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스킬 파밍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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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뎅너구리
작품등록일 :
2024.08.30 23:20
최근연재일 :
2024.09.15 13: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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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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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3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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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004.

DUMMY

‘참, 당신은 머리 하나는 비상해.’


아내가 했던 말이 떠오른다. 그 엿 같은 똥스킬들을 가지고도 던전을 돌고 다니는 내가 신기해서 던진 말이었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게 내가 살아남은 두 번째 이유.


그저 힘만으로 상대한다면 나는 던전 초입에서 아마 고깃덩이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무수히 많은 수들을 고민해야 했다.


약한 것들을 조합해서 어떻게든 쓸만하게 만들기 위한 무한에 가까운 조합들.


삶에 대한 의지는 내가 없던 머리까지 쓰게 만들었다.


그저 찐득한 진흙일 뿐인 F급 유물 [검은 진흙]이 특정 성분과 섞이면 급격히 온도가 상승해 함정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도 내가 최초였다.


F급 스킬 [맴매 매매]를 사용할 때 나는 아이 울음 소리가 ‘특정 몬스터’들에게 1초 정도의 경직을 일으킨다는 것을 발견한 것도 내가 최초였다.


E급 스킬 [구운몽]이 강제적으로 수면 상태에 빠지는 대신, 꿈 속에서 올린 능력치의 1%를 현실에서도 1시간 짜리 패시브 스킬로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아낸 것도 내가 최초였다.


모든 것이 살고 싶어서였다. 매일 경험치를 먹겠다고 날 죽이러오는 뉴비 사냥꾼들.


채워야 할 스킬 칸은 광활했고, 내가 가진 능력은 미약하기 그지 없었다.


벌어야 할 천문학적인 갯수의 ‘완정 마정석’들.


다시 생각해봐도 난 악바리였다.


* * *


픽셀 엄청 깨지는 고전 VR게임의 전경이 펼쳐진다. 나의 앞에 여신님이 나타난다. 말을 건다.


“안녕하세요. 당신은...”


SKIP. 내게 있는 시간은 24시간 뿐이다. 이런 걸 다 듣고 있을 시간이 없다.


“그래서, 당신에게...”


SKIP. 연달아서 화면에 보이는 대화를 한 100번쯤 스킵한다. [몬스터 월드]는 고전 게임 답게 대화가 많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걸 받으세요. 테이머님. 당신의 첫 번째 몬스터는...”


SKIP. 원래는 몬스터 월드를 가장 먼저 시작 할 때 세 마리의 몬스터 중 하나를 고르게 한다. 불 몬스터. 물 몬스터. 풀 몬스터. 하지만 나는 그 어느 것도 고르지 않는다.


“그럼 맨 몸으로 숲풀 속에 들어가신다는 건가요? 그건 불가능 해요! 테이머님!”


그럴 리가. 나는 앉았다 일어났다 하기를 반복한다. 0.3초 단위로 이렇게 하다보면 자동으로 대화창이 있는 상태에서 이동이 가능하다.


타닥, 타닥, 타닥, 타닥


나의 캐릭터가 괴상한 움직임을 보인다. 자, 이 상태에서 그대로...


여신을 넘어서 빛의 문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나면, 바로. 몬스터 박사의 연구소가 나올 것이다.


샤아아악


빛의 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에 성공한다. 1초 후 익숙한 풍경이 나온다. 나의 눈 앞에 흰 새치가 잔뜩인 박사님이 보인다. 역시나. 예상했던 대로다.


“안녕하신가. 테이머. 나는... 몬스터 박사라...”


SKIP. 역시나 한 10번 정도 스킵을 반복한다. 자, 이제...


“그건 그렇고 자네 몬스터를 가지고 있나? 그렇다면, 나와 승부를 하지 않겠나?”


원래는 이 승부를 하자는 대사에서 아까 여신님에게 받은 세 마리 몬스터 중 하나로 승부를 해야 한다. 하지만 난 몬스터가 없다. 여기서 오류가 난다.


“승부를 하지 않겠나?”


상황 오류에 의해 박사가 같은 텍스틀 반복해서 출력한다. 여기서 다시 앉았다 일어났다를 0.3초에 한 번씩 반복하며 앞으로 이동한다. 그러다보면...


“그렇군. 자네 아직 몬스터들과 싸울 준비가 되지 않았군. 그렇다면, 자네 혹시 내가 자네를 위한 몬스터를 하나 주어도 되겠나?”


좋아! 성공했다. 이게 바로 꼼수. 원래 단계에서 몬스터 월드는 여신이 아니라 박사에게 몬스터를 받도록 기획되었던 것 같다. 그게 베타 버젼이 끝난 후 패키지 버젼으로 들어오면서 튜토리얼 스테이지에서 여신에게 받는 것으로 변경 되었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밸런스 패치가 되지 않았던 베타 버젼의 초기 몬스터가 약 1.2배 가량 쎄다. 베타 버젼은 초기 1스테이지 안에서 재미를 다 느끼도록 해야 했으니까. 장기적인 성장을 생각한 몬스터가 아니다. 최종 진화체가 1.2배인거지. 초기 레벨 10까지의 능력치와 스킬 보정치는 거의 2배가량 차이난다.


이게 바로 빠른 성장의 비결. 나는 박사가 내미는 박스 안에 들어있는 몬스터들을 바라본다.


“좋아. 이대로 24시간 동안 모든 꼼수를 사용한다. 그래서 랭크에 든다.”


* * *


“으아아악! 아저씨 뭐예요!”


초등학교 5학년의 몬스터테이머 ‘준호’군을 8연승의 제물로 희생하는 순간 절규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아씨, 게임 진짜 엿 같이 하네.”


준호 군이 씩씩대며 포문 센터 출입문 밖으로 나간다. 그럴 만도 하다. 진짜 엿 같은 전법을 사용했으니까.


[몬스터 월드]를 한 지 약 12시간이 지났다. 줄기차게 했던 [몬스터 월드]였건만 적응하는데 꽤 시간이 걸렸다. 약 1시간 정도? 초 단기 스피트 런으로 랭킹 안에 들어야 하는 이상, 이 한 시간도 매우 부족한 시간이었다.


랭킹전은 레벨 제한이 없다. 레벨1짜리 몬스터든, 레벨60짜리 몬스터든. 만렙인99짜리 몬스터든 전부 레벨60으로 맞추어져 승부를 하게 된다.


이렇게 보면 굉장히 공평한 게임 같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중요한 스킬이 너무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선 좆밥 사냥에 나섰다. 가장 등급이 낮은 어비스 리그. 그 곳에서 10연승을 하고 나면 받게 되는 아이템이 하나 있다.


바로 [초보자의 행운]


이 아이템을 가지고 있으면 첫 번째로 싸우게 되는 몬스터의 능력치를 1.2배로 올려준다.


이 하나만으로 꽤나 이득을 보게 되는 아이템이다. 물론, 50승 이상을 기록하면 더이상 효력이 없어지는 아이템이긴 하지만.


난 그전에 랭킹 안에 오를 거니까. 40번의 승부. 그 모든 승부를 전승으로 이겨서 반드시 매력 능력치 +2를 해주는 그 아이템 [매력 포션]을...


“요즘 좀 재미있는 애들 없어요?”


순간. VR 머신 밖에서 꽤나 익숙한 목소리가 하나 들려온다. 아니, 내가 알던 목소리보다 조금 더 앳된 목소리.


나는 VR머신을 벗고는 밖을 바라본,


태환이다!

대한3강 포획자 태환!


“재밌는 친구. 하나 있지. 어쩐 일로 왔어?”


카운터에 앉은 주인이 태환이 반갑다는 듯 친절히 대답을 해준다.


“오, 어떤 친구요.”


스윽. 주인이 나를 고갯짓으로 가르킨다.


“저 친구.”

“아저씨네요?”


아저씨라니? 지금 이 시대에선 나 23살인데!


“아니, 지금 8연승이야. [몬스터 월드] 시작한 지 6시간 만에.”

“그 전에 키우시던 데이터 있던 거 아니겠어요?”

“아냐. 새로 만들었어. 카드. 아예 처음부터 새로 키운 거야.”


순간 태환의 눈빛이 바뀐다.


“아... 정말 재미있네...”


태환의 얼굴에 묘한 미소가 맺힌다. 스윽,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태환을 바라본다.


터벅, 터벅

태환이 내가 있는 VR머신으로 다가온다.


스윽

손을 내민다.


“안녕하세요. 몬스터 월드 좋아하세요, 아저씨?”

“옛날에 많이 했지. 요번에 올만에 추억 돋아서 다시 한 번 해보는 거야. 그리고 나 아저씨 아니다.”

“몇 살인데요?”

“이십 대야. 아직 아저씨 소리 듣긴 일러, 임마.”


큭큭

태환이 그 이야기를 듣고는 웃는다. 뭐야? 내가 너무 노안이라는 거야, 아니면 왜 나 같은 놈이 여기 와있냐는 거야? 뭐가 됐든 기분이 나쁘다. 그때,


“그럼 아저씨 저랑 한 판 할래요.”


태환이랑 한 판을 하라고? 미쳤나? 지금 승부 하면 백 프로 질 텐데. 나는 거절하기 위해...


띠링

시스템 알림음이 울린다.


갑자기?


허공에 창이 떠오른다.



-

[???]님이 퀘스트 내용을 변경하셨습니다.

-


어? 순간 불길한 기분이 든다. 아니야. 내가 생각한 그거 아니야.


-

퀘스트(변경)

[3/100]

‘지금 당장’ 태환과 승부하라


보상 : 스킬 가챠 X 1

패배 시 : 이후 퀘스트 수주 불가


*

승부의 결과가 [???]님의 마음에 들 경우, 추가 보상을 얻을 수 있습니다.

-


나는 다시 하늘을 바라본다. 속으로 되내인다.


‘아니, 그래서 너 대체 뭐하는 새끼인데?’


나에게 뭐가 붙어 있긴 한가보다. 그것도 되게 악랄한 놈이.


쓰벌. 굿이라도 해야 하나...


“어떻게 하실래요?”


태환이 묻는다. 만약 ‘퀘스트창’을 내게 선물해준 그 놈을 직접 만날 수 있다면 나는 아마 주먹부터 날렸을 것이다.


그 만큼이나 이번 퀘스트 변경은 악랄한 것이다.


이후 [몬스터 테이머]에서 랭킹 1위를 달성하는 태환이지만, 그의 주 종목은 바로 고전 게임 [몬스터 월드]였다.


[몬스터 테이머]의 태환이 폭풍이라면, [몬스터 월드]의 태환은 그냥 씹쌔끼다.


워낙 유명한 게이머였기에, 그의 전법들은 워낙에 카피캣이 많아 1회성이기가 일쑤였지만, 그 파훼법이 발견되고 나면 또다시 기발한 전법을 들고와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해봤자 10기가도 안 되는 게임에서 무슨 전법이 그리 많은지... 오죽하면 사람들은 [몬스터 월드]는 게임사 사장이 만들고, 태환이 키웠다고 할 정도였을까?


“우... 우리... 우... 우리... 하... 아...”


분명 승낙을 해야 하는데,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어느 누가 이길 가능성이 0에 수렴하는 승부를 하고 싶을까? 그런 도박사는 세상에 없다.


특히 나 같은 안전주의자는 더. 하지만...



나는 태환이 내민 손을 잡는다.


“좋아요. 한 판 합시다.”


이미 엎지러진 물이다. 이기든 지든 해봐야지, 뭐.


* * *


게임에 앞서 나는 태환에게 양해를 구한다. 이제 시작한지 12시간 밖에 안 되서 태환의 몬스터들과 싸우려면 아무래도 빈약한 파티풀이라고.


“괜찮아요. 그럼 저도 처음부터 해보죠.”


태환은 곧장 데스크로 향한다. 2만원을 지불하고 카드를 산다.


처음부터 몬스터를 키울 생각이다.


“정말 죄송한데, 15분만 기다려주시겠어요?”


띠링


-

[???]님이 퀘스트에 조건 하나를 추가합니다.

_


띠링


-

[추가 조건]

절대 15분간 태환의 게임 화면을 보지 말 것.

-


나는 다시 허공을 바라본다.

야? 너 나 싫어하지?


아무리 해도 너무 한다. 랭킹 1위랑 하는데 플레이 화면을 보지도 못하게 하다니.


“야. 그럼 15분간 해. 형, 담배 좀 피고 오마.”


스윽

나는 센터 밖으로 나온다. 15분. 어차피 게임 화면을 볼 수 없다면 차라리 그 시간에 나 역시 다른 것을 하는 게 낫다.


담배에 불을 붙인다. 후우. 길게 숨을 하나 뱉는다.


상대는 강적이다. [몬스터 월드] 속에서라면 남들의 100수는 먼저 보는 인간이다.


자신의 몬스터에게 어떤 아이템을 쥐어줄지, 어떤 스킬을 사용할지 적어도 내 나름의 간파를 해야한다.


나는 계산에 들어간다.


15분의 시간이라면, 첫 포몬을 받기까지 최소 3분. 그렇다면 도저히 풀파티인 6마리를 마련 할 수 없는 시간이다.


그렇다면 결국 태환은 1 VS 1나, 3 VS 3전을 제안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 끝났다네, 학생.”


주인 아저씨가 나를 부른다. 뭐요? 다 끝났다고요?


나는 핸드폰 화면을 확인한다. 지난 시간은 9분.


뭐? 이 시간 안에 파티 구성을 끝냈다고? 도대체 뭐 하는 놈이야, 이 새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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