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한 빙의자들이 살인을 너무 잘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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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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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3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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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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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3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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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빙의자들(3)

DUMMY

***



“흐음, 목이 잘렸는데 죽지 않았다? 재생능력이던가요, 빛나양?”


이목사는 의례용 흰색 가운과 스톨을 벗어 옷걸이에 걸으며 물었다.

그의 반대편, 목사실 한 켠에는 검은색의 낡은 가죽소파가 있었고 최빛나는 거기 앉아있었다.


“그런 것 같긴 한데 사실 잘...... 모르겠어요.”

“허허, 다른 사람도 아니고 빛나양이 잘 모르겠다라. 이거 흥미롭군요.”


도대체 어떤 능력이기에 모집책인 최빛나가 제대로 파악도 못한데다 초기 각성임에도 불구하고 도종수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의 호기심어린 미소를 보자 최빛나는 부연설명을 곁들였다.


“분명 팔다리가 뒤틀리고 죽기 직전인 상태였는데 온몸이 불타면서 멀쩡히 일어났었어요.”

“그럼 재생능력이 확실한 것 아닐까요?”

“그건 그런데 도종수에게 잘린 머리가 바닥에 떨어지고는 재가 되어 바스라졌어요. 그리고는 불꽃이 목 위로 모였다가 사라진 후에 잘렸던 머리가 멀쩡히 나타났고요. 재생이라기보다는 환상? 마치 신기루 같았어요.”


재생, 혹은 치유 같은 능력은 그렇게 한 순간에 씻은 듯이 상처를 원복시키지 않는다.

최빛나는 어쩌면 자신이 환각을 본 건지도 모른다는 뜻으로 한 말이었다.


“흐음, 그럼 그 불꽃에 환상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는 건가. 재생, 환각, 거기에 만약 그 불이 실체를 가진 물리적 효과까지 있다면 한 가지 능력치고는 꽤나 복합적인데.”


여러 요소가 결합된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니나 보통 그런 부류는 학습계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학습계는 초기 각성에서 그 모든 면모를 보이기보다 서서히 능력을 되찾는 게 정론.

저쪽 세계의 법칙과 이쪽 세계의 법칙이 다르기에 시간이 필요한 것이었다.


“이상하죠, 목사님? 특징은 학습계인데 즉시 발현된 걸 보면 스킬계니까요.”

“스킬계열이라고 해도 능력이 복합적이지 않을 이유는 없겠죠. 우리라고 모든 걸 아는 건 아니니까.”


그저 편의상 만들어놓은 분류일 뿐.

이목사는 백성민의 능력이 자신의 상정을 벗어나는 이레귤러일지도 모른다고 판단했다.

게다가 한 가지 더 이를 뒷받침하는 건 그의 뇌리에 남은 눈동자의 이미지가 강한 것 같다는 보고였다.

기억을 지우는 암시가 강하다는 건 그만큼 저쪽 세계에서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뜻이니.


“그래서 백성민 씨는 어떻게 됐죠?”

“곧바로 그곳을 떠났으니 아마 집으로 돌아갔을 거예요.”


이목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갈 데 없는 천애고아라면 모를까 가족이 있는 이상 잠적할 순 없을 것이다.

그러니 백성민은 언제든지 접촉할 수 있었다.


“그를 자극하지 않고 놔둔 것은 잘 했어요. 거기서 동행을 강요했다면 관계가 더 틀어졌을 테니까.”

“목사님. 말이 나와서 그런데 도종수는 어떻게 하실 거죠? 이미 한 번 경고를 했는데도 똑같은 짓을 저질렀으니 합당한 처벌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허허, 당연히 종수군에 대해서는 징계를 내려야지요. 그래야 기강이라는 게 바로 서지 않겠습니까?”


이목사는 품속에서 하얀봉투를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물론 빛나양에게도 이렇게 성과에 대한 보상을 해야 하고.”

“그...... 백성민 씨가 저희의 일원이 된 것도 아닌데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네요.”


그러면서 손은 이미 봉투를 받아들고 있다.

그냥 하는 말인 건 그녀도, 그리고 이목사도 알고 있었다.


“중요한 건 그런 것보다 가엾은 빙의자가 귀환자로 다시 태어났다는 사실이에요. 그렇지 않나요, 빛나양?”

“호호, 그렇죠?”


그녀가 당연하다는 듯이 수긍하며 봉투를 살짝 당겼다.

그런데 이목사가 반대편을 꼭 붙잡고 있는 탓에 봉투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맡은 일에 대한 책임은 끝까지 져야겠지요?”

“그, 그럼요. 그럴 거예요.”


그제야 이목사는 싱긋 웃으며 손을 놔주었다.


“전 이만 가볼게요, 목사님. 예배하느라 피곤하실 텐데 쉬세요.”

“그래요. 빛나양도 오늘 일 치르느라 피곤할 텐데 가서 쉬도록 하세요.”


그렇게 최빛나가 돈봉투를 쥐고 잽싸게 목사실을 나오는 그때였다.


-탁.


그녀의 손에서 돈봉투를 낚아챈 남자.

도종수였다.

그는 표면에 비치는 희미한 숫자를 알아보고는 입을 삐죽거렸다.


“에게, 일억? 이게 다야?”

“야, 안 내 놔?”

“뒈질 뻔 했는데 말이야. 생명수당이 너무 짜잖아.”

“미친놈이 생명수당 같은 소리하고 있네.”


최빛나는 다시 돈봉투를 낚아챘다.

도종수의 감각이라면 얼마든지 그녀의 손을 피할 수 있지만 일부러 가져가게 놔둔 것이었다.


“야, 최빛나.”

“왜?”

“나 왜 살려줬냐?”


머리가 절반 이상 잘려나간 치명상이었다.

포션을 사용하지 않았다면, 아니 1초라도 망설였다면 분명 죽었을 터.

칼부림을 할 때부터 서로를 진심으로 죽이려 했으니 자신의 목숨을 살려준 게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었다.


“누가 개새끼 아니랄까봐 살려줘도 짖어대네. 왜? 지금이라도 죽여줘?”

“아니. 됐다.”


다른 이유가 없다면 더 따질 필요는 없다.

도종수는 괜스레 그 일로 빚을 지우려 한다거나 골치 아픈 요구를 한다면 죽일 생각으로 물은 것이었다.

그가 한쪽 벽에 기대며 자리를 비켜주자 최빛나는 쿨한 모습으로 머리를 넘기며 그를 스쳐지나갔다.


‘그걸로 빚은 갚은 거다, 멍청아.’


최빛나는 빚 지고는 못 사는 성격이었다.

그것도 도종수와 같은 부류에게 지는 빚은 더더욱.


서로가 얽혔을 때.

도종수가 기합으로 자신을 밀어내지 않았다면 불덩어리가 된 백성민이 둘 다 덮쳤을 것이다.

그랬다면 목숨이 위험했을 수도 있고, 설령 생명에 지정이 없다 하더라도 ‘얼굴’에 화상자국이 생길 여지가 다분했다.

물론 도종수가 그런 행동을 한 데에는 자신을 위해서라기 보다 적절한 대응을 위한 사전작업이었을 것이고, 만약 화상을 입더라도 포션이 있기에 흔적은 남지 않았겠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자신의 얼굴에 잠시라도 그런 흉한 흔적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아주 잠시라도 말이다.


“어휴, 생각만 해도 끔찍하네.”


최빛나는 팔에 돋은 소름을 한 차례 쓰다듬은 후 서둘러 복도를 빠져나갔다.

주머니도 두툼해졌으니 시술이라도 하나 받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



“하...... 그때 둘 다 죽였어야 했는데.”


생각만해도 아쉽다.

특히 그 순간이동을 쓰는 여자는 다시 없을 기회나 다름없었다.

그렇게 얽히는 상황이 또 벌어지지 않는 이상 그런 능력자를 죽이는 게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읏. 또......”


나는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느새 또 죽인다는 생각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다니.

카페에서의 일이 있은 후 집으로 돌아와서는 마치 습관적으로 살인에 대한 생각이 떠오르고 있었다.


‘아마도 저쪽에서의 기억 때문이겠지?’


모든 게 기억나지는 않는다.

그 여자의 말대로 단편적인 기억일 뿐이랄까.

그저 내가 대략적으로 어떤 세계에 빙의했었고, 어떤 인물이었다는 걸 자각하는 정도였다.


‘죽고 죽이는 세계에서 살려면 어쩔 수 없었겠지만...... 난 도대체 어떻게 살아남은 거야?’


민주주의라는 체제와 법이라는 사회시스템 안에서만 살았던 나다.

현대사회가 냉혹하다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적어도 죽여야 살 수 있는 야만적인 곳은 아닌 만큼, 저쪽 세계에 대한 기억은 단편적이나마 나에게 지옥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비교적 유약한 내가 그곳에서 살아남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 것이고.

게다가,


-화륵.


이런 신비한 능력을 얻었다니 말이다.

나는 손 주위를 감싼 불꽃을 잠시 바라보다 주먹을 쥐었다.

그러자 픽하고 불길이 사라졌고, 계약을 떠올리자 다시 불꽃이 피어오른다.


-화륵, 화르륵.


내가 선택한 장면에서 발현되고 있던 능력.

이건 저쪽 세계에서 가지고 있던 능력이긴 한데 문제는 이렇게 발현되는 방식이 아니었다.

기억 속의 나는 소환사였으니까.


소환사.

한 마디로 계약한 존재를 불러내 이용하는 술사라 할 수 있다.

소환 후 명령만 내리면 소환수가 자발적으로 전투나 기타 행위를 수행하는 방식의 능력인 것이다.


그런데 이건 뭘까.

소환수가 소환된 것이 아닌 내가 소환수가 된 것 같다고 해야 하나?

아니, 마치 소환수의 능력만 내 육체를 빌어 발현되는 것 같았다.


“난감하네......”


소환사였던 탓인지, 아니면 기억이 온전하지 않고 단편적인 탓인지 머릿속에 체술과 관련된 기억이 조금도 없었다.

게다가 이 불꽃은 방출할 수도 없기 때문에 화염방사기 같은 원거리 공격도 불가능했다.

애초에 소환수도 불덩어리인 몸을 그대로 들이박는 형태의 전투스타일이었기에 그런 것이었다.


불사조, 라디카.

저쪽 세계의 기억에서 가져온 유일한 소환수에 대한 기억이다.

나는 그 녀석을 살아움직이는 유도탄처럼 사용한 기억이 있었다.

그래도 상관없었던 것은 다른 소환수와 달리 라디카의 장점은 불사(不死)라는데 있었다.

그래, 괜히 불사조라 불린 게 아니지.

라디카는 설령 온몸이 가루가 되더라도 재 속에서 되살아나는 능력이 있기에 생존력 하나 만큼은 발군이었고, 소환수를 잃을 염려없이 마음껏 소환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존재이기에 자주 애용하곤 했었다.


즉, 나는 능력이 유지되는 한 불사라는 뜻이고, 이는 카페에서 목이 잘리면서 한 차례 증명한 바가 있다.


‘문제는 시간제한이란 말이야.’


저쪽 세계에서는 시전자가 보유한 마나의 양으로 소환시간이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아닌 듯 했다.

당장 이 몸에 마나가 있지도 않은데다 달리 다른 에너지가 소모되는 느낌도 없으니.


-픽.


손에 피워냈던 불꽃이 이제야 사라진다.

체크를 해보니 대략 10분.

반면에 카페에서는 전신에 불꽃을 일으켰고 약 10초가량 유지할 수 있었다.

그 개새끼의 머리통을 자르자마자 황급히 자리를 떠야했던 이유였다.


‘지속적으로 능력을 유지하는 게 아니라 적재적소에 필요시마다 사용하는 방식이면 제한시간을 더 늘릴 수도 있겠네.’


그러려면 아무래도 체술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근접격투를 할 수 밖에 없는 능력인데 패시브가 아닌 액티브로 활용하려면 효율적인 움직임이 반드시 따라줘야 하니까.


‘복싱이나 종합격투기를 배워야 하나? 아니면...... 헉, 또 무슨 생각을.’


왜 이렇게 전투적인 생각만 하려는 걸까.

여기는 피와 배신이 난무하는 야만적인 세계가 아니라 평화와 안락함이 가득한 문명사회인데 말이다.

물론 카페에서 그 개새끼를 죽인 것에 대해 그 여자나 그 여자가 속한 무리가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큰 염려는 되지 않았다.

보아하니 그 여자도 그 개새끼를 벼르고 있던 모양이었고, 하는 짓을 보면 알거든.

뭔가 마지 못해 데리고 있는 골칫덩이라는 걸.

통제가 안 되는 인간은 언젠가 조직에서 축출대상이 된다는 건 만고불변의 진리였다.


“그래도 나랑 척을 지겠다면 그때는 뭐 다 죽여버......”


아놔, 왜 이러냐 진짜.

소환사가 아니라 살인귀였나?

왜 이렇게 못 죽여서 안 달이지.

나 도대체 어떤 인생을 산 거야?


한 차례 고개를 흔들어 살기를 털어버리고 건전한 방향으로 생각을 고쳐먹었다.

애초에 그 여자의 제안을 받아들였던 이유.

바로 뭐든 특별한 능력을 얻어 지금의 엿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함이 아닌가.

그리고 그러려면 역시 방향성은 돈을 향할 수밖에 없었다.


‘라디카의 능력으로 어떻게 돈을 벌지?’


선뜻 떠오르는 게 없다.

능력이라고 해봐야 몸에서 불을 일으킨다는 것과 죽지 않는다는 것.

그것과 연관시켜보니 기껏해야 마술이나 서커스 같은 광대놀음을 한다거나 사람들이 꺼려하는 위험한 장소를 직업으로 삼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소방관이나 전쟁터의 용병같은.


“어후, 싫어.”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이능력을 가지고 꼭 그렇게 굴러야 할까.

저쪽 세계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할 짓 못 할 짓 다 해가며 굴렀을 텐데 말이다.

아, 좀 날로 먹으면서 돈은 많이 버는 그런 거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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