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을 찾는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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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mpidsky
작품등록일 :
2024.09.05 11:29
최근연재일 :
2024.09.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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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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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3

DUMMY

해가 지고 다시 뜨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보던 에쉴리는 마을을 향해 천천히 걸었다.

산에서 밤을 새느라 그녀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낮에 본 참상과 밤새도록 울어대던 늑대, 추위와 배고픔 이 모든 것들이 그녀를 피폐하게 만들었다.

에쉴리는 걸으며 어제의 일이 꿈이었기를 계속 빌고 또 빌었다. 우리를 굽어 살핀다는 주께서 그런 일을 벌였을 리가 없다고 속으로 수없이 되뇌이면서.

머리는 그럴리 없다고 계속 에쉴리를 계속 다그쳤지만, 에쉴리의 마음은 그 소리마저 부정했다.

하지만 마을에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에쉴리의 눈에 선명히 들어오는 그 모습은 어제의 일이 꿈이 아니라는 현실을 일깨워줄 뿐이었다.


에쉴리는 결국 마을의 입구에서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처참한 마을의 모습에 더 이상 추위도, 배고픔도 느껴지지 않았다.

한참을 망연자실해 있는 에쉴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검을 든 사나이.

에쉴리는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질렀다.

채 지르기도 전에 검을 든 사나이의 두꺼운 손이 에쉴리의 입을 막았다.

겁 먹은 눈이 사나이를 향했다.


"입 막아서 죄송해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에 에쉴리의 눈이 사나이를 향했다.

에쉴리를 향해 고개숙여 미안함을 표하는 사나이의 은발이 부드럽게 물결쳤다.


"이 곳에 살던 소녀인가요? 미안해요. 내가 조금 늦었군요."


에쉴리가 진정한 모습을 보이자 사나이는 에쉴리의 입에서 손을 떼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에쉴리도 놀란 마음을 추스르며 일어섰다.


"로렌에게서 편지를 받고 서둘렀는데."


사나이의 입에서 나온 뜻밖의 이름.

언니의 이름에 에쉴리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저희 언니를 아시나요?"


갈라진 목소리.

힘겹게 한 자 한 자 내뱉는 에쉴리의 말에 은발 사나이는 흠칫 놀랐다.


"아."


나지막히 감탄사만 내뱉고는 말을 멈춘 은발 사나이의 모습에 에쉴리는 뭔가 느껴지는 것이 있어 물었다.


"지금 이 일이 언니 때문에 일어난 일인가요?"


"후우... 로렌의 잘못이 아니지만, 아니라고는 하지 못하겠군요."


은발 청년의 눈에 안타까움이 서렸다.

뭐라 말을 더 하려던 에쉴리가 곧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글로리아!"


은발 청년은 누군가를 부르며 서둘러 쓰러지는 에쉴리를 부둥켜 안았다. 글로리아가 뛰어오는 것을 느끼며 에쉴리를 살피던 청년의 얼굴에 절망이 어렸다.



끝없이 지속될 것 같던 에로크 제국의 번영도 에로크 제국이 동서로 나뉘면서 황혼이 내렸다.

처음에는 정치가.

그 다음에는 종교가.

마지막으로 문화가 점차 바뀌어가면서 언제 하나의 나라였냐는 듯 완전히 나뉘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서에로크 황제였던 대제 크리스티나가 즉위하던 해, 대제 크리스티나는 일신교를 공인했다.

일신교의 독실한 신도였던 크리스티나는 나라의 국교를 일신교로 정했고 교황청으로부터 대체의 칭호를 얻었다.

대제의 칭호를 얻은 크리스티나는 나라를 부흥시켰고 쇠퇴해가던 제국을 다시 세웠다.

그리고도 수십년이 흘렀다.


대제 크리스티나는 황권을 강화하기 위해 일신교를 국교로 삼았지만 일신교가 가지는 폐해가 수면 위로 부상하는 데에는 100년도 걸리지 않았다.

교리의 해석을 놓고 아리우스파와 마르틴파 사이에서 생긴 분쟁이 내전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10여년에 걸쳤던 내전의 승리는 ‘알기 위해 믿는다.’를 내세웠던 마르틴파의 승리로 끝났다. 승리한 마르틴파는 아리우스파였던 당시의 황제를 폐위 시키고 마르틴이 스스로 교황의 자리에 올라 신성교국의 창립을 선언한 것이다.


일신교를 공인하면서 크리스티나 대제가 천명한 “황권은 신이 내려주신 신성한 것이다.”라는 명분이 황제를 퇴위시키고 교황이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에 대해 결정적인 명분이 되었다는 것이 역사의 아이러니라면 아이러니일까.


비록 둘로 나뉘어 쇠퇴하기 시작했던 에로크 제국이었다고 하나 서에로크가 멸망한 것은 전 세계에 충격을 가지고 왔다. 비록 이리저리 갈라진 국가들이었지만, 마음의 고향은 에로크 제국이었으니까.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신성교국은 서에로크를 멸망시킨 기세를 몰아 무섭게 그 세력을 확장하기 시작했고 결국 에우로파 대륙의 대부분이 마르틴파의 세력권에 들어갔다. 신성교국의 일신교를 국교로 삼지 않은 나라는 종교의 자유를 내세우던 동에로크를 비롯한 몇 개 국가 뿐이었다.


에우로파 대륙의 대부분을 장악한 일신교측은 이단의 완전한 축출로 눈을 돌렸다. 일신교는 이교에 대한 증오보다 이단에 대한 증오가 더 강한 듯 이교와 싸울 때와는 차원이 다른 피바람이 몰아쳤다.

이단 심문관들이 에우로파 전역에 출현하여 활동하기 시작했다. 신성교국과 다른 교리를 믿는 사람들은 마녀로 몰려 화형장의 불꽃으로 스러져갔다.


이러한 비극을 참지 못한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들불처럼 들고 일어나 이단 심문관들을 막아서기 시작했다.

칼과 지식으로.

이단 심문관들의 칼에는 칼로 막아서고

이단 심문관들에게 휘둘리던 사람들의 무지는 지식으로 깨우쳤다.

이들의 바탕에는 지하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던 아리우스파가 있었고, 그 뒤에는 일신교를 막아서던 여러 나라들이 있었다.


이렇게 긴장이 고조되자 이단심문관들을 막아설만한 무력을 가지고 있는 아리우스파를 잠재우기 위해 신성교국은 각 나라에서 뛰어난 기사들을 차출해 기사단을 창설했고, 지식으로 사람들을 깨우치던 사람들을 마녀라 부르며 즉결처형을 하기 시작했다.

이리하여 출범한 이단 심문관들과 ‘교황의 검’이라 불린 팰러딘은 ‘마녀사냥’을 통해 에우로파 대륙에 피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비야강을 끼고 평화로이 살아가던 한 작은 마을에 들이닥친 참상도 이러한 비극의 한 부분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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