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능력 기관의 업적 헌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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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롱선비
작품등록일 :
2024.09.04 11:32
최근연재일 :
2024.09.1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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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9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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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화. 한 마리가 있으면 열 마리는 더 있다고 생각해라

DUMMY

던전 발생 의심 지역 ’폐터널’ 공략 개시 15분 경과.


저벅 저벅···.


···.


“조용하네요···.”


처음에 했던 걱정과는 다르게 아무리 터널을 걸어가도 개미 새끼 하나 보이지 않는다.

어두운 터널에선 세 사람의 발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릴 뿐이었다.


“음··· 이상하군요. 분명 스캔에서는 복수의 개체가 감지되었다고 했는데··· 저번에 왔을 때도 안쪽에서 뭔가 기척이 느껴졌었고···.”


{간이 장비에 의한 원격 스캔은 위치 정밀도가 떨어지긴 하지만··· 아무 것도 없는 건 좀 이상합니다. 거리상으로는 진작에 마주했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리인데···.}


무전을 통해서도 의아하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무래도 조금 예상외인 모양이다.


“흐음~ 그렇다는 거죠···?”


그렇게 말한 하진은 조금 흥미롭다는 표정을 지었다.


“시연 군, 유성 군, 지금 이 상황,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알겠나요?”


빙글 돌아 마치 퀴즈를 내듯 그들에게 던져진 질문.


“무언가 가까이 있다고 탐지가 되는데, 마주치지는 못한다···.”


“음··· 안 보이는 적이라거나?”


시연이 대답했다.


“땡! 투명화라고 해도 복수의 개체가 감지되는 이상, 어떠한 위화감이나 기척을 느끼기 마련이에요.”


“스캔 장비에 문제가 있는 건?”


“그것도 역시 땡! 장비에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는 장담 못 하지만, 고장으로 작동이 안 하는 경우는 있어도 정보 자체에서 오류가 일어나는 일은 드물죠.”


유성이 말한 답 역시 오답이었나 보다.


“그럼, 이번에는 제가 한 번 맞춰 볼까요?”


하진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원거리 스캔에는 어느 정도 거리상 오차가 존재한다고 했죠? 만약 그게 위아래로도 오차가 존재해서 고도 차이를 식별하기 힘든 경우라면?”


이렇게 말한 하진은 자세를 살짝 숙인 채 바닥에 손을 댔다.


“예를 들면··· 이 아래.”


하진의 몸이 가볍게 빛을 머금는다.


시이잉···!


<중력 반향: 전방위 노킹>


구웅!


동시에 들려오는 육중한 소리. 분명 하진이 뻗은 손에서 발생한 능력임이 틀림없지만, 하진의 손에서부터 나는 소리가 아닌 마치 사방의 벽에서 울려 퍼지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빙고”


확신했다는 듯한 목소리.


“두 사람 다 한 발짝 뒤로.“


평소보다 톤이 하나 낮은 목소리에 조금 놀라며 한 발짝 물러났다.


그러자···.


스릉!


휘리릭!


하진은 그대로 허리춤에 차고 있던 칼을 가볍게 돌리며 꺼내 들더니···.


<중검: 대지 가르기>


그대로 지면을 향해 내려찍는다!


푸욱!


조금 긴, 얇고 투박한, 그리고 새하얀 그 검은 부드러운 소리를 내며 지면에 박혔다.


그리고···


쿠구구···!!

땅이 울린다.


“으왓!!”


“지··· 지면이···!”


콰직! 콰직!!

쿠웅!!


하진이 검을 꽂은 곳, 그 전방의 지면이 점점 갈라지더니, 붕괴되듯 무너져 내리기 시작한다!


쿠구구구구···!!


상식적으로 지금의 일격이 이 정도의 붕괴를 만들어냈을 리는 없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이 아래 지하가 전부 비어있었던 건가??’


도대체 무엇이···?


궁금증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무너져 내려가는 지면에서 기이한 소리를 내며 이형의 물체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키이이익!!


“뭐지!?”


{전방에 빠른 속도로 접근 중인 물체 확인!}


무전이 끝나기가 무섭게, 붕괴된 지면 사이를 뚫고 나와 그들의 사이를 지나가는 거대한 그림자.

단단한 갑각으로 둘러싸인 몸, 8개의 징그러운 다리.


그래 잘 아는 녀석이다···!


“저 녀석은!!!”


“저건 뭐야··· 거대한 거미?”


한 달 전 시연을 습격했던 거대한 거미, 그것과 쏙 빼닮은, 하지만 조금 더 큰 거미가 기분 나쁜 움직임으로 터널 바깥을 향해 달려나가고 있는 것이다!


“그 녀석을 도망가게 두어선 안 돼요!!”


“칫···!!”


하진의 외침에 유성이 혀를 차며 바로 자세를 취한다.


<메테오 대시!>


쾅!!


빠른 상황 판단. 엄청난 속도로 달려 나간 유성은, 순식간에 거미를 훌쩍 앞질러 터널 입구에 멈춰 섰다.


“어딜 도망가려고?”


여유롭게 한마디를 건넨 그는, 바로 다시 능력을 발동해서 거미의 품속으로 돌진한다.


<메테오 대시!>


콰아앙!!


키에에에엑!!


유성의 몸과 격돌한 거미의 거대한 몸이 부웅 뜨더니 시연을 향해 날아왔다.


어라?


‘저거 이대로 날아오면 위험한 거 아닌가?’


“저 자식, 일부러···!!”


욕 한 바가지 날려주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일단 눈앞의 일부터 처리하는 게 우선이었다.

시연은 자세를 고쳐잡고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거대한 거미를 향해 무언가를 던지듯이 손을 뻗었다.


촤라라락!!


그러자 시연이 손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마찰음.

맹렬하게 뿜어져 나온 수 갈래의 와이어가 거미의 몸을 휘감았다.


‘안 그래도 다리가 8개나 되는 생물이다. 적당히 와이어를 펼쳐주기만 해도 포박할 수 있지... 그리고···!’


“떨어져라!”


쿠웅!!


시연이 있는 힘껏 와이어를 끌어 내리자, 그에 따라 공중에 떠 있던 거미의 몸도 지면을 향해 고꾸라졌다.


키··· 키이···.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듯, 부들부들 떨며 행동을 정지한 녀석. 사실 이대로 내버려둬도 상관없을 것 같지만···.


‘신기술의 위력, 확인해 볼까?’


와이어를 꽉 움켜쥔 채 <전격>을 발동한다. 업적 보상으로 한층 강화된 전격은 시연의 손에서부터 와이어를 타고 이동해 반대편의 적을 태워버릴 것이다.


한 달 전 유성을 제압했던 기술. 사실 기술이라고 할 정도로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일단은 이렇게 부르도록 하자.


<전격: 체인 라이트닝>


파지지지직!!


킷! 키이이이이익!!!!


끔찍한 비명이다.

성대도 없는 녀석이 어떻게 저렇게까지 소름 끼치는 비명을 지를 수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통스러운 비명과 함께 한참을 기괴한 각도로 몸을 비틀던 녀석은 살충제를 맞은 벌레처럼 다리를 모으고 쪼그라들었다.


기분 나쁜 탄 냄새가 난다.


“후우··· 죽은 건가?”



띠링!


[업적-몬스터 헌터-를 달성하셨습니다.]

[-몬스터 헌터- 레어]

→크기 5m 이상의 마수를 토벌하였습니다.


[레어 업적의 보상으로 업적 점수 10pt를 얻었습니다. 현재 업적 점수 46pt]



전투가 종료되었음을 알리는 경쾌한 알림음.

하지만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이 능력으로 뭔가를 죽여본 건 처음이네···.’


고기가 타는듯한 불쾌한 냄새. 그리고 녀석이 죽어가며 몸을 비틀던 게 아직도 와이어를 통해 전해져 오는 듯했다.


···.


“뭘 그렇게 얼빠진 표정을 하는 거냐?”


시연의 기색이 이상해 보였던 걸까? 진유성이 저 멀리서부터 걸어오면서 시연을 향해 시비 걸듯 한마디를 던진다.


그래, 지금은 이런 사색에 빠져있을 때가 아니다.


지금은··· 저 녀석에게 한마디를 꼭 해줘야할 때다.


“야 인마! 너 저거 일부러 이쪽으로 던졌지?!”


이쪽으로 성큼성큼 걸어오는 유성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하마터면 깔려 죽을 뻔했다고!”


“시끄러··· 네가 저딴 거에 당할 리가 없잖아!”


유성은 퉁명스럽게 쏘아붙이듯 대답했다.


‘음···? 지금 칭찬한 건가?’


이 녀석이 나를 칭찬하다니, 조금 의외였다.

그러고 보니, 아까도 시연이 조금 이상한 기색을 보이자 그걸 끊듯이 들어와서 말을 걸었다.


“어···? 어··· 그렇지···?”


유성이 취한 예상외의 행동 덕분이었을까. 얼렁뚱땅 대화가 끝나버렸다.

녀석은 당황해하는 시연을 그대로 스쳐 지나가 붕괴된 지면 앞에 멈춰 섰다.


“엄청나군요···. 버려진 곳이라고 해도 이렇게 다 부숴버려도 괜찮은 겁니까?”


확실히, 유성의 말대로 조금 과하지 않은가 싶기도 하다.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완전히 붕괴된 터널 바닥에는 언뜻언뜻 낙석을 피하지 못한 거미들의 사체가 보인다.


“뭐··· 이 밑이 마수들의 소굴이라면, 오히려 이 정도로 끝나는 게 이득인 편이죠?”


하진이 웃으며 대답했다.

뭐랄까··· 처음 생각했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른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이 임무··· 생각보다 힘들지도 모르겠네요.”


“네?”


“저 아래··· 동굴 같은 게 보이나요? 어떤 거미가 땅속에 둥지를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방금 제가 탐지한 바로는 이 아래 꽤 깊은 곳까지 이어져 있어요···.”


확실히, 하진의 말을 듣고 보니 붕괴된 잔해들 사이로 마치 거대한 굴삭기가 파고 들어간 듯한 공간과 터널들이 보인다.


{현재 소유한 스캔 장비로는 그 안쪽까지는 파악이 불가능합니다. 다만··· 조금 전 붕괴 당시에 다수의 개체가 스캔 범위에서 벗어났어요.}


“아마 자기들이 파놓은 굴 안쪽으로 도망간 걸 겁니다. 간이 스캔은 벽 너머나 지하까지 탐지하는 기능이 부족하니까 어쩔 수 없죠···. 아니, 오히려 지하에 있었음에도 처음에 탐지할 수 있었던 게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하진은 상황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이제부터 저곳을 들어가는 거군요···?”


조금 꺼림직한 얼굴로 시연이 물었다.


“어두운 곳은 싫어하나요?”


“그런 건 아니지만···.”


“괜찮아요. 이 안쪽부터는 제가 나설 테니!”


그렇게 말한 하진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가볍게 몸을 풀더니. 붕괴된 잔해들 사이로 점프했다.


탓!


놀랍도록 먼 거리를 가볍게 날아가 착지한 하진은, 괜찮다는 듯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보인다.

시연과 유성도 안전해 보이는 잔해 사이를 더듬으며 하진에게 다가갔다.


“자아 그럼··· 조심해서 앞으로 가볼까요? 라고 말하고 싶지만···.”


하진은 눈을 흘긴다.


“이런··· 방금 붕괴로 다들 도망갔다고 들었는데 이렇게 바로 다시 몰려들 줄이야···.”


타다닥, 타다닥!


딸깍딸깍!


키이이이···.


기묘한 기척, 갑각끼리 부딪치며 발생하는 불쾌한 소리.


그건 그들이 잔해 아래에 내려가자마자 일어난 일이었다.

수십 마리의 거대한 거미들이 순식간에 나타나 하진의 주변을 에워싸고 금방이라도 그들을 덮칠 듯 기성을 울리고 있는 모습.


{말도 안 돼··· 어느 틈에? 주위의 적 반응 20···40···! 주의하세요!}


무전을 통해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굳이 주의하라고 말씀하지 않으셔도···.”


유성이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걱정하지 말아요. 생각보다 나쁜 상황은 아니니까.”


스릉!


하진은 검을 뽑아 들고 한 발 앞으로 나선다.


“자아~ 후배들도 꽤나 노력해 줬으니, 이제부터는 제가 나서야겠네요”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은 거 같은데···.”


“뭐··· 제 능력인 <중력조작>은 애초에 대인전에 특화되어있어서··· 딱히 유리한 상황이라고는 말하기 힘들겠네요. 하지만··· 상대가 괴물인 이상 저도 애써 불살을 고집할 필요가 없는 건 장점일까요? “


···.


‘음···? 방금 그 말 뭔가···.’


하진의 발언에 시연은 조금 위화감을 느꼈다. 형언할 수는 없지만 섬뜩한 느낌.


이런 시연의 기분을 아는 것인지 모르는 것인지, 하진은 가벼운 손놀림으로 멋스럽게 검을 몇 번 회전시키며 앞으로 나아간다.


휘릭 휘릭!


조금 신나보이기까지도 한 너무나도 여유로운 모습.



‘그래, 그게 이상했던 거구나···.’


시연이 느낀 위화감의 정체.

그건 하진에게 있어서 지금 상황이 너무나도 익숙해 보인다는 점.


수많은 거미에게 포위당했음에도, 이 남자는 처음 시연을 만났을 그때처럼 싱글벙글 웃는 얼굴을 바꾸지 않았다.


아무리 하진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이런 상황에서 일관되게 웃음을 유지하는 건 보통 사람이 할 행동이 아니다 .


그래, 이 남자는 상황과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다.



이 사실을 깨달았을 때, 하진은 빙글 몸을 돌려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다행히도 전 죽이는 것만큼은 꽤 잘한답니다.”


여전히 웃는 얼굴.

시연은 그 얼굴이 조금··· 아니 많이 섬뜩하다고 느꼈다.



<하늘 걸음>


사락


옷깃이 스치는 것과 같은 작은 소리.


‘···어?’


순식간에 눈앞의 하진이 사라졌다.


<경검: 발목 자르기>


서걱!


키에에엑!!


분명 순식간이었다. 사라진 하진을 미처 인식하기도 전에, 포위망의 뒤쪽에서 들려오는 비명 소리.


“뭐야···? 무슨 일이···?”


서걱! 서걱! 서걱! 서걱!!


그 자리의 누구도, 아니 어떤 존재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마치 예리한 낫이 그들의 발목을 스쳐 지나가는 듯한 착각.

아니, 착각이 아니었다. 어느새 무리의 뒤쪽에서 나타난 하진이 눈에 보이지도 않을 속도로 이동하며, 거미들의 길고 단단한 다리를 모조리 베어버리고 있던 것이다!


스스스스슷!!!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는 참격음과 그에 따라서 하나둘씩 쓰러져 가는 거미들··· 이들이 하진의 위치를 파악했을 때는 이미 무리의 절반 정도가 반토막이 난 상태였다.


“흠··· 벌써 들켰나? 마냥 쉽게 당해주지는 않네요···.”


탓!


하진은 가볍게 뒤로 뛰었다. 이미 그의 주변에는 수많은 거미가 토막 나 있다.


“하아··· 벌레답게 생명력 하나는 대단하군요. 이렇게 잘라도 죽지 않을뿐더러 심지어 어느 정도 움직이는 녀석도 존재한다니··· 역시 상성이 너무 안 좋아요···.”


푸욱!


하진은 주변에서 꿈틀거리는 거미의 머리통에 검을 꽂으며 말했다.

마치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을 발로 차는 것 같은 무심한 행동, 도저히 한 생명의 목숨을 거두는 사람의 태도로는 보이지 않았다.


킷! 키이익!


이 녀석들도 두려움이라는 것을 느끼는 것일까? 동료의 죽음에 분노라는 것을 느끼는 것일까? 살아남은 거미들이 아까보다 훨씬 더 사나운 소리를 내며 하진을 둘러싸고 있다.


그에 반해 하진은 자신을 둘러싼 적의 따위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인다.

아니, 오히려 이제는 질렸다는 듯, 하찮은 것을 보는 눈초리로 성난 무리를 돌아본다.


“하아아아······.”


긴 한숨··· 기분 탓일까? 시연의 눈에 비치는 하진은 지금 매우 심기가 불편해 보인다.


왜지···?


“하아··· 생각보다 재미없네···. 이 녀석들, 약한 주제에 잘 죽지도 않고··· 피도 초록색이라 역겹고···. 짜증 나고··· 정말···”


속마음이 새어 나온 듯한 혼잣말이 들려왔다.

그건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들에게 웃으며 상냥한 말을 건네던 하진과 같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들 정도로 적나라한 짜증이 섞인 불평이었다.


전투 중이라는 것도 잊은 듯이 신경질적으로 중얼거리던 하진은, 이윽고 화풀이의 대상을 찾은 듯, 자신에게 성난 이빨을 세우고 있는 거미 떼를 보고 나지막이 읊조렸다.


“그냥 빨리 끝내자···.”


스릉···.


지금까지와 다름없이 가볍게 들어 올린 순백의 투박한 검.

들어 올린 그 검은 너무나도 가벼웠다. 그래··· 가볍다. 마치 무게가 없는 것처럼···


가볍다.



<극 경검: 백섬>



키잉!!!


“으왓?!”


공기를 가르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

그리고 눈 앞을 가리는 눈부신 섬광.


스으으···.


귀가 찢어질 것 같았던 파열음이 끝나고,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이 정적까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모든 상황은 끝나있었다.


수십 마리가 넘는 거대한 거미가 토막 나다 못해 산산조각이 나 있는 끔찍한 광경. 그건 분명 퇴치해야 할 마수임에도 불구하고 동정심이 들 정도로 징그럽고 소름 끼치는 참상이었다.



“이건···!”


유성이 할 말을 잃은 듯한 탄식을 내뱉었다.


“···!”


할 말을 잃은 건 시연도 마찬가지였다.

한순간에 어떻게 그렇게 많은 공격을 할 수 있었는지, 왜 이렇게까지 잔혹하게 죽일 필요가 있었는지, 그 외에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의문이 너무나도 많아서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다만, 두 사람의 머릿속에 공통으로 떠오른 한 가지 생각.


방금 전투에서 보여준 뒤틀린 살의, 비록 그 칼끝이 인간을 향해 있지 않았더라도, 결코 정상이 아니다.


이 남자, 유하진은 이제까지 본 그 누구보다도 위험한 부류의 인간임이 틀림없었다.



“하아··· 하아···.”


산처럼 쌓인 거미들의 사체 위에서 하진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가만히 서 있었다. 아무리 그라도 방금 기술은 꽤 부담되는 모양이다.


하지만 유성도 시연도 얼어붙은 듯 가만히 서서··· 선뜻 그를 향해 다가가지 못했다.


머리로는 이 남자가 그들의 아군임을 알고 있지만, 본능적인 거부감이 그들을 멈춰 서게 한 것이다.



“아··· 저···!”


적막 속에서 망설이던 시연이 용기 내어 꺼낸 한마디. 아쉽게도 시연의 그 한마디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우리는 이때 망설여선 안 됐었다.



쿠웅!!!!


“우앗!!”


갑자기 지면 전체를 울리는 거대한 충격! 순간 모두가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쿠구구구구!!


“바닥이···!”


거대한 충격을 시작으로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터널 전체가 붕괴하기 시작했다.


{지하에서 고레벨의 능력 반응 발생! 이럴 수가! 이 정도 거리에서 이렇게 확실하게 측정될 정도의 출력을 가진 개체라면 S급 개체··· 아니 그 이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전을 통해 정보가 들려왔지만, 이미 그런 것이 머리에 들어올 상황이 아니었다.


콰과과과!!!


천장의 모든 것이 무너지고 바닥의 모든 것이 꺼져갔다.

그리고 느껴지는 기묘한 부유감.


“조심해요!!”


하진이 다급하게 그들을 부르는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멀어진다고···?


‘아··· 그렇구나··· 나··· 또 떨어지고 있는 거구나···.’


뻐억!!


뒤통수에 강한 충격을 느끼며 시연은 정신을 잃었다.



****

-여담: 시연은 <체인 라이트닝>을 고안할 때, ‘이게 와이어로 사용하는 건데 체인이라고 해도 되나?’ 라는 고민을 매우 진지하게 했었다고 하네요.


작가의말

*첫 작품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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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화. 한 마리가 있으면 열 마리는 더 있다고 생각해라 NEW 17시간 전 11 1 18쪽
11 10화. 첫 임무는 누구에게나 긴장되는 법 24.09.17 20 1 12쪽
10 9화. 하얀 옷은 금방 더러워지니 주의 24.09.16 30 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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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화. 미지와의 조우는 최악이었다. 24.09.04 104 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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