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급 반지로 9서클 대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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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호원
작품등록일 :
2024.08.30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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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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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013 마도서 조합(1)

DUMMY

처음에는 놀 무리에게 금방 당할 것 같았다.

그렇지만 데릭의 지휘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이자 놀의 공세가 잦아들었다.


“대단하네요. 이걸 어떻게든 막아내다니.”

“아니, 저쪽을 봐. 눈을 시뻘겋게 해서 노려보잖나. 금방 더 맹렬히 공격해올 거야.”


폭풍전야라는 뜻. 꿀꺽- 크리스는 마른침을 삼켰다.

데릭의 말을 듣고 나니 전투 때보다 지금 이 소강 상태가 더 긴장됐다.

반면 경비병들은 한 숨 돌리면서 뜻밖에 크리스만큼 긴장한 것은 아닌 듯 했다.


“데릭 행주님, 그걸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쓰시죠?”


보아하니 숨은 한 수라도 있었던 모양.

슬슬 놀 무리가 이쪽으로 가까워진다. 수풀 사이 실루엣이 어른거렸다.

이내 데릭이 전열에서 빠져 뒤로 물러나더니 꺼낸 물건.


“상단주가 왜 썼냐고 캐물을 건데······. 상황이 급했다고 다들 말해줘.”


펼치자 푸른 빛을 내는 건 스크롤이었다.

문제는 데릭이 뒤로 물러난 순간부터 놀의 무리 쪽에서도 움직임이 심상찮았다.

매캐한 연기 탓에 가려진 거대한 덩치 하나가 일행 앞에 쇄도하고 있었다.


“헉, 놀 챔피언?!”


놀 챔피언이 땅을 박차서 짐마차를 뛰어넘었다.


“이 자식···큭!”


놀의 공격에 데릭의 팔에서 살점이 뭉텅이로 뜯겨나가고 스크롤이 옆으로 날아갔다.

그때 움직이는 한 사람. 놀 무리가 달려들었지만 순간 하얀빛이 터지며 놀 무리가 놀라서 물러서게 만들었다.

라이팅이 먹혔다. 하지만 긴 시간을 유예할 수는 없을 터. 단시간에 승부 내야 했다.


“크허허허엉!”


그렇지만 기백과 달리 놀 챔피언이 달려들자 크리스는 순간 흠칫했다.

더 강한 포식자 앞에서 움츠러드는 건 본능.

하지만 그 공포는 곧 묻혀버리고 말았다.

크리스의 눈에 보이는 건 녀석에게 맺힌 빛. 오로지 그것만 눈에 들어왔다.


‘반드시 잡는다!’


한순간 사람이 바뀐 듯, 크리스가 창대를 앞으로 향한 채 극도로 집중했다.

놀 챔피언의 시뻘건 눈에 비치는 건 자신을 향한 창끝.

포효 한 방에 겁먹기에 쉬운 사냥감인줄 알았는데 돌변한 태도에 당황한 건 오히려 놀 챔피언이었다.

놈이 잠시 주춤한 틈에 크리스의 선공.

문제는 창끝이···가죽을 못 뚫는다는 사실이엇다.


‘뭔 가죽이?!’


비웃는 놀 챔피언 반응.


“크르릉!”


포식자의 입장으로 되돌아간 놈의 거친 앞발 공격.

빠르다. 창을 대기도 전에 당하고 말 것이다.

급히 물러서자 앞 발까지 4족으로 땅바닥을 디디더니 힘껏 돌진하는 놀 챔피언.


퍽!


하지만 힘껏 달려드는 놈과 포옹하며 맞아준 건 골렘···이 되다가 만 덩어리.

다른 건 못 해도 이게 몸빵 하나만큼은 제대로였다. 흙으로 된 탓에 무너지며 놀 챔피언의 시야가 가려졌다.

놀 챔피언은 뭔가 닥쳐오자 무작정 앞발을 휘둘러서 막았다.

놈이 쳐낸 건 매직 미사일, 진짜는 다음이었다.

옆으로 돌아간 크리스가 찰 초식-나선 찌르기를 시전했다.

나선 회전의 기운을 싣고 창촉이 옆구리 가죽을 찔렀다.


파앗- 콰카칵-


“크캬···크캬아아아악!”


놀 챔피언의 비명. 가죽이 뚫리고 피가 튀었다.

놈의 몸속에서 뭔가가 부서졌다. 갈빗대겠지.

이대로 심장까지 쑤셔넣으면 이긴다.

최후의 발악인지 놈이 쳐든 앞발은 뒤에서 데릭이 던진 올가미에 묶였다.


콰아아아-


“크르르···끄그그···그그······.”


그 틈에 크리스는 창대를 몸통으로 박아넣었다. 시뻘건 눈동자가 빛을 잃고 2미터 넘는 몸뚱어리가 고꾸라졌다.


“허억, 허억······.”


팔이 덜덜 떨렸다. 단련을 열심히 해왔건만 팔근육이 경련을 일으켰다.

그 사이, 데릭이 벌떡 일어나더니 놀 챔피언의 사체 위에 올라가서 고함을 내질렀다.


“봤냐! 니들 대장 뒤졌어!”


처음에는 뭔가 했는데, 놀 챔피언이 죽은 걸 보자 하나둘 도망치는 놈이 생겼다.

잠시 데릭이 옆을 본다.

남은 건 우리가 수습할 테니 쉬어두라는 듯한 눈빛.

그러면 자신이야 좋지. 놀 챔피언도 쓰러트렸고 할 일도 남았으니 말이다.

크리스는 놀 챔피언에게 가닌다를 댔다.


-흠, 이번 니다나 매듭은 솔직히 질이 별로군.


그러고 보니 사정이 급해서 신경을 못 썼지만 빛이 약간 거무스름한 것 같기도 했다.


-이건 암흑마력이니라.

‘암흑마력···근데 그게 무조건 나쁜 건 아니지 않나?’


암흑마력, 흑마법사가 주로 쓰는 마력으로 흔히 알려졌다.

그것은 부의 감정을 통해서 생성되는 것.

하지만 세상에 부의 감정은 없을 수 없으며 암흑마력도 자연스레 존재했다.

그렇기에 흑마법사라고 요즘 시대에 무조건적 배척당하는 건 아니었다.


-그래, 네 말도 맞다만. 내 눈에는 이 암흑마력이 맺힌 니다나가 보이는구나. 더구나 멀지 않은 곳의 니다나가······.

‘설마 인위적으로 생성된 암흑마력이라는 뜻이야?’

-그래. 놀 무리가 난폭했던 것도 그 탓 듯 싶다. 어쩔래? 흡수할 거냐?

‘고민 좀.’


마법은 이론과 마력도 중요하지만 그 못지않게 심상도 핵심 요소였다.

그리고 마력은 심상과 양방향으로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크리스는 고민했다. 암흑마력을 포용하되 자신은 물들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너처럼 생각한 수많은 마법사가 있었다. 결국 암흑마력 사념에 잡아먹혔지.

‘반대 케이스도 있잖아. 너는 창고에 짱박혀 있어서 잘 모를 수도 있으려나.’

-뭐야! 쳇, 뭐 사실이니···현혹을 버텨낸 흑마법사 이야기는 흥미가 동하는구나.

‘있어. 지금은 그럴 상황이 아니잖아. 나중에 이야기해줄게. 것보다 무조건 피하는 건 역시 능사가 아니야.’

-욕할 때 하더라도 찍어서 먹어 보겠다는 거군. 덩달아 나까지 저 불쾌한 걸 먹어야 하고 말이야···하아, 알았다.


가닌다는 내키지 않는 듯 궁시랑거렸지만, 빛을 흡수했다.


파칫- 검은 섬전이 맺히며 탁한 연기를 풍기는 새 마도서가 형성됐다.


【 암흑마력 축기법 】


마도서를 생성하며 지식이 흘러들고 감각을 체득하자 속이 메스꺼웠다.

마도서를 펼치고 있자 주변 암흑마력이 저절로 흡수했다.


후우욱- 후우우-


그와 함께 니다나의 인연이 흘러들며 처음에는 웅웅 거리는 소리였으나.

점차 선명해지는 울부짖음. 스쳐가는 비통한 장면들.


“큭!”


크리스는 곧바로 암흑마력 축기법 마도서를 접었다.


후우우우욱-


아쉬워하듯 검은 연기를 나풀거리며 마도서가 사라졌다.


“이 정도 되는 놀 챔피언이 나올 줄이야. 큰일 날 뻔했군. 고맙네, 크리스.”


그 사이 수습 놀 무리를 다 몰아낸 듯 데릭이 다가오더니 자기가 마시던 술병을 건넸다.


“으으! 이거 술 엄청나게 독하네요.”

“오늘밤에는 정신이 바싹 들 정도로 마셔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뭔가 이상하거든.”


끝난 것이 아니라는 말.

놀 챔피언 사체를 짐마차에 싣고 채비를 마쳤다.


“모두 정신들 차려.”


팔을 붕대로 처치한 데릭은 일행을 독려하며 마을로 향했다.

암흑마력 축기법 마도서는 접어뒀지만 마법 자체는 크리스가 체득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느껴졌다. 광범위하게 퍼진 암흑마력.


“제장, 이거 을씨년스럽군요. 이상해요.”

“음, 그러게. 원래 이 길이 이렇지는 않았는데······. 길도 엉망진창이 됐고.”


이내 도착한 마을 ···이었던 장소는 산사태라도 났는지 뒷산 한쪽이 뭉텅이로 떨어져 절벽이 됐다.

깨진 돌덩어리가 굴러다니는 곳곳에.

위로 뻗친 사람의 손.

살기 위해 발버둥 친 흔적이 남았지만 정작 살아남은 자는 아무도 없었다.

뭔가 사달이 났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이 정도라니 모두 할 말을 잃었다.


“인위적인 산사태는 아니군. 산을 무너트렸어.”

“···이거 보통 일이 아닌 듯 한데요.”

“이 마을은 인근 영주성에 세금도 꼬박꼬박 내는 곳이었는데 난리 나겠군.”


세금을 안 내는 화전민 마을 같은 곳은 도적떼나 몬스터의 습격을 받아도 보호 받지 못했다. 스스로 지켜야 할 뿐.

반면 세금을 내는 마을은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금줄에 손 댄 것이니 토벌 대상이 된다.


“암흑마력이 느껴지네요. 흑마법사 짓인 거 같습니다.”

“흑마법사?! 큰일이잖나!”


이제 어떻게 하냐는 듯 모두 데릭을 봤다.


“원래는 시체를 수습해주고 가는 게 맞겠다만······.”


데릭이 잠시 고민하는 사이, 크리스는 돌아다니며 손바닥을 땅에 댔다.

그런 뒤 막대기를 꽂아 임시로나마 묘비를 만들었다.

이런 일을 하는 이유···땅에 빚이 맺혀 있었다.

이 땅에서 마지막 삶을 살다 떠난 이들의 니다나 매듭, 그 비참한 끝이 느껴졌다.

이들의 희생으로 발생한 암흑마력이 흑마법사 수중으로 들어가느니.

크리스는 차라리 자신이 암흑마력 축기법으로 흡수했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명복을 빌었다.


“상태를 보니 이렇게 된지도 얼마 안 됐군. 흑마법사가 이 근처에 있을 수도 있으니 최대한 빨리 벗어나자.”


데릭이 결정을 내리자마자 일행은 재빠르게 채비를 갖추어 움직였다.

그때 까마귀의 울음소리.


까아악- 까아아악-


호위병 중 하나가 언덕 위를 가리켰다.


“헉, 데릭 행주님 저 위 좀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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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015 마도서 조합(3) +2 24.09.13 1,850 40 12쪽
14 #014 마도서 조합(2) +2 24.09.12 1,914 44 8쪽
» #013 마도서 조합(1) +2 24.09.11 2,026 42 9쪽
12 #012 놀 사냥 +2 24.09.10 2,118 44 10쪽
11 #011 골렘술사(2) +4 24.09.09 2,241 48 10쪽
10 #010 골렘술사(1) +2 24.09.08 2,344 53 9쪽
9 #009 추천서 +2 24.09.07 2,419 58 9쪽
8 #008 2써클(2) +4 24.09.06 2,555 57 9쪽
7 #007 2써클(1) +2 24.09.05 2,666 7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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