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찾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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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pidsky
작품등록일 :
2024.09.05 11:29
최근연재일 :
2024.09.14 18:00
연재수 :
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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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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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66

작성
24.09.0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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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6쪽

서(序)

DUMMY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노을 아래로 나지막하게 솟아있는 언덕 위.

아름드리 나무가 한 그루 우뚝 서 있고 그 아래 한 청년과 소년이 나란히 앉아있다.

붉다못해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노을을 눈동자에 가득담던 청년이 문득 입을 열었다.


“···가자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응? 형 그게 무슨 말이에요?”


황금빛 머리의 귀여운 소년이 옆에 앉은 은발 청년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자신의 머리칼만큼 아름다운 황금빛으로 물들어가는 노을을 보다말고 왠 엉뚱한 소리인가 하는 표정이다. 아직 덜 빠진 통통한 젖살과 동그란 눈이 깨물어주고 싶을 만큼 귀엽다. 소년은 청록빛 눈동자를 반짝이며 청년의 대답을 재촉했다.


“저 멀리, 동방에 있는 어떤 나라의 시인이 지은 또 다른 고향이란 시야.”


“에··· 또 다른 고향?”


“응. 내가 태어난 곳과는 다른, 마음이 쉴 수 있는 곳을 노래한 시라고 할까?”


“아···! 주를 의미하는구나?”


소년은 대단한 것을 알았다는 듯이 손뼉을 치며 어깨를 활짝 폈다. 은발 청년은 그런 소년을 내려다보며 따스한 미소를 지었다. 청년의 큰 손이 소년의 머리 위로 올라가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소년은 고양이처럼 가르랑거리며 기분 좋은 표정을 지었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구나.”


소년은 그때 보았던 청년의 슬픈 표정의 이유를 전혀 알 수 없었다. 소년의 우상이었던 청년이 어느날 문득 사라질 때까지.



북동에서부터 남서로 길게 뻗은 베리아 반도.

이 반도를 남북으로 길게 가로지르는 거대한 산맥이 있다. 바람도 넘다가 쉬어간다는 전설이 붙은 적룡산맥이다.

이 적룡산맥의 중간 즈음에서 발원하는 비야 강은 급한 경사를 그리며 흘러내리다 적룡산맥 서쪽에 위치한 스칼렛 평원으로 들어설 때 즈음 완만한 곡선을 이룬다.

그렇게 평원으로 흘러든 비야 강은 평원을 촉촉하게 적시며 이름처럼 녹색 빛이 반짝이는 에메랄드해로 내달린다.


이 비야 강으로 흘러드는 지류가 위치한 스칼렛 평원 끄트머리에 자그마한 마을이 하나 자리 잡고 있다.

베리아 반도를 적룡산맥이 가로질러 길을 막고있다 하더라도 적룡 산맥의 양 쪽이 통상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 적룡 산맥을 가로지르는 통로가 수없이 많이 있지만, 이 마을은 불행하게도 그 통상로에서 벗어나있는지 그다지 크지 않은 평범한 농촌이었다.

그래도 따스한 에메랄드해성 기후와 마을 앞을 흐르는 비야 강 덕분에 풍족한 삶을 영위하는 농촌 마을이었다.


그날도 에쉴리는 아침 일찍 일어났다.

강 근처를 흐르는 마을의 아이들은 으레 그렇듯이 그녀는 수영을 좋아했다. 아침에 일어나 수영을 즐기다 강 근처에서 물새의 둥지라도 발견할 때면 그날 저녁은 그녀가 좋아하는 삶은 물새알이 나오곤 했다. 물새알 찾기는 또래 여자애들 중에서 애쉴리가 단연코 최고였다.

크게 기지개를 펴고 마당으로 나서는 애쉴리는 문득 며칠 전 물새 둥지를 찾아서 알을 잔뜩 얻은 여자애들 옆을 남자애들이 지나가며 잘난 척을 하던 기억이 떠올렸다.


"너희는 이런거 못하지?"


물고기가 잔뜩 들어있는 바구니를 내어보이며 괜히 잰체하던 이웃집 토마스의 얼굴이 떠오르자 괜스레 오기가 생겼다.


"나도 잡을거야."


그래서 그날 이후로는, 평소와 달리 다른 남자아이들처럼 통발이나 대접 따위를 이용해서 물고기를 가득 잡으려고 시도해보았다. 대접 위에 구멍이 뚫린 망을 씌우고 그 안에 몇 가지 떡밥을 넣어두면 물고기가 떡밥을 먹기 위해 들어왔다 몸을 돌려 나가지 못해서 잡힌다. 어른들은 물고기는 등뼈가 좌우로만 움직일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좋았다.

에쉴리는 이상하게도 대접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데 서툴렀다. 다른 남자 아이들과 비슷한 위치에 대접을 놓아도 하루해가 저물 즈음에는 다른 아이들이 물고기로 가득 찬 바구니에 환호를 지를 때 에쉴리는 텅 비었거나 한 마리 정도 들어있는 자신의 바구니를 보며 울상을 짓곤 했다. 남자아이들은 물새알이나 계속 찾으라고 놀렸다. 가장 앞서 놀리던 녀석은 역시 이웃집 토마스였다.


에쉴리는 찬장을 열어 대접과 그물망 그리고 떡밥을 챙겼다. 남들보다 훨씬 일찍 시작해서라도 오늘은 기필코 가득 찬 대접으로 환호를 지를 생각이었다. 서둘러 몇 가지 재료를 더 챙긴 에쉴리는 문을 열고 나섰다. 아직은 서늘한 새벽 공기가 에쉴리의 몸을 감고 지나갔다. 서쪽 하늘에 걸린 달 옆에 자그마한 머큐리가 깜박이고 있었다.

보기 힘든 별인데 보다니.

에쉴리는 오늘은 운수가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물고기로 가득 찬 바구니를 상상하며 함박미소를 머금었다.


에쉴리가 비야 강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동쪽에서 그 모습을 완전히 드러낼 즈음이었다. 기온도 그새 많이 올라가 있었다.


이정도면 수영을 해도 무리 없겠어.


에쉴리는 갈대숲에 옷을 벗어두었다. 뒤늦게 강에 도착한 남자애들이 옷을 숨기는 짖궂은 장난을 치지 못하도록 잘 숨긴채였다. 그리고는 걸어오는 동안 떡밥을 넣고 망을 씌운 대접을 들고 물 속으로 뛰어 들었다.

물 속에서 대접을 어디에 숨겨야 가득 찰지 고민을 하는 동안 어디선가 말발굽이 지축을 울리는 소리를 느낀-에쉴리가 자랑스러워하는 언니 로렌은 늘 물 속에서는 소리를 듣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고 그녀에게 가르쳐주었고 애쉴리는 충실한 학생이었다.- 그녀는 물 위로 살그머니 머리를 내밀었다.


멀리, 떠오르는 아침 해를 등지며 서쪽으로 말을 타고 달려가는 기사들이 보였다. 그녀의 마을이 위치한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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