓고 있는 하은주가 서있었다.


“우진이 너...”


이마가 살짝 구겨진 것을 보아 아무래도 말미의 대화를 엿들은 듯 했지만.


자초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있는건지, 그녀는 차마 뒷말을 잇지 못한 채 목양실 안으로 들어갔다.


끼이익.


턱.


-원장님. 제가 혹시나 걱정 돼서 묻는 건데...

-저 목사님 그게 아니라...


문이 닫힌 뒤 목양실 안쪽에서는 잠시간의 해명시간이 이어졌지만.


뭐.


딱히 우진이 알 바는 아니었다.


중요한 건.


[업적 달성! 〈지하세계로 가는 길〉]

Level 1 → 2

1 포인트를 획득했다.


아무래도 [종말제일교회]에 소속되는 데 성공한 것 같다는 사실이었으니까.

.

.

.

.

.

.

.

.

[마력 수치가 F+로 상승합니다.]


[사용자: 류우진]


Level: 2

근력: -

민첩: -

체력: -

마력: F+


특성: [순혈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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