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월세사는 빌런 사냥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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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서생
작품등록일 :
2024.09.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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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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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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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으로 가는 인생들 (1)

DUMMY



1화 : 막장으로 가는 인생들 (1)



[ 최강진, 32세 ]



44구경 매그넘이 떨리고 있었다.


총을 쥔 남자의 분노를 옮겨 담은 듯 매그넘의 총구는 점점 더 격하게 흔들렸다.


처리해야 할 상대를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표정은 잔혹했다.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베테랑의 풍취가 물씬 풍겨났다.


이윽고 서늘한 그의 목소리가 낮게 들렸다.


“나··· 최강진을 원망하지 마라···. 이건 니들이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마침내 그의 손가락이 방아쇠에 걸쳐졌다.


떨리는 손.


얼음처럼 차가워진 눈빛.


남자가 일순간 숨을 멈추고 방아쇠를 막 당기려는 그 찰나···!


“죽을래?”


날카롭게 날아드는 소리에 강진은 흠칫 놀라며 휙- 고개를 돌려 쳐다봤다.


갑자기 뚝 끊긴 음악같이 강진의 끓어오르던 분노와 긴장감도 순식간에 사라지고.


50대 남자 하나가 양복 윗도리를 손에 든 채 밉살스런 표정으로 강진을 노려보며 서 있었다.


정팀장이었다.


느닷없는 그의 등장에 놀란 강진이 무의식적으로 방아쇠를 당겼다.


스펑- 하는 소리와 함께 매그넘에서 발사된 비비탄알을 맞고 표적물인 피규어 인형 하나가 발라당 넘어졌다.


“지랄하네.”


추임새를 보탠 정팀장이 다가와 강진의 자리를 살피면 넘어진 인형 옆으로 각양각색의 피규어 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목에는 '사장', '상무', ‘정팀장’, '김과장' 등이 적힌 포스트잇 명패를 달고서.


“일요일 날 좀 불러냈기로서니 그게 총 맞아 뒤질 일이냐, 새꺄?”


작고 꾀죄죄한 완구회사 사무실.


천장에는 [대도완구 영업3팀] 이라고 적힌 종이 판넬이 선풍기 바람에 맥없이 버둥거리고 있었다.


강진과 정팀장 사이에 흐르는 어정쩡한 침묵.


그리고 바로 뒤이어 그 침묵을 깨는 강진의 경쾌한 핸드폰 소리.


- ♪ 메칸더 메칸더 메칸더 브이! 랄라랄라 랄라라라 공격개시!♪


발신자를 확인한 강진이 급히 수신거부 버튼을 눌렀다.


정팀장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강진을 쳐다보더니, 자동차 키를 휙- 던져 건넸다.


“빨랑 내려가서 차 안 빼고 뭐해에!”


“옙.”


키를 받아들고 후다닥 사무실을 뛰어 나가는 강진.


* * *


[ 이유리, 33세 ]



짝퉁 바비 인형을 만드는 소규모 인형 공장의 너저분한 생산 라인.


여러 작업대 위에 머리와 몸통, 팔다리가 따로 분리되어 있는 바비 인형들이 어딘지 모르게 섬뜩하게 널려 있었다.


직원들이 보이지 않는 휴일이라 더 공포스럽게 보이는 어둑한 생산 라인 내부.


그런데 그 기묘하고 너저분한 작업라인 가운데서 유독 한곳이 눈에 띄었다.


분리된 인형의 신체 부위들과 각종 기구들이 체계적으로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는 깔끔한 작업대.


그 곳에 앉아 혼자 열심히 일하고 있는 여자, 이유리.


인형의 관절들을 끼우고 접어 포장상자에 집어넣는 그녀의 손놀림은 거의 달인의 경지에 이른 듯 했다.


순식간에 선반 위의 인형들이 조립되어 상자 안으로 샤샤샥- 들어갔다.


순간,


“아야!”


유리의 입에서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내 그녀의 손가락에서 붉은 피가 뚝뚝 떨어졌다.


짝퉁 인형의 다리에 날카로운 철사가 삐죽 튀어나와 있었다.


금세 상자 속 인형의 몸통에도 피가 떨어져 번져갔다.


재빨리 휴지로 손가락을 감싸 쥐는 유리.


익숙한 일인 듯 선반 옆에 걸린 물뿌리개와 수건으로 인형과 선반에 흘린 피를 신속하고 깨끗이 닦아냈다.


뒤처리와 정리도 순식간에 끝냈다.


잠시 주위의 기척을 살피던 유리가 시계를 보고는 선반 옆에 있던 작은 가방 안을 확인했다.


빵과 우유가 들어있는 도시락 가방.


생산 라인 상단 구석에 붙어있는 CCTV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유리.


잠시 고민하던 유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향했다.



* * *


도로를 달리는 정팀장의 차.


강진이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뒷자리에 앉은 정팀장은 조의금 봉투를 옆에 놓고 투덜거리며 돈을 세고 있었다.


“노는 날까지 아주, 사람을 개 부리듯이

부릴라고 그래.”


강진이 룸미러로 힐끔힐끔 정팀장의 눈치를 살폈다.


“공과 사는 구분해얄 거 아냐, 공과 사는.

사장이면 다야? 썅노므새끼. 우리 장모 죽었을 때 지도 직접 부조하러 올 건지 진짜 내 두고 본다.”


돈이 모자랐는지 정팀장은 신경질적으로 호주머니를 뒤적거렸다.


“야, 만 원짜리 있으면 하나 줘 봐.”


인상을 찌푸리던 강진이 못내 윗옷 안주머니에서 어기적어기적 돈을 꺼내 건넸다.


꼬깃꼬깃 구겨진 만 원권 지폐.


누가 봐도 꿍쳐둔 비상금이다.


“돈 간수하는 꼬라지 봐라.”


정팀장이 또 밉살스럽게 쏘아붙였다.


“들어오던 돈도 기분 나빠서 죄다 내빼겄

다.”


강진은 입을 삐죽이는 걸로 대꾸를 대신했다.


“너 인마, 이럴 때 기회다 생각하고 사장한테 얼굴 도장 확실하게 찍어. 오늘 진짜 내가! 이 최강진이가! 사장한테 어필해서 반드시 정규직 전환한다! 이런 통렬한 각오로 서빙을 한번 해보라고오!”


정팀장이 선심 쓰듯 말하다가 괜히 지가 오바해서 말에 힘을 붙였다.


“내가 다~ 너 생각해서 이러는 거 알지? 넌 인마, 계약직 감원 오다 떨어지면 1순위야 1순위!”


곧 정팀장은 눈을 감으며 몸을 뒤로 뉘였다.


“잠시 눈 좀 붙일 테니까 도착하면 깨우고.”


“예···.”


강진이 풀이 죽은 채 대답했다.


그때, 강진의 핸드폰이 다시 우렁차게 울렸다.


확인하면 발신자가 [사채 또라이] 라고 떠 있고.


짜증스런 표정으로 또다시 수신거부 버튼을 누르는 강진.


뒷좌석에서는 어느 새 곯아떨어진 정팀장의 코고는 소리가 드르렁- 들려오기 시작했다.



* * *


유리가 화장실 변기에 걸터앉아 작은 파우치에서 꺼낸 밴드로 철사에 찔린 손가락에 붙였다.


잠시 숨을 고르며 멍하니 앉아있던 유리가 가방에서 빵과 우유를 꺼내 점심 요기를 시작했다.


순간, 우걱우걱 빵을 먹고 있던 유리의 눈에 변기칸 칸막이 아래로 카메라 렌즈 부분이 언뜻 보였다.


“어머, 어머!”


화들짝 놀란 유리가 급히 빵과 우유를 변기 뒷단에 올리고는 상황을 파악했다.


살금살금 옆 칸 아랫단에서 넘어와 있는 걸 조심스럽게 살피는 유리.


분명히 카메라였다.


그것도 아주 대놓고 촬영용 카메라였다.


다시 조심조심 칸막이에 귀를 대보는 유리.


으허헙 -


입을 막고 내는 듯한 요상한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유리가 다시 작정을 하고 아랫단으로 몸을 숙여 옆칸을 확인하려는 찰나!


옆 칸에서 낌새를 알아챈 듯 재빨리 옷 입는 소리가 들렸고, 휙- 카메라 렌즈가 빠져나갔다.


뒤이어 급히 변기물 내리는 소리가 나고.


깜짝 놀란 유리가 후다닥 움직여 소리 나지 않게 변기칸 문고리를 풀었다.


잠시 틈을 두고 밖에서 나는 급한 발소리에 맞춰 힘껏 문을 밖으로 밀어젖혔다.


빡 -!


쿠당탕 -!


달아나던 옆 칸 사람이 정통으로 문에 부딪혀 쓰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이 변태 같은 놈이 어디서 허튼짓이야!!”


유리가 득달같이 뛰쳐나가며 소리쳤다.


* * *


[ 곡성댁 김영순, 50세 ]


독산동 도살장 옆 고기 정리 창고.


공중에 걸린 컨베이어에는 도살장에서 도살된 소들이 매달려 천천히 넘어오고 있었고 그 아래 작업 라인에서는 흰 작업모와 마스크를 쓴 인부들이 열심히 소의 뼈와 살을 발라내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유독 한 중년 여자의 손놀림이 날렵해 보였다.


곡성댁 김영순이었다.


중간 중간 곡예사처럼 칼을 공중으로 휙휙- 돌려가며 샥샥샥- 뼈에서 살점들을 분리해내는 곡성댁.


그녀의 움직임은 마치 오랜 세월 동안 갈고 닦은 장인의 기술을 보는 것 같았다.


그 때 작업대로 다가온 간부가 곡성댁을 보며 외쳤다.


“곡성댁이랑 오씨, 김씨! 연장 정리하고 소장님 방에 좀 가보쇼!”


곡성댁과 인부들은 일손을 멈추고 마스크를 벗었다.


그들은 의아한 눈길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다들 무슨 일인지 궁금해 하는 표정이었다.



* * *


짝퉁 바비 인형 생산 공장 사무실.


유리와 화장실 문에 면상을 찧어 얼굴이 곤대반죽이 된 여자가 마주보며 앉아있고 그 가운데에 공장장이 돌겠다는 표정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탁자 위엔 촬영용 카메라가 놓여있고.


공장장이 미치겠다는 듯 유리를 보며 말했다.


“아니, 쉬는 날 잔업 하겠다고 억지로 우겨서 나왔으면, 할 일이나 잘할 것이지. 왜 제품 촬영하러 온 사람 얼굴을 이 모냥으로 해 놔아~”


어쩔 줄 몰라 하며 다급히 변명하는 유리.


“아니, 전 몰카 찍는 변탠 줄 알고···.”


그러다 번뜩 무언가 생각난 듯 덧붙였다.


“이상한 신음소리도 막 냈다니까요! 헙~ 흐업~ 허흐흡~ 이렇게요!”


그러자 맞은편 카메라 여자가 한쪽 콧구멍에 박힌 휴지를 팽- 뱉어내며 퉁명스럽게 받아쳤다.


“아줌만 똥 쌀 때 용 안 써요?”


“아, 됐고!”


공장장이 버럭 소리쳤다.


“어차피 요새 주문도 많이 줄어서 그 쪽 관두라고 얘기할 참이었어! 위에서 임시직들 버얼써 다 내보내라고 했는데 형편도 딱하고 일도 잘해서 나도 많이 참아 준 거야! 이참에 오늘부로 그만 두는 걸로 합시다!”


난데없는 해고 통보였다.


유리의 얼굴이 금세 울상이 되었다.


“공장장님, 제발 한 번만 모른 척 해주세요~ 저 정말 지금 관두면 큰일 나요~ 딱 두 달, 두 달만 더 하고 그만 둘게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공장장님~”


하지만 공장장은 거듭되는 유리의 애원을 매몰차게 뿌리치고는 휑하니 사무실을 나가 버렸다.


곤대반죽 여자도 무안한 듯 급히 카메라를 들고 그를 따라 나가고.


혼자 남은 유리가 맥없이 소파에 주저앉았다.


금세 그녀의 눈에선 닭똥 같은 눈물이 후두둑 흘러내렸다.


“이제 어떡하냐, 진짜···.”



* * *


분주한 장례식장에서 소주 박스를 어깨에 짊어진 채 강진이 걸어왔다.


힘에 부친 듯 그의 다리가 불안하게 후들거리더니 지나가던 양아치스런 검은 양복의 사내들과 부딪혔다.


윽- 소리를 내며 박스를 내려놓는 강진.


“에이···.”


검은 양복 사내들 중 하나가 기분 나쁜 듯 강진을 째려 봤다.


움찔하는 강진.


“됐어, 그냥 가.”


뒤쪽에 보스인 듯 보이는 남자가 부하에게 지시했다.


보스가 강진을 스쳐 가면서 기분 나쁘게 노려봤다.


멀뚱이 그를 바라보는 강진.


입구에서 담배를 피우며 커피를 홀짝거리던 정팀장이 그 모습을 보며 다가오고.


“일을 할 거면 좀 다부지게 해야지, 젊은 놈이. 그게 뭐 무겁다고 몇 번을 쉬어가며 옮기냐.”


정팀장의 혀차는 소리에 강진의 짜증이 올라오고.


“팀장님이 한번 들어보세요, 이게 얼마나 무거운데요!”


“얼씨구, 이게 이제 잔머리까지 쓸······.”


한 대 때릴 듯이 다가오던 정팀장이 별안간 담배와 커피 잔을 강진에게 후다닥- 앵겨주고는 소주박스를 급하게 집어 들었다.


의아한 강진이 뒤를 보면 장례식장 안에서 조문객을 배웅하러 나오는 사장 일행이 보였다.


“어이고~ 우리 정팀장이 고생이 많네, 이거.”


사장이 소주박스를 들고 있는 정팀장을 보고 다가와서는 대견하다는 듯 말했다.


“아닙니다, 사장님. 고생이라니요.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죠, 네.”


정팀장이 아부하듯 사장의 비위를 맞췄다.


상복 차림의 날렵한 눈매를 한 사장이 소주박스를 들고 들어가는 정팀장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모습을 황당한 표정으로 보고 있던 강진의 눈에서 순간 불같은 분노가 타오르고.


스윽 - 주변을 둘러보더니 한쪽 구석에 있던 짱돌 하나를 소리 없이 집어 드는 강진.


그리고는 순식간에 정팀장에게 우다닥- 달려가 뒤통수를 퍽- 까버렸다.


사장과 주변 일행들이 악- 비명을 내지르며 경악했다.


정팀장이 들고 있던 소주박스가 와장창- 부서졌고, 그의 머리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싸가지가 없으면 양심이라도 좀 있어라, 이 꼰대 새끼야!”


강진이 눌린 울분을 터트리듯 포효하며 소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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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막장으로 가는 인생들 (3) 24.09.15 88 0 14쪽
2 막장으로 가는 인생들 (2) 24.09.14 108 0 13쪽
» 막장으로 가는 인생들 (1) 24.09.14 141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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