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S급 빌런의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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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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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1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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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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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02

DUMMY

“심판관이 되겠다고?”


가출했던 아들이 5년 만에 돌아와,


심판관이 되겠다고 말하자,


아버지는 복잡한 심경이 담긴 표정을 지으셨다.


그것이 나쁜 직업이라서가 아니었다.


심판관은 오히려 이 시대에 선망받는 직업이었다,


요즘 같은 고용불안 시대에,


철밥통 공무원이라는 이유가 가장 컸다.


하는 일이 위험하긴 했지만,


마수의 출현 이후 어차피 모든 직업은 위험했다.


하지만 모두의 선망을 받는 만큼,


심판관 선발시험은 경쟁률이 치열했다.


학창 시절부터 입시학원에 다니고,


관련 전문대학을 졸업한 사람들도,


자주 시험에서 탈락하곤 했다.


가출하느라 고교중퇴에,


자격증이나 수상 경력도 없는,


내가 심판관에 도전하는 일이,


아버지 눈에는 무모해 보일 터였다.


하지만 아버지는 간만에 마음을 다잡고,


뭔가 해보려는 아들에게,


‘네가 심판관이면 나는 대통령이다’라는 식으로,


말하진 못하셨다.


내가 기억하기로는 아버지도,


매사에 상당히 직설적인 분이셨는데,


나의 가출 이후 성격이 많이 변하신 것 같았다.


누나가 있었다면 아버지 대신 조리 있게,


할 말을 떠올렸겠지만,


누나는 지금 부엌에서,


저녁 식사를 준비 중이었다.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심하던,


아버지는 조심스레 말씀하셨다.


“너무 위험하지는 않겠냐? 소문에는 시험 도중에 도당을 짜서 진짜 마수와 싸우기도 한다던데.”


“괜찮아요. 아버지. 그까짓 마수 몇 마리 잡는 게 뭐 대수라고?”


아버지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지만,


나는 자신 있었다.


멸망한 세계에서 매일 같이,


마수를 잡아먹으며 살아남았던 나였다.


오히려 마수가 출몰하지 않는 날에는,


굶주림과 심해지는 광증 때문에 더 괴로웠었다.


시험을 위해 통제된 환경에서,


다른 수험생들과 함께 마수를 상대하는 건,


그에 비하면 쉬운 일이었다.


아버지는 끝내 나를 말릴만한 말을,


떠올리지 못하셨다.


“그래. 이왕 마음먹은 거 포기하지 말고 한번 열심히 해봐라. 이 아버지가 도울 수 있는 건 뭐든 도와주마.”


“감사합니다. 아버지.”


내가 심판관이 된다면,


밝은 앞날이 기다리고 있었다.


해고될 걱정 없이 안정적인 월급에,


퇴직하고 나면 연금까지 나오니,


가족을 안정적으로 부양할 수 있었다.


결혼 시장에서도 경쟁력 높은 직업이니,


좋은 신붓감을 고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내가 심판관이 되려는 이유는,


그게 아니었지만.


아버지와의 대화가 끝나자,


살육의 여신은 내게 속삭였다.


‘듣자하니, 심판관이 되려면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것 같구나. 다른 이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있느냐?’


아버지가 나를 쳐다보고 계셨기에,


나는 대답 대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이미 셀 수없이 많은 마수를,


무기도 없이 맨손으로 사냥해 왔다.


개인의 무력만으로는 이미,


심판관이 될 자격이 차고 넘쳤다.


살육의 여신도 바로 그 점을,


염두에 둔 모양이었다.


‘이 시대는 개인의 무력이 아니라 돈과 인맥으로 계급이 정해지는 시대 아니더냐? 돈도 인맥도 없는 네가 과연 해낼 수 있겠느냐?’


이번에는 나도 쉽사리 고개를 끄덕이지 못했다.


심판관은 수사권에 재판권은 물론,


처형 집행의 권한까지 가진,


막강한 권력 집단이었다.


당연히 권력자들은 자신의 편의를 봐줄,


지인들을 심판관으로 임명했다.


평생 선발시험에 도전하고도,


탈락하는 사람이 많은 이유도,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살육의 여신은 내게 물었다.


‘합격할 때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는데, 심판관이 되기 전까지 내게 아무런 살육도 바치지 않을 셈이더냐?’


그건 곤란했다.


나는 그동안 살육의 여신께,


해골과 심장을 바친 대가로,


이 강인한 몸을 얻었다.


이미 평범한 인간의 수명보다,


오래 살아온 내가 여신의 축복을 잃는다면,


나는 순식간에 뼈만 남은,


백골이 되어 버릴 것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나 자신을 안위를 위해서라도,


살육의 여신께 뭐라도 바쳐야 했다.


“음?”


고심하던 나는 문득,


집안을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니던,


개 한 마리를 발견했다.


누나가 개밥을 넉넉하게 줬는지,


그 잡종견은 살이 통통하게 올라 있었다.


나는 사람과 어울려 사는 게,


익숙해 보이는 개를 안아 들었다.


내가 속으로 나쁜 생각을 하는 줄도 모르고,


개는 내가 안아주자 기뻐서 혀를 내밀었다.


귀여운 녀석이었다.


“일단 급한 대로 이 녀석의 심장이라도 바쳐볼까?”


“덕구 심장을 대체 누구한테 바치겠다는 거야? 안돼!”


앞치마를 두르고 저녁 식사를 준비하던,


누나는 내 혼잣말을 듣고 기겁해서 뛰어왔다.


아차! 나도 모르게 속마음을 입 밖으로 내뱉었나?


나는 멋쩍은 표정으로 누나에게 변명했다.


“농담이야. 누나. 내가 야만인도 아니고 그럴 리가 없잖아?”


“하나도 재미없거든! 다시는 그런 말 하지 마!”


“미안···.”


누나는 내가 불안해 보였는지,


그 덕구라는 이름의 개를 옆구리에 끼고,


부엌으로 돌아갔다.


정말로 농담이었지,


진심으로 한 말은 아니었는데···.


그 개는 여신께 해골과 심장을 바치기에는,


너무 하찮은 존재였다.


인신 공양이 아니라면,


재물은 최소한 마수 급은 되어야지.


쨍그랑!


그때, 창문을 부수고 집안으로,


날아든 벽돌이 안방 한가운데 떨어졌다.


느닷없이 날아온 벽돌에,


깜짝 놀란 아버지는 버럭 화를 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셨다.


“그놈들이 또!”


아버지는 부랴부랴 벽에 걸려 있던,


엽총을 어깨에 메고 집 밖으로 뛰쳐나가셨다.


나도 곧장 아버지를 따라나섰다.


벽돌을 던진 게 누구인지는 곧 알게 되었다.


손에 철거 장비를 든 험상궂은 사내들이,


집 밖에 진을 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거 봐, 아저씨. 오늘까지 방 빼라고 했어? 안 했어? 진짜 피를 봐야 정신 차리지?”


“피를 봐? 오냐! 나도 바라던 바다! 오늘 어디 한번 피바다를 만들어 보자!”


아버지는 거칠게 엽총을 장전하며,


깡패들에게 고함을 지르셨다.


나의 가출 이후,


아버지가 유순해지신 줄 알았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던 모양이었다.


깡패들은 이죽거리며 아버지를 협박하기 시작했다.


“어르신. 가족을 생각하셔야지요. 댁네 딸내미 어디서 일하는지 우리가 뻔히 다 아는데.”


“내 딸에게 손대면 네놈들 전부 죽여버릴 거다!”


“그러니까 그냥 아저씨가 이사 가면 간단히 끝나는 일을 왜 이리 복잡하게 만드실까?”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그렇겐 안 돼! 네놈들은 나를 여기서 단 한 발짝도 끌어낼 수 없어!”


“여전히 말이 안 통하는 영감탱이네. 과연 이걸 보고도 거기서 버틸 수 있을까?”


깡패들 여러 명이 쇠사슬로 묶인,


거대한 생물을 힘겹게 끌고 왔다.


늑대 같은 외형에,


덩치가 코끼리만큼 컸고,


머리가 셋이었다.


흡사 그리스 신화의,


케르베로스를 연상케 하는 마수였다.


우지직!


마수가 가볍게 내디딘 앞발에 깔려,


‘사유지 무단출입 시 사살’이라고 적힌,


농장의 경고판이 과자처럼 부서져 버렸다.


설마 이 깡패놈들이,


마수를 길들여서 데려올 줄이야?


나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아버지를 돌아보았다.


아버지는 마른침을 삼키며,


손에 쥔 엽총을 세게 움켜쥐셨다.


저 정도 크기의 마수에게,


엽총 따위는 그저 간지러울 뿐이었다.


“저, 저런!”


갑작스러운 마수의 출현에,


아버지께서 당황하자,


깡패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수를 데려와 겁주기만 해도,


우리 가족이 달아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아버지가 놀란 표정을 지은 건,


마수 때문이 아니었다.


“형님! 큰일 났습니다!”


“왜? 다 잘 풀리고 있는데?”


“저길 보십시오!”


부하의 말에 고개를 돌린 깡패는,


이내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깡패들이 자랑하던 마수는,


이미 배를 드러내고 바닥에 뻗어있었다.


머리 셋 중 하나는 뽑혀서,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고,


뱃가죽이 찢겨서 커다란 갈비뼈가,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깡패들은 곧 마수의 내장을 파헤치며,


심장을 발라내던 나와 눈이 마주쳤다.


“마침 제물로 바치기 좋은 마수를 구하다니. 운이 좋군.”


나는 흡족한 표정으로,


거대한 마수의 심장을 끄집어냈다.


머리가 셋 달린 마수는,


여신께 바칠 해골도 3개라서 좋았지만,


아쉽게도 심장은 하나뿐이었다.


깡패들은 아연실색하며 내게 고함을 쳤다.


“너 이 자식! 무슨 짓을 한 거야?”


“왜? 나는 농장을 침입한 마수를 사냥했을 뿐인데.”


“너 이게 얼마짜리 마수인 줄 알아? 길들인 애완용 마수는 눈이 튀어나올 만큼 비싸다고!”


깡패의 말에 나는 놀란 눈으로,


내가 헤집어 놓은 마수의 시체를 보았다.


애완용 마수라니?


이 시대에는 마수를 길들여서,


사고팔기도 하는 건가?


내가 살던 종말의 시대는,


애완동물을 기를 만큼 평화롭지 않았기에,


단 한 번도 떠올려 본 적 없는 발상이었다.


마수를 사로잡는 일이야 내게는 쉬운 일이니,


나도 심판관 시험에서 탈락하면,


애완용 마수 장사나 해볼까?


나는 깡패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그래서 네 마수가 부숴버린 농장 표지판에 분명히 써놨잖아. 사유지를 무단으로 침범하면 이유 불문하고 사살하겠다고. 게다가···.”


나는 깡패들에게 바짝 다가섰다.


동네에서는 나름 한 덩치 하는 놈들이었지만,


내 앞에서자 몸집이 왜소한,


초등학생들처럼 보였다.


거대한 몸집에 흉터투성이인,


내가 불쑥 다가오자,


깡패들은 저도 모르게 주춤거리며,


뒤로 물러섰다.


나는 낮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지금 너희들도 우리 가족의 사유지를 밟고 있는 것 같은데?”


깡패들은 긴장한 눈으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지금 나와 싸워서 승산이 있는지,


가늠하는 것 같았다.


거대한 마수 한 마리면,


시골 농부 가족을 쫓아내기,


충분하다고 생각했는지,


깡패들은 별다른 무기를 챙겨오지 않은 것 같았다.


“쳇, 가자!”


결국 맨손으로는 나를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는지 깡패들은 순순히 돌아갔다.


깡패들의 뒤통수를 노려보는 내게,


살육의 여신이 물었다.


‘저들을 순순히 돌려보내도 되겠느냐? 과거로 돌아와 성격이 유순해진 것이 아닌지 걱정이구나.’


“걱정하지 마세요. 살육의 여신님. 저도 그럴 생각은 없으니까.”


‘호오?’


“더 큰 고기를 낚기 위해 잡어는 놓아준 겁니다. 곧 무슨 말인지 아시게 되겠죠.”


후퇴하는 깡패들의 뒷모습을 보며,


나는 습관적으로 입맛을 다셨다.


***


“엄마. 나왔어.”


날이 저물고,


나는 어머니를 만나러 동네 뒷산을 찾았다.


마을 사람들이 삶을 마감하는 이곳에는,


초라한 비석 하나가 서 있었다.


최근까지도 아버지께서 다녀가셨는지,


종이컵에 담긴 소주 한 잔이 놓여있었다.


이곳에 올 때마다,


나는 어머니와 보냈던 옛 추억들을 떠올렸다.


엄마 손잡고 초등학교에 입학하던 날.


처음으로 자전거의 보조 바퀴를 떼던 날.


내가 가출하던 날에도,


힘들면 언제든 집으로 돌아오라며,


내 손에 아껴둔 쌈짓돈을 여비로 쥐여주셨다.


설마 어느 만취한 금수저의 음주운전에.


그렇게 허무하게 가버리실 줄은···.


“···.”


적막한 슬픔에 잠겨있는데,


문득 등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낮보다 훨씬 더 많은 머릿수의,


깡패들이 서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뒷골목에서 파는,


싸구려 수제 권총이 들려있었다.


정식으로 등록된 총기가 아니기에,


추적이 어려워서 범죄자들이 선호하는 총이었다.


손가락만 까딱하면,


손쉽게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총.


총의 위력과 늘어난 머릿수에 용기를 얻었는지,


깡패들은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가 있었다.


깡패들은 이죽거리며 내게 말했다.


“낮에는 신세 많이 졌다. 덕분에 비싼 마수 말아먹었다고 큰형님께 왕창 깨지고 오는 길이다.”


“보아하니 성묘하러 온 건 아닌 것 같은데.”


“성묘는 아니고 누구 하나 더 묻으러 왔지.”


“진심? 고작 땅 문제에 사람까지 죽이겠다고?”


“고작 사람 하나 죽이는 걸로 땅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 싸게 먹힌 거지. 아들이 죽는다면 그 고집불통 영감탱이도 마음을 바꿀 테고.”


“하긴. 여기라면 누구 하나 죽어도 아무도 모를 거야?”


나의 태연한 목소리에,


깡패들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내 말의 의도까지 눈치채진 못한 것 같았다.


더 이상의 대화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했는지,


깡패들은 내게 총을 겨눴다.


탕! 타당! 타다당! 타당!


깡패들의 권총이 불을 뿜으며,


수십 개의 총탄이 내 몸을 꿰뚫었다.


탄환이 상처를 헤집을 때마다,


피가 터져 나오고 몸이 비틀렸다.


그러나, 깡패들이 권총에 장전된,


총알을 전부 쏘고 난 뒤에도,


나는 쓰러지지 않았다.


“뭐야···?”


수십 개의 총탄을 몸에 품은 채,


나는 거칠게 심호흡했다.


<혈마술 제1식 운혈조식>


혈액이 폭발적으로 전신을 순환하며,


내 몸의 신진대사가 증폭되었다.


순식간에 온몸의 상처가 회복되어,


몸에 박힌 총탄을 몸 밖으로 밀어냈다.


빠른 신체 재생으로 막대한 열량이 연소하며,


내 입에서는 고열로 인한 연기가 흘러나왔다.


종말의 시대에 살육의 여신을 섬기며,


내가 얻은 회복 능력 중 하나였다.


“크크크···.”


총성과 고통으로 자극받은,


광증이다시 고개를 들며,


머릿속이 살육의 갈망으로 가득 찼다.


온몸의 피가 끓어오르고,


전신의 근육이 바짝 조여지며,


살육의 준비를 마쳤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몸을 회복한 나는,


겁에 질린 깡패들을 향해 전투의 함성을 내질렀다.


광증으로 인해 거칠게 변조된 내 외침은,


한 마리 거대한 마수의 포효 같았다.


이미 이성을 잃은 내 귓가에,


살육의 여신은 자애로운 목소리로 속삭였다.


‘즐거운 사냥되거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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