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운 재앙급 펫을 살려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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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터]
작품등록일 :
2024.09.04 1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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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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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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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특성

DUMMY

‘크라놀 위자르는 언제나 재앙을 몰고 다닌다.’

‘어디 있든지 막대한 공포와 재해를 유발한다.’

‘그렇기에, 그는 언제나 어디서나 미움받는다.’


재앙의 크라놀.

미움받는 크라놀.

만인이 혐오하는 크라놀.


이것이, 작중 최후반부 크라놀의 찬란한 별명들이었다.

인류 전체에게 이토록 우울하게 따돌림당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이 녀석의 히든 특성이 그야말로 ‘무차별 광범위 학살’에 특화되어 있었으니까.

훗날 크라놀이 무고한 수백만 명의 대륙 사람들을 몰살해 버린 이유이기도 했다.


‘망했다.’


상태창을 읽자마자 크라놀은 정신이 아득해져 버렸다.

분명 히든 특성을 각성해야 하는 것은 작중 최후반부.

그런데 저 새끼용의 개입으로 하필이면 그 시기가 훨씬 앞당겨졌다.

이제 크라놀은 걸어 다니는 생체 핵폭탄이 되어버린 셈.


‘안 돼. 얼른 죽어야 한다.’


현재 시점의 주인공은 절대로 히든 특성이 개화한 크라놀을 막을 수 없다.

이대로 광증 심화로 자아까지 잃는다면 대참사가 벌어질 터.

크라놀은 다급히 눈을 굴렸다.

방금 토해냈던 독초가 보였다.


‘한 번 뱉어내긴 했지만, 다시 삼키기만 한다면······!’


충분히 심장을 멈춰낼 순 있으리라.

재빨리 약초로 손을 뻗으려 할 때였다.


“캬악!”


새끼용이 허겁지겁 숨결(Breath)을 내뱉었다.

백색 화염이 토해낸 독초를 싹 불태워 버렸다.

당연히 크라놀은 눈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너, 지금 뭘 하는······!”


이젠 유일한 자살 수단마저 없어져 버렸다.

도대체 저 새끼용은 뭔데 남의 죽음을 자꾸만 막는단 말인가?

주위를 둘러봤지만, 하필 인적 없는 길가라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새끼용.”


하는 수 없었다.

크라놀이 충혈된 눈동자로 쇳소리를 냈다.


“네가 날 죽여라.”

“캬아아아아!”


그러나 황금색 새끼용은 고개를 거칠게 가로저었다.

저 반항적인 생명체의 눈망울에는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절대 눈앞의 크라놀을 죽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듯이.

그는 답답하고 짜증이 났다.


“지금 날 안 죽이면 수백만 명이 죽는다. 그러니까, 얼른······.”


그때 황금색 새끼용이 양 날개를 펼쳤다.

아까 부패한 숲에서처럼 단순히 위협이라도 하려는 줄 알았다.

그런데 허공으로부터 균열이 열리더니 뭔가가 툭 떨어졌다.


“아.”


희미한 의식 속에서도 크라놀은 눈을 크게 떴다.

분명 골드 에이션트 드래곤 특유의 ‘아공간 창고’였다.

무엇이든 집어넣고 뺄 수 있는 편리한 특수 마법.

그런데 균열에서 나온 물건이 너무 뜻밖이었다.

탄탄하고 투명한 병 속에 담겨 있는 황금빛 용액.


‘저건······ 설마. 황금 엘릭서?’


그러나 균열에서 나온 황금 엘릭서는 평범한 물약이 아니었다.

무려 유니크 등급을 받는, 현 인류의 기술력으로 만들지 못하는 아이템.


‘분명 1막 최종보스를 잡으면 둥지에서 털 수 있는 전리품인데.’


그것과 정확히 똑같은 전리품을, 저 새끼용이 갖고 있었다.

그런데 녀석의 이상행동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조그만 양발로 황금 엘릭서를 붙잡더니 크라놀한테 내밀었다.


“캬아아아!”

“······지금 이걸 나한테 주겠다고?”


새끼용이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크라놀은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다.

이 조그만 생명체가 제정신인가 싶었으니까.

아직 너무 어려서 유니크 등급 아이템의 가치를 파악할 줄도 모른단 말인가?


“······꿀꺽.”


하지만 지금은 그딴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망설일 겨를도 없이 황금 엘릭서를 받아들였다.

그리고 단숨에 그 안에 담긴 용액을 들이켰다.


[황금 엘릭서를 마셨습니다.]

[특성, ‘천무지체(天武肢體)를 획득합니다.]

[온몸에 있는 병과 저주를 깨끗이 치유합니다.]


크라놀은 눈앞의 상태창을 보며 한 줄기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실패!]

[해당 광증은 이것만으로는 완치가 불가합니다.]

[그러나 심각해졌던 증세가 상당히 완화합니다.]


······역시 실패였다.

하기야 만병통치제였다면 새끼용이 자기 질병부터 치료하지 않았겠나.

시체병도 어지간해선 치유가 힘겨웠지만, 광증은 격이 다른 질병이었다.


“하아. 하아.”


그러나 크라놀은 급격히 안색에 핏기가 돌았다.

피에 대한 욕구가 점점 나아지기 시작했으니까.

숨을 몰아쉬던 그는 손으로 피에 젖은 얼굴을 쓸었다.

어느새 심각했던 두통도 평소 수준으로 가라앉고 코피도 멎었다.


’완치는 아니지만······ 이만하면 괜찮아.‘


크라놀은 한층 가벼워진 몸을 일으켰다.

과연 유니크 등급의 물약이었다.

여전히 미진한 두통은 남아있었지만, 방금까지 말을 안 듣던 육신이 씻을 듯이 가벼웠다.


‘그나저나······ 이 녀석이 왜 날 살린 거지?’


단순한 우연이라고 보긴 어려웠다.

아마도 용의 뛰어난 후각으로 독초의 존재를 파악했을 터.

그래서 크라놀이 그것을 한 움큼 삼켰을 때 투명화마저도 풀고 다가온 것일 테고.


‘설마 부패한 숲에서 자길 구해준 것에 대한 보답인가?’


하지만 용이 언제 그렇게 보은을 갚는 생물이었나.

원작에서는 절대적이고 오만하고 짝이 없는 족속들이라고만 읽었는데.

어쩌면 아직 새끼라서 그런 용 특유의 자아가 생겨나지 않은 것일지도 몰랐다.


“캬아?”


새끼용이 조심스레 크라놀한테 다가왔다.

킁킁 냄새도 맡고 옷깃에 묻은 피도 발로 툭툭 쳤다.

크라놀은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직접 입을 열었다.


“고마워. 네 덕분에 살았다.”


자칫하면 대도시 단위로 줄초상을 치를 뻔했다.

괜스레 이 녀석한테 고마웠다.

한 번 머리라도 쓰다듬어 줄까 싶어서 손을 내밀었을 때였다.


“캬아아아앙!”


그런데 이 새끼용 녀석이 갑자기 태도를 바꾸더니 앙칼지게 앞발을 들이밀었다.

마치 그한테 왜 자기 목숨을 아끼지 않느냐고 뒤늦게 야단치는 것처럼.

크라놀은 멈칫했다가, 살짝 입꼬리가 올라갔다.

자기가 먼저 허겁지겁 다가와서 도와줘 놓고 도리어 화내는 꼴이 적잖이 우스웠다.


“이건 뭐 뚱뚱한 아기고양이도 아니고.”


자기도 모르게 크라놀이 중얼거렸을 때.


“캬아아아?!”


경악한 새끼용이 울컥하며 눈물이 또 그렁그렁해졌다.

어쩜 자기한테 그렇게 심한 말을 할 수 있냐는 듯이.


“아, 뚱뚱하단 말이 싫은 건가?”

“캬아아아!”


삐친 새끼용이 볼을 잔뜩 부풀렸다.

그러더니 휙 돌아서 멋대로 날아가 버렸다.

그 뒷모습을 보며, 크라놀은 자기도 모르게 실소했다.


“아.”


어떤 사실을 막 깨달았다.


지금 이것이, 빙의하고 처음으로 짓는 웃음이었다.


***


크라놀은 죽다 살아난 이후부터 불편한 존재감을 느꼈다.

보이지 않는 생명체가 자길 쭉 따라다니는 기분이랄까.

여관방에 와서 피 묻은 몸을 씻고 누워서는 중얼댔다.


“새끼용 고기가 참 맛있다던데. 이렇게 배고플 때 후식으로 먹으면······.”

“끼아아아야앙!”

“흠, 역시 계속 따라오고 있었군.”


겁에 질려 비명을 내지른 새끼용이 흠칫하더니 곧바로 다시 아가리를 다물었다.

아무래도 크라놀을 생명의 은인쯤으로 여기는 것일까.

그를 계속 졸졸 쫓아다닐 모양이었다.


‘의외로 수줍음이 꽤 많은 것 같은데.’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 싫어서일까.

저 새끼용은 어지간해선 투명화하고 따라다녔다.

뭐, 일단 그를 공격하거나 해치려는 의도는 없는 것 같으니 됐다.


‘아무튼.’


크라놀은 여관방에 와서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그리고 곧장 다시 나가서 영주 성으로 향했다.

A급 의뢰에 관해 보고해야 할 시간이다.


***


비르시 영지.

대륙 중앙부 근처에 위치한 이곳은 어지간한 시골 영지와는 차원이 달랐다.

규모도 어지간한 소도시 수준으로 크고, 각종 조합도 활성화되어 있으니까.

그랬기에, 비르시의 영주는 크고 작은 문제로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부패룡이 사실 없었다고?”

“네. 땅으로부터 흘러나온 마기의 영향입니다. 저는 성수를 뿌려서 운 좋게 살아 돌아왔고요.”

“······그게 다인가?”

“네.”


비르시의 영주는 영주실 의자에 턱을 괴곤 침묵했다.

그러다가 결국 참지 못하고 큰 목소리로 토로했다.


“발뺌할 생각 말게! 자네는 미친개 크라놀 아닌가! 도맡은 의뢰는 끝끝내 무모하게라도, 완벽히 성공시킨다는!”

“글쎄요. 저는 미친개라는 제 별명이 의뢰 달성과는 그리 연관성이 깊다고 느끼지 않습니다.”


크라놀은 피곤하게 관자놀이만 꾹 눌렀다.

누가 큰소리를 치면 머리가 지독하게 지끈댔다.

다행히도 영주는 곧바로 진정하며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부패룡 퇴치. 수도에서 탐사단을 몇 번이나 요청했는데도 거절당했지.’


그곳에 보냈던 부하들은 사망했고, 베테랑 용병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음험한 소문은 영지를 들리려는 방문객의 숫자에도 영향을 끼쳤다.

부패한 서쪽 영역은 완전히 죽음의 땅이 되었으니까.


‘서쪽 길을 개척해야지만 우리 영지가 대도시로 발돋움할 발판이 될 텐데.’


최근 무역로 루트 개설에 관심을 기울이는 영주로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눈앞의 이 미친개라도 어떻게든 이용해 먹어야 했다.

영주가 은근한 목소리로 유혹했다.


“크라놀. 자네는 그 귀한 하늘 장화가 탐나지 않는단 말인가? 무려 초월급 장비라고! 부패룡이 아니어도 괜찮아. 부패한 서쪽 영역만 어떻게든 정화해 준다면 기꺼이 보상하겠네!”


A급 의뢰 달성의 보상품.

하나 크라놀은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


“전부터 궁금했는데, 그거 진짜 갖고 계신 거 맞습니까?”

“······!”


영주의 얼굴에 아주 잠깐 뜨끔한 표정이 지나갔다.

그러나 금세 태연한 체하며 반박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용병 조합 놈들이 얼마나 까다로운 놈들인데? 검증 없이 의뢰서를 걸어주는 녀석들이 아니라고!”

“그래도 꼼수는 얼마든지 있지요. 겉만 위장한 가품이거나 사용 횟수에 제한이 있다거나.”


초월 등급 아이템이라니.

당연히 뻔한 거짓말이다.

그만한 등급은, 1막 보스를 잡아야 나오는 흑금룡의 심장 정도는 되어야 하니까.


‘하지만.’


크라놀은 가만히 영주를 바라봤다.

비르시는 어지간한 소규모 영지와는 격이 다르다.

초월급 마법 장비까지는 아니어도 뜯어낼 게 충분한 물주 양반.

그랬기에, 크라놀은 입술에 침을 발랐다.


“혹시 교역로 뚫는 게 지금 고민이라면, 저는 좀 다른 해결 방안을 제안 드리겠습니다.”

“오오, 도대체 뭔가!”


영주가 곧장 솔깃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기대를 걸었건만, 막상 나온 얘기는 실망이 컸다.


“소용돌이 토굴? 설마 먼 황야에 있는 던전 말인가?”

“예. 제가 그곳에 다녀오면 부패한 서쪽 영역을 정화할 아이템을 구해 올 수 있습니다.”

비르시의 영주는 어처구니없다는 웃음을 지었다.


“자네가 뭘 모르는가 보군. 그곳은 사시사철 재앙이 휘몰아치는 상급 던전이야. 황야 자체도 험준하고. 이 근처의 모험가들도 잘 가지 않는 곳이라고.”


크라놀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이미 다 알고 있었으니까.

영주가 미심쩍어하며 말을 이었다.


“이건 제아무리 자네가 미친개라도 위험해. 상급 던전은 우리 영지에 있는 의뢰들과는 공략 난이도 자체가 다르니까. 그런데, 그런 재앙이나 다름없는 구역을 자네가 돌파할 수 있다고?”


크라놀은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갈 거다.

누가 말려도 무조건 가야 한다.


‘크라놀 위자르의 히든 특성. 재앙 친화력.’


이제 크라놀에게 재앙은 위협이 되지 못했다.

도리어 반드시 접촉해야 할 미친 이득이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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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20 g8******..
    작성일
    24.09.18 16:46
    No. 1

    에이션트 드래곤은 고룡을 뜻하는걸로 알고있는데 헤츨링인 새끼용한데 자꾸 노인용이라고 하는거 같아서 이상함 아공간을 쓸수있는 드래곤이 치유마법도 못써서 죽어가는것도 이상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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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최하급 악마, 모르곤 +2 24.09.16 641 26 18쪽
12 흑뢰 +2 24.09.15 706 23 12쪽
11 사기적인 혈통 24.09.14 800 23 14쪽
10 두 번째 재앙 +1 24.09.13 836 25 12쪽
9 재앙의 알 +2 24.09.12 834 23 15쪽
8 대형 마수 +1 24.09.11 862 26 13쪽
7 던전 보스 24.09.10 909 22 15쪽
6 마수사냥꾼들 24.09.09 952 24 13쪽
5 소용돌이 토굴 던전 +1 24.09.08 1,077 25 15쪽
4 첫 번째 재앙 24.09.07 1,197 27 11쪽
» 히든 특성 +1 24.09.06 1,287 31 12쪽
2 광증 24.09.05 1,340 32 12쪽
1 A급 의뢰 +3 24.09.04 1,681 3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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