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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등록일 :
2024.09.02 15:13
최근연재일 :
2024.09.0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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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10

작성
24.09.02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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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40902-2 (아포칼립스에서 나만 은신할거다)

DUMMY

쓴 시각:오후 5시

목적: 아포칼립스에서 '자살할래' '아포칼립스 세상의 인간군상들 꼴보기 싫으니까'라는 마인드의 글을 써보자

문제점: 괜히 주인공한테 은신 능력을 주었다가, 능력 사기성 때문에 주인공의 목표가 어처구니없어 보이게 된 느낌.

내용:

/////


은신 능력? 이거 쓸모가 없잖아.

“에이, 텄네.”

(중간부 안적음)

*

내 은신이 구체적으로 무슨 능력인지, 몇 가지 실험을 해보았다.

일단 거울에 비치지 않는다. 좀비 앞에서 알짱거려 보니 발자국이나 냄새는 나는 듯.

평상시에는 내가 마음속으로 염원하면 은신이 발동하고, 좀비 대가리를 터트리듯 누군가를 때리면 은신이 풀리는 식이다.

원리가 심히 근본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좀비 세상부터가 판타지니 그러려니 하기로 했다.


다시 은신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짧다면 짧은 시간이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적어도 좀비떼 앞에서 쫒기면서 발동하긴 어렵겠지.

물건을 파손해도 은신이 풀리더라. 옆집 문 따보려고 빠루로 실험해보다 깨달았다.

얌체처럼 죽은 사람들 집 털어먹는 것도 쉽지 않은 셈이다.

생존에 어느 정도는 유리하지만, 압도적으로 유리하지는 않은 능력.


"재미없네..."


도파민 중독자인 내게는 아무래도 좀 아쉬운 성능이었다. 좀만 더 사기였으면 좋았을 텐데.


여튼 능력이 이따위니 고민이 드는 것이다.


세상이 멸망했다고 내가 골방에 틀어박혀 죽을 날만 기다려야 하는가?

그렇다고 통조림 몇 개 먹겠답시고 이집저집 식료품을 찾아 돌아다녀야 하나? 그러다 양아치들도 좀 만나고?

두 병신같은 선택지를 두고 고민하긴 좀 싫었다. 방구석 폐인으로 살건 저 미친 스캐빈저들 낯짝을 보건 내 정신건강에 좋을 것 같지는 않던 것이다.


“물리라면 물리지 뭐. 좀비 되는 게 별건가.”


적당히 재미있게 살다 죽으면 호상 아니겠어?


그래서 나는 배낭을 메고 내 호실을 나섰다. 아무래도 스캐빈저와 좀비 천국이 된 서울은 맘에 들지 않았거든.

아파트 창문 아래로 보이는 좀비들. 좀비한테 사람을 던지고 낄낄거리는 양아치들 따위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싫었다. 화염병이 있으면 차에다 던져주는 건데 아쉽다.


-키에에···?


아직 전기가 들어오는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누르니 열리는 문 사이로 좀비가 까꿍 나온다. 사람이 있는지 두리번거리지만 날 발견하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음, 자세히 보니까 옆집 아저씨다. 현관문 앞에서 담배 피는 모습 자주 봤는데 이분도 가셨구나.


“다음 생에는 남에게 피해 안 주며 흡연하시길.”

-키에에?

“빠샤.”

따악!


빠루로 머리를 후려갈겨 쓰러트리고 엘리베이터에 탔다. 내 오토바이가 있는 지하 1층을 누르니 엘리베이터가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한다.


일단은 인천으로 가볼 생각이다. 거긴 호텔이며 공항이 있으니 재밌는 거라도 많겠지. 사람이었던 것들도 개같이 많겠지만..

혹시 몰라 좀비 이빨 가루를 곱게 개어 넣은 주사기도 두세 개 챙겨뒀다. 스캐빈저나 좀비들한테 둘러싸일 거 같으면 그냥 안전하게 좀비가 되려는 심산.

정 답이 없다 싶으면 팔에다 꽂아넣으면 되겠지.


띠링.

지하 1층에 도착하자 보이는 건 수많은 자동차들과 드문드문 있는 좀비들이었다. 나는 빠루와 주사기를 들고 주변을 훑어보며 천천히 내 오토바이가 있는 자리로 걸어갔다.


···신세 참 기구하네. 소설에서 보던 각성자들은 손에서 불 쏘거나 차력쇼도 하던데 이래서야 좀비를 못 잡잖아.

아, 어디 상태창 하나 안 떠주나. 파이어볼 같은 능력 주면 열심히 살아줄 자신 있는데. 빌딩 점거하고 스캐빈저 트럭에 파이어볼 떨군다거나, 좀비 무리에다 파이어볼 떨군다거나, 시비거는 인간들한테 파이어볼 날리면서 오토바이로 도망친다거나···

아니면 권총 하나만 있어도 좋을 것 같다. 눈앞에서 조준해도 날 눈치챌 놈들은 없을 거 아냐.

그것도 아니면...스캐빈저랑 싸울 거면 적당히 창이라도 구해볼까? 은신 판정이 되기만 하면 사기적일 텐데.

실없는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오토바이 앞에 도착했다.


부르르르릉!


오토바이 시동을 키자 한두 마리의 좀비들이 이쪽을 돌아보았다. 행동력 있는 한두 마리는 여기로 성큼성큼 걸어오기까지 한다.

나는 바지춤의 주사기에 손을 가져갔다. 여기서 죽게 되려나?

하지만 이 멍청한 놈들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돌아설 뿐이다.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오토바이 위에 사람이 없는 것처럼 보일 테니까.

“...확신은 없었는데.”

-크르르?

아, 목소리는 들리나 보군. 은신 능력의 아쉬운 점을 또 알았다.

그래도, 아무래도 내가 죽는 날이 오늘은 아닌 모양이다.

이제 좀 뭔가 이상하다는 확신이 들었는지 좀비들이 이쪽으로 한 걸음씩 걸어온다. 나는 무시하고 주차장 너머를 향해 오토바이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부아아아앙!


주차장 밖에서부터 내려오는 햇빛이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나를 감싼다. 그 감미로운 감각을 즐기며 후면거울을 보았다.


나를 잡으려고 달려드는, 인간의 살점에 미친 좀비떼 따위는 없었다.


주차장 밖에서부터 내려오는 햇빛이 시원한 바람과 함께 나를 감싼다. 그 감미로운 감각을 즐기며 후면거울을 보았다.


나를 잡으려고 달려드는, 인간의 살점에 미친 좀비떼 따위는 없었다.


애초에 후면거울에는 내가 비치지도 않았다.


좀비들은 멀뚱멀뚱 이쪽을 지켜볼 뿐.


이 오토바이는 혼자 움직이고 있다. 모두의 눈에 그렇게 보였다.

그 사실에 자그마한 만족감이 들었다.


"은신도 나쁘지 않네."


혼자 달리는 오토바이를 신기하게 쳐다보는 좀비들을 지나치며, 나는 오랜만에 밖으로 나섰다.


폐허가 된 도봉구의 거리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


쓰고나서: 쓰고싶은대로 몰두해서 쓰면 안되는구나. 그렇게 쓸때마다 난 똥믈리에가 된다.

그리고 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장면이나, 독백으로 넘어가면 좆 같이 못쓰는구나.

애초에 노골적인 기대감이 나올 장면을 써야지, 그냥 아무 상황이나 죽 이어가면 재미가 있을수가 없다. 애초에 재미가 '없는' 장면을 줄줄 써댔으니까.

글은 그냥 기술적으로 쓰자...맘편히 쓰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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