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월세사는 빌런 사냥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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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서생
작품등록일 :
2024.09.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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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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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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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2)

DUMMY



5화 :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2)



대형 여행 가방에 능숙하게 남자의 시신을 접어 넣고 욕실 정리까지 말끔히 마친 유리가 강진과 곡성댁을 보며 말했다.


“이제 이걸 어디다 처리하지?”


* * *


콰과과광-


한바탕 소낙비를 퍼부을 것처럼 연신 천둥번개가 주위를 때리고 있었다.


핸들을 잡은 강진의 손이 덜덜 떨렸다.


겁에 질린 그의 표정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남자의 사체를 어디다 묻고 오는 듯 그의 옷 여기저기엔 진흙들이 덕지덕지 묻어 있었다.


차가 강을 가로지른 다리 위로 들어서는 순간, 번쩍- 번개가 내리쳤다.


순식간에 대낮처럼 환해지는 주변 풍경들.


우르릉 콰쾅-


흐엑-


번개에 이어진 천둥소리로 화들짝 놀란 강진이 급히 다리 갓길로 차를 세웠다.


핸들에 머리를 박고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결국엔 어깨를 흔들며 울기 시작하는 강진.


잠시 후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곧장 다리 난간으로 걸어 간 뒤에 작심한 듯 신발을 벗고 난간 위로 올라서는 강진.


생사의 경계 위에 올라 선 그의 몸이 벌벌 떨렸다.


아슬아슬한 순간.


아득한 높이와 검은 강물 때문에 현기증이 났다.


순간 왈칵 눈물을 쏟는 강진.


그러더니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다시 난간을 내려왔다.


“아니다. 이건 아니다···.”


난간을 붙들고 스스로를 달래는 강진.


“그래! 이건 아니지··· 불쌍한 우리 유리! 그래 나 없으면 우리 유리 어떡해! 최강진, 이건 진짜 아니다!”


후- 호흡을 가다듬고 눈물을 훔치며 돌아서는데, 문득 난간 기둥에 누군가가 화이트 액으로 써놓은 문구가 강진의 눈에 들어온다.


[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


물끄러미 바라보던 강진이 다시 울컥했다.


“에이 씨바, 그래 죽자! 이렇게 더 살아서 뭐해. 칵 죽어!”


그는 다시 난간에 오르려 후다닥 한쪽 다리를 걸쳤다.


그때 핸드폰이 울렸다.


유리였다.


- 오빠, 어디야? 왜 이렇게 오래 걸려?


불안해하는 유리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어··· 저기···.”


강진이 말을 더듬었다.


- 오빠! 혹시 다른 생각하는 거 아니지? 너 이상한 짓 하면 정말 내 손에 죽는다아!


또 말하다가 뚜껑 열려서 흥분하는 유리.


“아, 아냐. 영준이한테 차 다시 갖다 줄라고 준비하고 있어. 차만 돌려주고 금방 갈게.”


강진이 간신히 감정을 추스르며 차로 가며 말했다.


바로 그 때!


번쩍- !


콰광- !


조금 전 강진이 올라섰던 난간 위로 엄청난 굉음을 내며 벼락이 떨어졌다.


벼락의 여파로 순식간에 시커멓게 우그러진 난간 주변에 탄내가 진동했다.


“으아아··· 까딱 잘못했으면 죽을 뻔 했네.”


가슴을 쓸어내린 강진이 재빨리 차에 올랐다.


그 순간 쏴아아- 비가 억수같이 퍼붓기 시작하고.


* * *


장대 같은 빗줄기가 쏟아지고 있는 산기슭.


강진이 사체를 유기한 장소인 듯 땅을 헤집어 다시 덮은 흔적들이 보였다.


떨어지는 빗줄기에 흙바닥이 조금씩 패이더니 어렴풋이 남자의 시신이 담겼던 여행 가방의 끝자락이 보이기 시작했다.


* * *


혼잡한 출근 시간의 지하철 안.


인파에 껴서 힘겹게 손잡이를 붙들고 있는 강진이 넋이 나간 표정으로 창밖을 보고 있다.


도심 건물 꼭대기의 대형 빌보드 광고판이 눈에 들어왔다.


<브라보 마이 라이프!> 라고 적힌 카피 아래 이국적인 해변에 누워 선탠을 즐기고 있는 젊은 남녀의 모습이 보였다.


그 아래엔 뉴질랜드 이민을 홍보하는 문구들이 적혀있고.


전철은 계속 덜컹거렸고 강진의 넋 놓은 표정도 변함없이 흔들리고 있었다.


* * *


대도완구 사무실.


퀭한 눈의 강진이 불안한 표정으로 인터넷을 검색하고 있다.


모니터 화면에는 '과실치사, 살인, 정당방위' 같은 법률 조항들이 떠 있고.


“형법 제250조 제1항···.”


찬찬히 법조항을 살피는 강진.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그때 누군가의 얼굴이 강진의 어깨 너머로 쑥 들어왔다.


“죽은 사람 내동댕이친 건데 뭐 그 정도야 되겠어?”


불쑥 끼어든 정팀장이 강진의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에헥!”


화들짝 놀란 강진.


두 사람은 멍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짧은 침묵이 흐르고.


* * *


비가 온 뒤 화창하게 갠 날씨.


내리쬐는 햇볕이 뜨거웠다.


옥상 난간 옆 그늘 자리에 선 정팀장이 담배를 피우고 있고 강진이 앞에 서서 애절한 표정으로 간청하고 있었다.


“어떻게 좀 안될까요? 팀장님. 다음 주면 2년 채우는데, 이대로 나가는 건 말이 안 되잖아요.”


정팀장은 말없이 딴 곳만 바라보고.


“저 정말 열심히 일 했어요. 팀장님도 잘 아시잖아요. 팀장님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진짜 개처럼 일했잖아요, 저.”


강진이 애원이 거듭됐다.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두 배, 아니 열 배는 더 열심히 할게요.”


묵묵히 듣고 있던 정팀장이 입을 열었다.


“강진아···.”


한껏 목소리를 까는 정팀장.


“네, 팀장님.”


강진이 기대 섞인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 올초에 받았던 직원대출··· 아직 미납이지?”


순간 강진의 표정이 굳어졌다.


“그거 퇴직금 담보로 내준 거야. 지금 상황에 은행에 완납 못하면 너 퇴직금도 없어.”


정나미 떨어지는 정팀장의 말이 이어지고.


“왜 그렇게 사니? 젊은 놈이···.”


“그건 곧 메꿔 넣을게요. 팀장님···.”


강진이 다시 매달렸다.


“야, 너 GOP 수색대 출신이라매. 악으로 깡으로, 그런 건 다 까먹었냐?”


정팀장이 답답하다는 듯 담배를 탈탈 털어 끄며 말했다.


“내가 지인짜 너 생각해서 충고 하나 할게. 강진아, 좀 이 악물고 독하게 살아라. 착해 빠져가지고 어영부영 남들한테 호구 잡혀 살지만 말고.”


꽁초를 휴지통에 농구슛 하는 포즈로 던진 후 들어가 버리는 정팀장.


혼자 남은 강진은 막막했다.


한치 앞도 내다보이지 않는 캄캄한 인생.


고구마 수십 개를 삼킨 듯 한 답답한 인생.


희망도 기대도 모두 사라진 공허함만 남았다.


멀리 보이는 광고탑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 문구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 * *


유리도 일을 하는 둥 마는 둥 도무지 집중 할 수가 없었다.


한동안 얼빠진 모습으로 식탁 위를 건성으로 훔치고 있던 그녀가 거실에서 들리는 소리에 화들짝 정신이 돌아왔다.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속보.


- 오늘 아침 동암산 기슭 산책로에서 20대 남자의 변사체가 발견 되었습니다···.


'변사체'라는 기자의 말에 유리가 깜짝 놀라 TV 앞으로 뛰어갔다.


- 경찰은 일반적인 살인 사건의 사체 유기 형태와는 달리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산책로에 사체를 묻은 점으로 미뤄 범행을 과시하려는 정신 이상자의 소행이거나 폭력 조직간 세력 다툼 과정에서 벌어진 조직범죄로 추정하고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유리는 뉴스 화면을 보고 기겁했다.


범행을 과시하려는 정신이상자의 범행이라니···!


TV 화면 한편에는 현장의 수사 지휘자로 보이는 늙은 형사 장일수 반장의 모습이 보였다.


* * *


한편, 달순은 길용의 연락 두절에 근심과 분노가 뒤섞여 사무실에서 끙끙대고 있었다.


TV를 보고 있던 두철이 엇- 하며 달순을 불렀다.


“행님, 행님. 저거 TV 좀 보이소.”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던 달순이 그 소리에 TV를 쳐다보다가 '어라?'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거 장반장이지예, 맞지예?”


“맞네. 저 양반, 매스컴 탔네. 허허.”


화면 속, 리포팅하는 기자의 뒤편에 서 있는 장반장이 핸드폰을 꺼내 전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기자의 리포팅은 계속 이어졌다.


- 여행용 가방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시신은 20대 남성으로 밝혀졌습니다···.


달순과 두철이 화면 속 장반장을 신기하게 쳐다보고 있는데 달순의 핸드폰이 울렸다.


길용의 전화를 애타게 기다리던 달순이 후다닥-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여보세요! 길용이냐?!”


- 어이, 오달순이. 박길용이 이거 어떻게 된 거야?


예상치 못한 목소리에 당황하는 달순.


“아니, 그게 무슨···!”


달순의 눈길이 휙- 다시 TV에 박혔다.


20대 남자의 사체가 발견된 현장에서 걸려 온 장반장의 전화!


그렇다면 사체로 발견된 20대 남자가 길, 길용이라고?!


- 어이, 오달순. 왜 말이 없어. 박길용이 이거 어떻게 된 거냐고!


장반장이 길용의 죽음을 정확히 확인시켜줬다.


달순은 재빨리 머리를 회전시켰다.


일단 길용이가 대근이 놈과 한배를 타지 않은 건 확인 됐으니 오케이.


근데 길용이가 담궈졌다고? 누가? 왜?


-야 임마, 왜 말이 없어! 야, 오달순!


장반장이 소리쳤다.


지금은 장반장의 추궁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게 우선이라고 달순은 생각했다.


어울리지 않는 너털웃음으로 통화를 시작하는 달순.


“우하하핫! 아이고, 장반장님 정년퇴임 다 되서 출세했네, 테레비에도 다 나오시고.”


- 이 새끼야! 박길용이 변사체 이거 어떻게 된 거냐니까 왜 딴소리야!


TV 화면에서는 기자 뒤쪽에 서서 통화하고 있는 장반장의 모습이 계속 노출되고 있고.


“근데 반장님. 아~ 테레비에 나오는데 옷은 좀 챙겨 입으시지. 아이고~ 뱃살도 좀 집어넣고. 넘치네 넘쳐.”


“뭐 이 새끼야! 아가리 안 닥쳐!”


장반장이 버럭- 고함쳤다.


코로나 이후 더욱 불안해진 사회심리, 빈번해진 강력범죄 등을 열심히 리포팅하던 기자가 장반장의 고함 소리에 깜짝 놀라 하던 말을 멈추고 돌아본다.


잠시 끊긴 기자의 리포트가 다시 이어지고 TV화면에선 길용이 담겨 있었던 여행 가방의 일부가 보이기 시작했다.


* * *


뎅그랑-


스텐 그릇이 바닥에 떨어지며 담겼던 막걸리가 사방으로 튀었다.


낮술을 마시던 곡성댁이 뉴스 속보 화면에 사체를 담았던 가방의 일부가 드러나자 화들짝 놀라 그릇을 놓쳤다.


급히 강진의 집으로 가려다 우뚝- 걸음을 멈춰 서는 곡성댁.


심각하게 무언가를 고민하더니 이윽고 혼자 중얼거렸다.


“그려···. 눈 한번 질끔 감아블믄··· 내 새끼가 편해지는 겨···.”


후다닥 전화기를 끌어와 전화를 거는 곡성댁.


“아, 여부쇼. 저그··· 머 쪼까 물어보고 잡은디···. 요새 거시기, 살인범 신고하믄 얼매나 주요?”


혀가 꼬인 목소리를 감지한 112 신고센터의 담당자가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아주머니, 장난전화하시면 안돼요, 술 드셨죠?”


“어. 막걸리 쪼까 묵었지, 얼매 안 돼.”


“그만 끊으시구요, 주무세요~ 요즘은 이런 장난전화 하시면 큰일 나요.”


“아니, 이 썩을 것이. 시방 누굴 술주정뱅이로 봐야아~“


곡성댁이 울컥했다.


“근께 요새 살인범 신고하믄 얼매나 주냐고오! 딸꾹- “


“이 아줌마가. 장난하시면 안 된다니까요!”


곡성댁이 미처 다시 말하기도 전에 담당자가 통화를 종료해 버렸다.


열 받은 채 수화기를 쾅- 내려놓는 곡성댁.


잠시 다시 생각하다가 자신의 머리를 쥐어박으며 자학하는 곡성댁.


“이런 썩을 년···. 오라지게도 나쁜 년···.”


* * *


대도완구의 직원 휴게실.


강진이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며 황급히 휴게실로 뛰어 들어왔다.


TV 모니터에서 나오는 뉴스속보를 보고 그는 기겁했다.


핸드폰 속에서는 유리의 다급한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고.


- 이제 우리 어떡해 오빠아! 시체가 나와서 경찰들이 수사한다는데에 어떡하냐구우!


화면 속 사건 현장을 확인하던 강진의 얼굴이 또다시 하얗게 질려갔다.






< 5화 :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2)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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