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들이 나를 신성하게 여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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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타자기
작품등록일 :
2024.09.03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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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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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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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과 필연

DUMMY

“일단 이 꼬맹이에게 묻기에 앞서, 알아야 할 사실이 있네. 신들이 저주를 내리는 경우는 보통 금기를 저질렀기 때문이지. 물론 교단 측 의견은 다를 수도 있겠다만···”


그렇게 말하며 에일을 힐끗 바라보는 제임스. 그의 시선을 받은 에일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다르긴 합니다. 저희는 금기를 저질렀을 때는 천벌을 내리고 감당할 수 없는 무언가를 얻게 된다면 저주를 내린다고 알고 있습니다.”

“뭐가 어떻게 되었든 이 꼬맹이가 알면 안 될 사실을 알고 있다는 건 맞네. 적어도 그건 내가 마법사로서 달성한 모든 것을 걸고 맹세하지.”


이러면 빠져나갈 구멍도 없었다. 적어도 내가 무언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은 변하질 않았으니까. 그 증거로 제임스와 수는 나를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의외가 있다면 에일은 안타깝다는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는 것. 교단 측 사람이라 생각이 다른 걸까?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내가 미래를 안다고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는 거다. 그 증거로 레나에게 말하려 했을 때 신성력이 움직이질 않았으니까. 게다가 이건 펀 쿠르샤시가 믿던 테크네와 달리 숨기려 하면 들키지 않을 줄 알았건만.


“에일 자매님. 자매님은 저주에 걸리면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잘 아시나요.”


그렇기에 시선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이 저주에 대해 잘은 모른다. 짐작할 뿐이지.

그러니 에일이 내가 겪고 있는 증상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 나는 거기에 맞춰서 설명하면 그만이었다.


“아직 전부 밝혀진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게 있으나···”


그렇게 말하곤 우리를 둘러보는 에일.


“비밀 유지 계약을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이 정보는 밖으로 알려져서는 안 되는 정보라.”


그 말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사인 수와 제임스는 자신의 호기심을 채울 필요가 있었고, 나도 나와 같은 경우가 있는지 궁금했으니까.

각자의 사정에 따라 계약서를 작성한 우리는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에일을 빤히 바라보았다.


“아실지 모르겠지만 보통 혀에 걸리는 저주 같은 경우, 특정된 정보를 발설하는 걸 금하는 데 사용합니다. 이건 마법사인 제임스 형제님과 수 자매님도 아시는 사실이겠죠.”

“그래. 안다.”

“···”


그들은 제임스는 신경질적으로 동의했고, 수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며 에일을 바라보았다. 마치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라는 듯이.


“그런데 그런 저주를 신께서 내리신다면··· 그것도 그 신이 한 명이 아니라면··· 대체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뭐? 아니, 잠깐만. 그 전에 짚고 넘어가고 싶은데. 저주를 건 신이 한 명이 아니라 다수란 말이냐? 진짜로?”


놀란 눈으로 나와 에일을 번갈아서 바라보는 제임스. 아무래도 그는 신이 내게 저주를 건 것까지는 읽었지만, 그 신이 많았다는 것은 알지 못했던 모양.

그 질문에 나와 에일은 쓰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쿠르샤시. 너도 자신이 저주에 걸렸다는 건 알고 있었군.”

“네. 어쩌다 보니 알게 됐습니다. 혀에 있는지는 몰랐지만요.”


정확히는 알 수밖에 없었다. 푸른 창이 떠오르며 내게 알려줬었으니까.

하지만 숨겼다. 이걸 다른 이들이 알아봐야 좋을 일이 없을뿐더러, 설마 신이 내린 저주인데 티가 날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그런 나를 안타깝게 쳐다보던 에일이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펀 형제님. 조심하는 게 좋을 겁니다. 형제님이 어떤 지식을 받아들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신께서 당신에게 그런 저주를 내렸다는 것은 결국 그 비밀은 세상에 알려지면 안 된다는 것이니 말이죠.”

“그렇군요.”


담담한 내 표정을 보고 미간을 좁히는 에일. 누가 보아도 불만스러워 보이는 그녀의 표정에 고개를 기울이자, 교단의 심볼인 검을 매만지며 심호흡을 하는 게 보였다.


“보아하니 그 지식을 사용할 계획이시군요.”

“···아니라곤 못하겠습니다.”


내가 레나를 처음 봤을 때. 그때 내가 든 감정이 어땠는가.

아니, 정확히 말하면··· 게이머였던 내가 보았던 지금의 레나는 어땠는가.


‘어색했고. 별로였다.’


감히 말하건대. 레나는 그래선 안 됐다. 그렇게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이고 나른한 모습을 보여선 안 됐다.


그것이 레나에게 안 어울린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그녀의 외모가 일반인이 생각할 수 있는 범주를 벗어난 만큼 그조차도 잘 어울렸으나, 한 명의 게이머로서.

그리고 한때 그녀를 깨기 위해 수십 번의 죽음을 맛봤던 나로서는 그녀가 그렇게 자신감이 없다는 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런데 그게 과연 레나만 그럴까?


‘아니겠지.’


적어도 수는 똑같았다. 하지만 다른 이들이라고 똑같으리라는 보장은 없었다. 오히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으리라.


그리고 그걸 내가 지켜만 볼 수 있을까?


‘절대 불가.’


불가능하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단순히 그녀들을 지켜볼 수 없는 게 아니다. 내가 상대하면서 강하다 느꼈던. 강하다 못해 좌절감마저 느낄 정도로 강함을 보여줬던 그들이 군림하는 것이 아닌 찌질하게 찌그러져 있으며 제대로 무언가를 하지도 못한다고?


‘두고 볼 수는 없지.’


애정을 가진 건 아니다. 내가 수십 번을 리트라이 하게 만든 이들을 좋아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그들이 가진 캐릭터 성을 좋아했으며, 히로인보다도 좋아했던 보스들이 몇 있었다.


만약 그런 이들이 내가 알던 그들이 아니라면···


‘바꾸려고 할 거다.’


내 천성이 그렇다. 그러니까 한 게임을 5년 넘게 붙잡고 놔주질 않았던 거겠지. 그것도 스토리 게임을.


그런 내 마음을 눈치챈 걸까. 에일은 쓴웃음을 지으며 내 손을 다시금 붙잡았다.


“당신의 길에 축복이 있길 빌겠습니다.”

“종교쟁이. 신이 저주를 걸었는데 저 녀석에게 축복이 있겠나?”


어이없다는 듯이 헛웃음을 내뱉는 제임스의 발을 밟는 수. 그 모습을 본 에일은 웃는 얼굴 그대로 내 손을 쓰다듬었다.


“그렇다 한들 형제님이 믿는 테크네께서는 펀 형제님을 외면하지 않으실 겁니다.”


그 말에 어제 무리아토가 내게 조언했던 내용이 떠올랐다.


‘의심을 품거나 잘못을 했더라도 회개하면 용서해줄 거라고 했던가.’


과연 믿는 신이 같은 이들답게 비슷한 말을 하네.

쓴웃음을 지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면 저주를 해주할 수는 없을까요?”

“없네.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서는.”

“제가 알기로도 이토록 많은 신이 내린 저주를 해주 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저주에 해박한 두 사람의 말에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내가 어떻게든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나.


“하지만 우회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요.”

“우회라니? 그게 무슨 소리지?”

“결국 직접적으로 말하지만 않으면 되는 겁니다. 물론, 쉽게 해석되어선 안되겠지만요.”

“신께서 내리는 신탁처럼?”

“신탁은 무슨. 이해하기 힘든 암호지 뭘.”


흑마법사인 제임스는 투덜거렸으나, 나로서는 그 정도만 하더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수준이었다. 적어도 내가 돌려서 말한다면 어떻게든 이해할 수 있다는 소리 아닌가? 물론, 이해하는 것은 상대의 역량에 달렸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하겠지.


“그럼 어떤 식으로 말하는 편이 좋을까요?”

“···하기 전에 명심하셔야 할 게 있답니다.”


마치 내가 신에게 저주를 받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처럼 굳어진 에일의 표정. 동시에 달라진 주변 공기에 침을 꿀꺽 삼키자, 에일은 델포이의 심볼을 매만지며 입을 열었다.


“어떤 방식으로든 금지된 지식을 입밖에 올리는 순간, 당신은 지금껏 누려왔던 삶을 포기하게 될 겁니다. 그것만은 당신이 아무리 돌려 말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지요.”

“···어떤 식으로 변하게 됩니까?”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악마라고 여겨질 수도 있으며, 사특한 무언가라고 생각될 수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신의 사도라고 불릴 수도 있지요. 그게 무엇이 되었건 당신은 더 이상 평범한 사람이 아니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그 말에 내가 겪을 수 있는 일들이 하나 둘 씩 떠올랐다.

화형을 당하는 나. 어딘가에 감금되어 정보를 뱉는 나. 하다못해 신처럼 추앙받는 나.


그 모든 미래가 내겐 어울리지 않는 미래다. 그건 펀 쿠르샤시에 빙의한 내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 나는 본디 소시민처럼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을 가장 좋아했으니까.


단순히 변해버린 보스들이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 짓을 벌이게 된다니. 쓴웃음이 절로 지어졌다.


그와 동시에 든 생각이 있었다. 고개를 드니 아직도 나를 위해 기도를 하고 있는 에일이 보였다.


이 사람은 내가 가진 지식이 뭔 줄 알고 이렇게 지극정성일까.

혹시,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 이 마계를 무너뜨리는 666가지의 방법이라고 말하더라도 이렇게 정성스레 알려줬을까.


그런 의문이 들었으나, 빠르게 고개를 털어 잡념을 떨쳐냈다. 호의를 거절하는 것은 멍청한 이나 하는 짓이었으니까.


“조언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알겠습니다. 그 정보를 활용하고 싶은 거지요?”


에일은 쓴웃음을 지으며 무언가를 꺼내 들었다.


“그건···”

“법전?”


낡고 닳아 헤지다 못해 누렇게 변한 법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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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담과 필연 24.09.10 10 0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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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기도 그리고 저주 24.09.08 9 0 10쪽
6 기도 그리고 저주 24.09.06 10 0 10쪽
5 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 24.09.06 13 0 9쪽
4 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 24.09.04 12 0 9쪽
3 좆같은 룰렛 24.09.03 15 0 10쪽
2 좆같은 룰렛 24.09.03 17 0 10쪽
1 좆같은 룰렛 24.09.03 24 0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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