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덕분에 힘법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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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숙성
작품등록일 :
2024.09.07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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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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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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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노는 게 제일 좋아

DUMMY

003 노는 게 제일 좋아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언제나! 즐거워! 개구쟁이 친구들


던전에 들어가자마자 들린 노랫소리에 화들짝 놀라 황급히 주위를 살폈다.


“어이, 강태석이! 왜 그래? 어디 컨디션이 안 좋아?”


일행 맨 앞에 있던 내가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바삐 움직이니, 이동헌 팀장이 바로 반응을 보였다.


“아니, 그게 아니라······.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요.”


“뭐? 이상한 소리? 그건 또 뭔 소리야?”


“노랫소리 같았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는 말에 화들짝 놀란 쿼카 같은 표정을 짓던 팀장이 바로 긴장을 풀어버렸다.


“허허허. 한별이 아버지요. 어제 잠을 못 잤어? 왜 갑자기 생뚱맞은 소리를 하는 거야? 오늘 할 게 많다니까. 얼른 정신 차리고 일에 집중하자고.”


팀장의 반응이 십분 이해되면서도 질타를 한 귀로 흘려야했다. 이 와중에도 노랫소리가 계속 들렸기 때문이다.


귀에 익다 못해 가끔씩 나도 모르게 주절거릴 정도로 인이 박힌 노래다. 한별이가 꼬꼬마일 때 즐겨봤던 애니의 주제곡으로, 울던 아이도 뚝 그치게 만드는 마성의 노래를 모를 수 없다.


문제는 그 노래가 왜 자꾸 들리느냐다.


“형님, 왜 그러십니까?”


종협이가 걱정 어린 표정으로 내 안위를 물어왔다. 눈빛에 나를 미친놈 취급하려는 기운이 살짝 담겨 있는 듯하다.


“아니······. 아니다. 밝은 데 있다가 어두운 곳으로 들어와서 좀 맹했나 봐.”


“아휴, 베테랑께서 왜 그러십니까? 하핫. 어? 아! 형님, 혹시······.”


“혹시 뭐?”


“한별이가 준 조개목걸이에서 신비한 힘이 솟아난 것 아닙니까? 하하하.”


종협이의 시답잖은 농담이 귀에 강렬하게 꽂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이상해진 게 아니다. 분명히 노랫소리를 들었고, 어젠 아주 푹 잤다. 난 지극히 정상인 것이다.


그렇다면 이 노랫소리는 뭔가?


달라진 건 한별이가 준 조개목걸이를 차고 왔다는 것인데······. 종협이 말처럼 조개목걸이에서?


당연히 그럴 리 없다.


괜히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흔들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자며 의지를 다지는데······.


하아. 거 참.


이젠 헛것이 보인다.


[노는 게 제일 좋아]

- 몬스터 100마리를 잡아 ‘노는 게 제일 좋아’ 스킬을 얻으세요.

- 0/100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려다 화들짝 놀라 황급히 손으로 입을 막았다.


“형님, 왜 그러십니까? 속이 안 좋으세요? 진짜 어디 아프신 거 아닙니까?”


종협이의 걱정 가득한 물음에 최대한 평온한 표정을 지으며 신체건강함을 알렸다. 그리고 그 표정을 유지한 채로 이게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기 시작했다.


노랫소리가 들리고 나서 헛것이 보였다. 아니, 헛것이라고 치부하기엔 글자가 너무 선명하다.


스킬을 얻으라고? 상태창 같은 건가?


눈을 여러 번 깜빡이고, 고개를 마구 흔들어도 그대로다.


미치겠네. 아니, 난 안 미쳤다고.


여러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고, 짧지만 깊은 고민 끝에 나온 답은······.


“자자! 늘 강조하지만, 아차하는 순간에 납골당 들어가는 거야. 외눈박이라고 방심하지 말고, 정신들 차리자고!”


팀장의 외침에 맞춰 열심히 일하기로 다짐했다.


마석 200개 캐오라는 임무를 빨리 끝내고 집에 가는 것. 그게 내가 내린 답이다.


육체가 마석에 반응한 덕에 타격대원으로 선발됐고, 신체적 반응은 마석 기운이 가득한 던전에서 더 활발할 수밖에 없다. 지금 컨디션이 좋긴 하나, 나도 모를 육체의 미묘한 반응 때문에 잠시 정신착란에 빠진 것이 아닐까?


합리적인 추론 끝에 얼른 정신 차리고 일이나 하자는 결론에 다다랐다.


노래 좀 들릴 수 있지. 이명은 치료가 가능한 질병이다.


그리고 글자 좀 보일 수 있지. 요즘은 40대도 백내장 걸린다더라.


실비보험 있으니 맘 편히 먹고 일에 집중하자고 다짐하니, 때맞춰 종협이가 화제를 전환하고 나섰다. 아직 2년차 신참이라 궁금한 게 많은 녀석이다.


“근데요, 팀장님.”


“왜? 짐이 무거워?”


“아니, 궁금한 게 있어서요. 외눈박이 이것들은 대체 어디서 튀어나오는 겁니까?”


“응?”


“경비대 애들이 던전 입구를 지키고 있고, 던전도 말이 던전이지, 그냥 동굴이잖아요. 근데 외눈박이 그놈들은 어디서 나타나는 것이며, 어디로 빠져나오냐는 거죠.”


“뭐······. 나도 모르지.”


“팀장님은 안 궁금하십니까?”


“궁금? 아직도 그런 낭만적인 생각을 하고 사는 거야? 허허허.”


“네?”


“이해하겠다는 생각을 버려. 몬스터가 있는 건 이해가 돼? 그냥 그런가보다 생각하고 말아야지. 월급쟁이들은 생각이 많으면 피곤해.”


둘의 대화를 듣고 있는 나도 그게 참 궁금하다.


꽤 많은 산에 던전이 생겼고, 그 안엔 기상천외한 몬스터들이 득실거린다. 던전이 생긴 곳은 전 세계에서 손에 꼽을 정도다.


더 희한한 건 그렇게 생긴 몬스터를 그 어떤 물리적인 방법으로도 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인류가 축적해 왔던 경험과 지식을 총체적으로 부정하는,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다. 사람들은 죽어나가는데, 잡을 수 없으니 말이다.


그 혼란 속에서 정말 운 좋게 솟아날 구멍이 생겼다.


몬스터들이 산을 벗어나지 않았던 게 첫 번째 행운이었고, 우연히 발견한 몬스터 사체에서 마석을 얻은 게 두 번째 행운이었다.


마석에 신체적 반응을 보이는 이들에게서 몬스터를 잡을 수 있는 힘이 생긴 것이다.


마석반응자들 중에서 피지컬 좋고 주먹 좀 쓸 줄 아는 이들로 타격대가 조직됐고, 내세울 건 몸뚱이 밖에 없었던 내가 일원으로 합류할 수 있었으니, 몬스터 사태가 내겐 오히려 좋은 기회였던 건 맞는데······.


요즘 들어 몬스터들이 던전을 빠져나오는 일이 잦아졌단 말이지.


던전이 생긴 산의 경계를 벗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몬스터가 바깥 공기를 마시며 산속을 활보하는 건 결코 용납할 수 없다. 한별이가 마시는 공기가 오염될 수도 있으니까.


한별이 생각에 정신이 번쩍 든다.


여전히 시야에 요상한 글자가 보이긴 한데, 일에 집중하다보면 사라질 것이다. 한별이를 위해서 못된 몬스터들 잡아 죽이러 가자.


“얼른 마석 캐러 갑시다!”


나지막하면서도 묵직한 소리를 내며 선두에 나섰다.



**


산림방재안전부 외청인 산림관리청의 핵심 조직인 타격대는 5명씩 한 팀으로 22개 팀으로 이뤄져 있다. 팀을 더 늘리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금까지 확인된 마석반응자는 5백여 명에 달하지만.


산을 탈 체력이 안 돼서, 개미새끼 잡는 것도 힘들어해서, 인성에 심각한 문제가 있어서······. 이래저래 빼고 나니, 헌터라 불리는 타격대원이 전국 통틀어 110여명뿐이다.


0.0002%.


아주 희귀한 직업이다.


그렇다고 해서 거들먹거릴 생각은 전혀 없다.


그저 다치지 않고, 죽지 않고, 꼬박꼬박 월급 받으면서 조용히 살고 싶다. 바라는 것이라곤 한별이가 그늘 없이 밝게 자라는 것뿐.


한별이 생각에 또 다시 퇴근본능이 끓어오른다. 빨리 일 끝내고 집에 가서 한별이랑 놀아줘야지.


망치를 쥐고는 앞장섰다.


빡센 몬스터가 나올 땐 탱커 뒤에 숨어 움직여야 하고, 특히나 던전에서는 더욱 조심해야 하지만, 외눈박이 같은 허접한 애들 앞에서는 무조건 선봉이다. 그래야 일을 빨리 끝낼 수 있다.


“오호. 형님, 오늘 좀 달리시는 겁니까?”


“빨리 끝내고 집에 가야지. 아침마다 가지 말라고 난린데, 늦게 가면 잔소리 폭발이야.”


“누가요? 한별이요?”


“딸자식 키우는 게 이리 힘든 일이야. 암튼 출동하자고.”


짐꾼 역할인 종협이를 뒤로 물러내고는 앞으로 달려 나갔다.


“키에에엑!”


꽤 소란했고, 뜀박질 소리까지 난 덕분인지 외눈박이들이 우리의 정체를 확인하고는 모습을 드러냈다.


집에 쳐들어온 침입자들에게 분노하듯 질러대는 기괴한 소리에 겁먹을 필요 없다. 사주를 경계하고, 숫자를 파악할 필요도 없다. 망치도 필요 없다.


그냥 달려가서 주먹으로 대가리를 빠개면 된다.


몬스터들은 세상 밖으로 나왔을 때보다 던전 안에 있을 때 더 강하다. 그렇기에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그래 봤자 허접 중에 허접인 외눈박이다.


짧은 다리로 뒤뚱거리며 달려오는 놈을 붙잡고는 바로 대가리 쪼개기에 들어갔다.


빡!


외눈박이 한 마리가 뭘 해보기도 전에 돌주먹 한 방에 나가떨어졌다.


원샷원킬.


이제 191마리 남았다.


타격감에 감탄할 새도 없이 바로 다음 외눈박이를 찾아 나서려는데······.


난 다시 발길을 멈춰 세웠다.


“형님. 왜 그러십니까?”


종협이의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익숙한 노래는 들리지 않았지만, 허공에 떠 있는 글자는 그대로다.


아무리 정신을 차리고 차려도 사라지지 않는 글자, 그게 바뀌었다.


[노는 게 제일 좋아]

- 몬스터 100마리를 잡아 ‘노는 게 제일 좋아’ 스킬을 얻으세요.

- 1/100


아무래도 내가 미쳤거나, 이 세상이 뭔가 잘못 돌아가는 것 같다.


정말 스킬이란 게 있고, 그걸 얻을 수 있다고?


몬스터 99마리를 더 잡으면 뭔지 모를 스킬을 얻을 수 있단다. 시야 한쪽 구석에 자리한 글자들이 그렇게 말하고 있다.


거기에 혹한다면 난 정말 미친놈이 되는 것일까?


미쳤는지 안 미쳤는지, 진단은 의사에게 맡기고, 궁금증부터 해결하고 싶다. 허공에 떠 있는 글자대로 몬스터 100킬을 달성했을 때의 결과 말이다.


어차피 200마리를 잡아야 한다. 손해 볼 게 전혀 없다. 내가 잡아야하는 조건이겠지만, 역시나 늘 내가 잡아왔기 때문에 달라질 것도 없다.


그럼 달리는 거다.


언제 주춤했냐는 듯 다시 광전사 모드로 들어가 외눈박이들에게 핵꿀밤을 선사했다.


“허허허. 강태석이!”


외눈박이 씨를 말릴 기세로 달려드는 나를 말리는 팀장의 목소리다.


“뭐, 급똥이라도 왔어? 뭘 그리 열심히 해? 이러나저러나 오늘 퇴근 못한다니까. 200개야, 200개. 너무 무리하지 마.”


집에 빨리 가고 싶은 마음이긴 했어도, 무리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러나 상황이 달라졌다.


퇴근이야 좀 늦어도 되지만, 100마리를 잡았을 때의 결과는 내일까지 못 기다리겠다.


‘노는 게 제일 좋아’가 대체 무엇인지.


오늘 결판을 내리라.


더 이상 의문 따위는 갖지 않을 생각이다. 의문을 갖는다고 해서 풀릴 것도 아니고, 따지고 보면 갑자기 괴물들이 튀어나온 이 세상 자체가 의문투성이니, 이상 현상을 이상하게 여길 이유도 없다.


팀장이 걱정할 정도로 달리고 있는 이유다.


“어허, 한별이 아버지요. 천천히 하라니까. 뭐 급한 일 있어?”


“걱정 마시죠. 외눈박이 정도야 식은 죽 먹기입니다.”


“허허. 그래서 혼자 다 잡겠다고? 하는 폼이 버스 제대로 태울 기세인데?”


혼자 다 잡을 것이냐는 팀장의 투정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지금까지 잡은 외눈박이는,


[노는 게 제일 좋아]

- 몬스터 100마리를 잡아 ‘노는 게 제일 좋아’ 스킬을 얻으세요.

- 27/100


100마리 채우려면 아직 멀었다. 빨리 100마리 채워서 이 궁금증을 풀고 싶다.


그리고 내가 잡아야 한다.


“종협아! 던전 들어와서 몇 마리 잡았지?”


“네? 어, 아. 29마리요!”


내 기억으로도 29마리가 맞다. 2마리를 발로 차 날렸고, 그건 서브딜러 형님이 처리했다. 내가 잡아야 카운트 되는 것 같다.


고로 이 던전 안에 있는 외눈박이는 내가 독식하련다.


그 마음을 담아 대답했다.


“왜 그런 날 있잖아요. 유난히 몸이 간질간질할 때 말입니다. 오늘이 그렇습니다. 이 한 몸 희생해서 화끈하게 잡아볼 테니, 팀장님은 좀 쉬고 계시죠.”


“거 참. 출근만하면 퇴근 못해서 안달인 놈이 그러겠다니······. 뭐, 어디 한 번 날뛰어 봐. 얘들아. 우린 마석이나 캐자고.”


솔로플레이 허가가 떨어졌다. 마음 놓고 미쳐 날뛰어도 된다.


절로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언제나 즐거운 개구쟁이 친구들.”


물론, 창피해서 속으로만 불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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