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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선비
작품등록일 :
2024.09.04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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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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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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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화. 하얀 옷은 금방 더러워지니 주의

DUMMY

시연과 유성이 마지막 연수를 받고 있던 그날 저녁,

인적이 드문 숲속 폐터널


오래전 사고로 공사가 취소된 이 터널은 오랫동안 방치되어 모두에게 잊혀진 곳이었다.

특유의 음산한 분위기 때문에 평소라면 사람은커녕 동물조차 얼씬도 하지 않는 곳이지만, 오늘은 왜인지 한 무리 불온한 기척이 어슬렁거리고 있다.


웅성웅성


어림잡아 스무 명은 되어 보이는 인원.

누구 하나 빠질 것 없이 흉흉한 인상의 그들은 마치 이곳이 제 집인 것처럼 자리 잡고 앉아,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뭐가 그리도 신이 났는지 왁자지껄한 분위기 속에서 간간이 욕지거리와 천박한 단어들이 종종 섞여 들린다.


“크하하하! 이렇게 간단한 일이 있나? 이곳에 일주일 동안 죽치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돈을 받는다니!”


집단의 리더처럼 보이는 험상궂은 남자가 큰소리로 웃으며 소리쳤다.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방금 그 말로 이들의 정체를 어느정도 짐작했을 수도 있겠다. 이들은 누군가에 의해 고용된 용병, 그것도 20년 이상의 경력을 자랑하는 프로 중의 프로들이다.


“가끔 가까이 오는 멍청한 놈들이 있어도 적당히 겁주면 도망치니까 말이죠!


옆에서 동조하며 낄낄거리는 사람들.


“그건 그렇고 그 고용주 녀석은 뭘 생각하는지 모르겠단 말이야? 이런 별것도 아닌 일에 10억이나 보수를 걸다니”


그들이 받은 의뢰는 단 하나. 일주일 동안, 이 폐터널 입구에서 대기하며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


‘처음에는 좀 수상했었는데···.’


아무리 능력자 사회가 되면서 다소 치안이 안 좋아졌다고는 하지만 이들이 전전했던 국가들에 비하면 한국은 압도적으로 안전한 축에 속하는 나라다.


임무 지역도 내용도 결코 이 정도의 보수로 일을 맡길 정도는 아니었기에 처음에는 꽤나 긴장했었던 그들이었지만, 계약 기간이 다 끝나가는 지금은 완전히 긴장이 풀어져 매일 밤 떠들썩하게 연회를 열고 있는 지경이었다.


애초에 버려진 곳이다. 가끔 지나다니는 야생동물이나, 길을 잘못 든 운전자 정도를 되돌려 보내는 것이 전부인 간단한 임무.


“정말 쉽기도 이렇게 쉬운 임무일 수가 없군.”


남자는 이렇게 말하면서도 의심쩍은 눈초리로 터널 안쪽을 바라본다.


‘그나저나 저 안쪽은 대체 뭐지? 아무리 봐도 위험해 보이는데···.’


진작에 전기가 끊겨 낮에도 칠흑 같은 어둠으로 덮여있는 터널.

반대쪽이 보이지 않는··· 애초에 반대쪽이 뚫려있는지도 불분명한 섬뜩한 터널은, 보통 사람이라면 접근조차 하기 싫을 정도로 섬뜩한 장소였지만 그만큼 호기심이 치솟는 장소이기도 했다.


‘솔직히 궁금하긴··· 하단말이지? 도대체 뭐가 있길래 이렇게 사람까지 써서 지키고 있는지···.’


받은 임무 이상으로 참견하지 않는다. 용병 일을 함에 있어서 기본 중의 기본인 마음가짐이다.

하지만 지난 일주일, 저 깊은 어둠 속에서 이따금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기척은 그들에게 있어서도 꽤나 신경 쓰이는 것이었다.


“흠··· 이렇게 봤을때는 딱히 보이는건 없는데···.”


터널 안쪽이 신경 쓰이는 듯, 손전등으로 이리저리 비춰봤지만 딱히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남자는 조금만 더 들어가 볼까 하고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단념하기로 했다.


‘고용 당한 입장으로써 신뢰는 생명. 이 정도로 큰 거래 상대에게서 신뢰를 잃을 만한 행동은 할 수 없지···.’



···.


“흠~ 안 들어가는 건가요?”


···!!!


갑자기 들려오는 그들 중 누구의 것도 아닌 이질적인 목소리.

화들짝 놀라 주위를 둘러봤지만 보이는 건 어둠뿐이다.


“누구냐!! 어떤 녀석이야!!!”


“저도 안쪽이 궁금했었는데 아쉽네요.”


펄럭!


날갯짓과 같은 옷 소리와 함께 돌연 그들 한가운데에 날아오듯 등장한 흑발의 남자.



기관 특수 전투 1팀

선임 전투원

유하진


소매가 넓은 새하얗고 긴 옷을 입은 그는, 180cm가 넘는 장신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나비처럼 조용하고 가볍게 사르르 거구의 남자들 사이로 내려앉았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아직 밤공기가 차갑네요.”


너무나도 가볍고 경쾌한, 듣는 이조차 기분 좋게 만드는 목소리.

당장이라도 자신을 향해 달려들 것만 같은 사람들을 눈앞에 두고 남자는 뭐가 그리 우스운지 시종일관 생글생글 웃고 있는 얼굴이었다.


“이 자식 뭐야?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거야?”


웅성거리는 좌중. 하진의 밝은 분위기와는 반대로 갑자기 나타난 불청객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가만히 있지 말고 거리를 벌려! 이 멍청이들아!!”


벼락같이 들려오는 다급한 호통에 그들은 서둘러 거리를 벌리며 불청객을 포위한다. 방금까지 당황하고 있던 것이 거짓말인 것처럼 일사불란한 움직임. 하진은 순수하게 감탄했다.


“나름 베테랑이라고 들었는데, 그 이름값은 하네요? 이렇게까지 빠르게 진영을 갖출 줄이야···.”


순식간에 포위당한 하진, 수많은 총이 그를 향해 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순식간에 벌집이 될 것만 같은 상황.


“그래도 이미 늦었어.”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가볍게 손을 올리는 하진, 긴 소매에 숨기고 있던 걸까? 그 손에는 어느새 1미터는 되어 보이는 얇고 하얀 검이 쥐어져 있었다.


그 순간, 그 자리 모두의 뇌리를 꿰뚫는 듯한 서늘한 한기가 느껴졌다.


이건 수없이 많은 전장을 굴러봤기에 알 수 있는 본능적인 위기감. 용병 대장은 다급히 부하들에게 명령한다.


“쏴라! 공격해!”


탕탕!! 두두두두두두!!


‘저 녀석은 위험해···! 뭘 하려는 건진 모르겠지만 무조건 막아야만 한다!!’


하지만


“없어?!”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 하진의 모습과 동시에 어디선가 들려오는 비명.


서걱!


“컥!”


그 총격을 어떻게 뚫고 들어온 건지, 어느새 그들의 포위망에 접근한 하진은 부드럽게 검을 휘둘렀다.

하얀 섬광과 함께 쓰러지는 대원, 그 모습을 본 모두가 당황할 겨를도 없이 학살극은 시작되었다.


서걱서걱!


한 명, 두 명, 그리고 세 명··· 마치 두부를 썰 듯이 빙글빙글 돌며 간단하게 베어 나가는 그 모습은, 춤을 추는 것처럼 너무나도 우아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낼 정도였다.


“뭐 하는 거야! 빨리 쏴!!”


“하... 하지만, 아군이 그러면 맞습니다!!”


“상관없다! 얼른 쏴! 적은 칼을 들고 있다. 능력자라도 총 앞에선 무력해! 우선 거리를 벌리게 하란 말이다!!!”


“네···! 넵!”


두두두두두두두두!!


무정한 결단. 사정없는 총격이 하진을 향해 쇄도했다.


“호오···.”


짧은 감탄과 함께 하진은 도약했다.


탓!


인간의 것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점프력. 하진과 대치하던 용병들의 눈에는 마치 그의 몸이 사라진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사라졌···!?”


혼란과 동요. 그로 인해 생긴 작은 틈을 하진은 놓치지 않는다.


시이잉···!


하진의 몸이 은은한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급강하!


콰아아아앙!!


마치 누가 잡아당기기라도 한 듯한 속도로 지면에 착지한 하진에게서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발생했다. 방금 전의 그 가벼운 도약이 가능했다는 것이 거짓말만 같다.


“크으윽!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충격파와 함께 발생한 흙먼지로 시야가 좁아진 상황, 공허한 외침에 대답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커헉!”


“크악!!”


대답 대신 들려오는 비명···

사방에서 들려오는 처절한 비명에 겁먹은 대원들이 허둥지둥 도망치기 시작한다.


“으···! 으아아아아!!”


“살려줘!!!”


“멍청한 놈들! 등을 보이지 마라!!”


대장의 애처로운 울부짖음을 무시하고 흙먼지 밖으로 허둥지둥 뛰쳐나오는 대원들.


슈악!


그리고 그 뒤를 쫓아 흙먼지를 가르고 나온 건, 새하얀 옷 군데군데 붉은 꽃이 피어난 피비린내 나는 사신의 모습이었다.


휙! 서걱!


“크악!!”


빙글빙글 돌며 사정없이 눈앞의 적을 베어 넘기는 하진, 이미 공포에 질려 전의를 상실한 부대원들은 망연자실하게 자신의 동료가 쓰러져나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젠장···! 젠장!! 쏴!! 쏘라고!!”


탕!! 탕탕!!


그나마 아직 대항할 의지를 가진 건 대장뿐이다. 하지만 하진은 마치 총알이 날아오는 방향을 알고 있는 것처럼, 수많은 전장을 헤쳐온 그의 총격을 여유롭게 피하고 있다.


서걱! 서걱!


“크악!”

“컥···!”


총격을 요리조리 피하면서 한명 한명 베어 가는 하진, 이제 남은 건 하나다.


덜덜덜덜···!


“오··· 오지마!!”


아까 전까지의 호기롭게 부하들에게 지시를 내리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겁에 질린 손으로 소총의 총구를 겨누고 있는 그를 향해 하진은 싱긋 웃으며 느긋이 걸어간다.


“그러고 보니... 아까 신경 쓰이는 말이 있었는데요.”


빙그레 웃는 입과는 다르게 피처럼 새빨간 그의 눈은 먹잇감을 노리는 뱀의 그것과 같았다.


“능력자라고 해도 총 앞에서는 무력하다···. 였나요?”


“히이익! 저리가!!”


완전히 그에게 압도당한 남자에게선 더 이상 전의를 느낄 수 없었다. 하진의 눈앞에 있는 건 백전불태의 베테랑 용병이 아닌, 겁에 질려 도망가지도 못하는 나약한 사냥감일 뿐이다.


“확실히··· 능력자도 사람인 이상, 이런 총에 몸을 관통당하면 치명상이긴 하죠···. 근데···”


하진은 천천히 걸어가며 말을 이어간다···.


“능력자들이 사용하는 능력에는 특이한 법칙이 있어서, 능력 발동 시 자신의 능력을 제어할 수 있을 만큼의 신체 능력을 터득하게 되거든요.”


이 남자는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일까?

선생이라도 된 것 마냥 부드러운 목소리로 설명을 시작하는 하진. 하지만 그는 아직 손에 쥔 칼을 내려놓지도 않았고, 이쪽으로 다가오는 걸음을 멈추지도 않았다.


“예를 들어, 초고속 이동을 하는 남자는 그 속도에 피해를 입지 않을 만큼의 방어력이나 동체시력을··· 불을 다루는 능력자는 화염 저항력을 가지게 되죠. 그런 경우 총이나 일반적인 무기들은 무용지물이 되기도 해요.”


저벅 저벅.


“그 외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자들은 그 힘의 일부분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신체 강화에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죠. 경우에 따라선, 총알 자체를 무력화할 정도의 방어력을 가지는 것도 드문 일은 아니에요.”


저벅 저벅···.


하진은 이제 총구의 바로 앞에 서 있다. 그의 미간을 향해 똑바로 겨눠져 있는 총구,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잇는다.


“그렇다면 여기서 문제! 이 거리에서 총을 맞으면 저는 죽을까요?”


남자는 더 이상 이성적인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이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눈앞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을 뿐.


“으··· 으아아아!!!”


탕!


울려 퍼지는 총성.


방아쇠는 당겨졌다.


‘죽었나···?’


“아이고 아까워라~”


하지만, 그의 희망과는 반대로 총구가 겨누고 있던 하진은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멀쩡하게 웃고 있다.


“물론, 정답은 저도 죽는답니다! 저 정도의 능력자는 아직 총알을 막거나 튕겨 내거나 할 순 없어요~ 고작해야 이렇게 피하는 정도일까요?”


“피하는 정도라니 바로 앞에서 쐈는데··· 도대체 어떻게···?”


망연자실한 표정의 남자.


“제 능력, 간단히 말하자면 <중력 조작>이거든요. 정확히 중력이라고 하기도 애매하고··· 조작이라고는 해도 제 몸이랑 제가 접촉한 일부의 물건밖에 할 수 없지만···. 몸을 가볍게 하고 총의 궤도를 미리 인지하고 있으면, 격발하기 직전에 몸을 비트는 정도로 간단히 피할 수 있답니다.”


마치 제자에게 가르침을 주는 선생처럼 친절히 알려 주는 하진, 간단한 재주인 것처럼 설명했지만, 그것은 결코 간단한 기술이 아니다.


‘방아쇠를 당기기 직전까지도 피하려고 하는 예비 동작이 보이지 않았다. 게다가 설령 이번 건 피할 수 있었다고 해도··· 아까 전에는 그 혼전 속에서 스무 명이 넘는 부대원의 모든 총격의 궤도를 파악하면서 싸웠던 거라고?’


레벨이 다르다.


“괴···물···.”


압도적인 실력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실감한 남자는 지금까지 꽉 쥐고 있던 소총을 땅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이 능력을 이용하면 이런 것도 가능하죠”


남자의 어깨에 손을 살며시 올리는 하진.


쿠궁!


“커헙!”


남자는 갑자기 느껴지는 엄청난 중량에 무릎을 꿇고 땅바닥에 고꾸라졌다.


“당신한테는 물어볼 것이 많아서요···. 지금 죽일 수는 없지요. 잠깐 잠들어 주시겠어요?”


말을 마친 하진은 쓰러진 그의 머리를 가볍게 가격했다.


빡!!


털썩!


둔탁한 소리와 함께 축 늘어지는 남자. 하진은 기절한 그를 가볍게 들어 올려 어깨에 걸친다.


“아~ 흰옷은 이래서 싫다니까요? 별로 일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더러워져서야··· 내일은 우리 귀여운 신입들을 만나기 전에 세탁부터 해야 할까요?”


백지장처럼 새하얗던 그의 옷은 어느새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하진은 기절한 남자를 둘러메고 자리를 떠났다.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이곳과는 대조적으로 그의 얼굴을 여느 때처럼 싱글싱글 웃고 있었다.



****

-여담: 하진이 베어 넘긴 사람들은 아슬아슬하게 죽지는 않았다고 하네요.


작가의말

*첫 작품 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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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10화. 첫 임무는 누구에게나 긴장되는 법 24.09.17 19 1 12쪽
» 9화. 하얀 옷은 금방 더러워지니 주의 24.09.16 28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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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7화.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은 있다. 24.09.12 59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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