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환한 빙의자들이 살인을 너무 잘함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드라마

새글

설화담
작품등록일 :
2024.09.13 17:19
최근연재일 :
2024.09.19 18:05
연재수 :
9 회
조회수 :
354
추천수 :
22
글자수 :
50,660

작성
24.09.16 18:05
조회
30
추천
2
글자
12쪽

6화. 클랜(1)

DUMMY

월천.

작은 돈이 아니다.

아니, 작기는커녕 공시생인 나에겐 꿈 같은 얘기나 다름없다.

사기 치는 걸로 들릴 정도로.


“천만 원을 준다고요? 거기다 추가수당까지?”

“네. 아마 성민 씨도 똑같은 고민을 했을 것 같은데. 능력을 활용할 방법이 마땅히 없죠? 기껏해야 너튜브에서 광대짓 하는 거 정도 아니던가요?”

“......”


정곡을 찔린 느낌이다.


“저도 그랬어요. 제 능력을 봐서 알겠지만 순간이동 같은 건 요즘 세상에 그다지 쓸데가 없더라고요. 고작해야 합법적으로는 택배, 불법적으로는 좀도둑? 뭐가 됐든 둘 다 내키지 않았어요.”


나라도 그랬겠다.

그런 능력을 가지고 택배? 좀도둑?

땀 흘려서 돈을 많이 번다고 해도 왠지 현타가 올 것 같다.


“무슨 말인지는 알겠는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네요.”

“뭐죠?”

“무슨 돈으로 그렇게 퍼줄 수 있는 겁니까?”

“클랜의 수입원을 물어보는 건가요?”

“네.”


능력자 중에 회귀자나 예언자가 있는 걸까?

아니면 역시 살인청부업?


“여러 가지가 있긴 한데 클랜원이 아닌 상태에서 그런 중요한 부분을 말씀드리긴 어렵고...... 예를 하나 들어서 설명할게요. 포션의 효과에 대해서는 충분히 경험했죠? 그걸 팔면 얼마나 할 거 같아요?”

“아......”


단박에 이해가 된다.

포션은 빙의자, 정확히 귀환자들에게만 사용되는 물건이라지만 그 외 효과는 떨어지지만 비슷한 물건이 있지 않을까.

모르긴 몰라도 포션의 반, 아니 반의 반만 되어도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다.


‘월천씩 받는 것도 좋지만 그런 거 하나로 한 방에 인생역전 하는 게 더 좋을 거 같은데.’


이계에서 자유로운 여행자였던 탓일까.

기억을 되찾고부터는 어딘가에 속하는 게 괜스레 꺼려지고 있었다.


“돈 말고 다른 건 없나요?”

“다른 거요? 어머, 요즘 세상에 돈 말고 다른 게 필요해요? 돈이면 다 되는 세상인데?”


그건...... 그렇지.

내가 뭐 명예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달리 꿈이 있는 것도 아닌데 다른 게 뭐가 필요할까.

월천도 매력적이지만 한 번에 거금을 얻을 수 있는 기회 또한 있어보이니 거절하기 힘든 제안인 것만은 분명하다.


‘첫 만남이 좀 안 좋긴 했지만 일단 그 새끼는 내 손으로 죽였고, 저 여자는 사과도 했으니 굳이 척을 질 필요는 없을 것 같은데......’


은원관계도 이만하면 정리된 거라도 봐야 하지 않을까.

게다가 그때와 달리 지금은 저들의 사고방식이 이해가 가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잖아?

도를 아십니까의 상시표적이 될 정도로 세상착해빠졌던 내가 지금은 살인에 망설임이 없고 잔인한 생각을 수시로 하고 있으니.


다만 저들과 함께 하기 전에 한 가지 더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그 돈, 그냥 가입만 한다고 주는 건 아니겠죠?”


저쪽 세계든 이쪽 세계든 공통된 부분이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거다.


“그럼요. 클랜의 일원이 되어서 빙의자들을 위한 일을 하게 될 테니까요.”

“어떤 일을 하죠?”

“여러 가지가 있어요. 저처럼 빙의자를 모으는 모집조에 속하기도 하고, 지원조가 되어서 정보수집이나 사고 뒤처리, 수입관리 같은 걸 하기도 하죠. 클랜 내 규율을 집행하는 관리조도 있고요. 그리고 클랜원들의 복수를 돕는 척살조도 운용하고 있어요.”


응? 복수?

심지어 척살조라는 말에 살인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럼 그렇지.’


이런 능력들을 가지고 그냥 평화롭게 살지는 않겠지.

어떻게 보면 월에 천만 원을 주는 건 조직적인 살인의 대가라고 볼 수도 있는 것이다.

세상에 쉬운 일 없다더니, 어휴.


“얼굴이 왜 그래요? 설마 성민 씨는 복수를 하고 싶지 않은 거예요?”


그런데 이건 또 무슨 말일까.

내가 무슨 복수를 해?


“어머, 혹시 모르는 거예요?”

“......뭘요?”


되물음에도 최빛나는 미간을 좁히며 난감한 얼굴로 말을 아꼈다.


“제가 알려드릴 일은 아닌 것 같네요.”

“......”


뭐야 정말 나한테 복수할 대상이 있다는 건가?

표정을 보니 진짜 그런 것 같은데.


‘그게 사실이라면 난......’


어떤 선택을 내려야 할까.

당장 저 여자에게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나중에 다시 만나서 얘기하죠. 성민 씨 궁금증이 풀리고 난 다음에 말이에요.”


사람이라는 게 참 간사하다.

척살조라는 말에 거부감이 들었던 게 방금 전인데 정작 내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갈대처럼 흔들리다니.



***



“엄마.”


나는 귀가 후 거실에서 TV를 보며 쉬고 계신 어머니 곁에 다가가 앉았다.


“응? 왜?”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요.”


생각해보면 왜 진작에 묻지 않았을까.

먹고 살기 바빠서?

내 앞가림 하기도 힘들어서?

이유가 뭐가 되었든 나는 그동안 너무 무심했던 것 같다.

어머니가 짊어져야 했던 무게는 그저 금전적인 빚만이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걸 그 여자의 입을 통해서야 깨닫다니......


“뭔데 그렇게 표정이 어두워? 공부가 잘 안 돼?”


어머니는 언제나 내 걱정이시다.

내가 졸업 후에 답없는 공시생활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항상 그러셨다.

너는 지금 살아있는 것만으로 너무 감사하다고. 그러니 결과가 안 좋아더라도 절대 실망하지 말라고.

이런 어머니 밑에서 어떻게 나 같은 무심한 놈이 나왔을까.

참 미스테리 하다.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그때 그 사고 있잖아요.”


나를 일 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만들었고, 이 년 동안 재활하게 만든 교통사고.

나는 그 전후 사정을 팔 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묻고 있다.


“갑자기 그 얘긴 왜?”


왜 꺼내는 건지 몰라도 묻지 않으면 안 되냐는 눈빛이다.

그 사고는 나에게도 트라우마지만 어머니에게도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게 만들었으니까.


“사실 지금까지는 기억하기 싫어서 안 물어봤었는데 이제는 좀 알고 싶어서요.”

“성민아, 우리 그냥 다 지난 일이라 생각하고 잊고 지내면 안 될까?”


내 인생이 꼬이게 된 원인이라 생각하고 그쪽으로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까봐 저러시는 것이다.

사실 그게 맞긴 한데......


“그냥 잊기엔 너무 큰 일이었잖아요.”

“......”

“적어도 피해자인 저는 그 사고가 왜 일어났고, 이후에 사건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이코패스년, 아니 자신을 최빛나라 밝힌 여자가 어제 그랬었다.

다른 세계로 빙의하고 돌아오는 일련의 과정은 사고 직후부터 일어나게 된다고.

그 말은 식물인간이 되는 사고, 그 자체에는 초월적인 존재의 개입이 없다는 뜻이었다.

하지만 그렇기에 그 사고 대부분은 빙의자들이 개인적인 복수를 결심할만큼 ‘원한’이 생기며 클랜은 이를 돕는다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내 사고에도 아마 있을 거라고 했지.’


그 자리에서 정확하게 말해주지 않았으나 그녀는 알고 있는 듯 보였다.

내가 빙의자인 걸 알아내기 위해 뒷조사를 했을 테니 당연하겠지만.


“엄마가 알려주지 않으면 경찰서에 가서 사건기록도 보여달라고 할 거고, 사고 낸 트럭 운전기사도 찾아갈 거예요.”

“성민아......”

“그러니까 알려주세요. 가능하면 엄마 입으로 듣고 싶어요.”


그게 팩트에 가장 가까울 테니까.

경찰이든 뭐든 결국 제 3자일 뿐이고 당사자의 입장은 당사자 본인 외에는 알 수 없다.


“꼭 알아야겠니? 팔 년이나 지났잖아. 성민아 제발......”

“엄마, 뭘 어떻게 하겠다는 게 아니라 그냥 알고 싶은 거에요. 엄마 말씀대로 팔 년이 지났고, 그 사람도 처벌받았을 텐데 이제 와서 제가 뭘 어쩌겠어요?”


끈질기게 설득한 게 먹혔을까.

어머니는 그제야 내려놓은 표정으로 입을 여셨다.


“정말 나쁜 생각하는 거 아니지?”

“엄마 생각해서라도 안 그래요. 그 동안 고생하신 거 뻔히 아는데 제가 어떻게 그래요.”

“후우...... 그래, 알았어.”


그때부터 엄마는 최대한 담백하게 이야기를 이어갔다.

내가 화를 낼 법한 포인트도 감정을 싹 배제한 채 말을 한 것이었다.

예를 하나 들면 내가 사고로 죽었더라도 최대 오 년 형을 받았을 텐데, 기적적으로 살았던 데다 법정공방이 이어지는 중에 깨어나버려서 이 년 형을 받았다는 게 그랬다.

지금은 별 거 아닌 것처럼 말씀하시지만 당시엔 얼마나 억장이 무너졌을까.

날 일 년이나 혼수상태로 만들고 깨어나서도 제대로 몸을 못가누는 상태로 만들었는데 이 년이라니.

따지고 보면 가해자는 이 년인데 피해자인 나는 삼 년 동안 자유의 몸이 아니었던 것이다.


‘좆같지만 참자...... 법이 그런 걸 어쩌겠어.’


마음 같아서는 그 따위로 판결을 내린 판사새끼도 태워죽이고, 법을 그 따위로 처만들어 놓은 국회도 불태워버리고 싶지만......

난 슈퍼맨이 아니다.

내 마음대로 다 저지를 수 있을 정도로 대단한 능력이 있는 것도 아니니 참아야 한다.

그저 저 좆같은 법이 나중에라도 바뀌는데 도움이 되기 위해 이 한 몸 장렬히 희생했다고 생각하자.

정신건강을 생각하면 그게 더 나을 테니까.


“근데 판결은 그렇다 치고 피해보상은요?”


왜 치료에 들어간 비용이 전부 우리집의 빚으로 남았을까.

당연히 가해자가 치료비를 내줘야 하지 않나?

내가 너무 핑크빛으로 세상을 보는 건가?


“바, 받았어.”


담백함이 사라진 어색한 말투에서 느껴진다.

받은 게 받은 게 아니라는 걸.


“얼마나 받았는데요?”

“천...... 정도.”


응? 천?

천원은 아닐 거고, 천억도 아닐 테니까 천만 원? 천만 원이라고? 천만 원?!


“왜 그것만 받았어요? 그런 것도 뭐 법으로 정해져 있는 금액만 받는 거예요?”

“그건 아니고...... 엄마가 못 배워서 잘 몰라서......”


자신의 실수인양 애써 포장하려 하다니.

이건 배우고 못 배우고를 떠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거다.

그런데......


“공탁이요? 그것도 선고 하루 전에?”


법적으로 말이 된다니. 어떻게 이럴 수가.

이건 잔혹하고 야만적인 저쪽 세계보다 더 잔인하고 교활한 짓이잖아.

이런 거면 차라리 결투를 해서 이긴 쪽이 옳다고 여기는 이세계 방식이 더 낫지 않나?

적어도 목숨 걸고 싸울 수나 있으니 말이다.


‘형량이 이 년이었던 게 이런 이유도 있었네.’


기습공탁을 걸어 절차상으로는 마치 합의한 것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또 타이밍 좋게 그때 내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서 큰 돈이 들어갈 일이 생기기도 했다고 하고.

결국 이런 저런 우여곡절이 겹쳐 얼떨결에 성사된 합의랄까.

기가 막힌다, 진짜.


“다 좋은데 사고는 왜 냈대요?”


횡단보도였고, 신호등에도 초록색 불이 들어왔었기에 보행자 신호임이 확실했었다.

그런데도 그 트럭은 신호를 무시하고 무섭게 달려와 냅다 들이박았었다.

끼이익 하는 타이어 소리도 없었으니 분명 브레이크도 밟지 않았을 터.

정상적으로는 일어날 수 없는 사고인 것이다.

도대체 왜 그랬을까?


“졸음운전이었다고 했어.”


아, 그랬구나.

그래서 그렇게 들이박은 거구나.

라고 수긍하면 좋았겠지만 이번에도 이상한 점이 있었다.

정확히는 엄마의 말투에서.

졸음운전이면 졸음운전이지 졸음운전이었다고 했다고?

그건 정황상 아니라는 말로 들렸다.


“졸음운전이 아니었던 거죠?”


내가 콕 집어 묻자 그제야 표정도 어색해진다.

그리고 어머니의 입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그때 사고를 내고 도망을 갔다고요?”


사람을 치고는 도망을 가?

뺑소니잖아. 그리고는 다음 날에 자수를 했다고?

잠결에 사고를 내고 나니 너무 경황이 없고 무서워서 일단 그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는 다음 날 자수를 했다고?

그게 자수가 맞아?


“정황상 음주운전인 것 같은데 음주측정한 수치가 없으니까 경찰에서도 어쩔 수 없다고 해서......”


왜 엄마가 죄인이 된 표정을 짓는 건데?

죄인은 그 새끼고, 더 넓게 보면 그 짓거리에 호구병신 같이 놀아난 경찰, 검찰, 판사지.


‘씨발. 좆같네, 진짜.’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귀환한 빙의자들이 살인을 너무 잘함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시간은 매일 오후 6시 5분입니다^^ 24.09.13 19 0 -
9 9화. 권장호(1) NEW 16분 전 2 0 13쪽
8 8화. 클랜(3) 24.09.18 17 2 12쪽
7 7화. 클랜(2) 24.09.17 22 2 13쪽
» 6화. 클랜(1) 24.09.16 31 2 12쪽
5 5화. 빙의자들(5) +1 24.09.15 39 2 13쪽
4 4화. 빙의자들(4) 24.09.14 46 3 13쪽
3 3화. 빙의자들(3) 24.09.13 56 3 12쪽
2 2화. 빙의자들(2) 24.09.13 59 4 13쪽
1 1화. 빙의자들(1) 24.09.13 83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