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콧노래
작품등록일 :
2024.09.11 16:13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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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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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치(1)

DUMMY

"아, 섹스 하고 싶다."



······수근수근.



“......”



군 복무 시절 내 입에 달고 살았던 말이다. 이제 민간인이 되었지만,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런 말이 습관처럼 튀어나오는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나를 향해 날카롭게 파고들었지만, 나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진정한 속마음을 숨기며 살아간다. 그들에게 속마음이란 부끄러운 진실이고, 그것을 드러내는 것보다 감추는 것이 더 낫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삐이이-익.



하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솔직한 생각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며, 나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



수근수근.



“아저씨! 문 열어 주세요! 저 여기서 내려요!”



문이 열리고, 나는 고개를 들고 당당하게 걸어 내려갔다. 솔직함이 나를 시원하고 가벼운 기분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풋, 저 사람 얼굴 빨개졌다. 땀까지 흘리네. 덥나본데? 큭큭.”



“......”







버스 정류장에 도착해 다음 버스를 기다리며, 나는 적막한 분위기 속의 풍경을 감상했다.



······



주변은 묘하게 고요했다.



아무리 점심시간이 지난 시간이라도, 주변에는 사람도 차도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잠시 싸늘함을 감상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멀리서 낡은 트럭 한 대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분명 낡아빠진 고물 트럭이었지만, 소음 하나 없는 모습이 마치 영화 속 유령선을 떠올리게 했다.



방향은 내가 버스를 기다리고 서 있는 정류장이다.



잠시 후, 트럭이 다가와 멈췄다. 문이 열리자, 한 이상하게 생긴 노인이 튀어나왔다.



노인이 트럭에서 내리는 모습을 처음 보았을 때, 나는 깜짝 놀랐다. 그의 서구적인 외모와 독특한 얼굴은 한국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노인의 피부는 눈처럼 희고, 그의 머리카락과 수염 또한 새하얗다. 수염은 코 아래를 완전히 덮을 만큼 덥수룩하게 자라 있었다.



그는 얼굴에 신경질적인 표정을 띠고 있었다.



복장이 턱시도와 비슷한 정장인 것 같다. 아니, 프록코트일까?



노인이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길을 물어보려는 걸까? 동방예의지국 대한민국의 사람으로서, 노인이 어려워하지 않도록 내가 먼저 말을 걸어드려야겠다.



“저, 그··· 메, 메이 아이 헬프 유···?”



음, 100점짜리 영어발음과 실력이군.



그러나 노인은 내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이쪽으로 다가왔다. 그는 품속에서 긴 막대기를 꺼냈는데, 마치 지휘봉처럼 보였다.



그가 막대기 끝을 나를 향해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주근잠."



낯선 단어와 함께 피곤함이 몰려왔다.



“어?”



이러면··· 안 될 것 같은데에-







“뜨-헙!”



낯선 천장이다.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뜨자, 내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마치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기매매 장면이 연출되는 수술실 같았다. 여섯 개의 전구가 둥글게 모인 조명 아래에는 낯설면서도 익숙한 여러 도구들이 놓여 있었고, 그 중앙에는 내가 누워 있는 수술대가 있었다.



“뭐야··· 이게 무슨 상황이야? 수술실?”



갑작스러운 상황 속에서, 마치 영화 같은 장면에 처한 나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주변을 둘러보며,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가 어디에 있는지, 왜 여기에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수술실이라니, 아마도 긴급한 상황이 있었거나, 혹은 나를 대상으로 한 범죄의 일부일지도 모른다.



몸 이곳저곳을 만져보니 멀쩡하다는 것이 느껴졌다. 몸이 멀쩡하다는 사실을 깨닫자 안도감이 밀려왔다. 몸에 눈에 띄는 이상이 없다는 건, 이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먼저, 이 수술대에서 내려와 주변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



텅! 터더더 텅 텅!



“아, 이 씨발! 깜짝이야! 뭐야? 통? 왜 이딴 걸 밑에 두고 지랄이야 씨발!”



주변을 살펴보니 눈에 띄는 것이 있다. 여러 수술 도구들과 수술실의 문.



탕! 철걱 탕! 철걱



문을 향해 다가가 열어보려 했지만, 잠겨 있어서 열 수 없었다.



문이 잠겨 있는 것을 확인하고 잠깐 실망했지만, 이런 상황일수록 침착하게 다음 행동 계획을 세워야 한다.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생각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우선, 문 주변을 꼼꼼히 살펴봐야겠다. 문을 열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는지, 예를 들어 비상 버튼이나 숨겨진 개방 장치 같은 것을 찾아봐야 한다. 또한, 문 자체가 전자식 잠금장치인지 아니면 전통적인 열쇠로 여는 방식인지도 확인해 볼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살펴봐도 문이 열릴 만한 것은 보이지 않았다. 너무 간단하게 생긴 문이라, 문고리만 없었다면 벽으로 보였을 것이다.



다음으로는, 수술실 안에서 문을 열 수 있을 만한 도구를 찾아봐야겠다. 아까 봤던 수술 도구들 중에 유용한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예를 들어, 뭔가를 끼워 넣어 문을 뜯거나 잠금장치를 해제할 수 있는 도구 말이다.



“오, 톱이다. 날카로워 보이는데... 앗 따거! 씨발!”



제법 날카로운 톱을 발견했다. 이걸로 문틈 사이의 잠금고리를 자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였다.



저벅 저벅



문 너머에서 누군가가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순간 긴장했다. 이 긴장감을 집중력으로 바꿔야 한다. 문 너머에 누가 있는지, 그들이 나에게 우호적인지 아니면 위협이 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했다.



먼저 몸을 숨길 곳을 찾았지만, 숨길 곳은 보이지 않았다.



상황이 위험해질 수 있기에, 방어할 수 있게 옆에 있는 메스를 챙겼다. 톱은 너무 눈에 띄었기에 메스만 챙기기로 했다.



철컥. 탁 드륵 스으으윽.



잠금장치가 풀리는 소리가 들리고 문이 열렸다. 열린 문 밖에서 수술실 안으로 들어온 것은 정신을 잃기 전에 보았던 이상한 노인이었다.



노인이 수술실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니, 나는 놀라움과 약간의 안도감을 느꼈다. 정신을 잃기 전에 봤던 그 노인이니, 아마도 나의 상황에 대해 어떤 설명이라도 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이 상황에 처하게 된 이유와 그의 역할에 대한 의문과 경계심도 여전히 갖고 있었다.



노인에게 바로 공격적으로 나가지 않고, 메스를 손에 쥐고 몸 옆으로 숨겨 언제든 반격할 수 있게 준비 자세를 취했다. 이렇게 하면 상황이 급변하더라도 방어할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어르신, 어르신이 여기에 왜 있는 겁니까? 제가 왜 여기 있는지 설명해 줄 수 있습니까?"



“오, 키키키키, 깨어났구나! 네가 왜 여기 있느냐고? 키키, 그건 네가 그분의 특별한 관심을 받았기 때문이지. 주인님의 명령으로 너를 여기로 데려왔다. 천민인 너에게 특별한 선물을 주기 위해서지. 키키킥. 걱걱정 마라, 아프지는 않을 거야. 금방 끝날 테니까. 주인님이 원하시는 바를 이루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란다. 히히힛!”



나는 그의 말을 듣고 혼란과 불안감을 느꼈다.



그의 말투에서 어렴풋이 비웃음과 조롱이 느껴졌다. 이는 내가 어떤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암시하는 것 같았다. 특히 몇몇 단어들이 신경에 거슬렸다. '그분', '주인님' 같은 단어들이 같은 사람을 가리키는 것일까? 특히 '특별한 선물'이라는 말은 긍정적인 의미보다는 나에게 해가 될 수 있는 어떤 실험이나 변형을 의미하는 것 같아 불안감이 커졌다.



나는 메스를 손에 꼭 쥔 채로, 노인과의 거리를 유지하려 했다.



"그 주인님이라는 분이 원하시는 바가 무엇인지, 그리고 제가 왜 특별한 관심을 받게 된 건지 설명해 줄 수 있습니까?"



“키키키, 네녀석이 그분에게 관심을 받는 이유같은 건 나도 모른다. 그저 축복받은 거라고 생각해라, 히히힛! 고귀한 몸으로 다시 태어나 그 분과 영원히 함께 하기 위해서지. 키키키, 어찌 보면 영광이 아니겠나?”



노인의 조롱 섞인 대답을 듣고 나는 점점 더 답답하고 분노가 치밀었다.



그의 말에서 진지한 설명이나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얻기는커녕, 오히려 내 상황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안함만 커졌다.



'고귀한 몸으로 다시 태어나'라는 말은 분명 나에게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을 암시하는데, 그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왜 나인지에 대한 이유는 여전히 모호했다. 이 모든 상황에서 '영광'이라는 그의 말은 내게 비웃음으로만 들렸다.



내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바로 탈출을 실행 하는 것이다. 마침, 노인이 수술실 안으로 들어오면서 문이 열린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탈출구까지 방해물은 노인 하나뿐이다.



나는 노인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며 간곡히 호소했다.



"아이고, 어르신! 제발, 저를 여기서 나가게 해주세요. 저는 주인님이 원하는 바람과는 상관없이 그냥, 제 인생을 살고 싶어요!"



그 말이 끝남과 동시에, 나는 노인을 옆으로 밀쳤다.



휘익-



?



하지만 노인을 밀칠 때 저항이나 실제로 손에 닿는 느낌이 없었다. 그로 인해 오히려 중심을 잃고 넘어질 뻔했다.



뭐지? 모르겠다. 그냥 이대로 도망치자!



“콩클라우도(Conclaudo).”



끼익- 쾅! 철컥.



노인의 목소리가 들리고, 내 눈 앞의 유일한 탈출구인 문이 강하게 닫혔다.



뭐야. 문이 저절로 닫히고 잠겨버리다니.



절망과 두려움이 온몸을 휘감으며 극에 달했다.



씨발. 뭔데···?



뭔데! 뭐냐고!?



뒤를 돌아보니, 노인이 언제 꺼냈는지 모를 지휘봉으로 나를 가리키고 킥킥거리며 웃고 있었다. 노인이 들고 있는 지휘봉을 보니 불안감이 밀려오고, 심장이 크고 빠르게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몸과 턱이 추위에 떨듯 주체하지 못하며 덜덜 떨렸다.



“헉, 헉···!”



위험하다. 내가 먼저 움직여야 해!



“어리석은 녀석. 주인님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너에게 선택권은 없어. 하지만 걱정말거라. 고귀한 몸으로 다시 태어날 때, 넌 기쁨을 느끼며 나에게 감사하게 될것이니 말이다. 키키키, 그러니까...”



으아아아아!!



나는 손에 든 메스를 휘두르며 노인에게 달려들었다.



“미련한놈! 끝까지 알아듣지 못하는구나, 그더버믠.”



갑자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달려가던 자세 그대로 멈춰서 노인 발 앞까지 굴러갔다.



“허억··· 허억··· 제발···!”



“나중에 보자꾸나, 주근잠.”



“아, 안 돼···!”



여기서 나가야 해···







번쩍-



낯익은 천장이다.



나는 여전히 이 끔찍한 수술실에 갇혀 있다는 사실에 절망감과 분노를 느꼈다.



그리고 그 노인.



“그 개새끼.”



노인과의 일을 떠올렸다.



그 늙은이가 지휘봉으로 나를 가리키며 '죽음잠'이라고 말했었지. 그리고 또 정신을 잃었고. 시발, 이게 대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도대체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 건지, 그 늙은이는 누구길래 그런 마법 같은 걸 부리는 건지···



하지만 궁금해봐야 소용없겠지. 지금은 여기서 빨리 빠져나가는 게 급선무다. 비록 상황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지만, 살아있다는 것만으로도 희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는 반드시 탈출 해야 한다.



어?



몸을 일으켜 세우려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왜이러는지 눈을 굴려 몸을 확인해보니 내 몸이 반나체 상태로 구속구로 수술대에 묶여 있었다.



아이, 시발···



이번엔 눈을 오른쪽으로 굴려 주변을 살펴봤다.



“아이, 시발! 깜짝이야!”



내 오른쪽에 스테인리스 트레이가 놓여져 있는데, 그 안에 섬뜩한 무엇인가 들어있었다.



사람 팔이었다.



나는 전율을 느끼며 소름이 돋았다. 이곳이 얼마나 잔인하고 비정상적인 곳인지 실감하게 되면서, 공포와 혐오감이 몰려왔다. 이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끔찍한 광경이다.



뭐야, 시발.



"진짜 나를 해치려는 건가? 아니면 이미...?"



혹시나 하는 생각에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한다. 그리고 절단된 팔에서 익숙함이 느껴진다.



심장이 더 강하게 뛴다.



모기 물린 자국, 점 3개, 털이 없는 피부, 결정적으로 남들과는 조금 특이하게 생긴 엄지 손가락.



“흡, 흐읍, 흡.”



황급히 눈을 내 왼팔이 있어야 할 곳으로 돌렸다.



“헉, 헉, 흐읍, 흡, 헉.”



그 곳엔 내 왼 팔 대신 쇳덩어리로 된 의수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며 어깨에 박혀 있었다.



“야! 이 개새끼야아아! 씨발새끼야아아아!!”


작가의말

안녕하십니까? 콧노래입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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