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화급 요리 스킬로 힐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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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수자리
작품등록일 :
2024.09.03 0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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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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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정숲의 드루이드

DUMMY

동쪽 숲, 혹은 요정숲.

자연의 힘이 풍부한 요정숲에는 오래 전부터 요정 아트로포스가 터를 잡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케인이 이 요정숲에 들어왔다.

아트로포스는 전부터 케인의 요리를 맛보고 싶어했기 때문에 잘됐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전에 작은 장난을 치기로 했다.


“얍!”


파앗!

환한 빛을 내며, 아트로포스가 늙은 노파로 변신했다.


“떠돌이 노파로 변신하면 내가 요정인 줄 모르겠지.”


인간 연기가 서툴러서 수상해보일 수는 있었다.

만약 케인이 음식을 나눠주지 않겠다고 하면 옳거니 하고 장난을 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금방 요리하겠습니다!”


케인은 수상한 할머니의 부탁을 망설임 없이 수락했다.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이다.


‘왜, 왜 저러지?’


특이한 인간이다.


‘경계심도 없고!’


못된 요정에게 걸리기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자신이 그 못된 요정이라는 건 생각하지도 않는 아트로포스.

어쨌든 요리는 시작되었다.


사사삭! 탁탁탁탁! 휘리릭, 탁!


도마 위에서 신속하게 움직이는 케인의 단검.

아트로포스의 눈이 왕방울만하게 커졌다.


‘저 기술은 대체···? 인간들의 단검술인가?’


전에 몰래 따라다녔을 때는 재료 손질을 제대로 못 봤다.

마치 신들린 듯한 솜씨.


당근, 양파, 마늘, 토마토, 양송이버섯, 고기가 순식간에 먹기 좋은 크기로 썰렸다.

특히 고기를 작게 썰었는데, 이건 케인이 이가 약한 할머니를 생각해서 그런 것이었다.

아트로포스는 그 점도 마음에 들었다.

요정인 아트로포스는 주로 채소를 먹어서 고기 조각이 크면 소화가 잘 안 됐기 때문이다.


톡! 치이익-

가볍게 냄비에 던져 넣은 버터 조각이 사르르 녹으며 고소한 냄새를 풍긴다.

녹은 버터 위에 양파와 마늘을 넣고, 달달 볶아 노릇하게 변할 때쯤 고기를 함께 볶는다.

그 다음 당근과 토마토, 양송이버섯이 차례로 들어간다.


촤아악!

이후 호쾌하게 부어지는 맑은 물.

냄비가 모닥불 위에서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면 뚜껑을 비스듬히 걸친다.

그 틈새로 뽀얀 수증기가 피어오른다.


‘···헉!’


아트로포스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느새 말없이 케인의 요리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저 능수능란한 요리 실력에는 시선을 잡아끄는 힘이 있었다.

마치 마법이라도 부린 것처럼 말이다.


“아, 맞다!”


그때 갑자기 케인이 이마를 탁 쳤다.


“왜 그러느냐?”

“휴, 깜박하고 안 산 식재료가 있어서요. 그게 들어가면 스튜가 더 맛있어지는데, 하필 그게 없어가지고···.”

“그거? 그거라니?”


아트로포스는 왠지 안달이 났다.

지금도 맛있어 보이는데, 더 맛있어질 수가 있다니?


“허브요. 로즈마리라든지, 월계수 잎 같은 게 있으면 향이 좋아지거든요.”

“뭐라고? 정말이냐?”

“그럼요.”

“이 녀석!”


아트로포스가 갑자기 화를 내자 케인이 눈을 둥그렇게 떴다.


“왜 화를 내세요? 지금 이대로도 맛있어요.”

“그게 아니다! 이 숲에 널린 게 허브인데 뭐가 없다는 게야!”

“여기 허브가 있다고요?”

“그래! 쯧쯧, 이래서 인간··· 아니 젊은이들이란. 눈앞에 보물을 두고도 모른다니까. 봐라! 로즈마리나 월계수 잎은 없지만, 이것도 허브고, 저것도 허브 아니냐!”

“오···!”


케인이 아는 것과는 약간 다른 모양새였지만, 그건 파슬리와 타임이었다.

케인은 아트로포스가 알려주는 허브를 채집해 스튜에 약간 넣었다.

너무 많이 넣으면 원재료의 맛을 눌러버리기 때문에 적당히 넣는 게 핵심이었다.


그렇게 향신료까지 추가된 스튜.

부글부글!

스튜가 푹 익어가는 동안 잡담이 오갔다.


“숲에 대해서 잘 아시나봐요.”

“흥, 당연하지. 내가 이 숲에서 산 세월만 300··· 크흠, 30년이니까.”

“와, 여기 토박이시네요? 아예 이 숲에서 생활하시는 건가요?”

“그래.”

“저도 예전엔 숲에서 살고 싶었는데. 왜 그런 거 있잖아요. 통나무로 집짓고 계곡에서 낚은 물고기로 매운탕 해먹는 사람이요. 텃밭에는 채소도 기르고.”

“매운탕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 숲에도 그렇게 사는 사람이 하나 있다.”

“어, 정말요?”

“내가 오기 훨씬 전부터 있었어. 좀 괴짜인데, 실력 하나는 확실하지. 네가 말한 게 그런 사람 아니냐? 드루이드 말이다.”

“드루이드···? 앗!”


부그르르!

때마침 스튜 냄비가 끓어 넘쳤다.

뚜껑을 열자 잘 익은 스튜가 모습을 드러냈다.


토마토와 고기의 감칠맛 나는 냄새가 뭉글뭉글 올라왔다.


‘오오···.’


아트로포스는 무심코 코를 킁킁거렸다.

꼬르르륵!

맛있는 냄새를 맡자 배에서도 큰 소리가 났다.

케인이 재빨리 스튜를 떠서 그릇에 담았다.


톡!

그리고 그 위에 타임 한 조각을 살짝 올린다.

보기 좋은 음식이 맛도 좋다고, 플레이팅은 빼놓을 수 없었다.


“자! 맛있는 토마토 비프 스튜 완성입니다. 어서 드셔보세요.”

“어흠, 그럼 어디···.”


아트로포스는 조심스럽게 스튜 그릇을 받았다.

따뜻하고 향긋한 스튜.

과연 맛도 이 냄새처럼 훌륭할까?

스튜를 한 숟갈 떠서 입에 넣었다.


“······!”

“맛있죠?”


사실, 아트로포스는 처음부터 대답을 정해놓았다.

아트로포스는 장난치기를 좋아하는 요정.

요정들 사이에선 장난을 잘 칠수록 유쾌한 요정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아트로포스도 인간들을 골려주는 법을 부지런히 연습해 왔다.


스튜가 얼마나 맛있든지 간에, 무조건 ‘맛없다’고 말할 생각이었다.

열심히 만든 요리를 맛없다고 하면 크게 상심할 테니, 아주 못된 장난이 될 것이다.

그런데···.


“···맛있구나.”

“하하, 그럼요. 누가 만든 건데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 스튜는 맛있는 스튜라고.

이것보다 훌륭한 음식은 세상에 없다고.


후루룹.

뜨끈한 국물이 목을 타고 넘어간다.


“으음···!”


부드럽게 익은 채소와 고기.

감칠맛을 더욱 살려주는 토마토.

거기에 살짝 더해진 타임이 은은한 숲속의 향기를 냈다.


한 입, 두 입.

손을 멈출 수가 없다.

쉴 새 없이 아트로포스의 입으로 넘어가는 스튜.


“천천히 드세요! 그러다 체해요.”

“하··· 한 그릇 더 다오!”

“아니, 벌써요?”


케인은 다시 스튜를 듬뿍 퍼줬다.

다시 정신 없이 시작된 식사.

와구와구! 꿀꺽!


‘내가 이제껏 먹어본 음식 중에 최고야···!’


아아!

세상에 이런 음식이 있었다니.

300년의 세월이 무상해질 지경이다.


아트로포스의 눈에 눈물이 찔끔 고였다.

그런 아트로포스를 보는 케인의 눈에서도 한 줄기 눈물이 흘렀다.


‘할머니··· 제대로 된 음식을 드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맛있는 음식이란 이토록 좋은 것이다.

케인과 아트로포스는 함께 눈물 흘렸다.

눈물 젖은 스튜는 짭짤하고 맛있었다.


잠시 후, 아트로포스가 스튜 그릇을 내려놨다.

더 먹고 싶지만, 배가 불러서 도저히 더 먹을 수가 없었다.

너무나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인간이여.”

“? 네 할머니.”

“맛있는 스튜를 대접해줘서 고맙다. 사실 난 평범한 할머니가 아니야.”

“그··· 그런가요?”


아트로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난 요정이야.”



* * *



요정이라니.

파르나스 사제님께 요정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요정은 작고, 날아다니고, 인간에게 장난을 친다.

가끔은 도가 지나쳐서 인간에게 트라우마를 안기는 경우도 있다고.


‘요정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할머니가 그동안 많이 힘드셨던 걸까?

그때였다.

파앗!


“엇···!”


갑자기 빛에 휩싸인 할머니.

빛이 사라지자, 그곳에 있는 건 더이상 할머니가 아니었다.


그건 그야말로 ‘요정’이라고 할 만한 모습이었다.

작은 소녀 같은 모습에 등에 달린 나비 날개.

몸에서는 은은한 황금빛이 흘렀다.


“요··· 요정? 진짜로?”

“흥! 그럼 가짜 요정이겠어? 넌 요리는 잘하지만 성격은 영 맹탕이구나.”

“말투도 달라졌네.”

“아깐 연기한 거야. 전혀 눈치 못 챘지?”


사실 발연기긴 했다. 요정이라 그랬구나.


“잠깐, 그 표정은 뭐야?”

“아냐, 너 연기 잘한다고.”

“그렇겠지. 내가 인간들 놀려먹는 덴 선수거든.”


역시 요정은 요정이다. 조심하지 않으면 장난에 당해서 개구리가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별로 무섭진 않았다. 맛있는 스튜 여관에서 이미 담력을 기르고 온 나다. 그것보다 두려운 게 있을까?


게다가 진짜로 맛있는 스튜를 먹어서인지 기분이 좋아보이는 요정.

요정은 자신을 아트로포스라고 소개했다.


“우리 요정에겐 규칙이 있어. 인간을 만났을 땐 장난을 치거나, 축복을 내려주거나 둘 중 하나는 해야 한다는 거야.”

“그럼 난?”

“운 좋은 줄 알아! 요정의 축복을 받는 인간은 진짜 드무니까. 어디 가서 자랑해도 돼!”


아트로포스가 포르르 머리 위로 날아왔다.

그리고 반짝이는 가루를 마구 뿌려댔다. 코가 근질근질하다.


“에취! 뭐 하는 거야?”

“아잇, 가만히 있어. 축복을 내려주려면 먼저 요정 가루를 묻혀야 한다고. 자, 이 상태에서···.”


주문을 중얼거리는 아트로포스.

순간 눈앞이 번쩍했다.


「행운 요정 아트로포스의 축복을 받았습니다!」

「스킬 ’작은 행운lv1’를 얻었습니다!」

「놀라운 업적! 300년만에 요정의 축복을 받은 인간이 되었습니다!」

「업적 보상으로 마력이 5 증가합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했습니다!」


「레벨이 올랐습니다!」


정신없이 울리는 메시지.

처음으로 레벨까지 올랐다!


‘300년만에 축복해준 거였어?’


300년 동안 숲에 들어온 다른 인간들은 다 장난에 당했다는 뜻.

그런데 행운이라니. 어쩐지 좋은 스킬을 얻은 것 같다.

0이었던 마력 스탯도 무려 5나 올랐다.


아트로포스가 후련한 표정으로 손을 탁탁 털었다.


“다 됐다! 오랜만에 하는 거라 잘 될지 확신이 없었는데, 제대로 된 것 같네. 참, 넌 이름이 뭐야? 내가 축복을 내려준 인간의 이름 정도는 알아야지.”

“아, 난 케인이야.”

“케인! 이름 진짜 이상하다. 마음에 들어!”


이상하다면서 좋아하는 아트로포스.

요정이라 그런지 성격 한 번 별나다.


“고마워. 요리 하나 해준 걸로 이렇게 받아도 되나 모르겠네.”

“무슨 소리야? 아까 그건 진짜 맛있는 스튜였어. 넌 좀 더 자랑스러워해도 돼. 너 재능있어!”

“하하··· 고마워.”

“그 소린 아까도 했잖아! 하여간 특이한 인간이야. 이런 숲에 들어오는 것도 그렇고. 다른 인간들은 여기에 얼씬도 안 하거든.”


특이하다니 사돈 남 말.

인간들이 이 숲에 얼씬도 안 하는 이유는 어떤 요정이 300년 동안 장난을 쳐서 그런 거겠지. 나중에 개구리를 보게 되면 잘해주자.


“너, 숲 안쪽으로 더 들어갈 거야?”

“응. 쭉 동쪽으로 가고 있어서.”

“그래? 흠··· 어쩌면 이것도 운명인가?”


잠깐 고민하는 듯하던 아트로포스가 말했다.


“가기 전에 조언 하나 할게. 숲 안쪽으로 들어가게 되면 그냥 쭉 직진해. 뭔가 길을 잘못 든 것 같다는 느낌이 들 텐데, 그래도 계속 앞으로 가. 옆길로 새지 말고.”

“···혹시 가다가 뒤돌아보면 돌이 된다든지 그런 거야?”


요정도 있으니까 혹시 모른다. 이 숲에는 뒤돌아보면 돌이 되는 저주가 걸려 있다든지.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읽었다.


“아니? 어디서 이상한 얘기를 주워들은 거야?”


아니구나.


“그냥 쭉 앞으로 가. 자세한 얘기는 말 못 해. 친구랑 약속했거든.”

“친구? 혹시 아까 말했던 드루이드?”

“앗! ···이건 일부러 말한 거 아니다? 이르면 안 돼? 나, 나 간다! 안녕!”


허둥지둥하며 재빨리 날아가는 아트로포스.

소란스러운 요정이 사라지니 한바탕 폭풍이 지나간 느낌이다.


‘분명 이 숲에 드루이드가 산다고 했지.’


드루이드가 뭔지 조금은 안다.

상식이 부족한 날 위해 파르나스 사제님이 이것저것 알려주신 덕분.

동물과 소통하고, 정령을 다루고, 자연과 어우러져 사는 신비한 마법사가 아닌가?


‘일단은 가보자.’


난 숲 안쪽으로 들어갔다.

드루이드라고 하면 자연 전문가.

마을에선 팔지 않는 식재료를 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요정에게 괴짜라고 불리는 드루이드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때까지만 해도 몰랐다.

내가 이 숲에서 아주 특별한 식재료와 만나게 될 거란 사실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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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너의 채소를 먹고 싶어 +3 24.09.12 575 22 14쪽
7 야채볶음밥 한 숟갈에 추억 하나 +2 24.09.11 603 20 11쪽
6 드루이드님 쌀밥 태우지 마세요 +2 24.09.10 617 18 13쪽
» 요정숲의 드루이드 +2 24.09.09 642 18 12쪽
4 맛있는 스튜 +3 24.09.08 654 17 12쪽
3 이세계 요리는 영국음식 +2 24.09.07 705 19 15쪽
2 도전! 감자크림수프 +2 24.09.06 723 2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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