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라탄이 에고를 안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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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쓸
작품등록일 :
2024.09.1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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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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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 "즐라탄."

DUMMY

“혹시 MBTI가 어떻게 되세요?”

“Zlatan(즐라탄).”

“···네?”


‘우승청부사’ 혹은 ‘사자왕’이라 불리우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트라이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그가 한국에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즐라탄에겐 수많은 방송 출연 제의가 쏟아졌다.


그중 즐라탄으로부터 유일한 선택을 받은 ‘유퀴즈’라는 예능 프로그램.


대한민국 최고의 MC 유재석이 그에게 MBTI가 뭐냐는 식의 질문을 건넸지만.


즐라탄은 그저 즐라탄스러운 답변을 내놓을 뿐이었다.


“···혹시 MBTI가 뭔지 모르세요?”

“I am Zlatan.(나는 즐라탄이다.)”

“···.”


즐라탄의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에 유재석의 옆에 있던 조세호는 약간 당황한 눈치였지만.


그와는 반대로, 방송계에 있어 프로 중 프로였던 유재석은 이미 예상 범위의 대답이었다는 듯 여유롭게 맞받아쳤다.


“역시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유재석은 앞니를 드러내며 과장된 예능 웃음을 통해 분위기를 한껏 띄우며 말을 이었다.


“사람의 성격을 고작 16가지 유형으로 분류한 MBTI로 즐라탄 씨를 분류할 수 없다는 사실은 어찌 보면 당연한 건데 저희가 멍청한 질문을 해버렸네요!”

“물론. 난 자신의 고유 성격을 유형 따위로 정의한다는 걸 전혀 이해할 수 없다. 이 세상에 정의되는 자신은 자신뿐이고 결코 비슷한 사람은 존재할 수 없다.”


유재석의 재치로 인터뷰가 문제없이 순조롭게 진행되며 끝이 나고. 촬영은 어느덧 다음 코너로 들어가게 되었다.


“즐라탄! 혹시 방금 인터뷰에서 분명 자신이 둘 이상 존재할 수 없다고 말씀하셨는데···. 혹시 한국에 또 다른 즐라탄이 존재한다면 믿으시겠어요?”

“···?”


유재석의 된통 알 수 없는 말에 처음으로 말문이 막힌 듯 유재석을 뚫어져라 쳐다보던 즐라탄이었다.


“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군.”

“혹시 도플갱어라는 단어 들어보셨을까요?”

“도플갱어?”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오늘 즐라탄 선수 말고도 특별한 게스트를 한 분 더 초청했는데요? 그건 바로 즐라탄의 도플갱어입니다.”

“···.”


즐라탄 역시 전혀 예상치 못한 자신과 똑 닮은 사람, 즉 도플갱어를 초청했다는 사실에 흥미로운 듯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 즐라탄의 미소에 유재석은 곧바로 특별 게스트를 스테이지로 불러들였다.


“자 대한민국의 즐라탄! 신현준씨 입장해주세요!”


유재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촬영장의 조명이 꺼지며 주변이 어두컴컴해졌다.


웅장한 노랫소리와 함께 즐라탄의 정면에 위치한 복도 끝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일제히 비추기 시작했다.


강렬한 빛 속엔 자신의 스웨덴 국가대표 시절 유니폼을 입은 채 서 있는 남성의 뒷모습이 보였다.


등번호 10번.

노란 유니폼을 입은 사내가 서서히 뒤돌아보기 시작하자, 즐라탄의 미묘한 미소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꽁지머리를 묶은 신현준과 눈을 마주친 즐라탄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휘둥그레진 눈과 함께 그를 연신 쳐다보였다.


자신과 너무나도 닮은 그의 외형을 그 역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와우.”


즐라탄이 반복해서 내뱉던 짧은 감탄사는 이상하게 끝으로 갈수록 점점 흐려졌다.


“와우··· 와···우 와···ㅇ.”


사람들은 다가오는 신현준에 정신이 팔린 듯, 즐라탄의 이상해진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계속해서 그를 환영할 뿐이었다.


그러다 즐라탄을 촬영하던 카메라 감독이 뒤늦게 그의 이상행동을 발견했다.


“어어···? 갑자기 왜 저래?”


즐라탄은 서서히 호흡곤란증세를 보이기 시작하더니 심장 부근을 부여잡곤 쓰러지기 시작했다.


-털썩!


“이봐요 즐라탄! 정신 차려요!”

“뭣들 해! 얼른 카메라 꺼!”


즐라탄의 졸도에 화들짝 놀란 사람들로 촬영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즐라탄의 주위로 수십 명의 사람들이 둥글게 모여들었지만.


거친 호흡을 내뱉던 즐라탄의 시야는 점점 흐릿하게 어두워져 가며 그들을 보지 못했다.


즐라탄은 의식을 잃어가며 생각했다.


‘이게··· 대체?’


하지만,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단 한 사람의 얼굴만은 선명하게 보였다.


분명 자신의 도플갱어라는 그 남자의 얼굴.


‘설마?’


즐라탄은 자신의 인생이 머릿속에서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다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건 바로 살면서 한 번쯤 들어본 괴담.


-도플갱어를 마주치면 죽는다.


누가 어디서 어떻게 만들어진 괴담인진 모르겠으나, 지금 이 순간만큼은 괴담이 아닌 사실인 게 분명했다.


‘내가 이렇게 허무하게 죽는다고?’


결국 즐라탄의 시야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즐라탄의 오감(五感)은 모조리 차단된, 말 그대로 무(無)의 상태였다.


무엇이라 정의하기 힘든 빛도 어둠도 없는 공간에서 오직 그의 의식만이 뚜렷하게 존재했다.


‘이게 죽음인가?’


즐라탄은 너무나 허무했다.


스웨덴 로센고드 가난한 이민자, 도둑의 삶 치곤 훌륭했을까?


후대에 사람들은 날 어떤 급의 선수로 평가할까?


펠레 마라도나처럼 사람들의 마음속에 영원히 기억될 수 있을까?


이런저런 생각을 무한히 이어가던 즐라탄은 순간 내면의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런 생각 따위를 하는 자신이 너무나도 한심했기 때문이었다.


‘남들이 날 어떻게 평가하는 게 무슨 상관이야? 그건 즐라탄이 아니잖아 즐라탄?’


너무나도 강력한 그의 에고(ego) 때문이었을까? 죽어서도 강인한 자아를 유지하는 즐라탄이었다.


‘··· 그래도 빅이어만큼은 들어보고 싶었는데.’


즐라탄은 문득 신에게 물었다.


아니.

즐라탄은 즐라탄에게 물었다.


‘다시 한번 기회를 주면 안 될까?’


그러자 신이 대답했다.


‘그래.’




***



“코치님! 큰일 났어요! 이브라가 기절했다고요!”


어린 소년들의 다급해진 목소리가 즐라탄의 귀에 들려왔다.


‘으음?’


어느새 정신을 차려 눈을 뜬 즐라탄 주위엔 유니폼을 차려입은 어린 소년들이 둥글게 모여 걱정스레 쳐다보고 있었다.


“다들 비켜!”


소년들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성인 남성이 즐라탄을 과격하게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정신 차려 이브라!”

“난 괜찮으니까 그만 좀···!”


즐라탄은 그 남자의 얼굴을 보곤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 사람은 분명?

내가 말뫼 유소년팀에 정식 계약할 수 있게 도와주셨던 ‘요니 윌렌셰’ 코치?


즐라탄은 허겁지겁 주변을 둘러보았다.


‘저 녀석들은 분명!’


분명 유소년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팀원.

토니, 메테, 콘차, 타만디, 로젠베리였다.


“에휴! 이브라 그러니까 좀 혼자 무리하지 말고, 기절이나 하고 말이야.”


토니가 어안이 벙벙한 즐라탄을 향해 꾸짖자, 즐라탄은 그의 얼굴을 다시 한번 쳐다보았다.


‘정말 어릴 때 모습 그대로네··· 혹시 진짜 신께서 내게 다시 기회를 주신 건가?’


“뭘 빤히 쳐다보고 있어? 너 또 혼자 드리블하다 사고 치면 그땐 아무도 너한테 패스 안 해줄 거니까 그렇게 알아!”


토니 녀석··· 싹 바가지도 그대로군.


‘그래 기억난다. 저 자식이 우리 팀 에이스였지?’


유소년 시절 나는 호마리우와 호나우두의 드리블 영상을 보곤 그들을 따라 하고 싶어 밤새 영상을 반복 시청하곤 수없이 연습했었다.


실전에서도 써먹느라 코치나 팀원들이 뭐라고 해도 난 공만 잡았다 하면 화려한 드리블을 계속해서 시도했다.


그래서 늘 팀원과의 불화가 있었고 오죽하면 내가 드리블만 한다고 공격을 전혀 전개하지 못한다는 말을 셀 수 없이 들었다.


경기에서 패배하기만 하면 비난의 화살은 어김없이 나에게 쏟아졌던 걸로 기억이 난다.


솔직히 말해서, 그때 토니는 나보다 수 배는 잘했다. 인정한다.


근데··· 지금은 아니잖아?


즐라탄은 벌떡 일어나 토니에게 향했다.


“이봐 토니? 너 정말 자신 있어? 너 같은 놈이 11명 있어도 나 혼자 다 뚫어버릴 자신이 있는데 말이야.”

“뭐라는 거야 말라깽이가?”

“뭐? 말라깽이?”


즐라탄은 토니의 말에 문득 자신 몸이 어떤지 뒤늦게 확인하기 시작했다.


‘··· 젠장.’


난 어릴 때 가정환경이 좋지 못해 굶주린 날이 많았다.


매일 집에 가면 배를 채우기 위해 다급히 음식이 들어있는 부엌의 서랍을 열어보았지만, 그 당시 아버지의 맥주캔만 늘 차 있을 뿐, 내가 먹을 수 있던 음식이라곤 정말 쥐뿔도 없던 터라, 난 정말 왜소했다.


그때의 기억 때문에 축구 선수로 성공하고 나선 늘 냉장고를 가득 채워놓는 버릇이 생길 정도였으니.


어쨌든 난 즐라탄인데.


뭣도 모르는 토니라는 귀여운 애새끼가 과거··· 아니 지금의 날 무시하는 듯한 태도는 어른으로서도 굉장히 불쾌했다.


물론 어린아이 할 것 없이 본때를 보여줘야 하는 것 역시 즐라탄이었기에.


즐라탄은 코치에게 선포했다.


“코치님? 솔직히 저도 잘 알아요. 제 주변에 모인 애기들이 전부 제가 팀을 떠나길 원한다는 걸요. 물론 코치님은 그러시지 않으시겠지만. 저랑 내기 한판 하시죠?”

“응? 무슨 내기를 하자는 거야 이브라?”

“지금 여기 있는 놈들 전부 수비수로 세워보세요. 제가 단 한 명이라도 못 뚫고 골을 넣지 못한다면 바로 짐 싸고 팀을 떠날 테니깐.”

“···.”


코치는 즐라탄이 머리가 다친 것이 아닌지 심히 걱정하는 모습으로 즐라탄에게 말했다.


“이봐 이브라! 그럴 필요 없어. 혹시 병원에 가보는 게.”

“하하! 코치님! 그러지 말고 이왕 이렇게 된 거··· 팀의 골칫거리가 제 발로 떠난다는데 속는 셈 치고 한번 해주죠?”


토니가 같잖다는 듯 코치에게 비아냥거리자, 요니 윌렌셰 코치 얼굴엔 실망한 표정이 일색 했다.


“너희 진심으로···?”

“진심이건 아니건··· 한 번쯤은 이브라 녀석이 자기 주제를 알아야 드리블을 그만두지 않을까 싶어서요.”

“흠···.”


코치는 토니의 말에 수긍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코치 역시 즐라탄을 믿어주긴 했지만, 토니의 말대로 늘 자신의 실력을 과신하며 팀플레이를 중요시하지 않고 혼자서 드리블을 일삼던 즐라탄에게 있어 나쁘지 않은 수업이라 생각했다.


“뭐 그렇다면 토니. 네가 직접 수비수들을 뽑아서 즐라탄에게 한번 알려주라고. 물론 골키퍼까지 포함해서 11명이야.”

“네? 뭣 하러 11명씩이나.”

“이왕 이렇게 된 거 너희들도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니?”

“···알겠습니다. 코치님.”


토니는 고작 이브라를 상대하는데 11명이나 수비수를 세우라는 코치의 말에 심히 자존심이 상했지만, 코치 역시 자신의 요구를 들어줬으니 딱히 거부할 명분은 없었다.


‘지가 아직 프로 축구 선수도 아니고 우릴 어떻게 10명이나 뚫어서 골키퍼를 제치고 골을 넣겠어? 그건 호나우두가 와야 가능할 얘기라고··· 정말 이브라 녀석 병원부터 당장 가야 하는 거 아니야?’


토니는 내심 즐라탄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듯 그를 그윽하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즐라탄은 그런 그의 시선에 자신감 넘치는 미소로 답할 뿐이었다.


즐라탄의 미소에 순간 분노가 밀려온 토니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와 너 정말··· 대체 뭐 믿고 이러는 거야?”

“나? 나 믿고.”

“···뭐라고?”

“즐라탄.”


평소와는 전혀 다른 즐라탄의 모습에 토니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자신의 팀원들에게 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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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화 : 마이티 마우스(mighty mouse) 필립 람. 24.09.16 32 2 12쪽
2 2화 : 로센고드 출신. 24.09.15 48 2 11쪽
» 1화 : "즐라탄." +2 24.09.14 8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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