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자취방으로 돌아와 나는 과거의 기억들을 복기해본다.
잠깐 내 스킬 어떻게 되었을라나?
아직 게이트 출현 안 했는데, 시스템창 오픈 되나?
궁금증이 인다. 나는 조용히 소리쳐본다.
“시스템창 오픈.”
띠링
알림음이 울린다.
-
[시스템창]의 존재를 인지하셨습니다.
[시스템창]의 보조를 받으시겠습니까?
Y/N
_
당연하지.
허공에 시스템창이 나타난다. 익숙한 화면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보고 싶은 건 이게 아니다. 내가 보고 싶은 건...
“스킬창 오픈.”
띠링
-
<보유 스킬>
1.
자격 스킬
[100개의 선택]
2.
고유 스킬
[100개의 스킬]
-
어? 뭐야? 왜 없지? 우, 우와아아아!
나는 환호한다. 애증의 고유스킬 [100개의 불행]이 사라져 있다. 이것만으로 내 인생 난이도가 10단계는 내려갔다 확신한다.
“어디 보자. 어떤 스킬이려나.”
나는 시스템창에 손가락을 뻗는다.
띠링
_
자격 스킬
[100번의 선택]
등급 : EX
100개의 선택의 기회를 얻습니다.
[임무율 : 2/100]
-
뭐지? 100개의 선택이란 말은 알겠는데... 내가 벌써 2개나 임무를 했었다고? 나는 다시 시스템창을 눌러본다.
-
임무 1 : 성공
[100개의 불행과 ???을 합성하라.]
보상 : 과거 회귀
임무 2 : 성공
[과거 회귀에 성공해 시스템창을 열어라]
보상 : [스킬 : 100개의 스킬(EX)]
-
두 번째 임무의 보상에 눈길이 간다. 그러고보니 아까 스킬 목록창에서 저 이름을 보았다. 나... 설마... EX급 스킬이 2개야?! 오오오! 지체할 리가 없지. 나는 곧바로 스킬을 클릭한다.
-
고유 스킬
[100개의 스킬]
등급 : EX
100개의 스킬을
추가 할 수 있는 스킬 목록이 생긴다.
[0/100]
_
아... 아? 아! 아!!!
뭐야. 이거? 그냥 [100개의 불행]이잖아? 그런데... 불행 안 붙어? 행운치 하향 보정이 없다. 그냥 스킬 목록칸이 생긴다는 설명 뿐이다.
짜릿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 엿 같은 F급 스킬들만 잔뜩 가지지 않아도 된다! 우와. 이러면 회귀 할만한데? 그때 또다시 알림음이 울린다.
띠링
-
[???]님으로부터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Y/N
-
어? 시스템창에... 메세지가 온다고?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런 걸 본 적이 없다.
만약에 시스템창에 메세지 기능이 있었다면, 그걸 구태여 쓰지 않을 사람이 없었을 것이다.
좋은 기술이라면, 목숨이라도 내놓을 수 있는 헌터들이 그런 정보를 공유를 안 했을리 없다.
띠링
-
[???]님이
메시지를 확인하시길 원하십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Y/N
-
띠링
-
[???]님이
어서 메시지를 확인하라고 촉구합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Y/N
_
뭐지...? 나는 조심스레 시스템 창에 손을 가져다댄다.
띠링
_
[???의 1번째 메시지]
축하한다. 너는 악바리같은 놈이구나.
너에게 흥미를 느낀다.
100번의 선택. 잘 써먹기를 빈다.
너의 가치를 증명해봐.
자격을 얻어.
-
스윽
나는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본다.
누가 나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
대체 누가...? 아니, 인간이긴 한 거야?
* * *
어느 정도 희망이 생겼다.
반 년 후. 게이트가 열린다. 몬스터가 출몰한다. 그 후 한 달 새에 이 대한민국 인구의 50%가 죽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전에, 나는 100개의 스킬 칸을 모두 채운다. 그리고 우선 내 가족을 지킨 것이다.
그 중에... 설희는 우선 보류. 그녀를 내 가족으로 볼지 말지는 조금 생각해봐야겠다.
자, 앞으로 할 일도 정리를 했겠다~.
요는 ‘어떤 스킬을 채워놓느냐’다.
이전 생에도 100개의 스킬을 전부 채웠다. 그게 ‘똥’스킬이었던 게 문제지.
지난 생에서 나는 내 스킬 목록을 [빨래 개기], [아침 일찍 일어나기], [팔굽혀펴기 안 쉬고 100개 하기]같은 스킬 같지도 않은 스킬들로 채워 넣었다.
똥은 아무리 모여봤자 똥이다.
적어도 닦으면 윤이 나는 동메달이라도 되야 가치가 생긴다.
‘자, 그렇다면 첫 번째로 무슨 스킬을 채워놓을까?’
생각해 볼 가치도 없다. 내가 첫 번째로 얻어야 할 스킬은 반드시 그것이다.
바로 [몬스터 테이머]
* * *
대한3강 중 하나인 [포획자 태환]의 고유 스킬 [몬스터 마스터].
바로 이 [몬스터 마스터]가 바로, 스킬 [몬스터 테이머]가 각성한 스킬이다.
이 스킬의 능력은 처치한 몬스터를 일정 확률로 포획 해 사용할 수 있다는 것.
일반적인 [테이머 류] 게임을 스킬로 만든 것 같은 이 [몬스터 마스터]는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지옥이 되어버린 이 나라 ‘대한민국’에선 그 어떤 스킬보다도 가치 있는 스킬이다.
그 이유는 바로 이 세계가 ‘게임이 아니기 때문’이다.
세상에 수많은 스킬들이 범람하듯 등장했지만, 그 어떤 헌터도 이 스킬만은 얻지 못 했다. 그 스킬은 바로,
[소생]
가장 유명한 종교인. 가장 성실한 자원봉사자도 [소생]에 관련 된 스킬만은 얻지 못 했다.
갑작스레 생긴 힘에 사람들은 자신의 힘을 과신했다. 실제로 사람들은 게이트 출현 이전보다 몰라보게 강해졌다. 하지만 그들이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 오로지 단 한 번의 실수로. 사람들은 뭉개지고, 부서지고, 망가졌지만 그렇게 뭉개지고, 부서지고, 망가져버린 사람들 중 다시 살아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기회는 오직 한 번 뿐이었다. 말하자면 세상은 오직 ’원 코인‘으로 클리어해야 하는 소울류 게임이었다.
그런 점에서 [몬스터 마스터]는 거의 치트키급 능력이다.
자신을 대신해 몬스터를 앞에 세울 수 있다니?! 그만큼 기회가 많아진다는 소리 아닌가?
‘자.. 그럼 이 [몬스터 마스터]를 얻으려면 어떤 경험을 해야 되려나...?’
고민에 휩쌓인다. 그 때,
띠링
알림음이 울린다. 그리고....
-
[???]님께서 당신에게
세 번째 선택을 내립니다.
-
놀랄 새도 없이 새로운 시스템 창 하나가 눈 앞에 나타난다.
-
임무
[3/100]
태환을 이기고,
게임 [몬스터테이머]의 1위를 달성하라
보상 : [고유 스킬 : 몬스터 테이머(S)]
-
놀랐다. 난 다시 허공을 쳐다본다.
“아니 당신 대체 누구야?”
* * *
달력을 쳐다본다. 음. 게이트 출몰 이전, 가장 인기 있는 VR게임이었던 [몬스터 테이머]는 공교롭게도 올해 본 게임 서버가 열린다. 그것도 바로 내일.
그렇다면,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하나 있다. 바로 [몬스터 테이머]의 전신이 되는 고전 게임 [몬스터 월드]의 랭커가 되는 것.
[몬스터 테이머]는 오픈 직후, 전작인 [몬스터 월드]를 플레이 한 유저. 그 중에서도 10인의 랭커들에게 감사의 의미로 ‘매력 증가 포션’을 뿌린다.
이 포션은 게임 내에서 영구적으로 매력 스탯을 +2 올려주는 효과를 가지고 있었다.
‘몬스터’를 잡는 것이 주요 컨텐츠인 이 게임에서 ‘매력’은 그 어떤 능력치보다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처음에야 티가 안 나지만, 고수들의 싸움에선 이 레벨 ‘2’ 차이가 엄청나게 큰 격차를 만들어낸다.
그렇다면 목표는 랭킹 10위 안에 드는 것.
‘좋아. 챙길 수 있는 건 챙겨야지. 태환을 이기려면.’
나는 게임장으로 향한다. [몬스터 월드]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용산의 ‘몬스터 센터’로.
* * *
“오, 대학생이야? 대학생은 희귀한데...?”
역시나 아직도 주인 아저씨는 오지랖이 참 넓다. 이 아저씨가 부리는 오지랖 때문에 센터 가는 발을 끊는 양반들도 있었지.
“아, 옛날에 하다가... 추억 돋아서 다시 시작하려고요.”
“그래? 그럼 그렇게 해. 아저씨가 서비스로 학생 카드에 2시간 서비스 넣어줄테니까.”
푸른색 카드 한 장이 내 손에 쥐어진다. 바코드가 보인다. 이게 이 ‘몬스터 센터’ 안에서 날 식별해 줄 코드.
나는 머신 하나를 골라 카드를 집어넣는다.
-
몬스터 월드
ID : 딱 기다려
잔여 시간 0/24
-
자, 내일 오후 6시에 오픈하는 [몬스터 테이머]에 접속 하려면, 24시간 안에 랭킹 안에 들어야 한다. 시간이 많지 않다.
나는 구식 VR기계를 머리에 쓴다. 눈 앞에 화면이 펼쳐진다. 어후. 도트 튀는 것봐.
확실히 고전 게임은 고전 게임이다.
'자 우선은 몬스터부터 받으러 가자.'
[몬스터 월드]가 처음 시작하면 반드시 해야 하는 일.
그것은 야생의 자연으로 나아가기 전, 세 마리의 시작 몬스터 중 한 마리를 받는 것이다.
자, 하지만 그렇게 남들과 같은 선상에서 시작하면 어떻게 랭킹 1위를 이길 수 있을까?
나는 꼼수 하나를 쓰기로 한다. 아마, 나 말고는 다른 사람들은 거의 알지 못 할 꼼수 하나를...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