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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더엠
작품등록일 :
2024.09.13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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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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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화

DUMMY

어미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는 어린 야생마.


녀석을 봤을 때, 처음에는 금덩이가 공짜로 굴러서 들어왔다고 생각했다. 어린 야생마는 얼마나 재빠른지 간신히 마을 사람들이 동원되어서 간신히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그 후로 놈은 사람의 손길을 타지 않았다. 먹을 것은 먹지만 절대로 사람이 만지려고 하면 이빨로 깨물려고 하거나 아주 난리를 쳤다.


거기다 입맛은 어찌나 까다로운지 값비싼 여물이나 곡물이 든 사료를 먹어대니 유지비가 장난 아니다.


그런 말을 데리고 가준다면 촌장이야 환영할 일. 입꼬리가 올라가는 것을 간신히 멈추고 말했다.


“크흠. 비율을 조정해주는 대가로 말을 주는 것은 별로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놈이 워낙 사나워서 통제가 불가능하니, 감당은 직접 해야할 것입니다. 전 분명히 말했습니다.”


촌장은 혹시라도 용병이 보고 겨래를 무를까봐 걱정이었다. 그 녀석은 정말로 미쳤으니까.


이안은 리자드맨을 죽이고 얻은 힘으로 더욱 강해졌다. 말 한 마리 통제하는데 뭐가 어려울까.


“그리고 대장간에 괜찮은 갑옷이나 없습니까? 이번 싸움에서 사슬 갑옷이 이제 못쓸 정도로 망가졌습니다.”


이미 낡을 대로 낡아 있었던 사슬 갑옷은 리자드맨과 싸움을 끝나고 확인해 보자, 언제 사슬이 끊어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마법이 부여된 플레이트 아머가 있었지만 일상에서도 입고 있는 것은 좀 아닌 것 같았다.


“우리 마을 대장간은 농민들이 사용할 물품밖에 만들지 않습니다. 큰 마을로 가야 할 것 같습니다만.”


이안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쉽게도 큰 도시로 가기전까지는 녹슨 사슬 갑옷을 입고 있을 수 밖에.


어느덧 마구간에 도착했다. 촌장은 슬쩍 이안을 바라보았다. 과연 이 자라면 미친 야생마를 조련할 수 있을까.


탈 수도 없고 먹을 것이나 축내는 계륵 같은 존재. 제발 이 사내가 다룰 수 있기를 바랬다.


히이잉ㅡ!


촌장의 하인 한 명이 마구간에서 기겁하며 뛰어나왔다. 그는 얼굴이 창백하게 변해 있다.


“무슨 일인가?”

“주, 죽을 뻔했습니다. 아이고, 짚을 갈아주려는데 뒷발로 저를 차버리려고 해서 바로 뛰쳐나왔습니다. 죄송하지만, 이제 더는 못 하겠습니다.”

“쯧. 알겠으니, 일단 가보게.”


하필이면 이런 모습을 보이다니. 다행히도 이안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눈치다.


어차피 미구간에 들어가 보면 금방 알게 될 일이다.


“보시다시피 저런 녀석입니다. 몸 자체는 우람하고 근육이 단단한 것이 말에 대해 모르는 내가 봐도 명마라 할 수 있습니다. 허허. 하지만 성격이 저러니 쓸 수가 없습니다. 어휴. 밥만 축내고 있으니, 만약 흉년이라도 오면 바로 죽여 말고기라도 만들 생각이었소만. 데려간다면 정말 다행일 것 같군요.”


늠름한 거대한 덩치에 검은색의 윤기 나는 매끈한 피부 그리고 멋진 갈색 갈기를 가진 말이다.


그러나 아직도 화가 났는지 콧김을 씩씩 내뱉고 있다. 성격은 더러울지 몰라도 겉모습은 매우 만족스러운 말이다.


한 번 길들여 볼 만한 하겠군.


안으로 들어가려고 쇠로된 빗장을 열었다. 촌장은 그 모습에 기겁하며 외쳤다.


"조심하시오!. 정말 사나운 놈니까!"


놈은 여전히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다. 금방이라도 들이닥쳐 공격할 것만 같았다.


놈과 눈을 마주치고 다가갔다. 촌장은 혹시나 저 대단한 용병이라면 뭔가 방법이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퍽ㅡ!


뭔가 타격하는 묵직한 소리.


“어어······?”


촌장은 입이 떡 벌어졌다. 전혀 생각지도 못한 광경. 눈을 비비고 다시 보았다.


이안이 녀석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한 것이다. 흑색 말은 고통에 분노하며 뛰어오르며 뒷말로 노려온다.


그러나 그걸 맞아줄 리가 없다. 바로 옆으로 몸을 움직여 다시 말을 주먹으로 때렸다. 이번에는 옆구리.


퍽!!


히이이잉ㅡ!


말이 고통 속에 구슬피 울었다. 그럼에도 눈에 독기가 사라지지 않는다.


그걸 보면서 희미하게 웃었다. 마음에 드는 군. 쉽게 굴복하지 않는 성격이라니.


뒷말로는 안될 것 같자 말은 이안을 찍어 누르려고 앞발을 들어 올렸다. 마구간 천장까지 닿을 듯 거대한 체구를 자랑한다.


촌장은 놀라서 눈을 질끈 감았다.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아서 다시 눈을 떴을 때.


내려찍는 말의 발굽을 잡고 이안은 그대로 버티고 있었다. 이런 기예는 어디가서 볼 수 없을 것이다.


말도 어찌나 놀랐던지 눈까지 휘둥그레져 당황한 것이 보일 정도.


“세상에!”


잡은 말발굽을 내려놓고 주먹을 들고 말에게 다가갔다.


흑색 말도 질렸는지 눈에 독기가 조금씩 사라져갔다. 독기를 대신한 곳에 공포가 자리 잡는다.


인간 같지도 않은 자를 보고 촌장도 겁이 나는데, 직접 마주친 말이 두려워하는 것은 본능이다..


말은 그래도 끝까지 기세를 잃지 않고 콧김을 내뱉으며 이빨로 물며 저항하려 한다.


하지만 물어버리기 전에 주먹 녀석의 얼굴이 꽂혔다.


히잉ㅡ!


그대로 말은 털썩 쓰러졌다.


“살살 때렸으니 곧 일어날 것이오.”


촌장에게 걱정말라고 말하는 이안. 촌장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저 눈만 끔뻑거릴 뿐이다.



* * *



금화 2닢을 추가로 받을 수 있었다. 시세를 몰랐으나 호구가 안 되는 방법이 있다.


만약 나중에 제대로 된 가격을 알게 되면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러자 촌장은 조심스럽게 은화 50닢을 더 주었다.


“크흠. 시세는 변동하니까, 오해하지 말십시오. 그래서 혹시나 싶어서 은화 50닢이나 더 준 것입니다.”


어느새 주머니에 돈이 든든하게 들어갔다. 가문을 나서고 얼마지나지 않아 큰 돈을 벌었다. 거기에 아티팩트까지.


돈이 있어야 사람의 마음은 관대해지기 마련.


만족스러운 미소가 절로 지어진다. 이제 떠나야 할 시간.


흑색 말은 이안이 오자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히이잉!


금방이라도 마구간을 박차고 밖으로 도망치려는 기세다.


다시 문을 열고 들어갔다. 말은 구석으로 들어가 언제든 뒷말로 찰 수 있게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이전과 같은 기세는 보이지 않는다.


놈은 전처럼 쉽게 덤비지 않았다. 하지만 눈은 죽지 않았다.


더 때려야 하나. 이안이 다가가니 전처럼 날뛰지 않고 눈치를 본다.


녀석의 갈기 주변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제야 녀석은 편안해진 듯 보인다. 그러나 언제 날뛸지 모르니 조심해야 했다.


아무리 이안이라도 저놈의 뒷발차기 한 번에 잘 못하면 뼈가 조각나도 이상하지 않다.


“옳지.”

“허참. 저놈이 이렇게 변하다니, 이런 모습을 볼줄이야.”


촌장은 감탄했다. 주먹으로 때릴 때만 해도 놀랐는데 그게 통한 것이다.


이안은 녀석의 고삐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발에 등자에 걸치고 안장을 잡고 올라탔다.


그때 흑색 말은 기회다 싶었는지, 눈이 희번덕거리며 날뛰었다. 촌장은 그 모습에 혼비백산했다. 반대로 이안은 평온했다.


위에 올라타고 허벅지를 조였다. 균형감각도 힘과 함께 높아졌는지 힘들지 않게 말위에서 버텼다.


이리저리 들썩이며 이안을 자기 위에서 떨어트리려고 발광 했지만 어림도 없는 일.


놈이 지쳐서 제풀에 꺾일떄 까지 버티었다.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말은 거친 숨을 내쉰다. 더 이상 날뛸 힘이 없어 보였다.


“이제 끝났냐?”


다시 날아온 주먹 한 방에 놈은 무기력해졌다. 이제 눈에 한줌 남아있던 독기마저 사라졌다.


“가자. 이제 네 이름은 피스트다.”


주먹이라는 뜻이다. 주먹으로 맺어진 사이에 이보다 어울리는 이름이 어디 있을까.


피스트는 눈치를 보며 천천히 걸어갔다. 촌장이 허탈한 웃음을 흘렀다.


저렇게 말을 다루는 것은 처음 보았다.



* * *



피스트를 타고 금세 달려 나간다. 이전과 달리 빠르게 달려 나가는 속도와 시원한 바람을 느낀다.


옛 제국의 잘 발달된 도로를 달리자 피스트도 신난 듯, 속도를 끌어올리며 달려나갔다.


가는 길에 별 다른 일 없이 다음 마을에 도착했다. 말을 타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야 시간이 별로 걸리지 않았다.


마을로 다가가자 마을의 목책위에 경비를 서던 사내가 말을 타고 나타난 이안을 보고는 긴장한 듯 침을 삼키고 질문했다.


“죄송하지만, 누구십니까?”

“용병입니다. 하루 묵고 가려고 왔습니다.”


거대한 댱치에 좋아보이는 흑마. 사내 역시 덩치와 근육이 보통이 아니다.


더해서 사람이 쓸 수 있는지 궁금한 등에 달린 거대한 검까지.


용병이라 했지만 혹시라도 기사일 수 있으니, 말을 조심하는 게 좋았다.


가만히 바라보자, 마을의 자경단들은 허겁지겁 목책 문을 열어주었다.


일단 혼자라는 것을 확인했으니, 큰일이 일어나리라 생각하지 않았다.


이미 마을에는 다른 용병들이 머물고 있기도 했으니까.


히이잉ㅡ!


신나게 달릴 때만 하더라도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새를 못 참고 피스트가 반항을 부렸다.


인상을 쓰며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러자 흔들며 소심한 반항을 하던 피스트가 얌전해졌다.


"조금만 참아라. 곧 여관이 나올 테니."


녀석 목 옆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러자 피스트는 싫다는 듯 콧김을 내뱉었다.


놈과 친해지기를 틀린 것 같다.


다그닥 걸어가는 말을 탄 이안을 바라본 마을 사람들은 다급히 집으로 문을 닫고 들어갔다.


혹시나 기사로 착각하고 두려움에 저런 행동을 했을 것이다. 귀족이나 기사. 둘 다 평민들에게는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니.


다행스럽게도 여관의 크기가 작았으나 마구간이 옆에 같이 딸린 곳이다.


한쪽 구석에 소년 한 명이 누워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이안을 보며 화들짝 놀라 일어났다.


마구간지기는 육중한 크기의 흑마와 거대한 검을 맨 근육질의 사내를 바라보다가 스스로 실수 했다는 것을 알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어, 어서 오십시오! 여관에 묵으실 거면 말은 제가 살뜰히 보살피고 있겠습니다."

"말에게 괜찮은 여물이 있으면 주거라. 곡물 사료도 구해서 주고. 입맛이 까다로운 놈이라, 질 좋은 거 아니면 안 먹는 놈이니 기억해 두고."


품속에서 50 동화를 건네주었다. 워낙 난폭한 녀석이라 저 소년이 다룰 수 있을지 모르겠다. 사실상 목숨값이 포함된 돈.


"만약 돈이 남는다면 네가 가져라."

"감사합니다!"


웬 횡재냐 싶어서 소년의 눈동자가 휘둥그레 졌다.


"그리고 괜히 저놈 근처에 기웃거리지 마라. 순식간에 너를 차버리거나 이빨로 널 물어뜯어 버릴 수 있다. 단순히 경고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사나운 놈이다. 나중에 좋은 음식을 줬는지 확인할 것이니 속이려고도 하지 말고."


마구간지기는 이안의 냉혹한 눈동자를 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


그때 말과 시선이 마주쳤다. 뭔가 불만스럽다는 듯 푸르릉거리며 노려본다. 그제야 이안의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았다.


독기가 가득 찬 말의 눈동자에 소년은 겁을 먹었다. 하지만 조금 전 거구의 사내가 더 무서웠기에 어떻게든 시키는 것을 할 수밖에 없었다.


동화 50닢을 받았다고 좋아할 때가 아니었다. 소년은 여기 있는 싸구려 여물 가지고는 안 먹을 것을 알고, 신선하고 좋은 것을 구하기 위해 촌장의 집으로 달려갔다.



* * *



끼익하는 여관 입구는 어디를 가나 전통인 듯싶다.


들어가니 한눈에 보아도 질 낮아 보이는 사내들과 마을 사람들이 모여 있다.


사내들은 용병 같았고 그들은 마을 사람들과 큰 소리로 언쟁 중이다. 그러나 이안이 들어오는 순간 말소리가 멈추었다.


뭘 보냐는 듯이 마주 보자 그들은 먼저 슬쩍 눈을 피했다.


뒤에 장착한 대검과 근육질 육체만 보아도 형용할 수 없는 위압감이 느껴진다.


이안 역시 신경을 끄자, 이내 다시 서로에게 목소리를 높이며 다시 싸우기 시작했다.


구석에 용병 중 몇 명은 이미 술에 만취하여 쓰러져 있고, 남아있는 녀석들도 술에 취해서 고래고래 소리치는 게 제정신이 아닌 듯 보였다.


듣고 싶지 않아도 여관의 여급이 보이지 않아 잠시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의뢰한 지 며칠이 지났는데, 왜 매일 밥만 축내고 술만 마시고 있는 것이오?"

"우리는 선금을 지급했는데, 왜 일을 안 한다는 말입니까?"


마을 사람들이 항의했지만, 용병들은 요지부동. 질 낮은 하급 용병으로 보이는 자들은 최대한 의뢰를 질질 끌고 있는 모양새다.


먹고 마시며 즐기다가, 마을 사람들이 돈을 더 주면 움직이거나 하겠지.


용병이 종이를 꺼내 흔들었다. 그나저나 저 중에서 글을 읽을 줄 아는 이가 있기나 할까.


"언제까지 의뢰를 수행한다는 기한이 안 적혀있잖아! 우리가 언제 오크를 잡아가든 무슨 상관이란 말이야!"

"오크가 내려와야 우리가 잡지. 언제까지 위험한 산에서 오크를 찾다가 다른 놈들이 나타나서 우리가 죽으면 당신들이 보상해 줄 거요 아니면 조용히 기다리시오!"


아주 개판이로군. 그들의 모습에 혀를 찼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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