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스킬 파밍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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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너구리
작품등록일 :
2024.08.30 23:20
최근연재일 :
2024.09.15 13:05
연재수 :
1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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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글자수 :
75,180

작성
24.09.0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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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007.

DUMMY

[참참이가 스킬 ‘독날개’를 사용합니다. ID [딱 기다려]의 몬스터 ‘해봐라부기’가 데미지를 입습니다.]


[해봐라부기의 특성 ‘해봐라’가 발동합니다. 데미지가 회복됩니다!]


다섯 번째 턴이다. 역시나 태환은 독날개를 사용한다. 지금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은 저거 하나이니까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5회째의 중첩. 데미지는 10%. 특성 ‘해봐라’의 회복을 빼면 8%다.


데미지의 총합은 28%. ‘해봐라부기’의 HP칸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ID [딱 기다려]님의 차례입니다. 기술 선택 대기중...]


다시 모니터에 커맨드 창이 떠오른다. 나는 역시나...


[해봐라부기가 풀잎 날리기를 사용합니다. ID [태환]의 몬스터 ‘참참이’가 데미지를 입습니다!]


한 번 더 ‘풀잎 날리기’를 사용한다. 남은 HP는 1이다. 다른 모헙을 하는 것보다 그냥 체력을 깎는 게 중요하다. 아직 몇 번은 더 독날개를 버텨낼 수 있으니까.


자, 참참이가 남은 HP ‘1’이 사라져간다. 이번 판은 나의 승리다. 물론 중간에 ‘따라하기’ 때문에 잠깐 놀라긴 했지만, 뭐 있을 수 있는 이벤트였다. 그런데...


[참참이가 소유한 아이템 ‘행운의 부적’이 발동합니다. ID [태환]의 시간이 리셋됩니다.]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진다. 참참이가 다시 살아났다. 모든 HP가 풀로 다 채워진 상태로.


두 번째 대결 시작 때 깔려있던 환경 ‘토대’조차 원래의 모습으로 부활했다.


어? 왜? 이게 아닌데...?


모든 것이 원래대로다. 오로지 ‘태환’만...


나는 어안이 벙벙하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가늠 할 수 가 없다. 대체 무슨...


“행. 행운의 부적 써본 적 없으세요? 이거 초반 치트 템인데?”


행운의 부적. 시작의 마을에서 주인공의 아버지에게 얻을 수 있는 아주 형식적인 아이템 중 하나.


첫 몬스터를 선택한 후 집으로 돌아오면 아버지가 이런 메세지 창을 띄운다.


“그래. 드디어 네가 여행길에 오르는구나. 이 아빠는 언제나 너의 행운을 빌어주마.”


이 대화 이후 아이템 창을 확인하면 이전에는 없었던 [행운의 부적]이라는 아이템이 생성되어 있다.


아이템 설명도 심플하다. [아버지가 빌어준 행운]


물약처럼 사용해도 [아무 효과도 없었다.]라는 메세지만 반복할 뿐이기에 사람들은 그저 장식용 아이템이라고만 생각하고 첫 번째 마을로 이동한다.


여기서 첫 번째 마을의 관장과 시합하고 나오면 이런 메세지가 화면에 뜬다.


“아버지의 선물이 부서졌습니다.”


그 후 다시 아이템창을 띄워보면 아이템 [행운의 부적]은 감쪽같이 사라져 있다.


게임 시작 한 지 1시간도 안 되어 사라지는 효과도 없는 아이템.


그저 ‘주인공이 부모의 그늘에서 벗어난다.’라는 스토리의 흐름을 상징하는 아이템이라고 대부분의 [몬스터 월드] 게이머들은 생각한다.


“그거 효과 있어요. 근데 아무도 모르더라고요.”


태환이 말했다. 모를만한 일이다. 첫 번째 마을 관장은 보통 이름보다 별명으로 유명하다. 바로...


[호구왕]


레벨을 하나도 올리지 않은 몬스터로 찾아가도 풀피로 이길 수 있는 허약한 관장.


튜토리얼 보스라고도 불리는 이 [호구왕]을 이기고 나면 사라지는 아이템을 누가 써보려 할까?


“그래? 그래서 효과가 뭔데?”


태환의 말에 내가 답한다. 태환에 목소리에 웃음기가 배어있다. 마치 내가 ‘모른다’는 사실을 즐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아~ 형은 아실 줄 알았는데... 아쉽다.”


이죽대기는. 주둥아리를 확! 영락 없는 애새끼다. 지금의 태환은.


“보셨잖아요? 모든 걸 원래 상태로 되돌려줘요. 오로지 ‘내 진영’만.”


그래. 그래서 아이템 명이 ‘행운의 부적’이었구나. 있을 법한 일이다.


대부분의 RPG 게임에선 초보자를 위한 배려의 방편이 존재한다. 튜토리얼도 깨지 못 해 빌빌대는 최악의 게임 고자들. 그들이 게임을 포기하지 못 하도록 하는 방편.


[몬스터 월드]에도 그런 방편이 없으리란 보장은 없다. 그리고 그런 ‘방편’이 바로 [행운의 부적]이었으리라.


이제 막 [몬스터 월드]를 시작 하는 초보. 그것도 첫 번째 마을에 도착하기 전부터 몬스터 하나 제대로 잡지 못 해 허우적대는 바보 급의 게임 고자. 그런 사람을 위해서 마련 된 딱 한 번의 추가 기회.


태환은 이런 ‘초보자’를 위한 팁까지 자기 뜻 대로 사용하고 있다.


순간 덜컥 겁이 났다. 차라리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만약에 [몬스터 테이머] 게임으로 승부를 해야 했다면, 정말 승산이 없었을 것이다. 아까 전 퀘스트가 [몬스터 테이머]가 아닌, [몬스터 월드]에서 승부를 보도록 한 것은, 그 [???]이란 놈이 심술을 부린 것이 아니라, 배려를 한 것일 수도 있다.


“형, 기술 선택 안 해요?”


대기 시간이 오래 지속 되자, 태환이 소리를 쳐온다.


나는 다시 커맨드 창을 유심히 바라본다.


지금 쌓여있는 ‘독날개’의 중첩치는 5회. 다음 턴에서는 6번 중첩된 공격이 날아온다. 그것도 환경 ‘토대’가 갖추어진 상태로...


그렇다면 데미지는 총 36%. 회복을 해도 34%. 지금까지 누적 된 데미지가 28%이기에, 단 한 턴 만에 해봐라부기는 절반이 넘는 HP를 잃게 된다.


그 턴을 넘긴다 해도, 다음 턴은 7회째. 데미지는 42%. 버틸 수가 없다. 바로 다음 턴에 내 패배가 확정 된다.


또 코너에 몰렸다. 시작 마을의 몬스터들. 진화도 안 한 조옷밥들에게 내 12시간을 들린 몬스터들이 털려버렸다.


나는 게이트 출현 이후, 왜 태환이 [몬스터테이머]라는 스킬을 얻게 되었는지 깨닫는다. ‘경험이 곧 스킬’이란 세상의 논리에 대해 다시금 확인한다.


띠링

시스템 알림음이 울린다. 나만 볼 수 있는 메시지 창 하나가 허공에 떠오른다.


_ 도와주길 원하나?


잠시 고개를 위로 올린다. 보이는 것은 픽셀 다 깨진 게임 속 하늘. 하지만 왠지 그 하늘 너머로 누가 날 보고 있는 것 같다.


‘정말 날 주시하고 있구나, 너?’


누군진 모르지만 나에게 원하는 게 있다. 그렇다면... 나는 그 이름 모를 존재에게 마음 속으로 말을 걸어본다.


‘그래서 뭘 도와줄 수 있는데?’


띠링

화답하듯 다시 한 번 알림음이 들린다.


-

칭호 [???의 관심을 받는 자]의 효과가 발동합니다.

-


어?

띠링

-

당신에게

[스킬 :행운치 상향 보정(B)]

이 주어집니다.

-


띠링


_

[???]님께서

‘첫 번째니까 서비스’를 발동합니다.


[스킬 : 행운치 상향 보정(B)]가

마나 소모 없이 사용됩니다.

-


순간 나는 죽기 전 들었던 그 시스템 명령어들을 떠올린다.


그런 말들을 들은 것 같다. ‘누구’의 관심을 받아서 행운이 올라갔다던가 하는 그런 말...


띠링

다시 메시지 창이 떠오른다.


_ 잘해보라고.


그 말을 끝으로 내 시야 안에서, 메시지 창이 완전히 사라졌다.


나는 잠시 생각한다.


행운치 보정이라... 그게 무슨 효과가 날 지는 모르지만... 나는 이 효과를 승부에 걸어보기로 한다.


[참참이가 스킬 ‘독날개’를 사용합니다. ID [딱 기다려]의 몬스터 ‘해봐라부기’가 데미지를 입습니다.]


“형, 다음 턴 제대로 대응 못 하면 판 끝나는 거 아시죠?”


알고 있다. 그러니까 좀 닥쳐봐. 나는 내 마음 속 태환에 대한 평가를 변경한다.


대한3강 -> 애새끼맨


그 사이 나의 턴이 돌아온다. 이번에 내가 낼 패는...


[ID [딱 기다려]가 ‘해봐라부기’에게 아이템을 [보라 포션]을 사용합니다! 10%의 HP가 차오릅니다.]


보라 포션은 6번째 마을인 보라 맨션에서 얻을 수 있는 특이한 포션이다.


고정 값으로 HP를 회복해주는 다른 일방적인 포션들과 달리 ‘보라 포션’의 회복량은 난수에 영향을 받는다.


운이 좋은 경우는 100%를 채워주는 풀 포션 효과를 주기도 하지만, 운이 안 좋을 경우는 최소 값인 10%의 HP를 채워준다.


보통 사활을 건 대결에서는 쓰지 않는 예능용 아이템이 이 ‘보라 포션’이다.


“아, 질 거 알고, 예능 하시는 거예요, 형?”


태환이 웃기 시작한다.


‘10%’


보라 포션의 최저 회복량. 누가 보아도 이건 ‘내’가 최악의 수를 둔 것으로 보일 것이다.


나는 다시 하늘을 바라본다.


‘야. 너 행운치 보정 해줬다며? 장난하냐?’


답이 날아오지 않는다. 아까는 원하지 않아도 딱딱 대답 잘 해줬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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