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잘 잡는 예쁜 여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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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채가
작품등록일 :
2024.09.1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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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9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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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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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난(03)

DUMMY

이 세상에 수호 천사가 있다면···


날개를 퍼덕이며 천벌을 내리는 괴상한 반인반조는 아닐 것이다.


이 세상에 진짜로 수호 천사가 있다면···


그는 픽업 트럭을 타고 기관총탄 세례를 내리는 ‘차량화된 수호 천사’. 오함마로 좀비 뚝배기를 깨부수는 전쟁터의 소방수일 것이다.


파가각···!


“우와아아악···!! 깜짝이야···!!”


눈 앞에서 돌벽이 무너졌다면 믿을 것인가.


콘크리트 돌담을 깨부순 오함마.


슬렛지해머가 새하얀 달빛을 초대했다. 부서진 벽돌 사이로 차가운 밤 공기가 서늘하게 스몄다.


퍼억! 퍼억! 콰과곽!


몇 번의 난타가 이어졌다.


새빨간 핏물이 진득하게 묻은 슬렛지해머. 붉게 칠한 소방용 망치가 눈 앞을 스쳤다.


산산조각난 콘크리트 더미. 튀어나온 철근. 무너진 시멘트 조각이 아찔하게 흩날렸다.


얼마 못가 외벽이 완전히 무너졌다.


콰광쾅! 쿠구구구궁···!!


괴한이었다.


소방복을 입은 거구의 남성. 방독 마스크를 착용하여 정체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소방용 해머를 들고 하루를 불길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흐이이이익···! 조, 좀비이이···?!”


하루가 겁을 먹고 총구를 들이댔다. 당황한 소방관이 손을 들고 소리쳤다.


“지, 진정해요···! 해머를 들고 다니는 좀비가 어디 있어요?”

“뭐, 뭐야···. 사람이라고···?”


하루가 겨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녀가 총구를 내리고서 소방관을 쳐다봤다.


“누, 누구세요···?”

“일단 여기서 빠져··· 후왓!”

“으와아아아아악···!”


소방관이 있는 힘껏 망치를 휘둘렀다. 깜짝 놀란 하루가 잔뜩 몸을 웅크렸다.


파바박!


소방관이 노린 상대는 하루의 옆에 선 좀비. 피가 쏟아지며 머리통이 달아났다.


“일단 여기서 나가죠! 더 있다간 좀비 밥이 될 테니까!”


소방관이 하루에게 손을 건넸다. 하루가 멍하니 소방관을 쳐다봤다. 답답해진 소방관이 하루의 손목을 잡아챘다.


“우와아아악···!! 무, 무슨 짓이야!! 너도 강간마냐!! 이거 안 놔···??”


하루가 화들짝 놀랐다. 그녀가 다짜고짜 권총을 들이댔다. 토끼 꼬리에 감춰둔 45구경 콜트. 헐레벌떡 꺼낸 권총으로 소방관을 위협했다.


“···기껏 구해줬더니 한다는 말이 그거예요?”


소방관이 기가 차서 하루를 쳐다봤다.


“···뭐? 구해줬다고? 누구를? 나를?”


하루가 망연자실해서 소방관을 마주봤다. 그제야 깨달았다.


아···! 그래! 이 사람은 나를 구해준 거구나!


그녀가 권총을 집어넣었다.


“미, 미안···! 내가 커다란 남자 트라우마가 좀 있거든··· 헤헤···.”

“인사는 나중에 해요. 그런데 어쩌다가 골방에 갇혀 있었던 거에요?”

”아! 그, 그건···! 좀···! 사정이 있어서···!”


하루가 얼굴을 붉혔다.


차마 멍청하게 속아서 강간당할 뻔했다가 여기로 도망친 거라곤 털어놓지 못했다. 어영부영 시간만 끌다가 밖으로 나왔다.


소방관의 손에 이끌려 도착한 곳은 주차장. 문이 열린 픽업 트럭 한 대가 대기중이었다. 소방관이 하루를 운전석으로 데려갔다.


“운전할 수 있어요?”

“운전? 개껌이지! 나 땡크도 몰 수 있는걸?”


기갑수색대에서 복무했던 이하루. 자동차는 물론이고 전차와 장갑차도 몰 수 있었다. 이딴 픽업 트럭 따위야 귀여운 장난감이었다.


“그럼 운전대 좀 잡아요! 나는 초보 운전이니까···!”


소방관이 하루에게 키를 던졌다. 하루가 가뿐히 키를 잡아챘다.


그녀가 씨익 웃었다. 운전석에 앉은 바니걸.


“좋아! 야밤에 드라이브나 즐겨 보실까?”


하루가 픽업 트럭에 키를 꽂았다.


부와아앙···!!


경쾌한 시동음. 235마력짜리 6기통 가솔린 엔진. 4.0리터에 달하는 대배기량 픽업 트럭이 휘발유를 잡아먹었다.


덜컥! 드드득···!


하루가 수동 기어를 잡아 넣었다. 능숙한 손놀림. 그녀가 곧장 가속 페달을 짓밟았다. 픽업 트럭이 짜릿하게 토크를 끌어당겼다.


“흐아아앗···!!”


옆에 탄 소방관. 거구의 남성이 화들짝 놀랐다. 커다란 곰탱이 치고는 꽤 기묘한 비명이었다.


“어디로 가면 돼? 소방서? 군 부대? 말만 하라고···!”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은 이하루. 그녀가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저, 저기이···!! 조금만 천천히 갈 수는 없나요오···!!”


소방관이 겁에 젖었다.


“천천히 가다가 찢겨 죽을 수는 없잖아! 순순히 목적지나 말해!”

“우으으···. 그, 그럼··· 강변 마을 소방서로···!!”

“소방서? 알았어! 나만 믿으라고···!!

“으아아아아···!!


픽업 트럭이 경비행기처럼 도로를 질주했다.



***



강변 마을. 강변 소방서.



뻐어억···!! 콰지직!


도로변에 선 멍청한 좀비 한 마리. 하루가 그대로 처박아버렸다. 시원한 스트라이크. 시체가 볼링핀처럼 박살났다.


“여기 맞지?”

“으어어억···.”

“저기요? 손님?”

“으앗···! 아··· 네, 넵···!”


잠시 멀미에 시달렸을까. 소방관이 뒤늦게 고개를 들었다.


하루가 가뿐히 차에서 뛰어내렸다. 뿅뿅거리는 토끼귀. 터질 듯한 바니걸 수트. 이목을 끄는 옷차림이었다.


곁에 선 떡대도 만만치 않았다. 소방복을 둘둘 말아 입은 괴한. 그놈의 방독 마스크는 답답하지도 않을까?


로리 거유 바니걸과 방독면을 찬 떡대 소방관. 바니걸은 야구 배트와 샷건을 들었고 소방관은 슬렛지해머로 무장했다. 기묘하기 짝이 없는 조합이었다.


“야! 안 더워? 그 놈의 마스크라도 좀 벗지 그래?”


하루가 소방관을 빤히 노려봤다.


“네? 아, 아뇨···! 괜찮아요···.”


소방관이 몇 발자국 뒤로 물러났다.


희한한 녀석 같으니라고. 존나게 못생기기라도 했나? 뭐··· 나도 굳이 남정네 면상에 흥미가 있는 건 아니다.


“그래~ 네 맘대로 해라~”


하루가 소방관을 남겨두고 소방서로 향했다. 잠시 멀뚱히 서있던 소방관. 그가 우두커니 하루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그러자 하루가 홱 뒤돌아섰다.


“야. 곰탱이. 안 들어가냐?”

“고, 곰탱이···?”

“웅. 토깽이는 아니잖아?”


하루가 자신의 토끼 귀를 만지작거렸다.


“토끼는··· 아무리 봐도··· 당신이죠···.”

“하이고~ 불만이세요?”

“저기··· 애초에··· 왜 그런 옷을 입고 다니는 거예요?”

“뭐? 이거? 하! 돌잡이로 잡았다. 왜! 태어날 때부터 입고 있었다고! 괜한 신경 끄시지?”


하루가 새침하게 쏘아붙였다.


참나···. 방독면이나 쓰고 다니는 괴한 주제에···.


뭐··· 굳이 따지자면 바니걸보다야 소방복 쪽이 좀 더 정상인에 가깝겠지만.


“저기요···. 토끼씨.”

“이하루거든!”

“네?”

“토끼씨가 아니라 이하루야! ‘원투데이’라고 불러도 돼.”


하루가 새하얗게 웃었다. 장난기가 묻은 밝은 미소였다.


토끼 귀 너머로 보름달이 푸르게 반짝였다. 양갈래로 묶은 새까만 롱헤어. 매끄러운 머리카락이 꼭 밤 하늘의 일부 같았다.


“어···.”


소방관이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가 조용히 하루를 바라봤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떨어뜨렸다.


“이하루······.”


소방관이 조그맣게 하루의 이름을 되뇌었다.


“그래~ 재밌는 이름이지? 나 맨날 군생활 원투데이 하냐고 놀림 받았거든~”

“군생활···? 원투데이···?”

“응. 이하루. 늘어뜨려서 이틀하루. 다시 영어로 바꿔서 원투데이.”


하루가 재밌다는 듯이 설명했다. 어쩐지 신이 난 것 같았다.


“야···! 잠깐만···! 근데 넌 뭐냐?”


제잘제잘 떠들던 이하루. 그녀가 문득 소방관을 빤히 쳐다봤다.


“네?”

“넌 뭐냐고.”

“뭐라고··· 하면··· 뭐가요···?”


소방관이 얼빠진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러자 하루가 답답하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이름! 이름 말이야! 이름이 뭐냐고! 계속 곰탱이라고 불러?”

“아! 저요? 저는··· 그··· 새해요··· 박새해···.”


소방관이 조그만 목소리로 답했다.


“뭐? 박새해? 넌 뉴이어야? 나는 원투데이인데?”

“뉴이어 아니거든요···.”


새해가 빤한 눈으로 하루를 노려봤다.


“어휴, 그러시겠죠. 저도 사실 원투데이는 아니랍니다. 후우··· 야. 추운데 담배라도 한 대 태울래?”


하루가 검지 손가락을 까딱였다.


“전 담배 안 피워요.”

“그래? 아깝네~ 이 몸이 특별히 돗대를 나눠 피려고 했었는데.”


하루가 픽업 트럭의 본네트 위로 폴짝 뛰어 올랐다. 그녀가 엔진룸에 앉아서 담배를 태웠다.


두꺼운 방풍 성냥. 얇은 분홍색 담배에 오래 된 불꽃이 묻었다.


“···안 들어갈 거에요? 아까는 계속 보채더니.”

“아~ 갈 땐 가더라도 담배 한 대 정도는 괜찮잖아~”


하루가 담배를 입에 물고 투정을 부렸다.


“밖에서 여유부리다 또 좀비한테 포위되면 어쩌려고요?”

“그럼 뭐··· 방독면 낀 떡대 소방관이 구해주겠지!”


하루가 발라당 드러누웠다. 피가 잔뜩 묻은 픽업 트럭의 본네트. 하지만 하루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별자리가 보고 싶었으니까.


“여긴 별이 잘 보이네.”

“여기라면요···? 별이 잘 안 보이는 곳에서 살았어요?”

“엉? 응! 여기랑은 완전 다르지! 좀 먼 데서 살다가 왔어!”


하루가 하늘을 바라봤다. 분홍색 담배가 묵묵히 연기를 피웠다.


“자~ 놀라지 마시라~ 내가 온 곳에는 말이야! 무려! 좀비가 없다는 말씀! 완전 멀쩡한 곳이라고! 크크크···! 통조림 몇 개 챙기겠다고 강간 당할 필요도 없지! 후우우···.”


하루가 담배 연기를 내뱉었다. 은은하게 빛나는 별자리. 그녀가 잠시 생각에 빠졌다.


참 아이러니했다. 군대에서는 그리도 좆같던 현생. 그런데 이제는 오히려 그곳이 그리울 줄이야.


“좀비들이··· 없다고요···?”


새해가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래~ 임마···. 아직 좀비가 없는 곳도 있다구. 신기하지?”


하루가 누운 채로 고개를 돌렸다. 새해와 눈이 마주쳤다. 하루가 장난스럽게 웃었다.


“···아뇨.”


새해가 진중한 목소리로 답했다.


“으엥? 뭐야···. 칫···. 재미없긴!”


하루가 따분하다는 듯이 담배를 물었다.


“그야··· 아마··· 저도 당신과 같은 곳에서 왔을 테니까요.”


새해가 자신의 방독 마스크를 붙잡았다. 그가 천천히 방독면을 걷어 올렸다.


무심하게 땅에 떨어지는 방독면. 새해가 조용히 자신의 얼굴을 드러냈다.


“으, 으응···?”

“하루씨··· 당신도··· 환생했죠···?”


입에 문 담배가 천천히 타들어갔다.



***



강변 소방서. 대응총괄과 사무실.



‘리세마라’.


리셋 마라톤의 줄임말. 원하는 캐릭터가 나올 때까지 주구장창 게임을 리셋하는 것.


인생에도 리세마라가 있을까?


아니! 절대로 없을 것이다! 내 젖탱이와 박새해를 보고 확신했다!


만약 인생에도 리셋이 있다면 말이다···!


‘로리 거유’ 이하루도, ‘떡대’ 박새해도 이 모양 이 꼴로 태어나지는 않았을 테니까!


“야! 야! 새해야! 곰탱이가 토깽이 하나도 똑바로 못 쳐다보면 어떡해!”


토끼 귀가 뿅뿅거렸다. 하루가 새해의 주변을 빙빙 멤돌았다.


그 커다란 떡대에 어울리지 않는 여린 얼굴. 소녀처럼 불안해하는 눈동자. 잘 정돈된 검푸른 머리카락이 시선을 가렸다.


“어, 어쩔 수 없잖아요···!! 저··· 트, 특성을 자, 잘못 선택해서···!”


새해가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뭐가 저리도 무서운걸까. 덩치는 커다란 주제에 겁은 또 더럽게 많았다.


아니, 정확히는 겁이 많은 게 아니지. 새해는 좀비를 잘도 때려잡았으니까.


새해의 병증은 독특했다.


‘대인공포증’.


이 게임을 시작할 때 곧잘 선택하는 부정적 특성.


부정적 특성을 선택하면 그 패널티만큼의 추가 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그 추가 포인트로 다른 능력치나 긍정적 특성을 구입하는 것.


‘대인공포증’은 말 그대로 인간을 무서워하는 특성이다. 하지만 좀비 세계에서는 사람을 만날 일이 거의 없다.


그러니 ‘대인공포증’은 공짜 특성이나 다를 바 없었다. 문제가 있다면··· 박새해가 사람을 만나고 말았단 거지만.


“얌마! 괜찮아! 까짓 거 정신력으로 극복하면 돼···!”

“그, 그건···! 하, 하루씨가 안 겪어봐서···! 그, 그런··· 거예요···!”


새해가 고개를 처박고 웅얼거렸다.


잔뜩 울상이 된 박새해. 방독면을 벗어던진 그는 당장이라도 울 것 같았다.


“참나. 웃기시네~ 고작해봤자 네 명치밖에 안 오는 꼬맹이를 무서워하면 어떡하냐? 조온나아 큰 남정네 주제에!”


하루가 새해의 어깨를 찰싹찰싹 때렸다. 새해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가 안절부절 못했다.


“아, 아니거든요···.”


얼굴을 가린 새해가 작게 중얼거렸다.


“네? 뭐라고요? 잘 안 들리거든!”

“아, 아니라고요···! 나, 남정네···.”

“엉? 남자가 아니라고? 뭔 소릴 하는 거야? 임마! 크게 말해!”

“저어···! 원래는 여자라고요···!!”


새해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가 하루의 눈동자를 빤히 쳐다봤다. 파르르 떨리는 시선. 곧 눈물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


“에··· 네에···?”


하루가 입을 에 벌리고 얼어붙었다.


“그으··· 호, 혹시 트랜스젠더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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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잘 잡는 예쁜 여캐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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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대응총괄과(03) NEW 7시간 전 5 0 13쪽
5 대응총괄과(02) 24.09.18 15 0 13쪽
4 대응총괄과(01) 24.09.17 18 0 13쪽
» 불장난(03) 24.09.16 24 0 13쪽
2 불장난(02) 24.09.16 32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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