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 덕분에 힘법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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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온숙성
작품등록일 :
2024.09.07 23:58
최근연재일 :
2024.09.1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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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2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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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친구들과 즐겁게 놀아요

DUMMY

005 친구들과 즐겁게 놀아요


‘노는 게 제일 좋아’라는 스킬을 얻었고, ‘개구쟁이 꼬마버스의 깜짝방귀’라는 새로운 스킬 획득 퀘스트가 생겼다.


아무래도 한별이가 만들어준 조개목걸이가 깊이 관련돼 있는 것 같은데······.


내겐 사색할 여유가 없다.


툭툭.


처음엔 작은 돌멩이 떨어지는 소리였다.


동굴이나 다를 바 없는 곳이라 물이나 돌멩이가 떨어지는 건 흔한 일이다.


그런 건줄 알았다.


그러나.


쾅쾅.


떨어지는 건 더 커졌고.


콰가가가쾅.


던전 천장이 무너졌다.


던전이 가로막혀 버렸다. 팀원들이 갇혔다.


“팀장니이이이임!”


천장까지 빼곡하게 들어찬 돌무더기로 달려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대답이 없다.


안쪽으로 들어간 지 한참이 지났으니까 죽진 않았을 것이다. 아마 들리지 않았을 것이다.


“팀장니이이이이이임!”


온 몸에 힘을 준 채로 소리를 질렀다. 역시나 대답이 없다.


일단 최대한 빨리 입구로 달려가자. 경비대에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게 우선일 테다.


“키이이이익!”


내 발길을 잡는 기괴한 울음소리.


이건 외눈박이 소리인데······.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무너진 천장 틈 사이로 외눈박이들이 빠져나오고 있다.


뚝배기를 깨버리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놀아줄 시간 따윈 없다.


“하아.”


그러나 난 달리지 못했다.


눈앞에 외눈박이들이 서 있다. 어디서 나타난 것이지? 머리인지 몸뚱인지 구분 안 갈 것에 흙이 묻은 걸 보니 바닥에서 솟아오른 것인가.


고민은 나중에 하자.


“크이이이익!”


앞뒤에서 몰려드는 외눈박이들이 너무 많다.


망치를 손에 쥐었다. 입구로 가는 길을 막고 있는 외눈박이들 대가리를 빠개면서 달리는 거다.


“아, 진짜!”


또 발길을 멈춰야했다.


[노는 게 제일 좋아]

- 몬스터들과 친구가 될 수 있어요! 하루에 1번! 몬스터 친구와 신나게 놀아요!


저게 자꾸 깜빡거린다.


그것만이 아니다.


[개구쟁이 꼬마버스의 깜짝방귀]

- 몬스터 200마리를 잡아 ‘개구쟁이 꼬마버스의 깜짝방귀’ 스킬을 얻으세요.

- 0/200


눈에 이물질이 낀 것처럼 몹시 거슬린다.


그러는 사이에 외눈박이들은 더 많아졌다. 도망치지 못하게 할 심산인지 던전으로 가는 입구 방향에 잔뜩 몰려있다.


대체 몇 마리냐······.


결판을 지어야 한다.


이깟 외눈박이 따위. 50마리건 100마리건 다 잡아주마.


그 전에 깜빡거리는 글자부터 어떻게 하자. 아무리 외눈박이라도 한쪽 눈을 감고 싸울 수는 없는 노릇이다.


[노는 게 제일 좋아]

- 몬스터들과 친구가 될 수 있어요! 하루에 1번! 몬스터 친구와 신나게 놀아요!


그래서 뭐 어떻게 하라고?


노래라도 불러줘?


응?


노래?


그건가.


처음 미션이 시작될 때 노래가 들렸다. 그게 스킬 사용조건인가?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일단 잡자.


빡!


빡! 빡! 빡!


“크아아아악!”


대가리가 터져 나가는 놈들을 본 외눈박이들이 괴성을 지르며 흥분해 날뛰기 시작했다. 아차하는 순간 나도 뒈진다.


[노는 게 제일 좋아]

- 몬스터들과 친구가 될 수 있어요! 하루에 1번! 몬스터 친구와 신나게 놀아요!


아, 진짜!


스킬을 쓰기 전까지 계속 저 지랄일 것 같다.


정말 노래를 부르면 될까?


전투복은 이미 걸레가 됐다. 더 머뭇거리다간 몸뚱이가 걸레가 될 것 같다.


뭐든 해 보자.


뒈질 수 있는 상황에서 이게 무슨 짓인가 싶지만······.


“노는 게 제일 좋아! 친구들 모여라! 언제나! 즐거워! 개구쟁이 친구들!”


그냥 노래를 불렀을 뿐인데, 왜 이리 얼굴이 화끈거리는지 모르겠다.


어?


[노는 게 제일 좋아]

- 몬스터 친구들이 생겼어요!

- 29:59


시간이 줄어든다.


몬스터 친구가 생겼다는 건 나를 적으로 인식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외눈박이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뭔지 알겠다.


외눈박이들이 나와 놀지 못해서 안달인 표정으로 빨리 놀아달라는 간절한 눈빛을 보내고 있다. 분노 가득했던 그 눈빛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어그로를 해제시켜 버리는 스킬.


그것 참 새끈하네.


대략 50여 마리의 새 친구가 생겼다. 아쉽게도 이들과 놀아줄 시간이 없다. 빨리 던전 입구로 달려가 지원을 요청해야 한다.


친구들. 미안한데 뚝배기를 깨트려야겠어.


망치 손잡이에 힘을 불어 넣었다.


아!


가만가만.


이 친구들 뚝배기를 깨트리는 게 능사가 아니잖아!


50여 마리가 넘는 이놈들은 친구이면서 일꾼이다. 일꾼이 생겼으면 활용하는 게 능사다!


“하, 하하.”


이러니 팀원들이 나 보고 힘만 센 무식한 놈이라 놀리는 거다.


머리는 쓰라고 있는 법.


망치를 등에 걸어놓고 친구들을 바라봤다. 아주 온화한 표정으로.


“크이잉?”


친구들아. 지금부터 나와 함께 노가다 놀이를 하는 거다.


동굴을 가로막고 있는 돌무더기로 발길을 옮겼다.


“자, 잘 봐.”


어떤 놀이인지 시범을 보여줄 테니 부디 잘 따라하기를.


돌무더기를 타고 올라가 가장 높은 곳의 돌을 뽑아 던졌다.


“누가 더 빨리 돌을 던지는지 대결하는 거야. 아주 재미있는 놀이야. 오케이?”


“크이잉?”


“잘 봐. 이렇게 돌을 꺼내 던지는 거야. 오케이?”


“크이잉?”


멍청한 외눈박이 새끼들.


[노는 게 제일 좋아]

- 몬스터 친구들이 생겼어요!

- 25:18


아직 시간 충분하다.


하다 안 되면 노가다놀이 그만 두고 병원놀이로 바꾸지, 뭐.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심정으로 돌을 계속 뽑아 던졌다.


툭.


툭.


제발 따라해라.


그래도 다행인 건 우리 친구들 대부분이 나를 따라 돌무더기 꼭대기까지 올라와 있다는 것이다.


돌만 던져주면 더할 나위가 없겠는데······.


툭.


툭.


툭투툭.


응?


오호!


외눈박이 한 마리가 나를 따라 돌을 뽑아 던졌다.


“키이이이익!”


마치 명령이라도 하듯 질러댄 소리에 다른 외눈박이들도 돌을 뽑아내기 시작했다.


“그래, 그래! 잘하고 있어! 더 빨리!”


“크이이익!”


돛단배가 한 번 바람을 타기 시작하면 쭉쭉 나아가듯, 돌무더기가 바닥으로 쉴 새 없이 굴러 떨어졌다.


“친구들! 재미있지?”


“키이이익!”


모자라지만 착한 친구들.


더도 말고 딱 20분만 놀자.


그 정도면 사람 너끈히 지나갈 길이 생길 것 같다.


툭투투투둑.


돌 떨어지는 소리가 참 아름답다.


미처 꼭대기까지 올라오지 못한 외눈박이들도 밑에 깔린 돌을 끄집어내겠다고 안간힘이다.


[노는 게 제일 좋아]

- 몬스터 친구들이 생겼어요!

- 08:46


친구들아, 시간이 없다.


크르르르.


콰아아앙.


“으아아아.”


“크이이이엑!”


괴성과 함께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균형을 잃고 마구 굴렀다면 돌에 깔려 뒈졌을 일이다.


모든 운동신경을 총동원해 바닥에 착지하고 나서야 무슨 일인지 파악됐다.


“키이엑!”


바닥에 깔린 돌을 뽑아내고는 좋다고 방방 뛰는 외눈박이들. 나와 함께 바닥으로 굴러 떨어진 외눈박이들도 함께 기쁨을 나누고 있다.


멍청한데 고마운 친구들 덕분에 천장까지 꽉 차 있던 돌무더기가 절반가량 무너져 버렸다.


“강태석이! 너냐?”


건너편에서 팀장의 목소리가 넘어왔다.


“팀장님! 괜찮으십니까!”


“어. 여긴 괜찮아. 일단 거기로 넘어갈게.”


“팀장님! 잠시만요!”


[노는 게 제일 좋아]

- 몬스터 친구들이 생겼어요!

- 03:52


친구들과 작별할 시간이다. 작별의 슬픔을 팀원들에게 전해선 안 된다.


이 기괴한 장면. 필히 나중에 피곤한 일로 커질 것 같으니, 더더욱.


“여기 외눈박이들이 많습니다! 제가 처리하고 안전이 확보되면 그때 넘어오세요!”


“뭐? 외눈박이들이 거기 있다고? 알았어. 빨리 넘어갈게!”


아니, 넘어오지 말라고.


“팀장님! 제가 처리하겠다고요!”


목 아프게 계속 얘기할 시간이 없다. 그럴 시간에 한 마리라도 더 잡자.


친구들. 이제부터 병원놀이를 시작할 거야. 최고의 뇌수술 전문가가 한 방에 보내줄 테니까 재미있게 놀자고.


빡!


[개구쟁이 꼬마버스의 깜짝방귀]

- 몬스터 200마리를 잡아 ‘개구쟁이 꼬마버스의 깜짝방귀’ 스킬을 얻으세요.

- 5/200


친구 하나와 절교했다.


빡! 빡! 빡!


외눈박이들은 아무런 저항 없이 두개골을 헌납했다.


뚝배기가 깨지기 직전까지도 나와 놀고 싶다는 강렬한 열망을 보였던 우리 친구들. 동족들이 죽어나가는데도 순교자의 자세로 망치질을 기다린다.


차마 못 보겠다.


몬스터 처치는 타격대원의 필수임무이지만, 이건 좀 그렇다.


현타가 오는 스킬이니 다음부턴 감정이입하지 말자고 다짐하며 힘껏 망치를 휘둘렀다.


미안하다, 친구들아. 병원놀이가 아니라 저승보내기놀이였어. 저승 가서 신나게 놀아라.


30마리째를 잡았을 때 새로운 알림이 떴다.


[노는 게 제일 좋아]

- 이제 친구들과 작별할 시간이에요!

- 00:00


“키이이이엑!”


분노에 찬 외눈박이들의 괴성이 고막을 흔든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아니! 이게 뭔 일이냐!”


때맞춰 팀원들이 돌무더기를 넘어왔다. 진짜 친구이자 동료들이다. 이들과 함께라면 꽥꽥거리는 외눈박이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리라.


“야, 이 새끼들아!”


팀장의 외침을 시작으로 구원군이 저마다 병장기를 휘두르며 달려온다.


대가리 깨져 죽은 외눈박이들 사이로 칼에 잘린 사체들.


그렇게 상황이 정리됐다.


“강태석이! 혼자 다 하겠다고 소리 고래고래 지르더니······. 쯧쯧.”


“너 인마. 나 아니었으면 팔다리 어디 하나 잘려서 그거 찾으러 다녀야 했다고.”


“형님. 아쉽지만 고생하셨습니다.”


일 다 해놓고도 마무리 못 지은 걸로 팀원들의 놀림거리가 됐다.


“저 혼자 다 잡으면 인정머리 없을까봐 몇 마리 남겨둔 겁니다. 배려라고 하죠.”


“아이고, 한별이 아버지. 옷은 걸레가 됐는데, 주둥이는 멀쩡한 모양이네?”


괜히 입 열었다가 놀림에 갈굼까지 추가됐다. 아주 끈끈한 팀워크다.


“그래, 뭐······. 다들 고생했고, 일단 얼른 복귀하자고. 여기 더 있다가는 누구 하나 뒈질 것 같아서 불안해 죽겠다야.”


팀장의 진짜 철수 명령이 떨어졌다.


멀쩡하던 던전이 무너진 것이나 혼자 돌아다니는 걸로 알고 있는 외눈박이가 떼를 지어 달려든 것이나 다 처음 겪는 일이다.


젓가락 들 힘도 없을 정도로 피로한 건 그래서 일 것이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다. 가늘고 길게 살자고 다짐하던, 그것도 힘이 쭉 빠져 그냥 벌러덩 눕고 싶은 내게 의욕이란 게 찾아온 것 말이다.


[개구쟁이 꼬마버스의 깜짝방귀]

- 몬스터 200마리를 잡아 ‘개구쟁이 꼬마버스의 깜짝방귀’ 스킬을 얻으세요.

- 30/200


오늘만 140마리의 외눈박이를 잡았다. 평소라면 미쳤다고 자책했겠지만, 지금은 더 잡고 싶은 의욕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의욕이 생긴 건 좋을 일인데······.


이내 고개를 흔들었다.


무리하지 않고 가늘고 길게 살자는 신념은 비겁하게 살자는 게 아니다.


의욕이 생기면 무리를 하게 되고, 무리를 하면 다치거나 죽을 확률이 올라간다. 한별이를 고아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의무를 저버리는 행위다.


물론, 던전에 들어가는 일 자체가 흔치 않기 때문에 ‘개구쟁이 꼬마버스의 깜짝방귀’란 스킬을 얻기 위해 170마리를 더 잡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계란으로 바위를 치다보면 바위가 쩍 갈라지기도 하더라.


고로 무리할 이유가 없다. 안전이 최고다. 실적보다 무사고를 더 중시하는 팀장을 위해서라도 내일은 진정하자.


자연스럽게 팀장을 쳐다봤다. 공교롭게도 눈이 마주쳤다.


“또 왜?”


“아닙니다.”


“그래. 아니겠지.”


“네?”


팀장은 빨리 던전에서 빠져나와야겠다며 경보하듯 발걸음을 놀리면서도 시선을 내게서 거두지 않았다.


“왜 그러십니까?”


“너 근데 뭔 짓을 한 거냐?”


이거 피곤해지겠군.


“너 설마······. 돌댕이 때려 부순 거냐?”


내가 아무리 힘캐라도 그런 무식한 짓은 못한다.


“운이 좋았습니다. 바닥에 박힌 걸 빼내니까 와르르 무너지더라고요.”


“그 집채만한 바윗돌 말이야? 그걸 너 혼자 빼냈다고?”


외눈박이들이······.


“아니, 뭐 노네 어쩌네 하는 소리도 들리던데, 그건 뭐야?”


“네? 무슨 말씀이신지······.”


해명하려 하지 말자. 그냥 시치미를 떼자.


“누가 들어도 네 목소리더만.”


“기합소리 아니었을까요?”


“허, 허허.”


팀장의 웃음소리에 여운이 가득 느껴진다.


“야, 태석아.”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가진 팀장이 다시 말을 걸어왔다.


“너 혹시 마법 같은 거 부리는 거 아니지?”


화성에 가니 마니 하는 마당에 무슨 얼어죽을 마법이냐.


“부장님개그 같은 겁니까?”


“마법이 있으면 좋은 거지, 뭘 그렇게 정색하냐. 그러니까 더 이상하구만.”


“저도 마법을 부릴 줄 알면 참 좋겠습니다. 힘들어 죽겠는데, 어서 가시죠.”


“그렇단 말이지? 크흠. 뭐, 일단 얼른 복귀하자고. 허, 허허.”


아무래도 팀원들과도 작별의 시간을 가져야할 것 같다. 스킬이 생긴 건 아주 기쁜 일이지만, 팀원들 앞에서 애니 주제가를 부르고 싶진 않다. 안 피곤하게 살려면 솔로플레이가 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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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덕분에 힘법사 됐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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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사춘기 대비하기 NEW 2시간 전 9 1 13쪽
8 강해져야 하는 이유 24.09.15 39 3 13쪽
7 번개맨을 찾아라 24.09.14 46 4 14쪽
6 연극이 끝나고 난 뒤 24.09.13 57 4 13쪽
» 친구들과 즐겁게 놀아요 24.09.12 64 4 13쪽
4 뚝배기 100그릇 24.09.11 67 5 13쪽
3 노는 게 제일 좋아 24.09.10 70 5 12쪽
2 광부인가 헌터인가 24.09.09 76 5 15쪽
1 감동의 생일선물 24.09.08 85 5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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