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월세사는 빌런 사냥꾼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새글

김가서생
작품등록일 :
2024.09.14 09:01
최근연재일 :
2024.09.19 17:0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484
추천수 :
0
글자수 :
40,393

작성
24.09.14 18:00
조회
108
추천
0
글자
13쪽

막장으로 가는 인생들 (2)

DUMMY


2화 : 막장으로 가는 인생들 (2)



“싸가지가 없으면 양심이라도 좀 있어라, 이 꼰대 새끼야!”


퍽-!


* * *


강진의 복수는 늘 이런 식이었다.


‘내가 언제 한번은 반드시 저 밉살스런 정팀장의 뒤통수를 후드려 까버리고 말테다.’


그러나···


그런 다짐은 항상 실행되지 못하는 짧은 망상으로 끝났다, 오늘처럼.


“자넨 여기서 뭐하나?”


소주박스를 가로채 들고 가는 정팀장을 보며 망상에 빠져 있던 강진에게 사장이 핀잔처럼 물었다.


담배와 커피를 든 채 서 있던 강진을 사장이 한심스럽다는 듯 보고 있었다.


화들짝 정신이 돌아온 강진이 급히 담배를 뒤로 감추려다 담뱃불에 손을 데였다.


“엇 뜨, 뜨···.”


손사래를 치다 커피까지 옷에 쏟아 버리고 마는 강진.


사장은 강진을 보고 혀를 끌끌 차더니 다시 조문실로 들어가 버렸다.


강진이 허탈한 표정으로 정팀장과 사장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 * *


커피가 묻은 유니폼 점퍼를 화장실에서 물로 닦아내고 있는 강진.


그때 강진의 핸드폰이 다시 울렸다.


짜증스레 발신인을 확인하던 강진의 표정이 애매모호해졌다.


모르는 번호다.


조심스레 수신 버튼을 누르는 강진.


“···여···보세요?”


강진이 응답을 하자마자 전화기 너머로 우렁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 아이고~ 최강진씨! 인자 전화를 받네. 자꾸 약속을 어기면 곤란한디··· 수신거부꺼정 하고 말시···.


“회의 중입니다!”


화들짝 놀라 전화를 탁 끊어버리는 강진, 그리고는 얼른 번호를 다시 [사채 또라이2]로 저장했다.


곧이어 핸드폰이 다시 울리지만 수신 거절 해버리고.


“하··· 도대체 이런 걸 어떤 놈이 만든 거야.”


애꿎은 핸드폰을 타박하며 강진이 화장실을 나오려는 순간, 정팀장과 김과장이 대화를 나누며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후다닥- 뒤돌아서 급히 변기칸으로 들어가 숨는 강진.


강진이 변기칸 문 틈새로 소변대에 나란히 선 정팀장과 김과장의 뒷모습을 살폈다.


“사장도 참. 장례식장에서까지 그런 걸 꼭 챙겨야 되나?”


“노조에서 난리치기 전에 빨리 처리하라는데, 해야지 어쩝니까?”


“우리 파트에 2년차 계약직이 얼마나 돼?”


“여섯 인가··· 그럴 걸요?”


김과장이 소변보는 소리와 함께 대답했다.


“마음 독하게 먹어. 여차하면 우리가 짤릴 판이야. 다음 주까지 계약 해지자 명단 정리해서 나한테 넘기고.”


정팀장이 탈탈탈 털고는 자크를 올리면서 말했다.


“예. 아 참, 사장 싸모가 관 들어줄 사람 모자란다고···.”


“아유 쓰벌. 부부가 쌍으로 지랄이네. 밑에 애들 몇 명 붙여줘야지, 머 어떡해.”


정팀장과 김과장이 나누는 대화소리가 멀어지고 금세 화장실이 조용해졌다.


잠시 후, 강진의 긴 한숨 소리가 들리더니 다시 강진의 핸드폰이 울렸다.


* * *


유리가 통화하며 거리를 걷고 있다.


많이 울었는지 눈이 퉁퉁 부었다.


“난 집에 거의 다 왔어. 언제쯤 올 거야?”


유리의 물음에 전화기 너머로 강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 몰라, 아직 못 가. 좀 더 있어야 돼.


강진의 목소리에 짜증이 살짝 묻어 있었다.


“생전 보지도 못한 사장 장모가 죽었는데 니가 왜 못 나와! 니가 상주야?!”


울컥한 유리가 빽- 소리를 지르고.


- 왜 소릴 지르고 그래! 나 지금 노는 거 아니잖아!


강진도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당신 할아버지 제사라고오! 울 엄마, 아빠 제사도 제때 못 챙기는 내가! 니 할아버지 제사까지 혼자 준비해야 돼?”


- 누가 안 간대?! 먼저 가서 좀 하고 있어, 마치면 바로 갈 테니깐! 나도 최대한 일찍 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오!


유리의 눈에 갑자기 밀려오는 서러움에 또 눈물이 고였다.


“너 진짜 너무해. 어쩜 나한테 이럴 수가 있니?”


갑작스런 유리의 울음에 강진은 당황했다.


- 유, 유리야, 왜 그래, 우는 거야? 무슨 일 있어?


“몰라! 오든 말든 니 맘대로 해!”


전화를 끊어버리는 유리.


신호등 앞에 서서 눈물 흘리고 있는 유리 옆으로 교복 차림의 고등학생 여러 명이 길을 건너려 모여들었다.


그런데 그들 중 두 놈이 입에 담배를 물고 울고 있던 유리를 힐끔대며 낄낄거렸다.


얼굴 앞을 지나는 담배 연기를 손으로 휘휘 내저으며 교복들을 째려보는 유리.


잠시 후, 유리가 길을 건너려고 횡단보도로 걸어 나갔다.


유리의 출발에 교복들도 별 생각없이 횡단보도로 우르르 따라 나서고.


그 때 갑자기 후다닥- 제자리로 돌아가 버리는 유리.


빨간 불에 담배를 물고 있던 교복들만 차도로 들어가 있었다.


끼이이익-!


순간, 검은 세단이 교복들 코 앞에서 가까스로 급정거를 하고.


세단 안.


장례식장에서 강진과 부딪힌 양복 사내가 운전대를 잡고 있고 뒤에는 저지하던 그 보스가 앉아있었다.


“아~ 놀래라. 행님, 괜찮으...!”


운전석에 앉은 부하가 뒷좌석으로 돌아볼 새도 없이 벌컥- 차 문을 박차고 보스가 밖으로 번개같이 뛰쳐 나갔다.


담배를 물고 있던 교복들의 볼따구를 철썩- 철썩- 후려치는 보스.


“이 고삐리 새끼들이 어디 길거리에서 교복입고 담배를 처 피고 지랄이야, 개새끼들이.”


조폭스러워 보이는 보스의 모습에 찍소리도 못하고 매타작을 당하는 교복들.


“튀어나오긴 왜 튀어나와, 담배피는 거 자랑하러 튀어 나왔냐, 이 새끼들아!”


“에헤이 행님, 행님. 참으이소, 행님. 알라들인데요···.”


운전석의 부하가 급히 내려 보스를 만류한다.


신호등이 파란불로 바뀌자 유리는 짐짓 모른 척하며 길을 건너가고.


한편,


고삐리들을 두들겨 패는 검은 양복 너머로 건물 입구에 선 노래방 입간판이 보였다.


헌데 노래방 입구에서 머리가 산발이 된 채 걸어 나오는 곡성댁.


뒤이어 사장인 듯한 여자가 따라 나와 곡성댁의 뒤에다 소금을 뿌려댔다.


“도살장서 짤렸음 알아서 삭힐 일이지 왜 손님들한테 행패야, 행패가!”


“그려, 잘났다 이년아, 잘 처먹고 잘 살어라! 에에이~ 퉤! 나가 어디가믄 요런 도우미 자리 하나 못 구할 거 것으냐, 이년아!”


사장 여자의 고함에 곡성댁이 뒤돌아 맞받았다.


“하이고~ 니같이 늙은 걸 누가 받아주기나 한대! 독산동서 소 도가니나 발라내던 년 데려다가 돈 벌게 해줬더니! 분수에 맞게 배추나 팔아먹고 살어 이년아! 늙은 게 돈 욕심은···.”


“머셔, 이년아!”


곡성댁이 달려들자 놀란 사장 여자는 금세 지하로 줄행랑을 치고.


분을 삭이지 못해 씩씩대던 곡성댁의 얼굴이 서서히 암담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걸어 나오다 또 울컥 하는지 와다다 돌아가서 간판을 발로 뻥- 차버리는 곡성댁.


노래방 입간판이 한방에 박살이 났다.



* * *


접객실에서 조문객들 식사를 들고 여기저기 서빙하고 있는 강진.


밀려드는 조문객들로 자리가 빼곡히 들어찼다.


사장에게 밉보인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정신없이 움직이는 강진.


그때, 또다시 강진의 핸드폰이 울리고.


발신자를 확인하고는 돌아버리겠다는 표정을 짓는 강진.


수신 거부 버튼을 누르려다 이를 악물고 복도로 나와 전화를 받았다.


“저기요···. 지금 내가 통화할 상황이 아녜요, 나중에 다시 얘기합시다.”


강진이 차분히 말했다.


- 얼래, 인잔 또 받네? 언제? 나중에 언제 이 새끼야!


사채 직원의 목소리가 폰에서 울려 퍼졌다.


울컥하는 강진.


“아무리 사채라도 이거 너무하는 거 아녜요?! 내가 돈 쓴 것도 아니고, 보증 서준 건데! 돈 빌린 사람하고 직접 얘기해···.”


- 헬스클럽 다 팔아묵고 잠수타서 어디 처박혀있는지도 모르는 새끼한테 먼 너므 연락을 해~


길용이 말을 끊었다.


- 글고, 오백은 니가 땡겨갔담서 이 새끼야!


“아 몰라! 당신 맘대로 해! 구워먹던 삶아먹던 니 맘대로 해! 그리고! 왜 욕은 처하고 지랄이야, 이 개새끼야!”


강진도 이제 이판사판이다.


- 웜마? 이 또라이같은 새끼가. 시방 어디여! 내 바로 갈팅게. 대! 어디여?!


“장례식장이다, 왜 이 새끼야! 그래 와! 오라고, 이 개자식아!”


흥분하며 거칠게 전화를 끊는 강진.


지나가던 조문객들이 놀라서 강진을 쳐다보고.


금세 다시 전화가 걸려오지만 수신 거부를 해버리는 강진.



* * *


[ 김춘만, 52세 ]


타앙-


나지막한 야산 위로 차가운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뒤이어 컹- 컹- 사냥개 한 마리가 수풀 사이로 요란스럽게 뛰어다니더니 사냥용 산탄총을 손에 쥔 춘만이 몸을 낮춘 채 뒤뚱대며 나타났다.


“샤크! 싸게 물고 오니라이!”


춘만이 개의 움직임을 지켜보며 낮게 외쳤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들리는 삐익- 삐익- 호각소리.


춘만이 화들짝 놀라 돌아보니 멀리, 밀엽 감시단의 봉고차가 보였고, 감시단원 두 사람이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냅다 사냥개를 들쳐 안고 도망치는 춘만.


다행히 감시단원들은 춘만의 모습을 보지 못했는지 다른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 * *


춘만이 소축사로 들어서자 기다리고 있던 곡성댁이 어색한 미소로 춘만을 맞았다.


“이··· 왔소. 저그···.”


할 말을 못하고 머뭇거리는 곡성댁.


“저그고 머시고 뭣허러 왔어, 또오.”


춘만이 안고 왔던 개를 묶으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여그 다시오믄 지가 개아들 놈이라 누가 그렸든 거 것은디···.”


“···거시기 저그··· 있잖여요 오빠. 나가 시방···.”


곡성댁이 쭈뼛거리며 말을 꺼내는데,


“읍어! 먹고 죽을래두 읍어. 돈 야그 할꺼이믄 기냥 가드라고!”


춘만이 딱 잘라 말을 끊었다.


“까딱허믄 우리 해준이허고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당께요···.”


곡성댁이 절박하게 애원했다.


“니도 눈있응께 볼 거 아녀. 여그가 소키우는 소축사여 소축사.”


춘만이 축사 문을 열어젖히며 대답을 이었다.


“봐 바. 소축사에 한우가 살어, 젓소가 살어?! 우랄질놈에 비비딘가 비시딘가 그 전염병 땜시 있는 소 다 디지블고 시방 이 개들 델꼬 내가 살어! 여그 저당 잡히고 대출받으믄 나도 그 질로 죽는 겨! 우찌 니 살자고 나보구 자꾸 죽으라그랴아!”


“나가 시방 나 살자고 이러는 겨!”


곡성댁도 폭발했다.


“서울대학교는 일등 당상으로 맡아놓은 조카 공부 시키는 거에 돈 몇 푼 보태주는기 그리 애닯고 원통할 일이여?!”


“머시래도 하여간 읍서. 있어도 이 놈들 사료값이 우선이고.”


춘만이 개 사료를 푸며 말했다.


“뭐셔! 우리 아그가 이 개아들놈들보더 못허던 거셔?!”


곡성댁의 꼭지가 돌았다.


“암만. 말해멀혀, 이것들이 시방 내 밥줄인디.”


춘만이 개 사료를 주며 안고 왔던 사냥개를 쓰다듬었다.


“일전에 빌려간 돈이나 어찌 좀 혀바. 나도 사료값 맹글라고 밀엽 허느라 허리가 나갈판이여. 배추 파는 거시 힘들믄 노래방 도우미라도 다부지게 좀 허든가. 돈 생기는디 뭔 짓을 못혀. 2차도 나가고허믄 벌이가 솔솔하다더구마.”


춘만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 노려보는 곡성댁, 꽉 쥔 손을 부르르 떨더니 후다닥 달려들어 개 밥그릇을 발로 뻥- 차버렸다.


화들짝 놀란 춘만이 벌떡 일어나 빽- 소리를 지르고.


“이거시 시방 오라비헌티 뭔 경우 없는 짓이여!”



* * *


장례식장 입구의 높은 계단 아래에 운구차가 대기하고 있다.


영정을 앞세운 운구행렬이 막 입구를 나오고 강진은 하얀 면장갑을 끼고 관을 운반하는 한쪽 줄 끝에 끼어 있다.


그 뒤로 사장과 가족들이 비통한 표정으로 뒤따랐다.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관을 든 사람들이 계단을 천천히 내려오는데, 갑자기 울리는 강진의 경쾌한 핸드폰 소리!


♪ 메칸더 메칸더 메칸더 브이! 랄라랄라 랄라라라 공격개시!♪


당황한 강진이 급히 주머니 안의 핸드폰 수신거부 버튼을 눌러보려 했지만, 장갑 낀 손이라 쉽지 않다.


사장의 인상이 금세 구겨지고.


강진이 후다닥 꺼내 소리를 멈추려했지만 급한 손길에 통화 연결까지 되며 핸드폰은 바닥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동시에 터져 나오는 핸드폰 속 욕지거리.


- 최강진, 이 개 잡노므새끼야! 니 진짜 디질래!


사채 직원의 열받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놀란 강진이 핸드폰을 주으려 급히 몸을 숙였다.


순간 강진의 머리에 엉덩이를 쿵- 떠밀린 앞자리 남자가 맥없이 앞으로 쓰러졌다.


뒤이어 도미노처럼 밀려 어어어- 하며 우르르 쓰러지는 관을 든 직원들.


순식간에 중심이 기울어 직원들이 들고 있던 관이 우당탕- 계단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경악하는 강진.


사장과 유족들, 정팀장과 회사 사람들의 표정도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쾅-


마침내 계단을 굴러 바닥에 부딪힌 관이 쩍- 깨지며, 그 속에 있던 수의에 싸인 시신이 툭- 튀어나와 내동댕이쳐졌다.


잠시 멍한 정적이 흐르더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에고- 에고- 통한의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하는 유족들.


사채 직원의 열 받은 목소리는 여전히 핸드폰 속에서 계속 들려오고 있고···.


바닥에 널브러진 시신을 바라보는 강진의 얼굴은 이제 하얗게 질려버렸다.






< 2화 : 막장으로 가는 인생들 (2) 끝.>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반지하 월세사는 빌런 사냥꾼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이판사판 합이 육판 (1) NEW 2시간 전 3 0 13쪽
6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3) 24.09.18 30 0 14쪽
5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2) 24.09.17 43 0 12쪽
4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1) 24.09.16 70 0 12쪽
3 막장으로 가는 인생들 (3) 24.09.15 88 0 14쪽
» 막장으로 가는 인생들 (2) 24.09.14 109 0 13쪽
1 막장으로 가는 인생들 (1) 24.09.14 142 0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