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잘 잡는 예쁜 여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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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채가
작품등록일 :
2024.09.1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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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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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난(02)

DUMMY

“뭐지···?”


철문이 들썩였다. 창문과 바리케이트가 삐걱거렸다.


귀를 찌르는 소음. 시체가 뒤틀리는 곡소리.


알 것 같았다.


좀비들이 이 셸터를 포위했다. 놈들이 내 은신처를 두드렸다.


“망할···! 이 도움 안 되는 새끼···!!”


하루가 강간마의 시체를 걷어찼다. 곁에 있던 토끼탈이 뒹굴었다.


권총이란, 자고로 인간에게만 평등한 물건. 좀비를 상대로는 무척이나 불리했다.


이유는 간단. 좀비의 시각은 형편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반대 급부로 청각에는 매우 예민했다.


내가 방아쇠를 당겼으니···


그 커다란 총성에 홀려 강변 마을의 모든 좀비들이 나에게 모인 것이다.


시간이 없었다.


나는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창문 사이로 엿보았을 때는···


“흐아아···. 좆됐다아···.”


적어도 100구에 달하는 시체가 셸터를 포위하고 있었다.


어떡하지···.


빠져나갈 틈이 보이지 않았다. 100구의 시체를 모두 처죽이는 것은 언어도단.


이 정도나 되는 물량을 죽이려면 폭탄이 필요했다. 수류탄이나 크레모아, 컴포지션 4 같은 것.


하지만 내 수중에 있는 거라곤 45구경 권총과 야구 배트. 그리고 식량과 식수, 담배, 성냥 따위가 전부였다···.


잠깐만··· 성냥?


그 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하루의 머리를 스쳤다.


성냥···. 그래! 인화물질···!


나는 곧장 1층으로 내려가 선반을 뒤졌다. 도수 높은 보드카가 몇 병. 그리고 덕트 테이프 한 롤. 차고에서는 휘발유 한 통을 챙겼다.


나는 보드카를 따서 휘발유를 채웠다. 병에 테이프를 말아 성냥을 붙였다.


일명 몰로토프 칵테일. 화염병이라고 부르면 이해하기 쉬울까.


파지직!


판자로 막은 창문을 걷어찼다. 조각난 나무 파편이 너저분하게 으스러졌다.


깨진 창문을 타고 스산한 바람이 불었다. 그곳에서 내려다 본 광경은 아찔했다.


그어어어···.


소각을 앞 둔 인류의 뗄감. 쓰레기 같은 시체들.


하루가 이를 빠득 갈았다.


전부 불태워주마.


성냥에 불을 붙였다. 그녀가 시뻘건 불꽃을 꽉 붙잡았다.


“전부 불타 뒈져라! 이 산 송장들아!”


하루가 화염병을 힘껏 내던졌다.


둔중한 회전. 우아한 궤적이었다. 하루의 손을 떠난 몰로토프 칵테일.


투명한 달빛을 먹은 화염병이 하늘을 날았다. 도수 높은 술기운이 역전의 서막을 알렸다.


쨍강!


날카로운 파열음. 성대한 불꽃이 아름답게 타올랐다. 코 끝을 스치는 가솔린의 향기.


따가운 화염이 시체를 잡아먹었다. 작열통조차 느낄 수 없는 무덤덤한 좀비들. 썩은 고기들이 불꽃을 맞고 꿈틀거렸다.


시체들이 엉겨 붙어 스스로 장작이 되었다. 순도 높은 죽음의 윤무. 그러다가 문득 하루의 셸터에까지 불이 옮겨 붙고 말았다.


“으악···! 씨발···!”


아찔했다. 화염이 솟구쳤다. 이대로 있다간 통구이가 될 것이다.


현관이 화재로 뒤덮였다. 이제 걸어서 탈출하기에는 글러먹었다.


나는 곧장 커튼과 옷가지들을 주워모았다. 천을 찢고 서로 묶어서 로프를 만들었다.


나는 로프를 타고 탈출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상은 이미 좀비들로 난장판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바로 좀비 밥이 될 것이다.


다행히도 화염이 길을 터주었다. 불에 탄 좀비들이 하나, 둘씩 쓰러졌다.


놈들의 대열이 무너진 지금이 기회였다.


“으아악···!”


나는 곧장 로프를 타고 강하하기 시작했다. 레펠 강하. 아니, 패스트로프인가? 유격훈련 때 많이 하던 그것이었다.


레펠용 D형 고리나 8자 강하기 따위는 없다. 단지 손과 발에만 의지했다.


벽을 밟고 겨우겨우 아래로 내려갔다. 가슴이 자꾸 줄에 닿아 불편했다.


간신히 지면에 착지한 직후였다


“망할 새끼···!!”


뻐억!


좀비 하나를 그대로 후려쳤다. 내 엉덩이를 노린 무엄한 자식. 전투홧발로 두개골을 으깨버렸다. 머리통이 터지며 시체가 힘 없이 쓰러졌다.


“으악···!”


다른 좀비들이 아른거렸다. 하마터면 젖탱이를 물릴 뻔했다. 꽤 비전술적인 몸뚱이였다. 피탄 면적이 넓어서 전투에는 부적합했다.


무엇보다 이 지방 덩어리는 무게 중심이 전혀 맞지 않았다. 근접전에는 영 형편 없는 바디였다. 그렇다고 좀비한테 물려 뒈질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나는 반 스텝 물러나서 적의 공격을 회피. 다시 한 번 배트에 스윙을 주었다. 간결하고 산뜻한 배팅이었다.


뻐어억!


단숨에 골통을 빠갰다. 이걸로 킬 카운트는 두 마리째. 안정적이고 가벼운 사냥이었다.


하지만 이대로는 하루 종일 좀비만 죽여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이었다. 게다가 자칫 잘못해서 실수라도 했다간···


그대로 저 뇌 빠진 좀비들과 사이좋게 무리 생활을 하게 되겠지. 그것 만큼은 사양하고 싶었다.


우선은 여기서 빠져나가야 했다. 하루가 야구 배트를 꽉 붙잡았다.


퍼억! 콰곽! 파바박!


몇 마리를 더 처죽였다. 한 놈은 다운 스윙! 그 다음은 레벨 스윙! 마지막으로 어퍼 스윙!!


“읏쌰!”


새하얀 뺨 위로 핏물이 튀었다. 시원하게 좀비들을 분쇄하고 퇴로를 확보했다. 나는 그대로 시체 밭을 짓밟으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바삭바삭하고 크리스피하게 구운 썩은 고기들. 화염병으로 바싹 태웠다. 하루가 잿더미를 헤치며 무작정 내달렸다.


내가 향한 곳은 북동쪽의 경찰서. 그곳에는 아직 생존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방어선을 구축하고 좀비들과 맞서는 중일지도.


경찰서까지의 거리는 약 1500M. 꽤 먼 거리였다. 하지만 군대에서 매일 뛰던 거리보다는 짧았다.


“가볼까!”


하루가 야구 배트를 들고 진루했다.



***



강변 마을. 강변 지구대.



아무 것도 없었다.


격전의 흔적이 수더분했다. 머리통이 깨진 시체가 여럿. 벽면과 바닥에는 혈액이 난자했다.


으깨진 살코기와 조각난 뼛조각. 흘러나온 내장 따위가 이곳의 참극을 증언했다.


군데군데 처박힌 탄흔. 부러진 테이블과 책장. 캐비넷을 엎어서 만든 바리케이트. 박살난 기자재.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경찰서는 이미 함락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총기를 사용했겠지. 그 결과 엄청난 수의 좀비들과 맞서 싸우다가 자멸했을 테고


“우으읍···.”


하루가 입가를 가렸다. 썩은 시체들. 구더기와 파리가 들끓었다.


“으윽··· 아무도 없나···?”


하루가 경찰서를 수색했다.


생존자는 없었다. 하지만 분명 요긴한 물자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면 무기나 탄약.


하루는 이미 권총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다. 탄약도 모자랐고 좀비를 상대로는 차라리 안 쓰는 게 나을 정도다.


적어도 돌격소총이나 산탄총이 필요했다. 혹여나 소음기라도 있으면 베스트다. 이곳은 경찰서니까 아마도 산탄총 같은 걸 찾을 수 있겠지.


하루가 숨을 죽이고 경찰서 안 쪽을 뒤졌다. 무기고는 쇠창살로 막혀 있었다. 단단히 잠겨서 열리지도 않았다.


두꺼운 자라목 자물쇠가 눈에 띄었다. 꽤 까다로운 잠금장치였다.


하루가 더플백을 뒤졌다. 분명 줄톱을 가져왔을 텐데.


서걱서걱서걱···.


하루가 줄톱으로 잠금쇠를 썰기 시작했다. 강재가 꽤 두꺼웠다. 하긴··· 경찰서에 설치된 물건이니 만만치는 않겠지.


하루가 한참 동안이나 줄톱을 잡고 씨름했다. 그러기를 잠시.


땡강!


경쾌한 소음과 함께 잠금쇠가 토막났다. 하루가 눈동자를 반짝였다.


“앗싸!”


하루가 문짝을 걷어찼다.


끼익···! 콰앙!


힘차게 열리는 무기고의 문.


내부에는 권총과 공기총···. 소구경 탄약 따위가 가득했다. 도움이 될 만한 물건은 없나.


실망감이 앞서는 가운데.


“우왓!”


베넬리 M4.


일명 ‘이탈리안 클래식’. 방아쇠를 당길 때마다 총알이 나가는 반자동 샷건이었다.


산탄총이라! 인류 최고의 의사소통 수단!


하루가 헤실헤실 웃으며 산탄총을 챙겼다.


곁에는 탄약도 가득했다. 12게이지 더블오 벅샷. 맷돼지도 죽이는 강력한 총알이었다.


오늘은 소득이 꽤 짭짤했다. 운이 좋았다.


이제 다시 셸터로 돌아가서 쓸만한 것을 루팅하고··· 잘 만한 곳을 찾아서 누우면 그만이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돌아섰다.


“우와아아아악···!! 씨바아알···!! 씨발!!”


깜짝 놀랐다. 소리도 없이 다가온 좀비 무리. 산탄총에 정신이 팔려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


“망할···.”


좀비들이 경찰서를 가득 채웠다.


게다가 여기는 무기고. 입구는 한 곳뿐이었다. 빠져나갈 창문조차 없었다. 괜히 비명을 지르는 바람에 어그로만 끌렸다.


샷건을 쏠까? 아니다. 총성을 내면 또 몇 백 구의 시체와 싸워야 한다.


그럼 불을 지를까? 그것도 글러먹었다. 무기고에서 불장난을 하다니. 자살행위였다.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면··· 일단 저 새끼들을 때려잡는 수밖에···!!


“우와앗···!!”


선두 주자가 나에게 손을 뻗었다. 나는 옆으로 슬쩍 피해 놈의 무게 중심을 망가뜨렸다. 그 상태로 좀비의 머리통을 깨부쉈다.


연이은 습격. 뒤로 한 발자국 물러나서 가뿐히 공격을 피했다. 즉시 어퍼 스윙을 날려 깔끔하게 적을 제압했다.


뻐어억! 퍼억! 콰직!!


지루한 싸움이 이어졌다. 하루가 연달아 좀비들을 처죽였다. 머리통을 박살냈다. 뇌를 으깼다. 썩은 핏물이 와장창 쏟아졌다.


“크윽···.”


슬슬 숨이 찼다. 언제까지 이 짓을 계속 할 수 있을까. 경찰서 너머로는 놈들이 끊임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빨리 여기서 도망치지 않으면··· 정말로 이 골방에 갇혀서 좀비들의 저녁 식사가 될 것이다.


“진짜···! 제발···!”


하루가 야구 배트를 힘껏 휘둘렀다. 경쾌하고 아름다운 스윙. 거대한 유방이 배트 각도에 맞춰 육중하게 회전했다. 젖탱이에 흥건하게 고인 핏물이 유리 조각처럼 흩날렸다.


“하아··· 하아···. 씨발···.”


내 체력에도 한계가 있었다. 더군다나 여자 아이가 되면서 그 한계는 더욱 명확해졌다. 하지만 저 놈들이 밀고 들어오는 데는 끝이 없었다.


시간을 지체할수록 오히려 좀비들의 대가리 수만 늘어날 뿐. 사태가 해결될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도박을 해볼까.


‘이탈리안 클래식’. 베넬리 M4를 꺼냈다. 단숨에 놈들을 도륙하고 뛰쳐나가는 것이다.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새까만 눈동자로 좀비들을 노려봤다.


뜨거운 쉼호흡.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놓치면 사망하겠지.


“이···!! 씹새끼들아···!!”


하루가 시체들을 향해 소리쳤다.


그리고 선언했다.


“지구는! 인류의! 것이다아!!”



***



팡! 파앙! 파방!


익숙한 사격 절차. 총알을 쑤셔 넣고 방아쇠를 당기는 것. 산탄총이라 다소 반동이 강했다.


거대한 흉부 지방이 견착을 방해했다. 뭉툭한 반동이 어깨를 때렸다. 유방이 파도 치며 총기 반동을 흡수했다. 그것 때문인지 어깨와 가슴 밑이 조금 아팠다.


“퉤!”


입에 문 담배 꽁초를 뱉었다.


아무래도 잘못 생각했다. 으스러진 시체들이 길을 막았다. 그야 말로 시체의 산. 물론 넘을 수 없는 산이었다. 이 너머엔 좀비들이 가득하니까.


꽤 많은 시체를 처죽였다. 하지만 리필되는 개체가 더 많았다. 아마도 총성에 이끌린 거겠지.


“하아아···.”


나도 여기서 끝인가. 빛 한 틈 통하지 않는 어두컴컴한 무기고. 습하기 짝이 없는 골방. 여기 갇혀서 좀비 밥이나 되는 게 내 최후일 줄이야.


우스꽝스럽기 짝이 없었다.


후회했다. 그냥 경찰서로 도망치지 말걸···.


차라리 셸터에서 권총을 쓰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조용히 강간마의 목을 꺾어버렸다면 이 지경까지 오지는 않았을텐데.


아니··· 그것도 결국에는 결과론적인 이야기다. 강간마는 나보다 최소 2배는 커다란 괴한. 완력으로는 결코 이길 수 없었다. 나는 더 이상 수색대 출신의 이하루가 아니니까.


권총을 쓰지 않았더라면··· 아마도 허튼 저항을 하다가 강간마에게 붙잡혔겠지. 그 새끼는 내가 도망치지 못하게 팔다리를 부러뜨렸을 테고···.


뒤지게 얻어맞은 다음, 성노예로 감금되는 배드엔딩. 그게 가장 가능성 높은 시나리오다.


이 얼마나 억울하고 불평등한 뭄뚱이란 말인가. 연약하고 투명한 피부. 가진 거라곤 커다란 젖탱이 두 짝이 전부인 언밸런스한 신체. 게다가 키까지 작달막했다. 잡고 꺾으면 부러질 것만 같은 빌어먹을 팔다리.


남자한테 붙잡힌다면 아마도 저항은 꿈도 못 꾸겠지. 도망쳤다간 젖탱이가 방해만 되어 제대로 뛰지도 못할··· 저주 받은 관상용 흉부 비만 몸뚱이였다.


씨발···. 인생은 게임이 아니란 말이다.


예쁜 여캐 같은 건···.


로리 거유 바니걸 따위는···!


내 게임 캐릭터로 충분하다고···.


그 많고 많은 인생역전의 치트 환생 중에서··· 하필 이딴 육노예 리얼돌 같은 걸로 환생을 했냔 말이다.


좆같아서 눈물이 다 나왔다.


“후우우···.”


담배 한 대를 꺼내 물었다.


죽은 시체로 틀어 막힌 문간. 문 밖은 좀비들이 들썩이는 소음으로 어지러웠다. 그 숫자가 얼마나 많았는지 지면이 다 울릴 정도였다.


탄통 위에 걸터앉아 다음 수를 생각했다. 방법이 있기는 할까. 그냥 죄다 불태워버릴까. 죽자고 덤비는 것이다. 어차피 곧 죽을 것 같은데···


“아··· 몰라! 모르겠다···! 진짜! 망할!”


담배를 물고 하늘을 쳐다봤다. 별자리가 보고 싶었다. 하지만 눈에 띄는 거라곤 썩어가는 골방의 천장뿐. 그것도 좀비의 핏물로 흥건한 비참한 광경이었다.


담배 한 대를 다 태웠다. 그 다음 담배는 마지막 한 대. 즉 돗대였다.


어차피 목숨을 잃기 바로 직전. 그냥 마저 다 태울까 고민도 했다. 하지만 우선 아껴놓았다.


일단··· 나는 아직 목숨이 붙어 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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