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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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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2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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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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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어디야?

DUMMY

2030년 12월 10일 화요일,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노벨상 시상식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신사 숙녀 여러분, 존경하는 내빈 여러분, 노벨 재단을 대표하여 2030년 노벨상 시상식에 여러분을 모시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노벨 재단의 의장 칼-헨릭 헬딘이 말했다.


“우리는 오늘 스톡홀름 콘서트홀에 모여, 인류의 지식과 이해의 경계를 넓힌 획기적인 업적을 이룬 올해의 노벨상 수상자들을 기리고자 합니다.”


“스웨덴 국왕 폐하와 왕비 폐하, 그리고 왕실 가족분들의 입장이 있겠습니다. 모두 일어서 주시기 바랍니다.”


스웨덴 왕실 가족이 입장하고 자리에 앉았다.


“2030년도 노벨상 시상식을 이제 공식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노벨 재단 의장이 시상식의 시작을 선언했다.


“잭, 미리 축하하네, 나중의 만찬 시간에 자네와 논문에 관해 이야기 하고 싶은데 시간 괜찮은가?” 페렌츠 교수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이죠 페렌츠 교수님, 시간이 된다면요.” 잭은 어깨를 으쓱하며 좋다는 듯 말했다.


“국왕 폐하, 왕비 폐하, 왕실 가족 여러분, 존경하는 노벨상 수상자 여러분, 그리고 신사 숙녀 여러분, 2030년도 노벨 물리학상은 김준호에게 수여됩니다.

그의 업적은 [시간적 역학과 양자적 얽힘: 시간의 구조 해석]의 논문을 통해 물리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으며, 인류의 지식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김준호 교수님, 단상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의장이 말했다.


큰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으며 잭은 단상에 올라갔다.


‘페렌츠 교수님, 죄송하지만 저는 이 자리를 단순한 시상식으로 끝낼 생각이 없어서 말이죠.’


스웨덴 국왕이 직접 잭의 목에 메달을 달아주고 증서를 수여했다.

짧은 감사 인사만 한 뒤 내려오는 것이 노벨 시상식에서의 전통적인 관례였다.


"이 상은 저 개인의 업적이 아닌, 수많은 동료들과 제 가족의 끊임없는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장난스러운 말투로 당당하게 말하는 잭. 그러나 그의 말에는 진심이 묻어났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객석을 둘러보았다. 그의 동료들과 가족들이 앞줄에 앉아 미소 짓고 있었다.


잭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갔다. 그의 연구 과정, 마주쳤던 도전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은 깨달음들을 대강대강 이야기했다.


"...그리하여 우리의 연구가 궁극적으로 인류의 삶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물론 제 덕분이죠."

거만한 그의 끝맺는 듯한 말이 끝나자, 강당은 다시 한번 우렁찬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이제 내려가야 할 차례. 그는 내려가지 않고 그대로 서 있었다. 잭의 행동에 당황한 관중들은 웅성대기 시작했다.


“국왕님, 의장님, 잠시 관례를 깨고 소감을 길게 이야기해도 괜찮겠습니까?” 잭이 정중하게 물었다.


"원하시는 대로 하셔도 됩니다만, 준호 님께서는 곧 있을 화학상도 받으실 예정이니 그때 이야기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의장이 잭에게 권했다.


“저도 동의합니다만, 지금 이야기하는 것이 임팩트가 강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잭이 말했다.


“예 그럼 원하시는 대로,,.”의장이 불안한 눈빛을 띠며 말했다.


잭이 단상에서 내려오지 않고 관중을 향해 서있는 모습을 보고는 몇몇 교수들이 불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안 내려오고 뭐 하는 거야? 저 또라이 자식.” 몇몇 교수 중 한 명인 윈터스 교수.


“자사 신제품 홍보라도 하려나 보죠, 하긴 저 자식 회사가 재단에 돈을 얼마나 쳐먹였겠어요.”

올드리지 박사가 맞장구쳤다.


“스텔라를 세운 건 잭 본인의 능력이잖냐, 그리고 너도 저 녀석이 쓴 논문이 물리학계의 패러다임을 깨버리기 충분하다는 건 인정했으면서 그래.”


올해 노벨 물리학상 후보에 올랐던 슈미트 교수가 뒤에서 그들의 어깨를 톡톡 치며 말했다. 그는 애써 쿨한 척하지만 잭의 천재적 재능에 의해 생긴 질투는 숨길 수 없어 보였다.


“저 자식의 능력은 인정합니다, 하지만 꼴 보기 싫은건 동의하시죠? 그리고 저 새끼 마늘냄새 지독한 거 아시죠?” 윈터스 교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당연하지. 저 자식이 본인 회사를 등에 업고 연구비를 펑펑 써대니 우리같이 연구비에 쩔쩔매는 교수들은 이렇게 들러리나 하고있잖냐.” 슈미트 교수가 말했다.


“거기까지 하시게나, 자네들이 잭에 대해 관심이 많은 건 잘 알겠으니 말이야.” 페렌츠 교수가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뒤돌아보며 이야기했다.


작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이자 잭과 학술적인 교류가 잦았던 그는 동업자들의 유치한 험담을 들어주기 힘들었다.


“하하하, 다 들으셨습니까? 농담이었습니다.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죠.” 올드리지 박사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흥, 사과할 이유가 뭐 있나. 그렇게 자네들이 씹어대던 사람이 만든 휴대폰을 자네들도 쓰고 있으니 자네들의 험담은 소비자의 불만이라고 생각하겠네.” 페렌츠는 핸드폰이 들어있을 그들의 주머니를 가리키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크흠.”


잭에 대해 험담하던 교수들의 얼굴이 새빨게졌다.


“자네들은 잭이 무엇을 이야기할지 궁금하지 않나? 함께 경청하세.” 페렌츠 교수가 말했다. 그의 꾸중 덕에 그들의 시선이 다시 단상 위로 집중될 수 있었다.


“우리 인류는 시간이라는 차원을 극복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와 제 동료들의 손을 거쳐 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습니다.”


“내일 있을 노벨 강연 시간에 최초로 제가 직접 시범운행에 나설 테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상입니다.” 잭은 관중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곤 왕족과 의장에게 공손하게 인사를 한 뒤 단상에서 내려왔다.


노벨 시상식은 계속해서 진행되었으나, 이후의 수상자들은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할 수밖에 없었다. 그곳의 사람들은 대단한 그 잭이 내일 무엇을 보여줄까에 대해 관심이 쏠렸기 때문이다.


***


스톡홀름 시청 앞, 노벨만찬 시간.


“진짜 말 안 해줄 건가? 내일 발표할 내용이 뭔지 귀띔이라도 해줄 수 있잖아?” 페렌츠 교수는 궁금해 미치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잭은 식전빵을 건네주는 웨이터에게 팁을 주며 말을 꺼냈다. “흐음, 페렌츠 교수님께만 특별히 알려드릴게요.”


"보통 사람들은 이 빵을 그냥 먹죠. 하지만 우리는 이걸 통해 우주의 비밀을 엿볼 거예요.“


토니는 칼을 빵에 갖다 대어 구멍을 만들었다. 당연하게도 빵에 원형의 구멍이 생겼다.


"자, 보이시나요? 이 구멍이 바로 양자 터널이에요. 우리가 만든 이 작은 통로로 빵 입자들이 과거로 여행을 떠나죠. 물론 실제 선보일 장치는 이것보다 약간...아주 살짝 더 복잡하답니다.“


그는 빵을 들어 보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이 구멍을 통과하면, 빵 입자들은 갓 구워져 따끈따끈하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어요. 핵심은 바로 이 통로를 안정적으로 만드는 거죠. 너무 작으면 아무것도 통과 못 하고, 너무 크면...글쎄요, 우주가 빵 부스러기로 가득 차겠죠?"


‘흠...’ 페렌츠 교수는 잭의 설명을 듣고는 생각에 잠겼다.


빵을 시공간 연속체로 생각하면, 이 식전빵을 자르는 행위를 현재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다. 칼날이 지나간 부분을 과거, 자르지 않은 부분을 미래라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이 빵에 구멍을 뚫는다면, 빵의 두 지점을 이을 수 있다. 시간 여행을 내일 직접 보이겠다는 것.


“자네 설마!” 페렌츠 교수가 잭의 말 뜻을 깨닫고는 소리쳤다.


“쉿! 교수님 목소리가 너무 커요, 그리고 지금 상상 하시는것 이상의 결과를 보시게 될 거에요,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잭은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다음 날, 노벨 강연장.


-퍼엉 펑!

폭발의 원인은 터널 생성기의 연산오류. 잭이 서있던 단상에서 폭발이 일어난 후 불타기 시작했다.


강연장은 아수라장이 되었고, 전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교양인으로 자부하는 사람들이 강연장에서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 어린아이처럼 강연장에서 날뛰는 소리를 내었다. 단상 위에서의 폭발 소리와 연기가 차기 시작하는 강연장의 모습은 흡사 재난 영화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빨리빨리 나가! 늙은이들 더럽게 느리네!” 이성을 잃은 사람들이 소리쳤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윈터스 교수가 소리쳤다. 잭을 싫어하지만 그의 엄청난 능력만은 인정했던 윈터스는 잭의 실패를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중이었다.

.

“어떻게 되긴요, 그 잭이 시행 중 오류로 인한 폭발로 증발해 버린 겁니다!” 올드리지 박사가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다들 신속히 대피하십시오! 양자 터널 구동 장치가 폭발한 것 같습니다!” 한 과학자가 폭발 지점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갈때도 예술로 가는구만 잭. 자, 어서 피함세.” 슈미트 교수가 말했다.


‘,,,잭 무사하길 빌겠네.‘ 페렌츠 교수가 폭발지점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노벨 강연장 폭발 사고 소식은 빠르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으며, 대부분의 주요 국가의 언론들은 과학계의 신성이자 세계 굴지의 대기업 스텔라의 CEO인 김준호의 행방에 주목했다.


“KBS 긴급 속보입니다. 금일 스텔라 CEO이자 물리학 교수인 김준호씨가 노벨 강연 진행 중 발생한 폭발에 휘말려 자취를 찾을 수 없다는 소식입니다. 지금까지 파악한 정보에 따르면, 강연장에서의 폭발은 어제자 김준호씨가 예고했던 양자 터널 공개 시행도중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다행히도 현재까지 공식적인 사망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의 경우, 세상의 모든 소식이 김준호에 대한 것으로 뒤덮였다. 과학사적 업적은 뒤로하고, 개인의 압도적 능력으로 세계 굴지의 대기업을 설립해 이끌어오던 김준호가 노벨 강연장에서 말 그대로 증발해 버렸으니 당연했다.


***


‘아...내가 이렇게 죽는구나.’ 폭발과 함께 머리속을 스쳐간 생각이었다. 천국과 지옥 중 어디로 가게 될까 의문이 들던도중 의식이 사라졌다.


울창한 숲, 큰 나무 사이로 들어온 햇빛이 두 눈을 따스하게 내리쬐어

눈을 비비며 일어나게 했다. 햇살이 부드러운 것을 보니 이곳은 천국이리라.


그래, 내가 그렇게 나쁘게 살진 않았어. 뭐, 여러 가지 밉보일 짓을 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난 선한 사람이라구.


햇살과 자신에 취해 흙바닥에 누워만 있을 순 없는 노릇이었기에, 일어나서 주위를 둘러볼 생각이었다. 일어나 보니 느낌이 뭔가 이상했다. 몸을 움직이는게 어색했고 눈높이도 낮아진게 키가 작아진 것 같았다.


난 비밀리에 개발 중이었던 스마트폰 ‘인피니티 원’을 꺼내들었다.


“아우라, 거울 모드”

아우라는 인피니티 원에 내장된 자체 AI다.


인피니티 원에서 나오는 빛으로 눈 앞에 형성된 홀로그램이 거울의 모습을 띄었다.


“이게...무슨 일이지.”


거울에 비친 모습은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었다.


나는 손을 뻗어 내 얼굴을 만져봤다.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거울 속 소년이 똑같이 손을 뻗었다.


“과거로 온 건가? 10분 전이 아니라 15년 전으로 온 것 같지만.”


노벨강연에서 선보인 시범 운행이 완전히 실패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하지만 아우라를 통해 통신 연결을 시도했으나 통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답만 돌아올 뿐이었고, 어딘지도 모를 아름다운 숲 속에서 날벌레들이 몸에 들러붙는 경험은 썩 유쾌하지 않았다.


“양자터널과 연결 시도해 아우라.”


“통신 안된다고 말했잖아. 지금까지 관측된 환경을 분석한 결과, 이곳은 지구가 아닐 확률이 99%이상이야.” 아우라는 또박또박하고 정확한 아나운서 같은 여성의 목소리로 대답해 왔다.


아우라는 일반 인공지능 수준에 근접한 AI로 특이사항으로는 싸가지가 없다는 점. 자기를 만들어낸 아버지한테 항상 이런 식이었다.


“젠장...”


사실 햇살에 눈을 뜬 순간 이곳이 지구가 아닌 이세계라는 것을 직감했었다. 사람은 별다른 근거 없이 현실을 감지 능력이 있는 법이니까. 판타지 세계처럼 마법을 마구 써대는 세계일 수도 있고, 무협 세계처럼 무공을 쓰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겠다는 바보같은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그런 세계를 만화나 소설로 볼때는 그냥 즐기면 그만이었지만, 실제 상황이라면 끔찍했다. 난 마법이고 무공이고 쥐뿔도 없다고!


이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준비를 하기 위해 현재 소지품을 확인했다. 정말 다행인 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프로토타입 버전 인피니티 원은 태양광 충전이 가능한 제품이라는 것. 성능을 약화시킨 후 정식 출시 예정인 판매품 버전보다 월등한 성능을 지니고 있었다. 특기할 다른 소지품이라곤 지갑과 시계정도.


현재 내 몸의 상태도 확인해야 했다.


“아우라, 내 신체 나이 분석하고 건강 상태 체크해.”


홀로그램에서 빛이 나와 내 얼굴에 비추었다.


“분석 중···분석 결과, 니 신체 나이는 16세야. 아주 팔팔한 사춘기 소년이네 잭, 이젠 나한테 누나라고 불러.”


아오.., 저걸 확.


나는 한숨을 크게 쉰 뒤 숲을 빠져나가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론 이 숲에는 지구에선 찾아볼 수 없는 흥미로운 동식물들이 많았지만, 태평하게 연구나 하고 있을 때는 당연히 아니었다. 아우라에게 데이터베이스에 없던 생물들을 녹화한 뒤 저장해두라고 지시만 해두었다.


“아우라, 파악되는 동물의 흔적이 있어?”


동물의 발자국을 따라가면 물이 있는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고 물이 있는 곳에는 사람이 있을 확률이 높을 것이다.


“주변을 스캔 중... 알 수 없는 동물의 발자국으로 보이는 게 보여, 누나가 발자국의 경로 알려줄까?“


그나저나 숲속에서 눈을 뜬 후부터 계속 몸이 으슬으슬하고 알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지는게 머리속을 스쳐 지나간 판타지 세계가 망상이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잡 생각은 여기까지. 그냥 아우라의 안내대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10여분정도 걷다 보니 예상대로 냇가가 나타났다.


냇가에는 어떤 생물이 있을지 궁금하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가기도 전에, 옆의 풀숲에서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기분 나쁜 질감의 소리.


무릇 인간이라면, 생명의 위협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릴 수 있는 법.


소리를 듣고 위험을 직감해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사람보다 크고 길이가 3m쯤 되어 보이는 지네 같은 생물이 다가오는 모습을 울창한 잎사귀 사이로 엿볼 수 있었다.


”튀어 잭!”


이전보다 더 큰 목소리로 아우라가 말했다. 참 빨리도 알려준다.


“나도 알아 임마! 도주 경로나 추천해줘!”


소리치며 냇가 쪽으로 달렸다.


-스스스슥 스스스슥


지네 괴물이 다리를 굴리는 소리다. 소리가 점점 빨라진다.


“냇가의 하류 방향으로 가는 게 좋겠어 잭.”


아우라가 경고음과 함께 큰 소리로 알려왔다.


“알겠으니까 경고음 꺼 아우라. 저 녀석이 소리 듣고 쫓아오는 거일 수도 있잖아!”


숨이 찰 정도로 전력 질주를 하며, 나는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


인피니티 원에서 울리는 경고음이 꺼졌다.


“그럼 난 저 괴물의 움직임을 분석할게. ”


아우라가 나에게 간신히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알려왔다.


“간만에 주도적이면서 좋은 판단이었어, 아우라. 그리고 냇가 주변의 모든 위험요소를 체크해. 악어, 식인피라냐, 아니면... 마법 폭풍같은 거 말야. 여긴 그런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오케이,” 아우라가 대답했다.


아우라에게 저 괴물과 내가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물어보고 싶었으나, 숨이 가빠 말할 여유가 없었다. 힐끗 뒤를 쳐다보니 내 그림자를 밟을 정도로 다가와 있었다.


날카로운 이빨을 갈고 있는 저 지네 괴물의 머리에 달린 더듬이가 기괴하게 움직인다. 점점 가까워 진다. 괴물의 징그러운 숨결이 느껴진다.


-끼리리릭···끼리리릭..


“패턴 분석 완료. 저 이상 생물은 일정 세기 이상의 햇빛을 피하는 특성이 있는 것으로 추정됨. 예상 세기는...”


나는 서둘러 아우라의 말을 끊고 큰 소리로 외쳤다.


“인피니티 원 광원 모드!”


태양같이 밝은 빛이 홀로그램에서 나와 괴물을 비추었다.


-으르르르..끼긱


괴물이 멈춰선 채 경련을 일으키며 울부짖었다. 울부짖음을 멈추고는 자신의 껍질을 벗기 시작했다.


-까드드드득..까드드드득..


껍질을 벗은 괴물은 시뻘건 점액과 녹색 핏줄이 드러난 살 때문에 더욱 끔찍해졌다. 이런. 상황이 더 안좋아진거 같다.


-카르르르르르...


괴물이 전보다 빠른 속도로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저 속도면 곧 따라잡힌다. 젠장, 바보 같은 아우라. 아니지, 아우라는 그냥 빛이 아니라 햇빛이라고 했어. 저 녀석은 내가 비춘 빛에 속아서 열 받은 상태인 거야!‘


그 순간 괴물의 날카로운 집게발이 내 허리를 노렸다. 가까스로 빗겨 맞을 수 있었다. 살점이 뜯겨져 나가는 고통이 느껴졌다. 옆구리에 용암을 얹은 듯한 느낌이었다.


“커헉”


절로 신음 소리가 나왔다. 몸이 잠깐 휘청인다. 다음 공격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어떻게든 대응해야 했다.


‘잠깐, 가시광선 영역 밖의 빛을 이용하면 가능성이 있다!’


“아우라, 저 녀석 자외선 치료 시켜줘!” 나는 젖 먹던 힘까지 짜내어 소리쳤다.


“라져.“


홀로그램 화면이 괴물 쪽으로 향하더니 그대로 자외선을 비추기 시작했다.


“크웨에에에에에엑”


괴물의 녹색 핏줄이 터져 사방으로 튀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몸에 불이 붙었다.

괴물은 무척이나 괴로운 듯 몸을 이리저리 굴렸으나, 몸에 붙은 불은 꺼지지 않았다.

이후 영혼이라도 빠져나오는 듯 연기가 솟구치더니 괴물이 쓰러져 있던 자리에는 주먹만 한 초록빛 보석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고통도 잊은 채 그 광경을 멍하니 쳐다볼 수 밖에 없었다. 이세계에서나 볼 법한 광경이다. 역시 판타지 세계같은 곳에 떨어진게 분명했다.


난 보석을 한 손에 꼭 쥐고 남는 손으로는 옆구리를 꽈악 누른 채 하류를 향해 뚜벅뚜벅 걷기 시작했다. 상처가 덧나 더 심해지기 전에 빨리 치료해야할 상황이었다.


냇가를 따라 내려가다 강줄기가 굵어지자, 멀리 중세 시대의 모습을 지닌 촌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펼쳐진 황금빛 물결은 분명 밀밭이었다.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는 모양,


일단 마을로 들어가서 이 세계가 어떻게 굴러가는지 좀 더 파악해야겠군. 마법? 검술? 만약 그딴 걸로 나를 위협하려 든다면··· 음, 총을 만들어서 대항하는 것도 괜찮겠네. 여기서도 기술은 통할 테니까.


얼마 지나지 않아, 저 멀리 두 사람이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난 주먹을 불끈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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