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소용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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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리1
그림/삽화
우수리1
작품등록일 :
2024.09.05 12:29
최근연재일 :
2024.09.05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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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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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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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젊음의 소용돌이 1편

DUMMY

*

허름하고 작은 고만고만한 집들이 따닥따닥 붙어있는 골목 안에 두부 장사의 요란한 종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른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 아침밥을 짓고 있던 서경이 그릇을 들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 문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며 할머니가 얼굴을 내밀었다.


“두부 사려고?”

“네! 할머니. 아침에 얼큰한 두부찌개를 하려고요?”

“관둬라! 너도 오늘은 바쁘지 않니? 그냥 있는 반찬으로 간단하게 먹자.”

“아니에요! 찌개 꿇리는 데 힘 들것 없어요? 속히 다녀올게요.”


서경은 할머니 말을 뒷전으로 밖으로 나갔다. 할머니가 그녀를 향해 혀를 찼다.


“쯧쯧! 저러다 언제 안동까지 가려고?”


할머니가 다리가 불편한지 얼굴을 찌푸리며 서경의 방으로 들어갔다.


“어유! 내 강아지! 아직 자는 거야? 어서 일어나서 엄마랑 친 할아버지 할머니 보러 가야지? 어서 일어나. 어서!”


할머니는 자는 이제 갓 6살이 된 현주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현주가 부스스 눈을 떴다. 그리고 아직 잠이 덜 깬 음성으로 응석 부리며 말했다.


“싫어! 나 시골에 가지 않을 거야. 수염 난 할아버지는 무섭단 말이야. 안 가!”


현주가 할머니 품 안에서 투정을 부렸다.


“후후! 오늘은 가서 할아버지에게 수염을 깨끗이 깎으시라고 해라? 그러면 따갑지 않을 거야. 어유! 이쁜 내 강아지!”


할머니가 아직 잠에서 덜 깬 현주의 얼굴을 비비며 웃었다.


“어서 일어나! 좀 있으면 우리 현주 좋아하는 삼촌이 오실 거야. 그러니까 빨리 밥 먹고 예쁜 옷 입고 기다려야지? 그치?”

“삼촌이 와? 정말?”

“그럼! 삼촌이 차로 우리 강아지를 태우고 시골에 갈 텐데?”

“와! 그럼 빨리 밥 먹자. 할머니!”


현주가 환하게 웃으며 할머니를 재촉했다. 서경이 두부 사서 들고 오다 방안 광경을 보고 빙그레 웃었다.

그때 대문이 열리며 이웃에 사는 서경 고모인 도희가 얼굴을 내밀었다. 가까운 곳에서 세탁소를 하는 도희였다. 서경 아빠가 일찍 돌아가시자 고모인 도희가 친정엄마인 할머니가 걱정되어 멀리 이사 가지도 못하고 가까운 이웃에서 세탁소 하며 뻔질나게 들러 보곤 했다

.

“고모! 이른 시간부터 웬일이세요?”

“응, 너 오늘 시아버지 환갑으로 시집에 간다며? 그래서 이걸 같다 드리라고 가지고 왔다.”


그러면서 도희가 보자기에 싼 바구니를 내밀었다.


“아니에요! 고모. 이렇지 않아도 돼요? 제가 이미 모두 준비 했어요.”

“잔말 말고 가지고 가! 내가 그 변덕쟁이 영감이 좋아서 주는 줄 알아? 우리 현주 때문에 억지로 주는 거지.”


도희가 할머니 품에 안겨 졸고 있는 현주를 다독였다.


“고모! 현주 듣겠어요. 또 지난번처럼 곧이곧대로 시집에 가서 말한단 말이에요.”

“호호호! 말하라지? 내가 없는 말 했니? 아유! 우리 아기 깼어?”


고모는 입을 삐죽이고는 그리고 현주를 껴안았다.


“그거 한우다! 내가 정육점 김 씨에게 특별히 부탁해서 가져온 것이니까 잘 드시라고 해라?”

“고마워요. 고모!”


서경이 고개를 숙였다.


“그나저나 현주 아비는 언제나 온다니? 제 아버지 환갑에도 나오지 못할 정도로 바쁘다니?”

“네! 학위논문이 막바지래요. 논문 때문에 정신이 없는 모양이에요.”

“쯧쯧! 전화는 자주 오는 거니? 차가운 성격 때문에 전화도 잘 하지 않지?”


도희가 입을 삐죽이며 물었다.


“아, 아니에요! 자, 자주 해요!”

“자주 하긴 뭘 자주 해? 안 봐도 비디오다!”


그러자 할머니가 도희 입을 손으로 막았다.


“그만 해! 왜 아침부터 웬 수다야? 좋은 일에 가는 애를 앞에 두고선?”


할머니 말에 도희가 입을 쑥 내밀곤 아무 말하지 않았다. 내일이 바로 현주 친 할아버지 환갑이었다. 삼 일간 연휴를 맞아 철호 바로 아래 남동생인 영수와 시댁이 있는 안동으로 내려가기로 한 것이다. 그러고 보니 철호가 미국으로 유학 간지가 벌써 오 년이 넘고 있었다.


“아유! 우리 예쁜 공주! 오늘 내일은 못 보겠네? 고모할머니가 보고 싶어서 어떻게 해?”


그리고 도희가 현주를 냉큼 안고 입을 맞추었다. 그러자 현주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말했다.


“하지 마! 난 뚱순이 할머니 입맞추어서 제일 싫어!”


도희가 놀란 얼굴을 하며 현주에게 말했다.


“뭐야? 뚱순이라고? 누가 그러든? 고모할머니가 뚱순이라고?”

“과일가게 아줌마가 그랬단 말이야. 정말이야?”

“뭐야? 이놈에 여편네! 나보다 10kg는 더 나가는 여편네가 누구더러 뚱순이래?”


도희가 언성을 높이며 투덜거렸다. 서경이 입을 가리고 웃었다.

아침 먹고 현주 옷을 입히고 있을 때였다. 대문이 열리며 영수가 환히 웃으며 들어왔다.


“형수님! 저 왔습니다.”


까만 양복에 시원한 남색 셔츠를 입은 영수가 들어와 먼저 할머니께 꾸벅 인사를 했다.


“안녕하셨어요? 할머니!”


그러자 할머니가 얼굴 가득히 웃음을 담고 반겼다.


“아유! 우리 사돈총각은 언제 봐도 시원시원해. 잘 지내셨어?”

“네! 할머니. 전 잘 지냈습니다. 그리고 이건 할머니 좋아하시는 양갱입니다. 제가 제과점에서 직접 골라서 샀습니다.”

“뭘 이런 것을 사서 와? 그냥 내 집처럼 부담 없이 와도 돼요.”


영수가 예쁘게 포장된 양갱을 내밀자, 할머니가 웃으며 양갱을 받으며 말했다.


“매번 고마워요? 그래도 사돈총각이 있으니까 우리는 한결 마음이 놓여요.”


할머니가 영수의 손을 잡았다.


“삼촌!”


방문이 열리며 현주가 두 팔을 벌리고 영수에게 달려왔다.


“하하하! 어이구! 이게 누구야! 우리 현주 못 본 새에 더 예뻐졌네?”


영수는 현주를 냉큼 안고 허공에 번쩍 들어 올렸다. 현주가 깔깔대며 영수에게 매달렸다. 서경은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

영수는 신문사 사회부 기자였다. 아직 햇병아리 티를 벗지 못한 기자였지만 장래가 유망하다는 평을 받는 나름대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기자이기도 했다. 급히 영수의 차에 준비한 것을 싫고 서경이 할머니에게 인사했다.


“다녀올게요? 할머니.”

“그래! 조심하고 잘 다녀오너라. 사돈에게 안부 전하고?”

“네! 할머니.”


할머니가 못 미더워 영수의 차에 오르는 서경에게 당부했다.


“걱정 마세요? 걱정 하시지 않게 잘하고 오겠어요!”

“그래! 할미는 널 믿는다. 시댁에 안부 전해라. 시간 나시면 서울로 다녀가시라고 하고 말이야?”

“알았어요! 꼭 전해 드릴 게요?”



할머니는 그래도 사뭇 안심되지 않는지 서경 손을 잡고 당부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차가 멀어져 보이지 않을 때까지 할머니는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영수는 연신 재잘대는 현주에게서 눈길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


“하하하! 현주는 할아버지 집에 가는 것이 그렇게 좋아?”

“아니! 나 시골 할아버지 싫어! 수염이 너무 아파!”

“하하하! 저런! 그래서 할아버지가 오늘은 꼭 수염 깎겠다고 하셨어? 이제는 우리 현주에게 할아버지가 절대로 아프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하셨어? 하하하!”


영수가 환하게 웃었다. 차는 경부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재잘 대던 현주는 일찍 일어나서인지 어느새 곤하게 잠에 빠져 있었다.


“형에게 자주 전화 와요?”


영수가 차창을 보고 있는 서경에게 물었다.


“가끔요! 워낙 무던한 성격이잖아요?”

“그래도 그렇지 현주가 보고 싶지도 않데요?”

“호호! 형님은 삼촌하고 달라요? 자기 공부에 빠지면 주변에 불이 나도 모르는 사람이잖아요?”


영수가 한숨을 쉬었다. 영수가 군에서 제대 후 복학하고 졸업할 동안 형 철호의 얼굴을 지금까지 아직 단 한 번도 보질 못했다. 신문사에 입사한 지도 삼 년이 되어 가는데 형은 그 흔한 전화 한 통도 여태껏 한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내 형이지만 정말 너무 무심한 사람이에요? 내게도 여태 전화 한 통도 없어요. 시골 부모님에게도 마찬가지고요?”


영수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말하고는 서경 눈치를 살폈다. 형과 달리 영수는 서글서글한 성격으로 항상 웃음을 잃지 않는 사람이었다. 서경에게 영수는 항상 큰 힘이 되어 주는 그녀의 든든한 후견인이기도 했다.


“그래요! 형은 원래 그런 사람이잖아요? 너무 무뚝뚝해서 할머니 말로는 장독대에 간장독 같다고 하셨어요. 호호!”


서경이 입을 가리고 크게 웃었다. 그러나 웃음 속에는 진한 외로움이 깔려 있음을 영수는 놓치지 않았다.


“그나저나 형은 언제나 돌아온답니까? 현주도 이제 아빠 얼굴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습니까?”

“그러게요! 그래서 가끔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보내요? 형도 현주가 크는 것을 봐야 하잖아요!”


서경 말에 영수는 차의 엑셀에 힘을 주며 투덜댔다.


“어지간히 했으면 이제 그만 들어오지? 형수님 고생도 말이 아닌데······.”

“전 괜찮아요! 고생이야 타국에 나가 있는 형님이 더 고생이지요?”


서경의 대답에 영수는 아무런 말 하지 못했다. 그는 그저 앞만 바라보고 달렸다. 언제나 희생만 하는 서경이기에 더는 염치가 없어 바로 보지 못했다. 어느새 현주는 시트로 눕혀져 편히 잠자고 있었다.


“형수님에겐 정말 미안합니다! 우리를 위해서 지금까지도 고생만 하고 계시니 말입니다!”


영수가 편치 않은 얼굴로 말하고는 그만 굳게 입을 다물고 말았다.


“말만 들어도 눈물 나려고 하네요? 형님이 삼촌만큼 표현이 많았으면 좋으련만 아시다시피 그 사람은 재미라고는 도통 없는 사람이잖아요?”


서경은 어색한 공기를 바꾸려 애써 웃음을 지었다. 사실 서경은 대학 졸업과 동시에 직장 생활하며 받은 월급은 고스란히 시집을 위해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도 매달 시집에 꼬박꼬박 생활비를 보냈고 미국 철호에게도 매달 학비와 생활비를 보내고 있었다. 미국 유학에도 학자금으로 한 번씩 크게 목돈이 들어가 그녀는 오천만 원에 가까운 은행 빚까지 지고 있었다.

돌이켜 보면 어렵고 힘든 일이었으나 그녀에겐 조금도 후회되지 않았다. 그녀 희생으로 인해 철호가 무사히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다면 그것으로 모든 것 보상이 되기 때문이었다.

설사 여건이 여의치가 않아서 뚜렷한 진전이 없다고 해도 그녀는 조금도 철호를 원망 하지 않을 작정이었다. 최선을 다했다면 그것으로 됐다고 생각했다.

돌이켜 보면 그들이 만난 것은 대학 삼학 년 때였다. 복학해 아직 학교에 적응하지 못했던 철호는 같은 삼 학년이라도 그녀와는 세 살 나이 차이가 있는 항상 꼬질꼬질한 차림으로 텁수룩한 수염을 기르고 다녔던 철호였다.

복학생이라는 명칭이 붙어서인지 물과 기름처럼 재학생들과 어울리지 못했고 더구나 물리학을 전공한 탓에 항상 책 속에 파묻혀 살아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학생들과는 확연히 다른 사람이었다.

그들의 만남은 철호를 측은하게 생각한 서경에 의해 이뤄졌다. 서경은 항상 우수에 젖어 있는 그가 좋았고 항상 우울해 있던 철호에게 서경의 존재는 갈증을 해소하는 단비와도 같은 존재였다. 철호에게 모성애를 유발할 정도로 서경은 남다른 데가 있었다.

무엇이었을까? 서경은 그에게 흠뻑 빠진 자신을 돌이켜 보면 아마도 외로움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녀가 중학교 삼 학년 때 할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돌아오던 빗길에서 아빠와 엄마는 한날한시에 교통사고로 잃었다.

그날 이후 그녀는 늘 외로움에 떨었다. 할머니의 각별한 보살핌이 있었어도 가족이라는 큰 울타리를 잃고 난 후 외로움은 그녀를 더욱 음지로 몰아넣었고 철호를 만나자 늘 가지고 있던 외로움에 대한 보상이 바로 철호라는 생각을 지우지 못했다.

정말 그녀는 철호를 목숨보다 더 사랑했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생겼다. 임신 사실을 안 것은 대학 졸업을 앞둔 어느 날이었다. 조심스럽게 말 꺼난 서경에게 철호가 침통한 얼굴로 한 말은 기다리자는 것이었다.

유학을 준비하고 있던 그는 공부를 마치고 정식으로 결혼할 때까지 기다리자는 것이 이유였다. 말은 하지 않았어도 아이를 지우라는 음연 중의 암시가 들어 있었다.

그러나 아이만은 절대로 지울 수가 없다는 그녀의 말에 그는 망설였어도 곧 순순히 동조했다. 그러나 아이를 낳아도 결혼은 유학 후로 하자는 것이 그의 의견이었다.

양가 집안의 합의로 동거 아닌 동거가 이뤄졌다. 할머니가 눈물로 결혼부터를 강조했어도 서경은 힘들게 할머니를 설득했다. 그리고 현주가 태어났고 철수는 미국 유학의 길로 들어섰다. 그리고 얼마 후 서경은 할머니와 고모에게 현주를 맡기고 취직했다. 그것이 지금의 직장인 영안 그룹이었다.


“형수님! 이제 매달 집으로 보내 주시던 생활비는 그만 보내세요! 부모님 생활비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영수가 운전하며 서경에게 말했다. 서경이 놀란 눈으로 영수를 봤다.


“괜찮아요! 삼촌. 아직 조금은 여유가 있어요?”

“아닙니다! 이제 현주가 크면 점차 교육비도 만만찮게 들 겁니다. 물론 형이 귀국하면 생활이 나아지겠지만 그때까지 만이라도 이젠 제가 책임을 지고 싶습니다!”


서경은 영수를 봤다. 너무도 듬직했다. 영수는 철호와는 달리 항상 서경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었다. 사실 철호 부모는 도가 지나칠 정도로 자식 편애가 심했다.

그들의 눈에는 서경이 한마디로 눈에 차지 않는 며느리였다. 그만큼 철호에 대한 기대가 너무도 컸다. 눈에 띄게 구박하는 시부모를 앞 막고 뒤 막아 준 것이 영수였다.

서경에 대한 험담이나 불만은 그에게는 절대로 용납되지 않았다. 형을 그토록 헌신적으로 뒷바라지하고 있고 형의 유학은 형수로 인해 가능한 것이라며 형수에게 너무 하지 않느냐는 말은 그의 빠지지 않는 전매특허였다.


“정말 삼촌이 있어서 너무 든든해요? 이제 형이 귀국하게 되면 삼촌 부담이 훨씬 줄 거예요? 고마워요!”

“무슨 말씀을요? 오히려 제가 고맙지요! 형수님이 우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헌신을 하셨는데요? 그나저나 형은 결정된 것이 변함이 없답니까?”

“네! 학위만 취득하면 바로 교수직은 보장이 되나 봐요. 이제야 고생이 끝난 것 같아 저도 너무 기뻐요.”


서경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요? 하하하! 축하합니다! 이건 완전히 형수님 덕입니다. 하하하!”


영수가 구김 없이 밝게 웃었다. 그의 웃음에 서경 역시 가슴이 따뜻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느낄 수가 있었다. 이제야 자신 자리를 찾을 수가 있겠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실 시집에서는 명색이 며느리라고 하지만 아직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고 호적도 정리가 되지 않아 항상 물과 기름같이 겉돌고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지 않아도 현주를 유치원에 보낼 때 한바탕 곤욕을 치렀고 곧 학교에 입학하게 되면 어찌 됐든 호적은 정리해야 할 일이었다.


“형이 귀국하면 먼저 결혼식부터 하자고 조르세요? 현주를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영수가 조용히 서경에게 말했다. 서경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리야 없겠지만 만약 형이 다른 말을 하면 내가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형수와 현주를 위해서라도 절대로 그냥 두지 않겠어요!”


영수가 눈에 불을 켜며 말했다. 서경은 문득 영수의 말에 불안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도련님! 왜 그러세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서경은 영수를 보며 애써 불안감을 감추고 물었다. 그러자 영수의 얼굴에 당혹감이 스쳤다.


“아, 아닙니다. 아무 일도 없습니다! 난 다만 요즘 형 귀국이 가까우니까 사정 모르는 사람들이 자꾸 형을 중신 선다며 집으로 찾아온다고 하기에······.”


영수는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호호호! 난 또! 그야 사정 모르는 사람들은 그럴 수도 있지요? 괜히 가슴이 철렁했네!”


서경은 영수를 보며 안도의 웃음을 터트렸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들어 어쩐 일인지 이유 없이 불안하고 초조했던 그녀였다. 멀리 휴게소가 보였다. 영수가 차를 휴게소로 향하며 말했다.


“화장실에 들렀다가 가지요? 제가 시원한 음료수 사서 오겠습니다.”


영수는 서경 의사를 묻지도 않고 차 방향을 틀었다. 사실 영수는 이번 귀향에 크게 벼르고 있는 것이 있었다. 어머니가 요즘 들어 자꾸 이상한 말을 하곤 해서 그의 속을 뒤집어 놓고 있었다.

중신이 들어온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어머니 말로는 국회의원의 딸이 자꾸 철호에게 추파를 던진다는 말이었다.


“사실 자리는 엄청나게 탐나는 자리다? 돈 있지 인물 예쁘지! 더구나 아버지가 현재 국회의원이잖니? 어디 그런 자리가 흔한 자리니?”


어머니는 전화로 묻지도 않은 말을 하여 영수의 속을 뒤집어 놓기가 일쑤였다. 말도 되지 않는다며 소리를 질렀어도 영 개운치가 않았다.

누구보다 그는 자기 부모를 잘 알고 있었다. 형인 철호가 돈이 없어 유학을 포기하려 할 때에는 형수 도움에 반색했던 분들이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어느새 형수 공은 뒷전이 되어 있었고 형은 당연히 자신이 똑똑해 공부를 마친 것으로 착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진담 반 농담 반으로 형과 같은 위치에 있으면 떵떵거리는 집안과 사돈이 될 수가 있다며 군침을 흘리기까지 했었다.

영수는 차를 주차장에 세우고 화장실로 향했다. 사실 화장실은 핑계였고 답답해진 가슴을 풀어내기 위해 차에서 내린 것이다. 서경 앞에서는 차마 내색을 하지 못했어도 그는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부모에게 못을 박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영수는 핸드폰을 꺼내 번호를 눌렀다. 잠시 후 어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전데요. 지금 형수하고 현주 태우고 내려가는 중입니다. 두 시간이면 도착 하니까 그렇게 아세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형수 앞에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세요! 아셨지요?”


영수는 어머니에게 다그치고 있었다.


“알았다. 이놈아! 현주 어미에게 신경 쓰는 것만큼 어미에게도 신경 좀 써라? 망할 놈!”


어머니가 된 소리를 하며 전화를 끊었다. 그제야 영수는 불안했던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리고 재빨리 휴게소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음료수를 사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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