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라탄이 에고를 안 숨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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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쓸
작품등록일 :
2024.09.14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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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8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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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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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 마이티 마우스(mighty mouse) 필립 람.

DUMMY

‘이브라 또 뭐 하려는 거야?’


윌렌셰 코치는 드리블을 시작하는 줄 알았던 즐라탄을 보곤 흠칫 놀란 눈치였다.


휘슬 소리와 함께 공을 한번 툭 치던 즐라탄은 어째선지 곧바로 공을 그라운드에 멈춰 세우며 거만하게 한쪽 다리를 올리더니 마치 수비수들을 기다리는 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이봐, 메테 한번 일대일로 붙어보자고.”


즐라탄이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1선의 수비수 중 한 명인 메테에게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메테 역시 코웃음으로 받아칠 뿐이었다.


“풉! 야 너 돌았냐?”

“뭐가?”


지금 날 무시하는 메테라는 이 녀석은 당시 말뫼 유소년팀에서 가장 키가 크고 건장한 주전 센터백이였다.


솔직히 말해서 그 당시 난 팀원들과의 연습경기가 있을 때마다 내가 밤새 갈고닦았던 호나우두의 헛다리를 자랑하려 자주 선보였다.


화려한 나의 발재간에 제껴졌다는 걸 뒤늦게 알아차린 졸렬한 새끼들은 내 유니폼을 거칠게 잡아당기며 반칙으로 끊어버리곤 했다.


하지만 메테는 달랐다.

다른 놈들은 내가 앞에서 헛다리를 두 번 세 번 휘저으면 성급하고 멍청하게 발을 뻗어 쉽게 제칠 수 있었지만.


메테는 내가 몇 번 헛다리를 하든 말든 침착하게 내가 진짜 치고 나갈 타이밍을 기다리며 내 공을 완벽하게 스틸하는··· 그 당시 나에게 있어 벽과 같은 존재였다.


또한 난 앞서 말했다시피 어렸을 땐 많이 왜소했던 터라 잘 먹고 잘 자란 메테라는 녀석을 운 좋게 제쳤다 해도 그 녀석이 어깨를 밀어 넣기만 하면 난 허수아비처럼 넘어져 X신처럼 파울이라며 화를 내곤 싸웠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메테라는 녀석도 지금의 나에겐 저기 멍청하게 서 있는 애새끼들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신이 나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준 김에 그때 굴욕을 갚아줘야지.


그리고 지금의 일화는 내 자서전에 기록할 거야 임마.


악랄한 계획을 세우는 듯 음흉한 미소를 짓고 서 있던 즐라탄을 보며 메테가 소리쳤다.


“야 너희들! 가만히 있어. 그냥 바로 끝내버리고 올 테니까.”


메테는 그런 즐라탄의 도발에 이끌린 듯, 마치 일기토에 돌입한 무장처럼 마주 선 채 물었다.


“너··· 혹시 살면서 단 한 번이라도 날 뚫어본 기억이 있어?”

“아니.”

“근데? 그걸 잘 알면서 대체 왜 날 지명한 거야?”

“즐라탄이니까.”

“···에휴 됐다 말을 말자. 얼른 시작해.”


메테는 질린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막상 중심을 낮춰 수비 자세를 취하자 한껏 진지한 얼굴로 돌변했다.


“···진지하게 해줄 테니까 또 쓰러지고 파울이라면서 질질 짜지마라?”


즐라탄은 그런 메테를 보며 귀엽다는 듯 작은 미소를 지어 보일 뿐이었다.

그러곤 슬쩍 뒤에 옹기종기 모여 서 있던 다른 유소년 팀 선수들을 바라보았다.


‘뭐··· 저놈들 대충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겠네.’


여유롭게 팔짱을 끼며 즐라탄을 험담하는 듯 서로 속삭이는 모습이 마치 시장에서 좋은 구경을 위해 모인 시정잡배들 같았다.


‘한심한 새끼들.’


프로에서 수많은 레전드 수비수들은 상대해본 나에게도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놈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바로 일명 ‘마이티 마우스’라 불리던 독일 출신 바이에른 뮌헨의 풀백 ‘필립 람’.


그 작고 호리호리한 녀석과는 클럽에서뿐만 아니라 국가대항전에서도 몇 번 맞붙은 적이 있었다.


보통 나 같은 거구 장신의 타겟형 스트라이커를 상대로는 나와 체격이 비슷한 센터백이 아니고서야 내가 피지컬로 밀어붙이는 거친 볼 경합을 버텨낸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하물며 빠르게 달리는 역습상황에서 상대 수비와 나의 미스매치(miss match)로 풀백이 나한테 붙는다면 그건 내 입장에선 완전 땡큐였다.


아무리 내 공을 뺏으려 붙잡고 반칙이라도 할 심산으로 유니폼을 잡아당기더라도 나는 몸에 붙은 파리 새끼마냥 그들을 매달고 박스로 질주해 골을 넣어버리면 그만이었으니깐.


하지만, 그런 나의 자만을 깨트려준 고마운 녀석이 필립 람이었지.


체급 차를 기술로 간단히 극복해버리는 마이티(Mighty)한 녀석이었으니까.



***



고작 170 남짓에 몸무게도 30킬로는 차이 날 녀석이 사자처럼 질주하는 날 막기 위해 붙어섰을 땐.

난 여타 다른 놈들과 마찬가지로 가볍게 골반을 튕겨주면 제 발로 떨어져 나갈 줄 알았다.


하지만 어째선지 내 허리춤에 올듯한 작은 키의 그와 뜨거운 경합을 시작했을 땐.

내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닫는 데까진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대체 뭐야 이 자식은?’


내 오른편으로 한껏 몸을 들이댄 필립 람이 왼팔을 들어 올려 내 허벅지를 저지하듯 짓누르자 내 무게중심은 자연스럽게 흐트러지기 시작하더니 난 그를 밀어내기 위한 최소한의 힘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역으로 그에게 밀리듯 휘청거렸다.


다급해진 난 속도를 줄여가며 람을 떼어내기 위해 측면으로 겨우 공을 컨트롤하며 계속해서 쳐나갔지만.


계속해서 나의 오른쪽 허벅지를 짓누르는 람의 팔에 가로막혀 결국 공을 제대로 터치하지 못하고 공은 데굴데굴 라인 밖으로 굴러나가 허무하게 골킥이 선언되었고.

당황하는 날 보며 별거 아니라는 듯 유유히 날 지나치던 람의 모습은 세월이 지나도 내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았다.



***



뭐··· 이건 물론 수비하는 입장에서 자신보다 큰 공격수를 상대할 때 써먹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지.


지금 난 수비수가 아니라 공격하는 입장에서 저 거대한 메테 녀석을 상대해야 하는 거잖아?


물론 지금 같은 상황에선 내가 유일하게 천재라고 인정하는 메시를 떠올리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메시는 인간이 보고 카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니깐.


‘뭐 어쨌든 나도 한번 써먹어 볼까?’


지금 즐라탄은 사실 본연의 경지로도 메테와 몸싸움할 필요도 없이 농락하듯 제쳐버릴 순 있었지만, 메테에게도 그가 겪었던 압도적인 굴욕감을 선사해주고 싶었던 즐라탄이었다.


“시작할까 메테?”

“난 이미 한참 전에 준비됐어. 네가 공을 차면 바로 시작할 테니까 알아둬.”

“좋은 자세다.”


즐라탄은 공을 툭 건드려 짧은 잔발 드리블을 시작했다.


5M 정도의 간격을 벌리고 서 있던 메테는 간결하고도 부드럽게 드리블을 치고 다가오는 즐라탄을 보곤 흠칫 놀란 눈치였다.


‘저 녀석··· 원래 드리블이 저렇게 깔끔했나?’


메테가 그간 기억하던 즐라탄의 드리블은 분명 숙련도가 부족한 드리블이었다.


늘 일정하지 못한 터치로 우당탕탕.

볼을 제대로 컨트롤 하는 것조차 버거워했는데 어째선지 지금 메테의 눈앞에서 너무나 여유롭게 드리블을 치고 오는 즐라탄은 분명 평소 알고 있던 즐라탄의 드리블이 아니었다.


“허풍만 떠는 놈인 줄 알았는데 로센고드 친구들이랑 몰래 연습 좀 많이 하고 왔나 봐?”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메테는 사실 약간 불안에 떨고 있었다.


‘이브라 녀석··· 왼쪽으로 치고 갈지 오른쪽으로 치고 갈지 전혀 예측이 안 되네.’


만약 섣불리 즐라탄이 오른쪽으로 돌파할 거라 속단하고 그쪽을 막기 위한 자세를 보인다면 왠지 즐라탄은 가볍게 한 템포 빠른 잔발 드리블로 가볍게 왼쪽으로 꺾어 자신을 자동문마냥 지나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젠장! 이게 뭐야? 저 녀석 언제 저렇게 성장한 거야?’


“왜 그래 메테? 내가 드리블을 시작하면 바로 시작한다고 하지 않았어?”

“···!”


즐라탄의 말에 메테는 접근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뒷걸음치는 자신의 모습을 뒤늦게야 알아챌 수 있었다.


하지만 이런 수비 방법은 협력할 팀원이 있을 때나 가능한 수비 방법이지. 일대일로 맞붙기로 한 지금 상황에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수비였다.


“메테는 대체 왜 저러는 거야?”

“나도 잘 모르겠어 메테가 왜 저리 쫀 것 같지?”


그들의 대결을 구경하듯 서 있던 유소년들이 의아해하자 메테는 소리쳤다.


“닥쳐! 집중해야 하니깐.”

“···.”


자신들에게 무섭게 성질내는 메테에게 쫀 듯 소년들은 입을 꾹 다물곤 그들의 자존심 걸린 게임을 지켜보았다.


“혹시 집에 갈 생각이야 메테? 언제까지 백스텝 치면서 놀래?”

“젠장!”


분명 하프라인에서부터 공을 몰고 오기 시작한 즐라탄이었지만. 어느새 골대와 30m 거리까지 좁혀지자 메테는 다급해졌다.


‘할 수 없지. 일단 이브라가 중앙으로 돌파한다는 걸 완벽히 배제하고 무조건 측면 쪽으로 모는 거야. 사이드라인에 가까워진다면 그땐 선택지가 적어질 테니깐.’


즐라탄은 고심하는 메테를 쳐다보며 말했다.


“혹시 내가 중앙으로 돌파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 그걸 어떻게?”


-피식!


즐라탄은 흔들리는 메테의 눈빛을 바라보곤 지레 웃었다.


귀엽네. 유소년들은.

경험이 없어도 너무 없잖아.


구라 칠 땐 절대 상대방의 눈을 쳐다보지 말라는 격언도 모르는 건가?


그렇게 순수한 눈동자를 뻔히 들어다 내놓고···.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어.”

“뭐? 눈빛?”

“연륜의 차이랄까?”

“뭐라는 거야 나보다 나이도 한 살 어린놈이···.”

“크크 됐다 임마.”


즐라탄에게 이제 메테는 너무나도 한없이 약한 존재였다.

마치 언제라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종할 수 있는 하나의 꼭두각시처럼.


지금 즐라탄 앞에 너무나 많은 빈틈을 드러내고 서 있는 메테의 모습은 너무나 초라했다.


뭐 어린 조카와 놀아주는 느낌이랄까?


즐라탄의 마음속에 무언가 결정한 듯한 답이 정해졌고.


즐라탄은 메테의 정면을 향해 힘찬 드리블을 시작했다.


“오오! 시작한다!”

“확 밟아버리라고 메테!”


‘···제발 조용히 해 이것들아!’


뭐야? 이브라 녀석.

그냥 중앙으로 밀어붙이잖아?


자신의 정면으로 매섭게 가속을 붙여 다가오는 즐라탄을 바라본 메테의 눈빛엔 어째선지 불안감이 사라지고 돌연 자신감에 찬 눈동자를 띄었다.


그럼···.

오히려 고맙지!


내 선택지를 단 하나로 좁혀주네 고맙게.


대놓고 자신의 정면으로 다가오는 즐라탄에게 메테는 더 이상 뒷걸음질을 그만두곤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토니는 메테에게 다급히 소리쳤다.


“안 돼 메테!”

“늦었어.”


즐라탄은 호기롭게 다가오는 메테의 바로 앞에 서 속도를 빠르게 줄이며 상체를 왼쪽으로 슬쩍 기울였다.


‘젠장! 왼쪽이었나?’


메테는 즐라탄의 상체 동작에 이끌려 다급하게 공을 커트해낼 심산으로 재빨리 왼쪽으로 발을 뻗었지만.


“···!”


즐라탄은 상체만 왼쪽으로 기울였을뿐, 왼쪽 돌파를 위한 연계 동작으로 이어지지 않고 상체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올 뿐이었다.


‘상체 페인팅?’


너무나 완벽하고 간결한 상체 페인팅 하나로 가볍게 메테를 속여버린 즐라탄은 산책하듯 천천히 공을 몰며 그의 옆을 지나쳐갔다.


겁에 질린 듯 눈도 못 마주치던 메테를 뒤로하고 즐라탄은 생각했다.


뭐··· 필립 람의 기술을 한번 써 먹어보려 했지만.


나는 공격수인데 수비수의 기술을 쓴다고?

그건 즐라탄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지.


사실 내가 방금 메테에게 쓴 상체 페인팅은 천재라고 불리는 메시의 기술을 카피한 것이었다.


아! 아까 내가 메시는 인간이 보고 카피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고 했었나?


그게 뭐?


난 즐라탄인데.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목도하곤 넋 나간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던 유소년들에게 즐라탄이 말했다.


“난 어리다고 봐주지 않아 즐라탄이니까.”


즐라탄은 동시에 사자의 눈빛으로 살기를 내뿜었다.


물론 어린 애들을 상대로 보이는 현재 그의 모습은 분명 무자비하고 졸렬한 어른처럼 보일 순 있었지만.


즐라탄 앞에선 할머니 할아버지 역시 모두 어린아이였기에.

딱히 자신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 즐라탄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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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5화 : 수 싸움. 24.09.18 12 2 12쪽
4 4화 : 팀의 에이스. 24.09.17 28 2 12쪽
» 3화 : 마이티 마우스(mighty mouse) 필립 람. 24.09.16 33 2 12쪽
2 2화 : 로센고드 출신. 24.09.15 49 2 11쪽
1 1화 : "즐라탄." +2 24.09.14 80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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