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음의 소용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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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리1
그림/삽화
우수리1
작품등록일 :
2024.09.05 12:29
최근연재일 :
2024.09.05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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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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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의 소용돌이 2편

DUMMY

*

뉴욕의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공항 게이트는 온통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갑자기 쏟아진 폭설로 인해 공항 전체가 벌써 8시간째 마비가 되고 있었다.

대한항공 뉴욕발 서울 도착 비행기 역시 발이 묶여 있었고 7번 게이트 앞에는 출발을 기다리는 승객들로 가득 차 있었다. 활주로가 열리기를 초조히 기다리는 승객들 속에 철호가 깎지 않은 덥수룩한 수염을 한 채로 대기 하고 있었다.

그는 연신 시계를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젠장! 다 틀렸군!”


철호는 들고 있는 신문을 팽개치며 말했다. 아버지의 환갑에 맞추어 깜짝 귀국하려던 그의 계획이 완전히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아직 밖에는 거짓말 보태지 않고 주먹만 한 크기의 눈송이가 쉬지 않고 내리고 있었다. 공항 관계자의 말로는 이른 시간 안에 출발 가능성은 없다고 했으니까 자칫 호텔로 돌아가야 할 지경이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은 무릎 높이만큼 쌓이고 있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그에게 말을 걸어왔다.


“실례합니다! 혹시 한국분인가요?”


밝고 쾌활한 여자의 목소리에 철호는 뒤돌아봤다. 뒤에는 이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화사한 차림의 동양 여인이 그를 보며 웃고 있었다.


“네! 그렇습니다. 한국 사람입니다만······.”

“그래요? 조금 전 말씀 하시는 것을 듣고 알았어요.”


그녀는 입을 가리며 유쾌하게 웃었다.


“네? 무슨 말씀이신지?”

“호호호! 조금 전에 그러셨잖아요. 젠장! 틀렸군. 이라고요?”


그제야 철호는 그녀의 말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여인은 벌떡 일어나 그의 옆으로 다가와 옆자리에 앉았다.


“반가워요! 무료했던 참인데 말동무가 생겼네요? 호호호!”


그녀가 그에게 불쑥 손을 내밀었다.


“나 채희언이라고 해요?”


철호는 엉겁결에 그녀의 손을 잡았다.


“박철홉니다.”

“철호 씨? 참 흔한 이름이네요. 혹시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이름이 본안 아름을 딴 것이 아닌가요? 까르륵!”


희언은 눈물이 나오게 웃었다. 텁수룩한 머리와 수염이 이름과 너무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철호라는 이름에는 왠지 모범 학생 같은 차림이 어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미국에는 무슨 일로 오셨어요?”


희언이 초면이지만 조금도 부끄러움이 없이 그에게 물어왔다. 너무도 밝은 성격의 여자였다. 철호는 그렇지 않아도 무료했던 참에 쾌활한 그녀의 등장이 그리 싫지만은 않았다.


“유학 왔었습니다! 오 년 만에 귀국 하는 것이고요?”


철호가 남 얘기하듯이 말하였다.


“어머! 그래요? 그러면 오 년 만에 귀국 하시는 거예요? 그동안 한 번도 한국에 가시지 않았다는 거예요?”


희언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네! 비행깃값을 낭비할 만큼 여유롭지가 못하거든요? 간신히 유학을 마쳤습니다!”


철호가 말하고는 빙긋 웃었다. 희언이 새삼스럽게 철호를 봤다. 숨김없이 웃는 남자 표정이 너무도 깨끗했다. 비록 수염과 머리는 히피족처럼 보였어도 그의 얼굴에서 나타나는 이미지는 깨끗한 소년을 연상케 했다.


“아직 비행기 뜨려면 한참이 걸릴 거예요? 우리 어디 가서 식사 하지요? 어때요?”


희언이 철호에게 말하며 벌떡 일어섰다. 상대방 동의도 구하지 않고서였다. 철호는 빙긋 웃으며 같이 일어섰다.


“그럽시다! 적지 않는 시간이 흘러야 할 것 같으니까요?”

두 사람은 가까운 스낵바로 들어갔다. 스낵바에는 동양인들을 위한 메뉴도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가락국수가 있었다. 철호는 두말하지 않고 가락국수를 시켰다.


“햄버거와 토스트는 질리도록 먹었거든요? 이젠 보는 것만으로도 지겹습니다. 하하하!”


철호는 평소의 그답지 않게 농담했다. 아마도 지겨운 기다림에 지친 탓이라 생각했다.


“좋아요! 나도 그것으로 할께요?”


그리고 그녀는 유창한 영어로 주문했다. 본토 발음 그대로의 완벽한 영어였다.


“교포세요?”


철호가 그녀의 환한 얼굴을 보며 물었다.


“아니에요! 조기 교육은 받았어도 교포는 아니에요?”


희언이 숨기지 않고 말하고 들고 있던 콜라를 마셨다.


“사실은 두 달째 미국 여행 중이었어요? 그런데 아빠가 빨리 돌아오라고 워낙 성화가 심해서 어쩔 수 없이 귀국 하는 거예요!”

“그래요? 그ㄹ허면 아버지 말씀이 없었다면 아직 돌아갈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네요?”“맞아요! 결혼할 상대자가 있다면서 빨리 들어오라고 얼마나 성화 신지 견딜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이참에 돌아가 독신주의자임을 선포하려고 해요? 호호호!”


희언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깔깔댔다. 자신 얘기가 아니라 마치 남의 말을 하는 것 같았다.


“그래요? 독신주의자세요? 전혀 아닌 것처럼 보이는데······.”


철호의 말에 희언이 허리를 잡고 웃었다.


“호호호! 정말 속으셨네? 잘만 하면 우리 아빠도 깜빡 속일 수 있겠는데요?”


그녀는 재미있어 죽겠다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그녀가 얼굴색을 바꾸며 정색하고 물었다.


“그쪽은 결혼했어요? 관상 보아하니 구질구질한 것이 아직 총각 냄새가 나는데?”


철호가 빙긋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결혼 하시지 않으셨구나? 왜요? 왜 아직 결혼하시지 않으셨어요?”

“글쎄요! 흔한 말로 공부하느라 연애할 시간이 없었다고 하면 너무 신파적일까요? 하지만 저에겐 그 말이 꼭 맞는 말입니다. 하하하!”


철호는 자신도 모르게 거짓말을 했다.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 자신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그 순간의 분위기는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결혼을 하기 싫어 독신주의를 부르짖는 여자 앞에 자신 역시 독신이라고 말하는 것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에서였다.


“호호호! 그래서 얻은 것이 뭐예요? 독신으로 살면서 공부한 결과가 뭐에요?”


희언이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결과요? 초라하게도 대학의 교수 자립니다. 한국대학 교수직을 제안받았거든요? 하하하!”

“네? 한국대학을요? 어쩜!”


희언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제가 한국대학 출신이에요! 어쩜!”


희언이 놀란 얼굴로 소리쳤다. 철호 역시 환하게 웃었다.


“그래요? 와! 이거 대단한 인연인데요? 저 역시 한국대학 졸업하고 유학했거든요? 우리 동문인데요? 하하하!”


철호가 웃자 그때였다. 갑자기 희언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리고 철호에게 바싹 다가와 앉았다.


“저기요! 부탁이 있는데 들어 주실래요?”

“부탁이라니요? 뭘?”


철호는 호기심이 가득한 얼굴로 물었다.


“저기 다름이 아니고 제 가짜 남자 친구가 돼주면 안 될까요? 실은 조금 전에도 말한 것처럼 우리 아빠는 지금 날 어떤 놈에게 시집보내려고 혈안이 되어 계세요! 그런데 난 정말 그 남자가 싫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내가 아빠에게 실은 좋아하는 남자가 있었다고 할 테니까 이참에 아빠에게 인사시키려고 같이 귀국했다고 그러니까 제말은 그 남자에게 시집보내려는 계획은 그만 접어주십사! 뭐 이런 거예요? 어때요?”


철호는 어이가 없어 희언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희언이 계면쩍게 웃으며 말했다.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것 잘 알아요? 초면에 이런 부탁을 하는 것도 우습고요! 하지만 난 솔직히 지금 너무 절실해요! 오죽했으면 독신 선언까지 생각했겠어요?”

희언이 철호의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심각했어도 장난기 있지는 않아 보였다.


“생각보다 중증이군요? 그렇게 결혼이 싫으면 차라리 어디 숨어 버리지요? 이런 부탁을 하면서까지 부모님을 속여야겠어요?”

“내 말이 그거예요? 그런데 정말 싫은 것은 어쩔 수 없잖아요? 안 그래요?”

희언이 입을 삐죽이며 대답했다. 철호는 그만 웃음이 터져 나오고 말았다. 볼수록 귀여운 여인이었다.


“좋아요! 들어 주지요. 단 나도 부탁이 있습니다. 어때요?”


철호가 망설이지 않고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자 희언의 얼굴이 금방 환하게 밝아졌다.


“좋아요! 당장 급한 불을 껐는데 무엇이든 들어주지 못하겠어요? 부탁이 뭐예요?”


희언이 희색이 만연하여 물었다. 그러자 철호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와 그녀의 귀에 속삭이듯이 말했다.


“연극이 끝나고 나면 우리 진짜 데이트 합시다? 그게 내 부탁입니다!”


희언의 눈이 커다랗게 떠졌다. 그리고 철호 얼굴을 쳐다봤다. 철호가 진지한 눈으로 그녀를 보고 있었다. 첫 만남에 그것도 이상한 인연으로 맺은 약속이 다시 이상한 모양새로 변하고 있었다.

그러나 희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극 양극 자석이 서로 끌린 모양으로 그녀는 주저 없이 승낙하고 말았다.

희언이 가차 없이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번호를 눌렀다.


“아빠! 이제 곧 공항이 풀릴 거야. 그리고 사실 이번에 내 남자 친구하고 같이 귀국해! 아니 남자 친구라니까? 못 믿겠으면 도착 시간에 맞춰서 공항에 나와 봐. 내가 거짓말하는지 보면 알 것 아니야?”


희언은 고함을 지르며 전화를 끊었다. 철호는 그만 입을 벌어지고 말았다. 그녀는 삽시간에 그를 자신 남자로 완벽하게 변신을 시켜 버렸다. 아마도 인천 공항에서는 팔짱을 끼고 나가야 할 판이었다.


“이왕이면 완벽해야지! 안 그래요?”


희언이 쌩끗 웃으며 철호의 팔짱을 꼈다. 팔짱은 인천이 아니라 뉴욕에서부터 벌써 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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