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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수자리
작품등록일 :
2024.09.0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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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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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해가 뜨는 곳으로

DUMMY

「당신은 죽었습니다.」


난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시속 120km로 달리는 차에 치여 죽었다.


‘이렇게 어처구니 없이 죽다니.’


속도제한 표지판은 장식으로 있는 줄 아나?

아무튼 그걸로 끝이었다.

눈앞에 보이는 이건 꼭 게임 속 메시지창처럼 생겼고.

난 옆에 선 사람을 곁눈질하며 말했다.


“아직 잘 이해가 안 가는데요. 그쪽이 누구라고 했죠?”

“대충 저승사자라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옆에 있던 정장남이 대답했다.

사실 남자인지도 확실하지 않다. 남성용 정장을 걸치긴 했는데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충?”

“저희 재단이 산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는 않았거든요. 일단은 넘어가시죠.”

“여긴 지옥인가요?”

“아닙니다.”

“왜 제가 여기 있죠?”


정장이 손짓하자 아무것도 없는 흰 공간에 화면이 떠올랐다.

내가 차에 치여 죽는 장면이다. 이런 썅.


“저, 저놈은 꼭 지옥 가야 합니다.”

“경찰서에는 갈 겁니다.”

“잡혔어요? 뺑소니범인데.”

“한국은 치안이 좋죠.”


화면이 바뀌자 그놈이 체포되는 모습이 보인다.


“아니, 저놈 약쟁이였어요?”

“쯧쯧, 최근 저게 문제죠. 동공이 풀린 걸 보니 확실하군요.”

“젠장. 어쩐지 이상했어! 개자식, 이 빌어먹을 자식!”

“저 사람은 합당한 대가를 치를 겁니다. 그보다, 선생님이 왜 이곳에 왔는지를 물으셨죠?”

“···네.”

“선생님은 너무나 어처구니 없게 죽으셨습니다.”

“그런데요.”


정장이 영업용 얼굴로 웃었다. 얼굴이 안 보이는 데 왠지 웃고 있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저희 ‘불우영혼돕기재단’은 선생님처럼 안타깝게 죽은 영혼에게 두 번째 기회를 제공하는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즉! 두 번째 삶을 살 수 있게 해드린다는 거죠.”

“그냥 부활시켜주면 안 돼요?”


정장이 지그시 날 바라본다.

되겠냐? 라는 표정이다.

하긴 그게 되면 예수님이지. 다른 걸 물어보자.


“왜 나죠? 불쌍하게 죽으면 아무나 이렇게 해줘요? 그럼 지금까지 교통사고 당한 사람들은 다 환생했겠네? 그래서 환생 트럭이란 것도 생긴 건가?”

“아닙니다. 여러 조건이 있는데 간략하게 설명드리겠습니다. 여길 보세요.”


정장이 다시 사고 현장을 보여줬다.


“왜 내 몸에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는 거죠?”

“그냥 보면 무섭잖아요.”

“아··· 예.”

“그보다 저기 어린애가 보이시죠? 올해로 11살이 되는 친구입니다. 무릎이 좀 까졌지만 멀쩡해 보이네요.”

“···네.”

“기억나시나요? 선생님이 저 애를 밀었죠. 그리고 대신 차에 치였습니다. 원래였다면 제가 만나는 영혼은 선생님이 아니라 저 애였을 텐데요.”

“그래서요?”


정장이 손짓하자 또 화면이 바뀌었다.

저게 뭐지, 눈사람?


“그리고 선생님은 눈사람을 발로 차지도 않으셨습니다.”

“네?”

“잘 만든 눈사람이 있으면 발로 차고 싶어지죠.”

“어떻게 그래요?”

“바로 그겁니다!”


정장이 호들갑떨며 박수쳤다.


“그게 바로 선생님이 선하다는 증거입니다. 저희 재단은 선행 점수를 높게 칩니다.”

“아니, 뭔... 옆집 애가 손 빨개져가면서 만드는 거 봤으니까 그러죠.”

“하하, 겸양은 넣어두세요. 선생님껜 충분히 두 번째 삶을 살 자격이 있습니다. 불우영혼돕기재단에서 절 파견할 정도니까요.”


신뢰가 뚝 떨어진다. 순 사기꾼 아니야?


“후··· 그래서, 두 번째 삶을 준다고요? 어떻게요?”


정장이 허공에 대고 문 여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진짜로 문이 생겼다.


문 너머로 낯선 풍경이 보인다.


“저, 저기가 어디죠?”

“앞으로 선생님이 살아갈 세상입니다. 선생님이 가장 잘 적응하실 수 있는 세계죠. 재단의 복지 프로그램은 그런 식이니까요. 아, 지구는 아닙니다. 인과율 때문에···.”


정장이 말하다 말고 주머니에서 회중시계를 꺼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이제 30초밖에 안 남았습니다.”

“뭐가요?”


정장이 문 너머를 가리켰다.

거리 위로 거지 소년이 달리고 있었다.

오래 굶주린 듯 수척한 모습에 큰 빵을 껴안은 소년.


-도둑이야! 잡아라!


몽둥이를 든 장정들이 소년을 쫓았다.

소년은 얼마 못 가 흠씬 두들겨 맞고 빵도 뺏겼다.

그러다 다시 일어나 도망쳤는데, 그때 사고가 일어났다.


-쿵!


낡은 가판대가 무너지면서 나무 기둥이 소년을 깔아뭉갠 것이다.

머리를 잘못 맞았는지 소년은 다시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들은 어쩔 줄 몰라하며 웅성거리다가 잠시 후 흩어졌다. 거지 소년에겐 장례를 치러줄 가족도 없었던 것이다.


“이럴 수가··· 저렇게 내버려두고 간다고? 너무 불쌍하잖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네?”


돌아보니 정장이 손에 뭔가를 쥐고 있었다.


“저 소년의 영혼입니다. 다음 생에는 단란한 가정에 사랑받는 아이로 태어나겠죠.”

“···죽는 걸 막을 수는 없었던 겁니까?”

“저희가 물질계에 직접 개입하는 건 엄격히 금지되어 있습니다. 그런 일이 가능했다면 선생님의 죽음도 막을 수 있었겠죠. 아무튼, 저 아이의 몸이 앞으로 선생님이 살아갈 몸입니다.”


생각보다 놀라진 않았다.

지금까지 흐름으로 봐서 어느 정도는 예상했으니까.


“저쪽 세상에서 일어나면 저희가 준비한 선물을 받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처음엔 대단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날수록 진가가 드러나는 능력이죠. 아마 만족할 겁니다.”


정장이 문에서 물러났다.


"이제 떠나실 시간입니다."


두 번째 삶을 준다는 건, 솔직히 매력적이긴 했다.

어쨌든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은 법.

원래 삶에 미련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빈말로도 행복했다고는 할 수 없는 삶이었으니까.

가족과의 관계는 최악이었고, 마땅히 이룬 일도 없었다.


‘그래, 망설일 게 뭐가 있어.’


고민은 길지 않았다.

난 각오를 다지고 문 앞에 섰다.


“아참! 눈을 뜨면 곧장 해가 뜨는 곳으로 가세요.”

“동쪽으로요? 얼마나요?”

“마음대로요. 가고 싶은 만큼 가시면 됩니다.”

“뭐··· 그러죠.”

“좋습니다. 행운을 빕니다. 원래 삶이나 여기서 있었던 일 같은 건 잊어도 괜찮습니다. 두 번째 삶에서는 뭐든지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이라···.”


나는 내 자신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찰해본 적이 없었다. 언제나 주변 환경이 날 떠미는 대로 부표처럼 살아 왔다.


“다시 살아나게 되면 내가 정말로 하고 싶었던 게 뭔지부터 찾아봐야겠군요.”

“훌륭합니다.”


난 숨을 크게 들이쉬고, 문 너머로 뛰어들었다.



* * *



파란 하늘이 보인다.


손을 들어봤다.

원래 내 손보다 작은 손이다.


‘진짜로 들어왔구나.’


거지 소년의 몸이었다.

그 새하얀 공간에서 있었던 일은 환상이 아니라 진짜였다.


쓰러져 있던 몸을 일으켰다.


“······!”


순간, 다리에서 엄청난 고통이 밀려왔다.

나무 기둥에 깔린 왼쪽 다리가 심상치 않았다.


‘···동쪽으로 가라고 했는데.’


일단은 안간힘을 써서 나무 기둥을 치웠다.

그리고 억지로 몸을 일으켰다.


“으으으윽···!”


아까는 장난이었다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대로 누워만 있을 수는 없다.

막 일어나 한 걸음을 내딛은 그때였다.


「고통을 이겨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스킬 ’의지lv1’를 얻었습니다!」


주변엔 아무도 없는데 어디선가 목소리가 들린다.

잘못 들었나?


난 절뚝거리면서 동쪽으로 향했다.

마침 해가 지고 있어서 석양 반대편으로 걸으면 됐다.


거리가 한산한 것이, 다들 저녁 식사라도 하러 간 모양.

누가 지나가면 도와달라고 할 수 있을 텐데.


‘아니다. 지금 난 거지지. 누가 날 도와주려고 하겠어?’


그렇게 절뚝이며 걷고 있자니 눈에 들어오는 게 있었다.


‘집들이 특이하네.’


좀 전에도 봤지만 마치 중세 영화 세트장 같다. 아니면 르네상스인가?

꼭 유럽에 온 것 같다.


‘이게 이쪽 세상에선 보통인 거겠지.’


길은 직선으로 쭉 이어졌다.

아픈 다리로 걷자니 땀이 비오듯 쏟아졌다.


“헥, 헥···.”


힘들고 배고프다.

하늘도 점점 어두워졌다.

무작정 동쪽으로 가고는 있는데, 이거 맞나.


‘목발이 있으면 좋을 텐데. 아니면 지팡이라도···.’


한참 걷던 그때 꽃집으로 보이는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이다!’


꽃집 앞에 사람이 있었다.

그쪽으로 열심히 절뚝거리면서 다가갔다.


“저··· 저기요.”

“응?”


화분에 물을 주고 있던 누님이 고개를 돌렸다.

꽃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측은지심을 알지 않을까?


“꺄아아악!”


아니었나보다.

꽃집 누님은 날 보자마자 가게 안으로 도망쳤다.


‘왜, 왜지?’


얼굴을 더듬어봤다. 멀쩡한데.

아니다. 손에 피가 묻어나왔다. 이것 때문인가?

혹시 이쪽 세상에서는 검은 머리가 불길함의 상징이라든지?


그때 눈앞으로 손수건이 내밀어졌다.

꽃집 누님이었다.


“···닦아!”

“헉, 넵.”


이거 가져오려고 들어갔던 건가?

어쨌든 감지덕지하다. 손수건으로 얼굴을 깨끗하게 닦았다.

···새하얬던 손수건이 순식간에 시커매졌다.


“이거··· 깨끗하게 빨아서 돌려드릴게요.”

“너 가져. 집도 없는 거지가 어떻게 빨아서 돌려준다고?”

“아니, 그건 그렇지만. 거지한테 거지라고 하시다니 너무하네요.”

“됐고, 이거나 받아.”

“어?”


대뜸 웬 보따리를 받았다.

안에서 고소한 냄새가 났다.


“빵이랑 먹을 걸 좀 넣었어. ···아까 봤을 땐 틀림없이 죽은 줄 알았는데, 이제보니 숨은 붙어 있네. 그러니까 도둑질은 하지 말았어야지.”

“죄송합니다.”


내가 한 거 아니지만.


“그래, 이제 가. 우리 집도 살기 빠듯해서 이 이상은 못 줘. 불쌍한 척해도 안 통해.”

“네, 빵 감사합니다. 아껴 먹을게요.”


단호한 어조를 보니 불쌍한 척해도 정말 안 통할 것 같다.

난 미련없이 돌아섰다.

절뚝거리면서.


“···잠깐! 후우, 이 지팡이도 가져가. 돌아가신 할아버지 거야.”

“감사합니다! 나중에 출세하면 열 배로 갚을게요.”

“얘가 뭐라니? 얼른 가기나 해.”


지팡이가 생겼다!

난 마음씨 착한 꽃집 누님을 뒤로하고 계속 갈길을 갔다.

지팡이에 몸을 의지하니까 훨씬 걷기 편했다.

아까는 걸을 때마다 통증이 심했다.


‘그러고보니 이 방향으로 걷지 않았으면 빵도 지팡이도 못 얻었겠네.’


정장이 말했던 동쪽으로 가라는 게 이런 뜻이었나?


‘내가 가고 싶은 만큼 가라고 했지?’


그럼 계속 가보자.

아무래도 동쪽에 좋은 일이 있는 것 같다.


쭉 가다보니까 도시를 나가는 문이 보였다.

난 망설임없이 그쪽으로 향했다.

문지기 병사가 아는 체를 했다.


“어? 뭐야. 거지잖아? 안 죽었네?”

“네, 뭐. 명줄이 질겨서요.”


사실 원래 몸 주인은 죽어서 다른 데 환생할 예정이지만.


“나가려고?”

“네.”

“쯧쯧. 그런 일이 있었으니 떠나고 싶을 만도 하지. 그래, 열어주기 전에 잠깐···.”


병사가 주머니를 뒤적거리더니 뭘 튕겨줬다.

받아보니 동전이었다. 은색이고 반짝반짝하다.


“크크, 뭘 그렇게 놀라? 동전 처음 보냐? 하긴, 무려 은화를 받아본 건 처음이겠지. 아껴 써라! 길 위에선 그게 네 목숨줄이다.”

“네, 네! 잘 쓰겠습니다!”

“그래야지. 어이! 문 열어줘!”


성벽 위에 있던 병사가 도르래를 올려 문을 열었다.


“죽지 마라, 꼬맹아.”

“···네!”


도시를 나왔다.

보따리에는 빵, 주머니에는 은화를 가지고.

든든한 지팡이도 있다.


‘동쪽!’


동쪽으로 가자.

무슨 일이 기다리고 있든, 잘 풀릴 거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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