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급 소환수로 탑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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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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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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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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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렌 델 아르망

DUMMY

각성을 했으니 가장 먼저 관련 기관에 플레이어 등록을 해야 한다.

알리지 않아도 상관은 없지만, 탑에서 나오는 물건을 팔려면 반드시 허가가 필요하다.

탑에서 나오는 것들이 국가전략물품으로 취급되기 때문에 허가받지 못한 사람이 임의로 거래를 하다 적발될 경우 중대범죄로 처벌받는다.


나는 용산에 위치한 각성국에 들러서 등록 절차를 진행했다.


“인벤토리 확인부탁 드립니다.”


각성국 공무원이 내게 플레이어가 되면 기본적으로 지급되는 속옷 한 세트를 주면서 말했다.

참고로 인벤토리엔 지구의 물건은 들어가지 않는다.

오직 탑에서 나오는 물건만 들어간다.


“인벤토리!”


나는 인벤토리를 불러서 건네받은 속옷을 셀 한 곳에 수납했다.


“확인되었습니다. 이쪽으로 오셔서 몇 가지 서류만 작성하시면 됩니다.”


서류 상단에 플레이어 직업란이 있었다.


“직업도 써야 하나요?”

“밝히기 싫으시면 안 쓰셔도 됩니다.”


실상 직업이나 특성 이런 건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기에 의미가 없다.

각성자가 속이려고 맘만 먹으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기 때문이다.


“혹시 주로 사용하시는 무기가 무엇인가요?”

“장검을 사용할 생각입니다.”


아무래도 플레이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무기가 장검이니 그걸 사용하는 게 좋아보였다.


“혹시 방어구나 무기는 대여하실 생각이신가요?”


탑전용 장비들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초보자들에겐 국가에서 빌려주는 형식을 취하였다.


“네, 빌려주세요.”


그렇게 난 플레이어 등록을 마치고, 플레이어 신분증을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신용카드처럼 생긴 이 신분증만 있으면 자유롭게 탑에서 나오는 물건들을 사고팔 수 있다.


강남에 있는 작은 원룸.

회사와 가까워서 얻었는데 아무래도 계약기간이 끝나면 싼 데로 이사를 생각해봐야겠다.


문제는 시골에 사는 부모님에게 각성 사실을 알려야 할지가 걱정된다.

성격상 어마어마한 반대에 부딪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괜한 걱정 끼쳐드리지 말자!’


나는 우선하여 각성자용 속옷부터 갈아입었다.

소환에 대비해서였다.

전에 알몸이었던 이유가 그곳도 탑처럼 소환 시 지구상의 물건은 이동이 불가능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다.


기왕 옷 입는 김에 나머지 장비들도 모두 착용해 보았다.

투구, 상갑, 바지, 부츠, 장갑 마지막으로 장검까지 손에 들었다.


듣던 것과 달리 무겁고 부자연스럽다.

아무래도 하급 몬스터의 부산물로 만든 싸구려들이라 그런 모양이다.


나는 검을 들고서 전면을 응시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랐지만 닭 한 마리도 제대로 잡지 못하는 내가 과연 마수라 불리는 몬스터들을 사냥할 수 있을까?


인터넷에 올라온 글들을 보면 몬스터들과 마주하면 곧바로 몸이 반응한다고 하긴 했다.

더불어 9층까지는 튜토리얼이라고 해서 비교적 약한 마수들이 나온단다.


그러니 일단 부딪쳐 보면 알겠지!

정 못하겠으면 그냥 ‘귀환’을 외치면 되니 말이다.


[띵! 소환이 시작됩니다.]


‘응?’


혹시나 또 옷이 없어질까 하여 고전 영화 ‘터*네이터’에서 과거로 타임워프를 한 악당처럼 잽싸게 무릎을 꿇었다.


때맞춰 시야가 순식간에 반전되었다.


새로운 공간이 눈에 들어오자 난 가장먼저 내 차림부터 살폈다.

예상대로 갑옷을 입은 상태였다.


“야!”


한국어는 아니다.

하지만 그 의미가 너무나 잘 전달된다.


나는 고개를 들어 나의 주인 카렌을 쳐다보았다.

다행히 주변엔 그녀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녀의 눈을 보니 짜증과 혐오가 가득했다.


“너, 뭐냐?”


알아듣는 건 되는데 내 말이 통하려나?


“난 소환수야!”


오호! 분명 한국어로 말했는데 자연스럽게 이 세계 언어로 나간다.


“소환의 부름에 응했으니 소환수인 건 알겠는데 너 뭐냐고?”


‘뭔 대화에 맥락이 없어?’


도대체 뭘 묻는지 모르겠다. 15대 조상부터 족보라도 읊어야하나?


“김무열?”

“아니 이름이 아니라, 너 정말 제대로 된 소환수가 맞냐고?”

“으음, 아마도···?”


카렌이 이마에 자신의 손바닥을 가져다댔다.


“나는 엄연히 EX등급의 강력한 소환수를 원했어! 그런데 어떻게 너 같은 게 나올 수 있냐고? 너 혹시 악마야?”

“아닌데···.”

“그럼 뱀파이어 그런 거야? 막 박쥐로 변하거나 펑하면서 연기로 사라지는 그런 거.”


나는 고개를 가로 저었다.


“그럼 대체 잘하는 게 뭔데?”


내가 잘하는 게 뭐더라?

영업사원 질을 오래 했으니 야부리를 잘 터나?


아!


“술은 좀 잘 먹는 편이야!”


어여쁘게 생긴 나의 주인 카렌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너 소환수면 내 종이지!”

“아마도?”

“근데 왜 말은 놓지?”

“내가 나이가 더 많잖아! 그리고 카렌도 놓고 있으면서 왜 그래?”

“종이면 종답게 말을 올려야지! 앞으로 날 부를 때는 주인님이라고 부르고 말도 올려!”


계약서에 무조건 명령에 따라야 한다는 조항이 있다.


“네, 주인님!”


카렌은 그제야 짧은 두 팔을 허리에 가져다 대며 묻는다.


“저번에 있었던 일 해명해봐!”


귀여운 주인님이 내린 명령이니 하긴 해야겠는데 음···! 뭐라고 말해야 하나?


나는 어쩔 수 없이 있는 그대로 말해 주었다.


···

···


“그러니까, 너는 다른 차원 어딘가에 존재하는 지구라는 곳에 살고 있는데, 갑자기 소환수로 각성했다는 거지? 그리고 똥 싸고 있는 널 내가 소환한 거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소환의 부름’을 살펴보니 계약은 상호 합의에 의한 거라고 하던데 왜 전 제 의사와 무관하게 계약이 됐을까요?”

“그, 그건···, 넌 몰라도 된다.”


갑자기 카렌의 얼굴이 새빨개지며 말을 얼버무린다.

영업사원 일을 자그마치 4년 넘게 했다.

꼬맹이가 뭔가 숨기는 게 있다는 것 정도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런데 넌 무슨 스킬을 가지고 있느냐?”


나는 검을 들고서 말했다.


“제겐 ‘포식’이라는 스킬이 있어서 적을 죽이면 낮은 확률로 상대의 능력 일부를 흡수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없고?”

“전투를 한 번도 안 해봐서···.”

“뭐? 한 번도 안 해 봤다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어떻게 날 지켜줄 생각이지?”

“앞으로 강해지면 되지 않겠습니까?”

“오호, 그래?”


갑자기 카렌의 눈이 반짝거리기 시작했다.


***


수도 태나데임의 하수구!


“저기 있다.”

“저, 저게 뭐에요?”


모양은 쥐처럼 생겼는데 크기는 대형견보다 더 크다.


찌지직!


녀석의 눈빛 붉게 빛나며 우리 쪽을 노려보았다.


“시궁쥐란 놈이다. 고작 4레벨 밖에 안하는 최하급 마수다. 가서 죽여라!”

“저는 1레벨인데요.”

“하아! 이런 병신 같은 소환수가 있나?”


- 새벽을 밝히는 고귀한 빛의 신 단탈이시어! 청컨대 어둠을 물리칠 수 있는 믿음을 내리소서! 크라운실드!


카렌이 영창을 마치자 내 몸에 투명한 보호막이 씌워졌다.


“죽지는 않을 테니 상대해 보거라!”

“넵!”


나는 두 손으로 장검의 손잡이를 꼬옥 붙들고 앞으로 달려갔다.


꾸에엑!


시궁쥐 앞발 휘두르기 한방에 허공을 날아가 벽에 부딪쳐버렸다.


뭔 쥐가 시발! 권투 선수도 아니고 앞발 휘두르는 게 보이지도 않는다.


찌지직!


“헉!”


정신을 차릴 새로 없이 쥐가 내 다릴 물고 사정없이 흔들어댄다.


“으아아악! 놔! 아파! 노라고!”


나는 장검으로 녀석의 대가리를 때리며 소리를 질러댔다.


“야이 멍청한 소환수 자식아! 칼을 베거나 찔러야지 때리고 있으면 어떡해!”


화악!


카렌이 쏘아낸 불화살이 시궁쥐의 옆구리에 꽂히며 불을 일으켰다.


케르흑! 찌이이익!


시궁쥐가 괴로워하며 물고 있던 내 다리를 놓고서 카렌에게 달려들었다.


“안 돼!”


나는 시궁쥐의 뒷다리를 붙잡고 장검으로 아랫배부분을 마구 찔러댔다.

그런데 힘이 너무 약한지 가죽을 뚫지 못했다.


계약에 의거 나는 그 무엇보다 소환사의 생명을 우선시해야 한다.


“주인님 어서 도망치세요! 이 쥐새끼 같은 놈아! 내게 덤벼라!”

“아주 지랄을 하는구나!”


- 파이어볼!


펑!


어느새 카렌의 손에 만들어진 거대한 화염이 시궁쥐를 통째로 구워버렸다.


“앗 뜨거!”


나는 잽싸게 불에 타서 뒹굴고 있는 시궁쥐로부터 멀어졌다.


그리고 잠시 후,


[시궁쥐(5LV)를 사냥했습니다.]

[소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띵! 스킬 ‘갉아먹기(F)’를 습득했습니다.]


“우아! 저 레벨 올랐습니다. 스킬도 하나 배우고요.”

“흠! 넌 사냥에 1도 기여하지 못했건만, 경험치를 얻었다는 건 내가 사냥을 해도 어느 정도 인정되는 모양이구나!”

“대박인데요?”

“그런데 스킬을 배웠다니 시궁쥐가 네게 무슨 스킬을 주었다는 말이냐?”


【갉아먹기】

- 이빨로 적을 갉아 데미지를 입힙니다.

- 스킬 사용 시 갉아먹기에 맞게 구강구조가 변화합니다.

- 근력에 비례하여 데미지가 증가합니다.

- 분류: 액티브

- 등급: F


“갉아먹기라는 데요?”


푸흡!


울 카렌 주인님은 웃는 모습도 너무 귀엽다.


“정말 네게 어울리는 스킬이구나!”


음! 내가 갉아먹기를 잘하게 생겼나?


“스킬도 배웠겠다. 얼른 써 먹어봐야하지 않겠니? 거추장스런 그 검은 버리고 이제 스킬로 적을 상대해 보거라!”

“이거 빌린 거라 버리면 물어줘야 해요!”

“그런 쓰레기도 빌려주는 사람이 있구나! 알았다. 알아서 챙기고 이제 다음 사냥감을 사냥하려므나!”


나는 잽싸게 장검을 인벤토리에 넣고서 카렌이 가리키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어둠속에서 두 쌍의 붉은 눈빛이 천천히 우리를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두 마린데요?”

“한 마리는 내가 처리할 테니, 넌 다른 한 놈을 맡아라!”

“넵!”


나는 잽싸게 스킬을 떠올렸다.

그러자 갑자기 주둥이가 앞으로 쭈욱 늘어나며 이빨이 날카롭게 변해버렸다.


파핫핫!


갑자기 카렌이 날 보며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피하하하! &%$#~, 결빙!”


그리고는 갑자기 마법을 날려 앞에 시궁쥐 두 마리를 얼려버렸다.


“그게 뭐야! 파하하핫!”


그러더니 배를 잡고 바닥을 굴렀다.

한참을 그렇게 웃더니 일어나 다시 한 번 내 얼굴을 쳐다보고 또 웃었다.


“왜 그러세요?”

“끄하하하핫! 미러!”


카렌이 미러를 외치자 갑자기 눈앞 허공에 거울이 생겨났다.


“으어!”


주둥이가 튀어나올 때 대충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을 거라 생각은 했지만, 시발! 코부터 턱까지 완전 쥐새끼하고 똑 닮았다.


쩌엉!


그사이 얼어있던 시궁쥐의 결빙이 풀렸다.


“일단 가서 스킬을 사용해봐!”

“안 쓰면 안 돼요?”

“푸훕! 안 돼! 가서 스킬로 죽여!”

“눼!”


발음까지 세네!


찌이익?


아 씨발! 무슨 스킬이 쥐새끼 찍찍 거리는 소리까지 닮았어?


여튼 나는 결빙이 풀려 비틀거리는 시궁쥐의 목덜미를 물어뜯었다.


찍! 찍! 찌직!


아, 씹!


“깔깔깔깔깔! 아하핫! 저것 봐! 나 미친다. 크하하하하!”


찍! 찍! 찌지직!


그와는 별개로 오! 상당히 좋다.

이빨이 저절로 상대의 경동맥을 찾아 물어뜯고 있다.


마침내 경동맥을 물어, 아니 갉아먹으니 핏물이 얼굴을 향해 분수처럼 터져 나왔다.

하지만 스킬은 숨통이 끊어질 때까지 계속하라고 난리다.


찌지직! 찍! 찍!


[시궁쥐(5LV)를 사냥했습니다.]

[대량의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띵! 레벨이 올랐습니다.]


[띵! 스탯 ‘근력’을 획득했습니다.]


어! 뭐지?


확률이 10%라더니 잡을 때마다 주네!

초심자의 행운이려나?


“오호! 나쁘지 않군! 나머지도 마저 처리하도록!”

“눼!”


찌지직! 찍! 찍!


나는 다른 한 놈도 목을 갉아 죽였다.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이번엔 아무것도 주지 않았다. 레벨도 오르지 않고.


“나쁘지 않아! 계속 그렇게 하는 거야!”


나는 그렇게 소환이 해제될 때까지 계속해서 시궁쥐를 갉아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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