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 화훼도

무료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라이트노벨

프로젝트.
작품등록일 :
2024.09.08 23:21
최근연재일 :
2024.09.19 01:52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75
추천수 :
7
글자수 :
37,247

작성
24.09.10 01:08
조회
36
추천
1
글자
11쪽

1. 고고하고 아름답게(2)

DUMMY

갑작스러운 조력자의 등장에 포위하던 학생들은 감출 수 없이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리더, 저 녀석은 뭡니까...?"

"나, 나도 몰라!"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녀이지만, 자신들을 향해 적의를 내보인다는건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게다가.

"하지만 누구든 간에..."

이미 네 명이나 쓰러진 상황.

그 것도, 고작 한 명에게.

심지어 그 한 명은 검으로 베어낸 데미지를 완전히 회복한, 아니 보다 더욱 기세가 솟구쳐오른 것 같은 분위기였다.

한 명에게 열 명이 달려들어도 쓰러뜨리지 못한 상황에서.

거기다 강함을 알지 못하는 새로운 상대가 추가된다면...

"다, 다음에 두고보자!"

마치.

삼류 악당같은 말을 뱉어내며, 여섯 명의 학생들은 쓰러진 네 명의 학생들을 들쳐업고 치마를 휘날리며 달아나 버렸다.

달칵, 달칵, 달칵.

허리춤에 매달린 검집이 마구 부딪치며 나는 소리가 점점 멀어져갔다.


***


"...후우."

멀어진 학생들의 모습을 보고서야, 들어올린 검을 내리고 한숨을 뱉어낸 소녀 청매화는.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제자님, 다친 곳은 없어?"

"난 괜찮아. 너는?"

그 물음에.

소녀는 잠깐 "음..." 신음하고는, 고개를 돌리며 중얼였다.

"...제자님, 나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힐긋, 가늘게 뜬 시선이 향했다.

"...응?"

"제자님과 닿았을 때, 검의 길이 두껍고 탄탄해지는게 느껴졌어. 설마 무언가 힘을...?"

"난 아무것도 안 했어."

빙그레 웃는 얼굴이 두 눈동자에 들어왔다.

"긴장을 풀어주려고 한 거 뿐이야."

"그런..."

납득하진 못했지만.

더 캐물을 수도 없기에, 수긍하며 손에 쥔 검을 찰칵, 검집에 납도하며 답했다.

두 사람의 앞으로.

갑작스레 참전한 소녀 한 명이 푹푹 빠지는 모래사장 위를 지나서 다가오고 있었다.

"아, 안녕하세요! 으흡?!"

털썩!

익숙하지 않은 걸음인지 모래사장 위로 발목이 걸려 엎어지고 말았다.

찰그락.

하늘에 떠오른 소녀의 검이 손을 벗어나 모래사장 위로 툭 떨어졌다.

"조심해야지."

"가, 감사합니다... 아으으."

소녀의 검을 집어든 청매화는 하얀 손길로 검집에 뭍은 모래를 털어주었다.

그곳엔 사과꽃 문양이 그려진 것을 볼 수 있었다.

"자, 일어나."

내밀어진 손을 잡고 일어난 소녀는, 건네주는 자신의 검을 받아들고 허리춤에 묶은 뒤 멋쩍게 웃음을 지었다.

"다시 소개드릴게요. 이 번에 전학온 금사과라고 해요!"

"...청매화야."

"네엡! 어, 엄청... 예쁘시네요...!"

눈을 반짝이며 바라보는 금사과의 모습에 청매화는 말끄러미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 쪽은... 제자님."

"아하, 안녕하세요! 제자님... 제자님?!"

숙였던 고개를 번쩍 들어올린 금사과는, 두 갈래의 머리카락이 위로 솟을 만큼 펄쩍 뛰며 놀라는 모습을 보였다.

"얘 반응 재밌네."

"으흠."

청매화가 작게 헛기침으로 주의를 주었다.

"도와줘서 고마워."

금사과는 멋쩍게 웃으며 뺨을 긁적였다.

"그나저나 허세가 통해서 다행이에요!"

청매화는 금사과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래사장에 빠질 정도의 걸음걸이니까, 혹시나 했는데. 그래도, 용기있게 도와주러 와서 고마워."

"아, 아하하... 도망가주지 않으면 어떡하나 했는데."

금사과는 두 팔을 껴안으며 몸을 떨면서 말했다.

"실은 발도도 아직 서툴러서요!"

"그래서 검집을 풀어서 손에 쥐고 검을 뽑았구나."

"그래도 멋져보이지 않았나요?!"

금사과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런데, 여긴 어쩌다가?"

"아, 오늘이 전학일인데 어제 배를 놓쳐서... 급하게 가장 빠른 새벽 배를 타고 건너왔거든요. 그런데 마침 여러분들이 보여서."

"전학... 그치만 선도부에서 들은 이야기는 없는걸."

"응?"

청매화의 중얼임에.

금사과의 몸이 우뚝, 굳는 느낌이 들었다.

"그, 그럴... 리가요?"

"하지만, 그 제복..."

청매화는 하얀 블라우스가 바탕인 자신의 것과. 그리고.

검은 자켓과 치마 바탕의 금사과의 제복을 바라보며.

"...우리 지정복이 아닌데?"

차마 뱉지 못한 말을 꺼냈다.

"...예?!"

그제서야.

헉, 하며 자신과 눈앞의 제복을 번갈아 바라본 금사과는.

"여, 여, 여기! 삼매원이 아닌가요?!"

"으음, 역시..."

청매화는 달달달 떠는 금사과를 향해 이야기했다.

"이쪽은 반야원이야."

"...!"

벼락이라도 맞은 듯, 제자리에 멍한 표정으로 굳어버린 금사과를 청매화는 눈을 감으며 이마 옆에 손가락을 가져다댄 채 바라보았다.

"끄응... 급하게 배편을 잡느라 착오가 생겼나보네."

"다른 배를 타고 돌아가면 되긴 하지만, 어쨌든 늦을테니까..."

청매화는 금사과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어 정신을 돌려놓으며 말했다.

"기숙사에 미리 연락을 해 보는게 좋지 않겠어?"

"그, 그게 실은..."

금사과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외쳤다.

"배를 타고 오는 동안 심심해서 쇼츠를 보다보니, 휴대폰 배터리가 바닥났어요..."

"뭐? 전화번호는..."

"저장은 되어있긴 한데, 외우고 있지는..."

울상이 된 금사과의 얼굴에 고개를 뗀 청매화는 뒤를 돌아보며 중얼였다.

"제자님의 짐은..."

딱히 물어보지 않아도 눈에 보였다.

모두 물에 젖거나 파도에 휩쓸려 분실해버렸다.

그리고.

"왜... 상의는 어디 가고 와이셔츠만 입고 있는거야."

"그러고보니, 제자님은 무슨 일이 있으였던 건가요?"

금사과가 푹 젖은 몸을 향해 빤히 바라보며 물어봤다.

오히려, 조금 더 오래 만났던 청매화가 물에 젖은 옷이 달라붙은 몸에서 억지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아까 전의 학생들한테 납치당했는데, 끌려가면 안 될 것 같아서 바다로 뛰어들었거든."

"...네에?!"

금사과가 펄쩍 뛰며 외쳤다.

"제자님은 화훼도가 없으시잖아요...?"

"...우리도 수영 못해서 빠지면 익사해서 죽어."

"수영... 못하세읍."

청매화가 금사과의 입을 손바닥으로 덮어버렸다.

"일단은, 같이 등교하자."

"읍읍."

"제자님은 총본산으로 가는거지?"

"응, 맞아."

"마침 납치 당한 건도 있으니... 함께 연락해두는게 좋겠어."

청매화는 자신의 가방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물끄러미 시선을 흘겨 바라보더니.

"제자님... 이거 좀 걸쳐."

청매화가 가디건을 벗어주었다.


***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얀 머리카락, 하얀 눈매가 인상적이지만 그것이 눈 보다는 꽃잎과 같이 여겨지는 단발이 목덜미에 머문 모습이 무척이나 아름다운 학생이었다.

긴 귀가 하얀 머리카락 옆으로 드러나 보이고 있었다.

"충국화 입니다. 이곳까지 오시는데에 고생이 많으셨습니다."

가볍게 고개를 숙여 이야기하는 모습엔 반듯함이 느껴졌다.

고개를 든 눈동자에 옅은 노란빛의 화장기가 신비로워 보이는 소녀.

그녀는 청매화의 가디건을 걸치고서 있는 내 모습을 보고는 조용히 말했다.

"설마, 범부들이 이렇게 습격할 줄은 예상 밖이었습니다만..."

충국화는 하얀 시선을 옮겨 곁에 서 있는 청매화와 금사과 두 명을 향해 입을 열었다.

"제자님을 도와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선도부장이 할 일인 걸."

"아, 저! 그, 저는 별로..."

느긋이 웃으며 손을 흔드는 청매화와, 반대로 바짝 긴장해 대답하는 금사과의 모습이 대비되어 보였다.

충국화는 그 모습에 작게 입을 열어 이야기했다.

"우선, 금사과 양의 전학 수속에 대해서는 삼매원 정정진숙사와 조율을 해 두었습니다."

"아...!"

"제자님을 도와준 점 등은... 금사과 양의 행선지 착오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지만, 일단은 첨언해 두었으니 충분히 참작이 될 겁니다."

"네, 감사합니다!"

금사과는 묶은 두 머리가 흔들리도록 힘차게 고개를 숙여 말했다.

"청매화 양은 사전 연락한 전화내용 외 전달사항이 있습니까?"

"으응, 없어. 아, 하나."

"...?"

청매화는 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가디건, 돌려받아야 하는데."

"그 옷은..."

"세탁해서 돌려줄게."

"흐음..."

청매화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면, 청매화 양은 번거롭지만 금사과 양의 배편 안내를 부탁드립니다."

"알겠어."

"죄, 죄송해요!"

"괜찮아, 어차피 내려가는 길인 걸."

청매화와 금사과가 함께 방을 나섰다.

두 사람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해주었다.

"그럼, 제자님."

두 사람이 떠나가고.

충국화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

"...이쪽에서 새 옷을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아, 그래? 고마워."

충국화는 잠시 눈을 감고는 쉼호흡을 한 뒤, 천천히 눈을 뜨며 이야기했다.

"안내를... 해 드리겠습니다."

하얀 발걸음을 따라.

뒤를 따라 걸어갔다.

"이 곳은 처음이시니, 밖을 보며 설명 해 드리겠습니다."

가느다란 손길이 걸음을 멈추고 난간을 짚었다.

그 너머엔.

푸른 바다가 펼쳐진 세상이 있었다.

티없이 맑은 하늘, 깊이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바다, 그리고 총본산과 아래에 위치한 반야원 정견학사, 그것이 머무는 거대한 해안가.

그리고 바다 건너 수평선 끝에는.

갈라진 두 개의 해안가가 희미하게 보이고 있었다.

충국화의 깨끗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총본산이 있는 이곳 반야원, 그리고 바다 건너에는 윤리원과 삼매원으로 구분된 기숙사가 있습니다."

손가락이 왼쪽에서 오른쪽을 가리켰다.

"업무로 건너가실 때엔 총본산이 지정하는 호위 학생을 담당토록 하겠습니다. 이번 일 처럼, 홀로 계시다가 습격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할 테니."

"번거롭지 않아?"

"원하는 학생을 모집해보겠습니다."

충국화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아마 그 두 학생은 흔쾌히 응해줄 것 같습니다만."

청매화, 그리고 금사과.

"그 외에, 각 기숙사에서 학생들을 만나다 보면 관심을 가지는 학생들이 생기겠지요."

천천히 앞서가던 충국화는 고개를 돌려 하얀 시선을 내게 향하며 이야기했다.

"어쨌든, 제자님께선 이 곳의 모든 학생들을 만나게 되실 테니까요."

"오오..."

"...겁을 드리려는 건 아니었습니다만."

그녀의 하얀 손이 방 문의 손잡이를 잡았다.

"이곳이 제자님께서 사용하실 업무실입니다."

철컥.

가볍게 열리는 문 너머로 간소한 책상과 몇가지 사무용품이 정돈된 모습이 보였다.

"안쪽방은 개인실로 자유롭게 쓰셔도 됩니다. 현재는 옷장과 침구만 준비되어 있으니, 필요한게 있으시다면 신청을 해 주시길."

"준비해줘서 고마워."

하얀 눈썹이 살짝 감겼다 떠졌다.

"부탁받았으니까요."

그녀는.

조용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이곳의 학생들은... 제자님이 생각하시는 것과는 많이 다를 겁니다."

그 말에.

빙긋 웃으며 답했다.

"그럼 만나봐야겠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프로젝트 화훼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1. 고고하고 아름답게(7) 24.09.19 5 1 13쪽
6 1. 고고하고 아름답게(6) 24.09.16 11 1 13쪽
5 1. 고고하고 아름답게(5) 24.09.14 19 1 11쪽
4 1. 고고하고 아름답게(4) 24.09.12 24 1 11쪽
3 1. 고고하고 아름답게(3) 24.09.11 30 1 12쪽
» 1. 고고하고 아름답게(2) 24.09.10 37 1 11쪽
1 1. 고고하고 아름답게(1) 24.09.09 50 1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