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월세사는 빌런 사냥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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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서생
작품등록일 :
2024.09.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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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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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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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1)

DUMMY



4화 :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1)




바닥에 머리를 부딪친 남자가 눈을 뜬 채 죽어 있었다.


곡성댁이 다가가 찬찬히 남자를 살폈다.


“오매, 이거시 대굴빡이 탁 터졌나 비네···!”


* * *


시간이 지나 다시 강진의 집, 반지하방.


아직도 남자의 시신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고 유리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세정제로 주변 흔적들을 닦아내고 있었다.


강진과 곡성댁은 거실 한구석에 넋이 나간 사람처럼 머리를 싸매고 멍한 표정으로 앉아있고.


“얼마 빌렸어?”


유리가 바닥을 훔쳐내며 울음 섞인 소리로 물었다.


강진이 대답하지 않자 유리는 걸레를 철퍽- 던지며 소리쳤다.


“말 안 해?!”


“천만 원. 내가 빌린 거 아냐, 창주 그 새끼가 부도내기 전에 하도 부탁을 해서 어쩔 수 없이 보증 서 준거야···.”


마지못한 강진의 대답에 유리가 더 열 받았다.


“어~ 그러셔? 친구한테 사기 당하는 줄도 모르고 보증까지 서 줬다고? 니 친구 힘든 건 중요했구나. 나랑 아픈 니 엄마는 어떻게 되든지 상관없고.”


“그만해···.”


강진이 만류하지만 유리는 멈추지 않았다.


“너, 왜 나랑 결혼했어?”


“그만하라고. 이 상황에 갑자기 왜 그래.”


강진의 목소리에도 짜증이 묻어나고.


“왜 나랑 결혼했냐구!”


다시 유리가 소리쳤다.


“나도 너 불쌍해! 장남에! 장손에! 아버지 일찍 돌아가시고 엄마는 치매 와서 요양원에 계신데 물려받은 재산은 쥐똥만큼도 없고!


소리치면서도 할 일은 하는 유리, 다시 걸레질을 시작하고.


“개고생해서 모은 돈은 제일 친한 친구한테 몽땅 사기당하고. 그치만 니가 남편이고 한 식구면 최소한 집에 관심은 있어야 할 거 아냐! 관심은!”


“내가 왜 관심이 없어!”


강진도 결국 화를 내며 맞대답을 했다.


“너! 우리 집 한 달 공과금이 얼만 줄 알아? 가스비 얼만 줄 알아? 관리비가 얼만 줄 아냐고!”


유리가 계속해서 따졌다.


“집에 쌀이 떨어졌는지! 돈이 떨어졌는지! 전세금 올려달라고 집주인이 하루에 몇 번씩 찾아와서 사람 피를 말리는지 니가 아냐고!”


“진짜 미치겠네···.”


강진도 울화통이 터졌다.


“그리고! 결혼 전에 카드빚 3,000만원 있었던 거! 왜 그때 얘기 안 했어! 왜 사람을 속여서 결혼을 해!”


“속이기는 뭘 속였다고 그래!”


강진이 발끈했다.


“그런 게 속이는 게 아니면 뭐가 속이는 거야!”


“돈이 없어서 그랬다! 왜?!”


강진도 이제 참을 수 없고.


“너는 좋아죽겠는데, 가진 돈이라곤 쥐뿔도 없어서! 그게 뭐가 그렇게 잘못됐는데! 그럼 지금이라도 돈 많은 놈 찾아서 가든가!”


그 말에 유리가 한쪽 구석에 놓인 바구니를 꺼내와 바닥에 내동댕이치며 오열했다.


바구니 속에 있던 분리된 짝퉁 바비 인형들의 팔과 다리, 머리, 몸통들이 후루룩 흩어졌다.


“이거 다 끼워 붙이면 250원 받아! 하루 종일 공장에서 일하고 와서 잔업 거리로 밤새 붙여봐야 2만원도 안 된다구!”


강진이 답답한 듯 거칠게 마른 세수를 한다.


“사기당한 것도 분해 죽겠는데 왜 그놈한테 보증까지 서줘?! 이게 뭐냐고오! 내가 이렇게 살다가 교도소 갈라구 너랑 결혼했냐고오!”


“아 정신읍어! 그만 좀 혀!”


유리의 하소연을 참고 듣던 곡성댁이 버럭 소리쳤다.


그때!


띵똥- 울리는 초인종.


순간, 얼어붙는 세 사람의 표정과 동작들.


띵똥- 띵똥- 연거푸 벨이 울렸다.


유리는 잔뜩 긴장한 채 일어나 인터폰 화면을 확인했다.


문 앞에는 제사를 모시러 온 친척들이 기다리고 서 있었다.


노년의 강진 숙부와 사촌 형제들 그리고 숙모가 보였다.


휙- 바닥에 누워있는 남자의 시신을 돌아보는 유리는 거의 정신이 나간 것 같았다.


세 사람은 어찌해야 할지 허둥대다가 눈치를 주고받고는 벌떡 일어나 시체를 옮기기 시작했다.


강진과 곡성댁이 미친 듯이 남자의 시체를 이리저리 끌고 다니며 숨길 곳을 찾았다.


유리는 부리나케 시체가 놓였던 자리와 주변을 다시 걸레로 샥샥샥- 훔쳐내고.


그 사이 띵똥- 띵똥- 인터폰 소리는 이어졌다.


강진과 곡성댁이 급히 방으로 시체를 끌고 들어가 작은 옷장 안에 넣어보았지만, 가뜩이나 작은 장롱이 남자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내려앉아 다시 튀어나왔다.


기겁을 한 두 사람은 다시 거실로 시체를 끌고 나와 이리저리 숨길 곳을 찾았다.


밖에서 친척들이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오고.


- 없나? 다시 눌러 봐.

- 제사 지내러 온다고 통화했지?

- 아, 했다니까. 얘네 대체 머하고 있는 거야.

- 쾅 쾅 쾅 쾅-

- 유리야아, 강진아아.


친척들의 말소리와 문 두드리는 소리가 신경질적으로 이어졌다.


정신없이 시체를 끌고 다니며 서로 엇갈리고, 부딪히고, 여기네, 저기네, 소리 나지 않는 세 사람의 움직임이 난리법석이 되어갔다.


강진이 시체를 끌고 다니다 숨길 곳을 찾아 다급히 휙-휙- 주위를 살피는데...


* * *


달순의 차가 도로를 달리고 있다.


부하 두철이 전화를 하며 운전하고 있고 뒷자리의 달순은 담배를 피우며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


달순이 뿜어 낸 담배 연기가 차 안에 자욱하다.


“또 안 받아?”


짜증스런 달순의 물음에 두철은 전화기를 내리며 대답했다.


“예, 행님. 이번엔 아예 전화기가 꺼져 있는데예. “


잠시 침묵했다가 달순이 다시 입을 열었다.


“···길용이가 만약에 오늘거 수금 다했으면 손에 쥐는 돈이 얼마냐?”


“다 받기만 했으면 한, 팔 천쯤 됩니다, 행님.”


“팔천···.”


달순이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설마 이 새끼가···.”


달순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 생각에 잠겼다.


자욱한 담배 연기 때문에 마른기침을 하던 두철이 달순의 눈치를 보며 살금살금 버튼을 눌러 뒤쪽 창문을 내렸다.


금세 열린 창을 통해 엄청 강한 바람이 확확 불어 닥치고.


순식간에 달순의 머리가 거친 바람에 산발이 돼 버렸다.


“야!”


달순의 고함에 부리나케 다시 창문을 올리는 두철.


* * *


할아버지의 영정이 놓인 제상 앞에서 제사를 모시기 위해 나란히 서 있는 숙부와 친척들.


강진과 유리도 긴장이 역력한 표정으로 함께 서 있다.


식탁에 앉아 눈치를 살피던 곡성댁이 유리를 향해 손짓을 하며 일어났다.


“나는··· 인자 그만 가봐야 쓰겄네···.”


곡성댁이 친척들 동태를 살피며 슬금슬금 게걸음으로 나가고.


“아, 아줌마···.”


유리가 만류하려 했지만, 숙모의 인사에 저지당했다.


“아, 예. 감사합니다. 요즘도 이웃 간에 이리 정 있는 분이 계시네. 제상 차리는 거 도와주셔서 너무 고마워요.”


“예, 예. 그람 저는 이만···. 좀 있다 올팅게 걱정말어. 별일 없을팅게, 이···.”


곡성댁이 유리를 거듭 안심시켰다.


인사를 마치자마자 후다닥 사라지는 곡성댁.


유리와 강진의 얼굴은 점점 더 사색이 되어가고.


“강진이 머하냐? 향불이랑 촛불 안 켜고.”


숙부의 재촉에 강진이 향통에서 주섬주섬 향 하나를 꺼내 들고 라이터를 찾지만, 이리저리 찾아봐도 라이터가 없다.


“젊은 애가 어찌 그리 굼떠.”


숙부가 다가와 자기 라이터로 불을 켜주었다.


숙부가 내민 라이터 불에 깜짝 놀란 강진이 이내 향불을 붙이는데, 그 모양새가 떨리는 손으로 향을 입에 문, 마치 담뱃불을 얻어 붙이는 모습이 되어 있었다.


멀뚱히 서로 쳐다보는 숙부와 강진.


“에라이~ 이 얼빠진 놈아!”


숙부가 강진의 머리를 후려쳤다.


“넌 왜 보고만 섰어? 제상에 올릴 밥 어서 안내오고.”


숙모의 말에 허둥지둥 부엌으로 가는 유리.


유리의 걸음 너머 병풍 뒤.


담요에 말려 감춰져 있는 남자의 시신이 얼핏 보였다.


머리가 놓인 부분인 듯 담요 가장자리에서 피가 배어 나와 바닥에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고 있었다.


* * *


고급스럽게 치장된 달순의 집.


어둑한 거실 소파 상석에 앉아 탁자 위의 핸드폰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는 달순.


사채 수금을 나간 직원 길용의 전화를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소파 가장자리 한켠에 앉은 두철은 꾸벅꾸벅 졸고 있고.


“내 피같은 돈··· 이 새끼가 진짜···.”


고통스러운 듯 중얼거리던 달순. 문득,


“설마··· 대근이 하고 붙어 먹은 건 아니겠지?”


그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우르릉 쾅쾅- 천둥 번개가 내리 쳤다.


화들짝 놀라는 달순.


* * *


마음이 답답한 곡성댁이 막걸리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친적들이 별일 없이 제사를 마치고 돌아간 강진의 집.


곡성댁이 다시 찾아 와 막걸리를 마시고 있고 유리와 강진은 계속 죽상을 하고 있다.


잠시 후 강진이 뭔가 굳은 결심을 한 듯 비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신고하자!”


그 말에 유리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강진을 쳐다봤다.


“누가 죽였는데 신고를 해? 자수지.”


무안해진 강진의 말문이 막히고.


곡성댁이 '바본가?' 하는 표정으로 강진을 봤다.


“그럼··· 도망칠까?”


강진이 다시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어딜? 돈 한 푼 없이 얼마나 버틸 거 같아? 요양원있는 어머니는 어떡하고? 그냥 내팽개쳐?”


유리가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그럼 어쩌자고오!”


강진이 소리를 질렀다.


“소리 지르지 마! 생각하고 있잖아!”


유리가 쏘아붙였다.


째깍째깍, 고통스런 시간이 또다시 흘렀다.


그때, 갑자기 곡성댁이 술잔을 상에 탕- 내려놓았다.


유리와 강진이 화들짝 놀랐다.


곡성댁의 마음을 결정한 듯 일어섰다.


“어차피 본 사람 아무도 없는 겨!”


곡성댁이 단호하게 말했다.


“죽기 아니믄 까무러치기제."


“네?!”


강진이 놀라 곡성댁을 바라봤다.


유리의 표정도 굳어지고.


* * *


강진과 곡성댁이 낑낑거리며 남자의 시신을 꺼내와 다시 바닥에 눕혔다.


유리가 마스크와 고무장갑을 착용하고 비닐과 여행 가방을 들고 들어왔다.


강진은 겁에 질려 안절부절 못했다.


“유리야, 그냥 자수하자! 우리가 직접 죽인 것도 아니잖아. 우린 정당방위니까, 그냥 한 몇 년 만 감옥 갔다 나오면···.”


강진이 애원했다.


“나오면?”


유리가 휙- 뒤돌아보며 말했다.


“너나 나나 전과자 되서 집도 절도 없이 평생 죽도록 고생하면 되겠네.”


또 강진의 말문이 막히고.


“치매 걸린 엄마, 그동안 성가셨는데 잘됐네! 그래, 신고하자! 신고해서, 감빵에서 우리끼리 오순도순 살면 되겠네! 그래 까짓 거 별도 하나씩 달고, 좋네! 그래, 신고해. 감옥 가자!”


말하다가 혼자서 꼭지 도는 유리.


곡성댁도 거들었다.


“우리 아그는 고등학교 공부도 못 마치고 그 질로 에미 없이 혼자 되는 겨.”


강진의 의견은 또 묻히고.


“여그 와서 다리나 좀 잡아 봐!”


곡성댁이 남자의 허리를 세우며 말했다.


어쩔 수 없이 강진이 곡성댁과 남자를 잡고 접어보려 시도하지만 강직도가 심해 쉽지 않다.


두 사람이 낑낑대며 힘을 써 보다가 결국 바닥에 풀썩 주저앉고 말았다.


“안되겠는데요?”


그러자 곡성댁이 물끄러미 보다가 말했다.


“확 잘라 버릴까나?”


그 말에 경악하는 강진.


“비켜 봐, 내가 해보께.”


그 때 유리가 나섰다.


유리는 대형 여행 가방을 옆에 놓고 대충 눈대중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순식간에 우두둑- 우두둑- 시체를 접기 시작했다.


유리의 능숙한 손놀림으로 남자의 접힌 몸이 금세 가방 속으로 들어갔다.


신속히 뚜껑을 닫고 찌익- 가방의 지퍼를 채워 마무리하는 유리.


그리고는 비닐을 돌돌 말아 정리하고, 세정제를 칙칙- 뿌려 다른 흔적들을 없앴다.


욕실은 다시 감쪽같이 말끔해졌다.


유리를 보는 강진과 곡성댁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두 사람을 바라보며 유리가 물었다.


“이제 이걸 어디다 처리하지?”


콰과과광-


밖에선 다시 천둥번개가 내리치고 있었다.





< 4화 : 죽기 아니면 까무러치기 (1)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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